신유통 혁명
유윤 지음 / 서영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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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즈는 19시기에 뉴 리테일로 유통업계의 선두가 되었고, 월마트는 20세기 뉴 리테일로 유통업계의 선두가 되었다. 


그렇다면, 21세기 유통업계의 왕좌는 누가 차지할 것인가? 


저자는 이러한 질문으로 이 책을 시작한다. 

저자 유윤은 컨설팅회사 대표로서 주로 IT비즈니스 분야에서 일하고 있다. 


책은 총 5개의 장으로 이루어졌다.

  1. 비즈니스 신시대를 이겨내는 ‘뉴 리테일’의 본질, 2.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융합시키는 ‘뉴 리테일’, 3. 매장효율의 한계를 돌파하는 ‘뉴 리테일’, 4. 불필요한 프로세스를 제거하여 효율을 높이는 ‘뉴 리테일’ 5. ‘뉴 리테일’은 지금도 진화하고 있다. 


‘뉴 리테일’이라는 용어는 알리바바 그룹 회장 마윈이 발표한 개념이다. 물론 샤오미의 회장 레이쥔은 자신이 오전에 이 개념을 얘기하고, 마윈 회장이 그 뒤에 얘기한 것으로 불만을 표시했지만 말이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합쳐져서 현대 물류와 융합하는 것으로, 진정한 ‘뉴 리테일’을 창출하는 것이다.” - p17


우리가 잘 아는 아마존 외에도 중국의 알리바바, 샤오미, 진동은 리테일의 강자다. 또한 ‘무인 편의점’, ‘무인 가게’, ‘팝업스토어’ 등 새로운 뉴 리테일은 우후죽순으로 생기고 있다. 변화가 큰 만큼, 어제의 승자가 결코 오늘의 승자가 될 수 없다. 


전통적인 소매유통에서 인터넷 e커머스가 등장했을 때, 모든 사람들은 대변혁을 예견했고, e커머스가 세상을 지배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e커머스가 소매의 본질이 아님이 증명되면서, e커머스 업체들은 다시 소매유통을 시작했다. 


저자는 뉴 리테일은 계속 변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특히 세 가지 사상이 있다고 말하는데, 첫째는 ‘진화 사상’, 둘째는 ‘본질 사상’, 셋째는 ‘시스템 사상’이다. 


우선 ‘진화 사상’은 뉴 리테일은 계속 변한다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전통 소매 유통에서 인터넷 e커머스가 등장했을 때, 이제 유통은 인터넷으로 이루어질 것이라고 생각했으나, 한계점을 드러냈다. 


비록 인터넷에는 정보의 고효율성, 빠르고, 완전하고 저렴한 장점이 있지만, 오프라인에는 정보의 ‘체험’에 있고, 보다 복잡하고, 보다 입체적이다. 


따라서 저자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은 서로 힘을 합쳐야 하는 우군이라고 강조한다. 

아마존이 온라인 사업뿐만 아니라, 오프라인 소매점(무인 점포 등)에 관심을 갖는 이유이기도 하다. 


두 번째로 ‘본질 사상’은 말 그대로 유통업의 본질을 이해하는 것이다. 


“소매유통의 본질은, ‘사람’과 ‘물건’을 연결하는 ‘장소’이며, 그 ‘장소’의 본질은, 정보의 흐름, 돈의 흐름, 물류의 다종다양한 조합이다.” - p225


중국 자동차 지리그룹의 창업자 리슈푸는 자동차 업계에 뛰어들었을 때,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심지어 그는 ‘자동차란 4개의 타이어와 2열 좌석으로 구성되는 것 아닌가!’라고 말해서 비웃음을 받았다. 


하지만 지금 그의 회사에서 판매하는 자동차는 120만대(2017년)로 판매 증가율이 60%를 넘고, 순이익도 100억 위안에 달한다고 한다. 심지어 유명한 자동차 브랜드 ‘볼보’도 인수했다. 이는 창업자가 비싼 오디오, 화려한 외관 보다는(물론 중요하지만) 자동차의 본질에 충실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시스템 사상’이다. 


