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아와 이드는 프로이트 이전부터 동양에 있었다 - 서양심리학 vs 동양심리학
진혁일 지음 / 보민출판사 / 2019년 8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프로이트, 융, 이허중, 서자평, 유기, 심효첨 등 동서양 천재 학자들의 인간 탐구와 정신 분석이 집대성된 심리학의 대향연이다. 


‘자아’는 일반적으로 의식하고 인식하는 정신의 중심으로, 의식의 상당 부분을 담당하고, ‘이드’는 영어로 ‘it’인데 미지의 힘인데, 온갖 욕망의 대변자이다. 초자아는 자아에서 분화된 것으로 양심, 도덕, 사회적, 규범 등을 말한다. 결국 우리의 의식과 무의식을 형성하는 자아와 이드에 대한 얘기를 서양과 동양심리학으로 설명하는 책이다. 


저자는 컬럼비아 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현재 사업가로 활동 중이다. 스스로 서양심리학과 동양심리학을 비롯해 철학, 역사, 종교, 문학 등 다양한 공부에 심취했다. 즉, 적극적인 자기 주도 학습을 통해서 삶의 이치를 깨달았다. 


책은 총 3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은 서양심리학 개론, 2장은 동양심리학 개론, 3장은 화성기위다. 

여기에서 화성기위(化性起僞)는 본성을 변화시켜 인위를 일으킨다는 의미로 ‘성악설’을 주장한 순자의 철학이다. 어떻게 보면, ‘자기계발’과 가장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본성이란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아니지만 변화시킬 수는 있다. 풍속과 습관이 본성을 변화시키기 때문이다.” - 순자 〈순자〉「예론」


흥미로운 것은 이상주의자였던 공자와 맹자는 완벽한 성군이었던 요임금과 순임금과 같은 선왕(先王)을 본받을 것이라고 강조한 반면, 현실주의자였던 순자는 후대의 사람들인 주나라의 문왕과 무왕, 주공인 후왕(後王)을 본받을 것을 강조했다. 


이에 대해서 저자의 해석이 흥미롭다. 


“부자를 따라하는 과정 역시 마찬가지이다. 거시적으로는 정주영, 이병철, 이건희 같은 초일류 기업가들을 본받도록 노력해야 하지만, 미시적으로는 혹은 우선은 내 위치, 내 규모, 내 업종, 내 상황과 가장 비슷한 환경에서 성공한 사람들을 본받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 p428


이렇게 자신의 변화와 발전을 통해서 인생을 개척하는 것에 대해서 많은 철학자들과 위인들은 언급한다. 아우구스투스도 선천적으로 겁이 매우 많은 사람이었지만 노력해서 용기 있는 사람이 되었다고 한다. 


저자는 인류 역사에 영향을 끼친 책 중에서 세 권을 꼽았는데, 코페르니쿠스의 〈천구의 회전에 관하여〉, 찰스 다윈의〈종의 기원에 관하여〉, 지그문트 프로이트의 〈꿈의 해석〉이 그것이다. 특히〈지동설〉과 〈진화론〉은 우주와 자연을 다룬 역작으로 인류의 문명사에 큰 획을 그었다. 프로이트의 책은 의식과 무의식, 자아 등을 다루어서 현대 심리학의 근본 골격을 해석했다. 


그런데, 한 가지 이슈를 제기했다. 과학 분야에서 동양에서는 기념비적인 저서가 없는 반면, 적어도 인간을 탐구하는 철학은 동양에서 일찍이 연구한 분야라는 것이다. 사실 《논어》,《맹자》,《노자》뿐만 아니라 《사기》,《손자병법》등을 읽어보면 인간의 도덕성뿐만 아니라, 철학, 심리를 다룬다. 


즉, 저자가 언급한 바와 같이 동양에서 수천 년간 연구해온 학문의 99% 이상이 인간에 대한 탐구였다. 따라서 인간 심리를 다루는 데 탁월한 동양 철학을 이해해야 인간에 대한 이해도를 더욱 높일 수 있다고 주장하고, 나도 그 점에 대해서 동의한다. 


