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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과학기술 총력전 - 근대 150년 체제의 파탄 ㅣ 이와나미 시리즈(이와나미문고)
야마모토 요시타카 지음, 서의동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9년 6월
평점 :
이 책은 근대 150년의 일본 과학기술에 대한 총 정리다.
즉, 일본 근대의 시작인 메이지 원년 1867녀부터 2018년까지 근대 일본은 150년째가 된다.
페리의 구노후네(흑선)로부터 후쿠시만 원전까지 짚어준다.
목차는 총 7개 장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메이지 유신 시대에 서구의 문물을 받아들인 때부터 시작해서 제국주의와 과학, 전후 사회, 원자력 개발을 둘러싸고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저자는 공대를 졸업해서 박사 과정을 중퇴했고, 과학사를 연구했기 때문에 일본 과학의 발전을 역사적인 측면에서 잘 분석했다. 저자는 일본이 근대 문물을 받아들을 때, 서구 근대의 민주주의와 인권 등 정치, 사회사상은 충분히 중시하지 않은 채 천황제 국가로 나아갔다고 다소 비판적인 이야기를 한다.
사실 그가 말한 대로 서구 과학기술을 탐욕스럽게 흡수하면서, 공업화와 근대화를 성취해서 20세기 전반 제국주의 열강 대열에 합류했지만 결국 아시아, 태평양 전쟁의 패배로 좌절하고 만다.
비록 전후 새 헌법 아래 경제대국으로 부활했지만, 전후도 열강주의, 대국주의의 ‘내셔널리즘’에 이끌려서 경제 성장을 이끌어 왔다고 말한다. 즉, 경제성장과 경제력 확대의 미명하에 국력 증진을 우선시하고, 열강주의를 뒷받침해온 과학기술의 ‘무비판적 신뢰와 무조건적인 예찬’이 문제였다고 지적한다.
“일본의 근대화는 산업 근대화, 공업화인 동시에 군의 근대화, 서구화였다.” - p73
물론 페리가 이끄는 동인도함대, 즉 구로후네(흑선)에 의해서 ‘동력의 혁명’을 이끌고, 이것이 결국은 에너지혁명을 이루게 되었다. 이러한 에너지 혁명은 열과 전기뿐만 아니라, 운송, 통신, 조명 등의 혁명을 이끌었다.
1852년 도사번의 요시다 도요는 서구 과학 문물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기록했다.
“대전함과 대포를 보면 그 훌륭한 스피드는 바람이나 벼락과도 같다. 이를 보면 영국인의 고안이 얼마나 정밀한지를 알 수 있다. 종래 지나인(중국인)은 속세에 맹종하고 옛것에 얽매여 자신을 터무니없이 존대하게 여길 뿐 다른 이의 장점을 수용해 스스로의 단점을 보완하려는 마음을 가지 못했다.” - p19
특히 후쿠자와 유키치라는 계몽가는 인류는 ‘야만’ -> ‘반개’ -> ‘문명’으로 진보해가기 때문에 서구의 국가와 같이 ‘문명’ 상태에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물론 초기 방직 공업을 발전시키면서, 일본은 세계 최초로 주야 2교대제를 시행하면서 생산성을 극대화했다. 당연히 많은 여직공들은 혹사당하고, 고생을 할 수밖에 없었다.
“노동의 가혹함을 못 견뎌 도망치더라도 고향에 돌아갈 여비도 없이 작부나 창기로 전락하는 일이 많았고, 귀향해도 결핵을 앓다 죽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메이지 말기에는 여공의 결핵이 사회문제가 됐던 것이다” - p121
이러한 희생을 통해서 일본의 방직 산업을 1800년대 말 발전하면서 수입보다 수출량이 늘게 된다. 결국 에너지혁명을 통해서 중공업, 기계공업, 화학공업 등 근대화를 이루게 되었지만, 이러한 혁명이 나중에 군부에 이한 군수공업으로 이루어지는 부작용을 낳게 된다. 산업의 혁명은 좋았지만, 부국강병이 문제였다.
이러한 에너지혁명으로 에도 시대 후반, 일본의 인구는 약 3,000만 명에서 1960년대 말 1억 명, 2010년경 1억2,800만 명으로 정점을 찍고 감소한다.
문제는 이렇게 에너지와 함께 발전한 산업은 저출산을 맞이하면서 변화가 필요했지만, 그 변화의 흐름을 잘 따라가지 못하면서 원전 사고도 발생하게 되었다. 에너지 소비 확대에만 주력하던 나머지 저자는 ‘폭주’했다고 하고, 생산력 증대만이 답이 아니라고 한다. 특히 원자력발전은 대국의 위상과 더불어 잠재적 군사력이라는 정치적, 외교적 의미도 갖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러한 국가 주도의 산업은 1960년대 말 4대 공해 소송으로 이끌어졌다고 말한다. 즉, 산업 발전과 근대화의 미명하에 농어민의 희생과 공동체 해체, 자연환경 파괴 위에 진행되었다고 비판한다.
저자는 이러한 과학기술이 잘못 사용된 예로 베트남 전에 대해서도 비판을 가한다. 즉, 최첨단 과학기술이 동원되어서 빈곤한 베트남 촌락을 파괴하고 민중의 목숨을 빼앗았다고 말한다.
저자는 완곡하게 표현하지만, 메이지 유신 이후의 성장 위주의 에너지 혁명은 이제 한계에 달했다고 주장한다. ‘대국주의 내셔널리즘’에 의한 일본의 근대화도 이제는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한다.
“대국주의 내셔널리즘과 결합한 과학기술 진보에 기반을 두어 생산력을 증강하고 경제성장을 추구해온 근대 일본 150년의 흐름과 결별해야 할 때가 온 것이다.” - p392
그 동안 우리는 19세기 후반에 제창된 과학기술에 매료되었다.
즉, 자연은 합리적으로 이해할 수 있고, 인간정신으로 무한하기 때문에 과학으로 해명할 수 없다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절대적 신뢰를 갖고 있었다.
인류의 역사상 대부분은 자연을 두려워했으나, 자연을 정복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갖게 되었다. 하지만, 21세기를 넘어서면서, 우리는 우리가 믿는 과학의 한계를 느끼기 시작했고, 자연이 갖고 있는 무한한 가능성과 위대함을 더 느끼게 되었다.
이 책은 일본 과학 역사에 대해서 비교적 쉽게 잘 설명을 한다. 쉽게 그리고 재미있게 읽히는 것이 장점이다. 또한 단순히 일본의 과학 역사뿐만 아니라, 근대 과학을 이해할 수 있는 역사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