저자는 레스토랑의 예를 든다. 물론 레스토랑의 오너의 입장에서는 고객에게 성심성의껏, 최고의 맛으로 승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이는 상황에 따라서 다르다고 말한다. 


특히 오피스가 많은 장소에서 월세가 비싼 레스토랑을 운영하다보면, 수익을 내기 어렵다고 말한다. 어차피 딜리버리 서비스가 많기 때문에 차라리 조금 떨어진 곳(3km)에서 주방만을 운영하면, 월세를 절약하고, 그 돈으로 음식을 더 업그레이드 할 수 있다고 말한다. 


또 다른 예는 코스트코다. 

이 곳은 기업보다는 소비자의 돈을 절약해주는 소비자의 편에 선 업체다. 매출 총이익이 아닌 회원비를 버는 곳이고, 고품질, 저가격 상품으로 각광을 받는다. 2016년 코스트코 회원 지속률은 90%, 세계 평균 88%를 자랑한다. 


알리바바는 광고비를 받고 아마존은 판매수수료를 받는다. 두 업체의 비즈니스 모델은 다르지만 소비자 측에 선 기업들이다. 아마존은 숍에게 엄격한 적격심사를 실시하고, 유저로부터 클레임을 받으면 어떠한 유명 브랜드라도 즉시 사이트에서 삭제된다. 이를 통해서 높은 제품의 품질을 유지한다. 


아마존 프라임 서비스(연회비 99달러)를 이용하면 일반적인 배송일인 3~5일보다 단축된 2일 이내에 물건을 받을 수 있다. 또한 킨들 디바이스를 통해 35만 권 이상의 전자 서적을 무료로 다운받을 수 있다. 철저하게 소비자를 위한 서비스다. 


결국 이를 비즈니스 이노베이션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이러한 이노베이션은 결국 ‘스테이크홀더’(이해관계 집단)간에 일어나는 구조다. 따라서 ‘스테이크홀더’에 대한 이해는 필수다. 나만 생각해서는 시대의 흐름을 따라갈 수 없다. 


특히 저자는 앞으로 소비자 편에 서는 기업이 유리하다고 강조한다.


“앞으로 비즈니스계에서는 갈수록 많은 소매유통 기업이 기업 편에 서서 기업을 위해 상품을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 편에 서서 사용자에게 더 조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택할 것이다. 이것은 소매 유통 업계의 큰 방향이다.” - p240


이 책은 전 세계의 유통 흐름과 뉴 리테일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다. 물론 저자가 언급한 바와 같이 뉴 리테일은 계속 변할 수 있지만, 이 책은 그 흐름을 읽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유통업이나 마케팅에 관심 있는 분들께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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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글 대신 말을 쓴다
원진주 지음 / 힘찬북스(HCbooks)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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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동안 TV에서 보거나 말로만 듣던 방송 작가의 삶이 궁금했는데, 이 책을 통해서 많이 배웠다. 


원진주 방송 작가는 2009년 방송에 입문한 11년차, 베테랑 작가이고, 다수의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이미 억대의 연봉을 받을 정도로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SBS, KBS, YTN 등 다수의 지상파와 종편 프로그램에 대해서 집필하고 있고, 특히 2013년 사회적 큰 파장이 되었던 연예 병사들의 ‘화려한 외출’ 프로그램의 작가로도 활약했다. 


저자는 ‘잡가’인지 ‘작가’인지 모를 정도로 챙겨야 할 것이 많은 현장, 아수라장을 생생하게 묘사하면서, 방송 작가의 삶에 대해서 솔직하게 얘기한다. 


제목부터 인상적이다. 

나는 ‘글’ 대신 ‘말’을 쓴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아무래도 방송은 ‘말’이 생명이기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닌가 싶다. 


구성은 5개의 챕터와 Killer Tips가 있다. 

챕터 1의 리얼 100% 방송 작가의 세계에서부터 분야별 작가의 특징, 베테랑 작가가 방송을 만드는 법, 베테랑 작가의 ‘남다른 뭔가’, 베테랑 작가의 생활 습관 등이다. 


작가는 보통 신입 작가, 입봉 서브, 서브 작가, 메인 작가를 거쳐 간다고 한다. 