먼저 무의식을 주창한 프로이트에 대한 이야기다. 프로이트는 무의식을 이끌어내기 위해서 환자 자신이 자유롭게 말하도록 시켰고, 이를 자유연상 기법이라고 한다. 이것이 현대 심리학에서 정신분석학이 탄생한 것이라고 정의한다. 


하지만 결국 사람은 자신의 수치스러운 기억이나 고통, 기억은 끝까지 얘기를 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그는 《꿈의 해석》이라는 책을 출간해 꿈을 통해 인간의 무의식에 접근할 수 있다고 했다. 특히 그가 주장하는 ‘인간의 어떤 행동도 우연에 의한 것은 없다’는 말이 이해가 간다. 


우리가 누군가에게 보이는 호감, 비호감, 때로는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은 결국 무의식에 의한 것일 수 있다. 그런데 결국 우리가 행하는 사소한 행동은 ‘과거의 그 어떤 경험에 근원적인 원인’이 있다. 우리의 과거 기억이 ‘무의식’을 형성하는 것이다. 


결국 나의 무의식을 바꾸려면 과거의 기억을 인지하고 바꿔야한다. 누구를 원망한다면 용서해야 하고, 무서운 기억이 있다면, 이를 치유해야 한다. 


프로이트는 인간의 모든 정신적, 외적 활동에는 삶의 욕동(욕망의 원초적 개념)과 죽음의 욕동인 타나토스가 기반이 된다고 한다. 삶의 욕동은 육체적으로 아름다워지고 싶고, 사랑받기를 원하는 등의 후천적인 욕구다. 죽음의 욕동은 누군가를 파괴하고자 하는 공격적 욕망을 말한다. 우리 사회에 많은 이들이 결국 이러한 리비도와 타나토스를 갖고 살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리비도와 타나토스가 과할 때다. 이러할 경우 남을 해하거나 자신을 파괴시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의 이론은 이후에 21세기 미국 심리학자인 에이브러햄 매슬로에 의해서 총 5단계의 욕구로 정의되었다. 1단계, 생리적 욕구, 2단계, 안전 욕구, 3단계, 소속 및 애정 욕구, 4단계, 존경 욕구, 5단계, 자아실현 욕구. 이를 욕구계층이론이라고 한다. 


프로이트는 무의식 뿐만 아니라, 의식과 전의식, 무의식을 빙산에 비유해서 수면 위로 드러난 빙산의 일각은 우리의 의식이고, 수면 아래에 잠재한 커다란 빙산을 무의식이라고 한다. 그의 심리학을 계승해서 발전시키는 것이 융이고, 그는 분석심리학을 창시했다. 


결국 서양심리학은 경험과학의 관점이고, 동양심리학은 자연과학의 관점이라고 한다. 

동양심리학에서 인간의 성격과 심리는 지구의 자전과 공전 상태, 즉 천문 보편적으로 발생한다. 여기에 개인의 후천적 경험이 가미돼 그 사람의 성격과 심리가 형성된다. 동양철학의 한 기둥인 주역이나 사주를 생각하면 된다. 


저자는 이 책의 90%가 동양철학과 서양철학을 비교하고 분석하는 내용이라고 하나, 엄연히 자기계발서라고 강조한다. 그리고 이 책을 통해서 단순한 호기심이 아니라, 나의 운명을 개척하고 보다 나은 미래로 가기 위함이다. 


“우리가 시간과 노력을 들여 인간의 정신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탐구하는 이유도 결국엔 우리 자신들의 인생을 보다 가치 있게 개척해 나가기 위함이 아닐까.” 


책의 내용이 쉽지는 않다. 아무래도 다양한 철학 분야를 한 번에 녹여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래도 서양과 동양 철학을 접목하려는 저자의 시도는 신선하다고 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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