신입 작가와 서브 작가는 날씨 체크부터 시작해서, 출연진 기상, 동선 체크, 소품 구매, 다과 준비, 심지어 촬영할 개집 치우기 등 모든 ‘잡일’을 하는 잡가다. 


그런데, 이러한 잡일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결코 ‘작은 역할’이 아니라고 말한다. 만약, 이러한 ‘잡일’을 체크하지 않는다면 촬영이 ‘펑크’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작가를 하려면, 많은 정보를 수집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신상털기’를 해야 한다. 

예를 들어서 어떤 사회적인 이슈가 있거나, 시사 문제에 대해서 그 원인을 찾거나, 제보자를 찾으려면 무조건 검색을 해야 한다. 예를 들어서 4일 후에 방송을 잡아도, 그 전까지 정보를 수집하고, 대본을 완성하고, 촬영, 편집 등 살인적인 스케줄을 견뎌야 한다. 숙직실에서 밤을 새는 것은 기본이라고 한다. 


저자는 이렇게 힘든 상황을 견딜 수 있었던 것은 결국 프로그램에 대한 애정이라고 단언한다. 


“나뿐만 아니라 방송 작가라면 누구나 내 프로그램에, 내 아이템에 애착을 갖기 마련이다.” - p18


특히 작가는 PD와의 관계가 중요하다. 내가 쓴 대본을 PD가 영상으로 만들고 편집하기 때문에 긴밀한 관계가 될 수밖에 없다. 저자는 남자 친구보다 PD와 보내는 시간이 많을 정도로 하나의 프로그램에 ‘올인’해야 한다. 배려를 하는 PD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기 때문에 저자는 자신만의 노하우를 터득했다. 


결국 나의 스타일을 미리 알려주고, PD의 스타일을 이해하는 것도 중요하다. 사람이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서로 일하는 스타일을 미리 공유하는 것이 좋다.” - p32


작가의 삶이 이렇게 힘들다고 하더라도 메인 작가가 되면 재택으로 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많고, 아르바이트 삼아서 출판이나 홍보 영상 관련 일도 할 수 있어서 자연스럽게 투잡도 가능하다고 말한다. 


특히 저자는 사명감으로서 삶도 강조한다. 특혜를 누리는 ‘연예사병’의 일탈을 찾기 위해서 PD, VJ와 취재를 나섰다. 방송 작가로서 잘못된 것을 바로 잡고자하는 마음이 있었다고 한다. 


“조금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이 불편함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야만 진짜 고생하면서 나라를 지키는 국군장병들에게 미안하지 않을 테니까.” - p41


방송 작가에게 중요한 부분은 섭외다. 특히 방송에 출연하는 연예인, 일반인 등의 섭외에 대한 섭외는 물론이고, 백업 플랜도 중요하다. 저자는 누구든 실수를 하고, 사고가 날 수 있기 때문에 감추려고 하지 말고, 선배와 꼭 상의를 하라고 강조한다. 


이 책은 방송 작가를 꿈꾸는 많은 분들에게 필독서라고 생각한다.

방송 작가의 삶은 결코 화려하지 않다. 밤을 새는 것은 다반사이고, 개인적인 삶을 갖기 힘들다. 하지만, 나의 프로그램을 만들고, 그것이 제작되었을 때의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다고 한다. 


또한 방송 작가를 하면 많은 것을 배운다고 한다. 자료 조사와 아이템 찾기를 하다보면 많이 공부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작가가 되기 위한 꼭 필요한 자질은 다음과 같다고 한다.

  1. 항상 호기심이 넘친다.
  2. 활동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다.
  3. 여행을 좋아한다.
  4. 어디서든 자고, 어디서든 먹을 준비가 되어 있다.


사실 4번이 조금 어려워 보인다. 


저자와 같이 사회를 변화시키는 프로그램을 만들 때는 보람이 더 클 것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나의 일에 대한 강한 애정과 열정, 그리고 사명감이 있어야 한다. 사실 방송 작가의 삶뿐만 아니라, 모든 일이 다 그렇다고 생각한다. 이 책은 보편적인 삶의 자세를 가르쳐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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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과학기술 총력전 - 근대 150년 체제의 파탄 이와나미 시리즈(이와나미문고)
야마모토 요시타카 지음, 서의동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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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근대 150년의 일본 과학기술에 대한 총 정리다. 

즉, 일본 근대의 시작인 메이지 원년 1867녀부터 2018년까지 근대 일본은 150년째가 된다. 

페리의 구노후네(흑선)로부터 후쿠시만 원전까지 짚어준다. 


목차는 총 7개 장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메이지 유신 시대에 서구의 문물을 받아들인 때부터 시작해서 제국주의와 과학, 전후 사회, 원자력 개발을 둘러싸고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저자는 공대를 졸업해서 박사 과정을 중퇴했고, 과학사를 연구했기 때문에 일본 과학의 발전을 역사적인 측면에서 잘 분석했다. 저자는 일본이 근대 문물을 받아들을 때, 서구 근대의 민주주의와 인권 등 정치, 사회사상은 충분히 중시하지 않은 채 천황제 국가로 나아갔다고 다소 비판적인 이야기를 한다. 


사실 그가 말한 대로 서구 과학기술을 탐욕스럽게 흡수하면서, 공업화와 근대화를 성취해서 20세기 전반 제국주의 열강 대열에 합류했지만 결국 아시아, 태평양 전쟁의 패배로 좌절하고 만다. 


비록 전후 새 헌법 아래 경제대국으로 부활했지만, 전후도 열강주의, 대국주의의 ‘내셔널리즘’에 이끌려서 경제 성장을 이끌어 왔다고 말한다. 즉, 경제성장과 경제력 확대의 미명하에 국력 증진을 우선시하고, 열강주의를 뒷받침해온 과학기술의 ‘무비판적 신뢰와 무조건적인 예찬’이 문제였다고 지적한다. 


“일본의 근대화는 산업 근대화, 공업화인 동시에 군의 근대화, 서구화였다.” - p73


물론 페리가 이끄는 동인도함대, 즉 구로후네(흑선)에 의해서 ‘동력의 혁명’을 이끌고, 이것이 결국은 에너지혁명을 이루게 되었다. 이러한 에너지 혁명은 열과 전기뿐만 아니라, 운송, 통신, 조명 등의 혁명을 이끌었다.


1852년 도사번의 요시다 도요는 서구 과학 문물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기록했다.


“대전함과 대포를 보면 그 훌륭한 스피드는 바람이나 벼락과도 같다. 이를 보면 영국인의 고안이 얼마나 정밀한지를 알 수 있다. 종래 지나인(중국인)은 속세에 맹종하고 옛것에 얽매여 자신을 터무니없이 존대하게 여길 뿐 다른 이의 장점을 수용해 스스로의 단점을 보완하려는 마음을 가지 못했다.” - p19


특히 후쿠자와 유키치라는 계몽가는 인류는 ‘야만’ -> ‘반개’ -> ‘문명’으로 진보해가기 때문에 서구의 국가와 같이 ‘문명’ 상태에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물론 초기 방직 공업을 발전시키면서, 일본은 세계 최초로 주야 2교대제를 시행하면서 생산성을 극대화했다. 당연히 많은 여직공들은 혹사당하고, 고생을 할 수밖에 없었다. 


“노동의 가혹함을 못 견뎌 도망치더라도 고향에 돌아갈 여비도 없이 작부나 창기로 전락하는 일이 많았고, 귀향해도 결핵을 앓다 죽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메이지 말기에는 여공의 결핵이 사회문제가 됐던 것이다” - p121


이러한 희생을 통해서 일본의 방직 산업을 1800년대 말 발전하면서 수입보다 수출량이 늘게 된다. 결국 에너지혁명을 통해서 중공업, 기계공업, 화학공업 등 근대화를 이루게 되었지만, 이러한 혁명이 나중에 군부에 이한 군수공업으로 이루어지는 부작용을 낳게 된다. 산업의 혁명은 좋았지만, 부국강병이 문제였다. 


이러한 에너지혁명으로 에도 시대 후반, 일본의 인구는 약 3,000만 명에서 1960년대 말 1억 명, 2010년경 1억2,800만 명으로 정점을 찍고 감소한다. 


문제는 이렇게 에너지와 함께 발전한 산업은 저출산을 맞이하면서 변화가 필요했지만, 그 변화의 흐름을 잘 따라가지 못하면서 원전 사고도 발생하게 되었다. 에너지 소비 확대에만 주력하던 나머지 저자는 ‘폭주’했다고 하고, 생산력 증대만이 답이 아니라고 한다. 특히 원자력발전은 대국의 위상과 더불어 잠재적 군사력이라는 정치적, 외교적 의미도 갖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러한 국가 주도의 산업은 1960년대 말 4대 공해 소송으로 이끌어졌다고 말한다. 즉, 산업 발전과 근대화의 미명하에 농어민의 희생과 공동체 해체, 자연환경 파괴 위에 진행되었다고 비판한다. 


저자는 이러한 과학기술이 잘못 사용된 예로 베트남 전에 대해서도 비판을 가한다. 즉, 최첨단 과학기술이 동원되어서 빈곤한 베트남 촌락을 파괴하고 민중의 목숨을 빼앗았다고 말한다. 


저자는 완곡하게 표현하지만, 메이지 유신 이후의 성장 위주의 에너지 혁명은 이제 한계에 달했다고 주장한다. ‘대국주의 내셔널리즘’에 의한 일본의 근대화도 이제는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한다. 


“대국주의 내셔널리즘과 결합한 과학기술 진보에 기반을 두어 생산력을 증강하고 경제성장을 추구해온 근대 일본 150년의 흐름과 결별해야 할 때가 온 것이다.” - p392


그 동안 우리는 19세기 후반에 제창된 과학기술에 매료되었다. 

즉, 자연은 합리적으로 이해할 수 있고, 인간정신으로 무한하기 때문에 과학으로 해명할 수 없다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절대적 신뢰를 갖고 있었다.


인류의 역사상 대부분은 자연을 두려워했으나, 자연을 정복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갖게 되었다. 하지만, 21세기를 넘어서면서, 우리는 우리가 믿는 과학의 한계를 느끼기 시작했고, 자연이 갖고 있는 무한한 가능성과 위대함을 더 느끼게 되었다. 


이 책은 일본 과학 역사에 대해서 비교적 쉽게 잘 설명을 한다. 쉽게 그리고 재미있게 읽히는 것이 장점이다. 또한 단순히 일본의 과학 역사뿐만 아니라, 근대 과학을 이해할 수 있는 역사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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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생이 꼭 읽어야 할 한국단편소설 45
김동인 외 지음, 오대교.조정회 외 엮음 / 생각뿔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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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아버지 서재에 오래된 한국단편소설집이 있었다. 

그 책을 통해서 김동인, 김유정, 나도향, 이효석, 황순원 작가 등의 작품을 접했다. 당시에는 세로로 된 글과 한자도 섞여 있어서 읽기가 쉽지는 않았다. 


그런데, 이렇게 한 권의 책으로 엮어져 있고, 군데군데 그림도 있어서 가독성이 좋다. 또한 어려운 용어는 친절하게 각주로 설명을 해줘서 더욱 이해도를 높여준다. 


사실 이 책을 선택한 이유는 아이들을 위해서였다. 

우선 한 권에 무려 45편의 한국단편소설을 담고 있고, 서울대 출신 수능 만점 선생님이 짚어 주는 포인트도 있다고 하니 일석이조의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책의 목차는 작가들의 이름을 가나다순으로 나열해서 찾기가 더욱 편하다. 

작가는 김동인 작가부터 시작해서 총 22명 작가의 대표 작품들이다. 


막상 이 책을 읽어보니, 좋은 점이 여러 가지 있었다. 


첫째는 작가들에 대한 프로필이다. 내가 좋아하는 작가들에 대한 프로필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어서 작가들의 성장 배경, 그리고 세계관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


둘째는 ‘미리 들여다보는 인물 X 파일’이다. 

이를 통해서 주인공들의 관계와 대결 구도 등을 미리 확인할 수 있었다. 


셋째는 주요 문장에 대한 ‘수능 만점 선생님’의 포인트 강의다. 

예를 들어서 김동인 작가의 소설 《감자》에서 ‘복녀는 자랑스러운 듯이 대답하였다’에 대해서 선생님은 ‘도덕성을 완전히 결여한 복년의 모습이야’라고 설명한다. 


물론 이렇게 각 포인트에 대한 설명이 일반 독자 입장에서 글을 읽는 흐름을 방해할 수도 있지만, 작품의 이해도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되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소설이 끝난 후 작가, 작품에 대한 요약도 소설을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준다. 덤으로 ‘내신, 수능 만점 키우기’에서 이 소설에 대한 예상 문제도 한 번 풀어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일반 독자는 문제를 풀어볼 필요는 없지만, 그래도 재미삼아 학창시절로 돌아가는 느낌도 괜찮은 것 같다. 


지금도 기억에 남는 소설은 김동인 작가의 《감자》, 《배따라기》, 이효석 작가의 《메밀꽃 필 무렵》, 주요섭 작가의 《사랑손님과 어머니》, 현진건 작가의 《B사감과 러브레터》, 《운수 좋은 날》, 황순원 작가의 《별》, 《소나기》다.


사실 대부분이 일제 강점기에 활동하던 작가들이기 때문에 더욱 더 서민들의 고달픈 애환을 다뤘다. 그 당시에는 왜 이렇게 한과 슬픔이 많았는지 모르겠다. 


김동인 작가는 평안남도 평양 출신으로 일본 메이지 학원 중학부를 졸업해서, 가와바타 미술 학교를 중퇴했다. 최초의 문예 동인지인〈창조〉를 창간한 인물로서 뛰어난 문예적인 능력을 발휘한 인물이다. 안타까운 것은 일제에 대한 충성심을 보이려고 노력했고, 광복 후에도 잘못을 뉘우치지 않고, 자신의 행위를 정당화하는 글을 발표하기도 했다.


그가 소설《감자》에 묘사한 복녀의 타락한 삶은 무능한 남편의 잘못도 있지만 당시 민중들의 삶이 이렇게 피폐할 수밖에 없는 원인에 대한 언급이 없다는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무능한 정부와 일제의 수탈을 묘사하기 힘든 사회적인 분위기라는 것은 이해가 되지만 말이다. 그의 소설《배따라기》는 1인칭 관찰자 시점인데, 안타까운 이야기를 다룬다. 형제간의 오해에서 비롯된 사연이 애달프기만 하다. 


“그는 다시 한 번 나를 위하여 배따라기를 불렀다. 아아, 그 속에 잠겨 있는 삭이지 못할 뉘우치, 바다에 대한 애처로운 그리움!” - p43


작가의 고향이 평양이기 때문인지, 평양 사투리가 많이 나온다는 점도 미처 몰랐던 부분이다. 그는 1930년대 초 발표한 《붉은 산》을 통해서 일제치하를 피해 만주에 살던 민족의 고난을 묘사했다. 그런데, 1930년대 말부터 친일로 돌아섰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그의 작품 《광염소나타》를 좋아했는데, 아무래도 내용이 지나치게 탐미주의라서 이 책에는 실리지 않은 것 같다. 


김유정 작가는《금 따는 콩밭》소설을 통해서 당시 농촌의 현실을 여실히 드러낸다. 수재는 노다지를 찾을 수 있다며 주인공 영식을 꼬드겨서 멀쩡한 밭을 파헤치게 된다. 결국 금은 나오지 않고, 이들과 영식의 아내의 갈등은 고조된다. 당시 농촌에서 한탕주의가 만연한 세태를 풍자한 소설이지만 그 만큼 이들의 삶이 고달팠다는 것을 반증한다. 


또한 김유정 작가의 작품 중에서《동백꽃》이라는 작품이 마음에 든다. 시골 남녀의 순박한 사랑을 다루는데, ‘나’와 점순이에 대한 갈등과 해소, 심리 묘사가 탁월하다. 특히 동백꽃이 주는 서정적인 분위기와 화해, 사랑의 메시지가 마음에 든다. 


“뭣에 떠다밀렸는지 나의 어깨를 짚은 채 그대로 퍽 쓰러진다. 그 바람에 나의 몸뚱이도 겹쳐서 쓰러지며 한창 피어 퍼드러진 노란 동백꽃 속으로 푹 파묻혀 버렸다.” - p89


이렇게 풍자와 해학, 그리고 서정적인 묘사를 잘하는 김유정 작가는 29세의 나이에 결핵으로 요절했다. 일제 식민지 시대의 우울한 현실을 해학적으로 묘사해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았다. 


이 외에도 나도향 작가, 박완서 작가, 심훈 작가 등의 글도 인상 깊게 잘 읽었다. 

예전에 읽었던 책들도 있고, 이번에 새롭게 알게 된 내용도 있다. 

45편의 단편 소설은 꼭 한 번 읽어볼만한 책이다. 학생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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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아와 이드는 프로이트 이전부터 동양에 있었다 - 서양심리학 vs 동양심리학
진혁일 지음 / 보민출판사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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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 책은 프로이트, 융, 이허중, 서자평, 유기, 심효첨 등 동서양 천재 학자들의 인간 탐구와 정신 분석이 집대성된 심리학의 대향연이다. 


‘자아’는 일반적으로 의식하고 인식하는 정신의 중심으로, 의식의 상당 부분을 담당하고, ‘이드’는 영어로 ‘it’인데 미지의 힘인데, 온갖 욕망의 대변자이다. 초자아는 자아에서 분화된 것으로 양심, 도덕, 사회적, 규범 등을 말한다. 결국 우리의 의식과 무의식을 형성하는 자아와 이드에 대한 얘기를 서양과 동양심리학으로 설명하는 책이다. 


저자는 컬럼비아 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현재 사업가로 활동 중이다. 스스로 서양심리학과 동양심리학을 비롯해 철학, 역사, 종교, 문학 등 다양한 공부에 심취했다. 즉, 적극적인 자기 주도 학습을 통해서 삶의 이치를 깨달았다. 


책은 총 3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은 서양심리학 개론, 2장은 동양심리학 개론, 3장은 화성기위다. 

여기에서 화성기위(化性起僞)는 본성을 변화시켜 인위를 일으킨다는 의미로 ‘성악설’을 주장한 순자의 철학이다. 어떻게 보면, ‘자기계발’과 가장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본성이란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아니지만 변화시킬 수는 있다. 풍속과 습관이 본성을 변화시키기 때문이다.” - 순자 〈순자〉「예론」


흥미로운 것은 이상주의자였던 공자와 맹자는 완벽한 성군이었던 요임금과 순임금과 같은 선왕(先王)을 본받을 것이라고 강조한 반면, 현실주의자였던 순자는 후대의 사람들인 주나라의 문왕과 무왕, 주공인 후왕(後王)을 본받을 것을 강조했다. 


이에 대해서 저자의 해석이 흥미롭다. 


“부자를 따라하는 과정 역시 마찬가지이다. 거시적으로는 정주영, 이병철, 이건희 같은 초일류 기업가들을 본받도록 노력해야 하지만, 미시적으로는 혹은 우선은 내 위치, 내 규모, 내 업종, 내 상황과 가장 비슷한 환경에서 성공한 사람들을 본받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 p428


이렇게 자신의 변화와 발전을 통해서 인생을 개척하는 것에 대해서 많은 철학자들과 위인들은 언급한다. 아우구스투스도 선천적으로 겁이 매우 많은 사람이었지만 노력해서 용기 있는 사람이 되었다고 한다. 


저자는 인류 역사에 영향을 끼친 책 중에서 세 권을 꼽았는데, 코페르니쿠스의 〈천구의 회전에 관하여〉, 찰스 다윈의〈종의 기원에 관하여〉, 지그문트 프로이트의 〈꿈의 해석〉이 그것이다. 특히〈지동설〉과 〈진화론〉은 우주와 자연을 다룬 역작으로 인류의 문명사에 큰 획을 그었다. 프로이트의 책은 의식과 무의식, 자아 등을 다루어서 현대 심리학의 근본 골격을 해석했다. 


그런데, 한 가지 이슈를 제기했다. 과학 분야에서 동양에서는 기념비적인 저서가 없는 반면, 적어도 인간을 탐구하는 철학은 동양에서 일찍이 연구한 분야라는 것이다. 사실 《논어》,《맹자》,《노자》뿐만 아니라 《사기》,《손자병법》등을 읽어보면 인간의 도덕성뿐만 아니라, 철학, 심리를 다룬다. 


즉, 저자가 언급한 바와 같이 동양에서 수천 년간 연구해온 학문의 99% 이상이 인간에 대한 탐구였다. 따라서 인간 심리를 다루는 데 탁월한 동양 철학을 이해해야 인간에 대한 이해도를 더욱 높일 수 있다고 주장하고, 나도 그 점에 대해서 동의한다. 


먼저 무의식을 주창한 프로이트에 대한 이야기다. 프로이트는 무의식을 이끌어내기 위해서 환자 자신이 자유롭게 말하도록 시켰고, 이를 자유연상 기법이라고 한다. 이것이 현대 심리학에서 정신분석학이 탄생한 것이라고 정의한다. 


하지만 결국 사람은 자신의 수치스러운 기억이나 고통, 기억은 끝까지 얘기를 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그는 《꿈의 해석》이라는 책을 출간해 꿈을 통해 인간의 무의식에 접근할 수 있다고 했다. 특히 그가 주장하는 ‘인간의 어떤 행동도 우연에 의한 것은 없다’는 말이 이해가 간다. 


우리가 누군가에게 보이는 호감, 비호감, 때로는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은 결국 무의식에 의한 것일 수 있다. 그런데 결국 우리가 행하는 사소한 행동은 ‘과거의 그 어떤 경험에 근원적인 원인’이 있다. 우리의 과거 기억이 ‘무의식’을 형성하는 것이다. 


결국 나의 무의식을 바꾸려면 과거의 기억을 인지하고 바꿔야한다. 누구를 원망한다면 용서해야 하고, 무서운 기억이 있다면, 이를 치유해야 한다. 


프로이트는 인간의 모든 정신적, 외적 활동에는 삶의 욕동(욕망의 원초적 개념)과 죽음의 욕동인 타나토스가 기반이 된다고 한다. 삶의 욕동은 육체적으로 아름다워지고 싶고, 사랑받기를 원하는 등의 후천적인 욕구다. 죽음의 욕동은 누군가를 파괴하고자 하는 공격적 욕망을 말한다. 우리 사회에 많은 이들이 결국 이러한 리비도와 타나토스를 갖고 살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리비도와 타나토스가 과할 때다. 이러할 경우 남을 해하거나 자신을 파괴시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의 이론은 이후에 21세기 미국 심리학자인 에이브러햄 매슬로에 의해서 총 5단계의 욕구로 정의되었다. 1단계, 생리적 욕구, 2단계, 안전 욕구, 3단계, 소속 및 애정 욕구, 4단계, 존경 욕구, 5단계, 자아실현 욕구. 이를 욕구계층이론이라고 한다. 


프로이트는 무의식 뿐만 아니라, 의식과 전의식, 무의식을 빙산에 비유해서 수면 위로 드러난 빙산의 일각은 우리의 의식이고, 수면 아래에 잠재한 커다란 빙산을 무의식이라고 한다. 그의 심리학을 계승해서 발전시키는 것이 융이고, 그는 분석심리학을 창시했다. 


결국 서양심리학은 경험과학의 관점이고, 동양심리학은 자연과학의 관점이라고 한다. 

동양심리학에서 인간의 성격과 심리는 지구의 자전과 공전 상태, 즉 천문 보편적으로 발생한다. 여기에 개인의 후천적 경험이 가미돼 그 사람의 성격과 심리가 형성된다. 동양철학의 한 기둥인 주역이나 사주를 생각하면 된다. 


저자는 이 책의 90%가 동양철학과 서양철학을 비교하고 분석하는 내용이라고 하나, 엄연히 자기계발서라고 강조한다. 그리고 이 책을 통해서 단순한 호기심이 아니라, 나의 운명을 개척하고 보다 나은 미래로 가기 위함이다. 


“우리가 시간과 노력을 들여 인간의 정신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탐구하는 이유도 결국엔 우리 자신들의 인생을 보다 가치 있게 개척해 나가기 위함이 아닐까.” 


책의 내용이 쉽지는 않다. 아무래도 다양한 철학 분야를 한 번에 녹여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래도 서양과 동양 철학을 접목하려는 저자의 시도는 신선하다고 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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