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중고생이 꼭 읽어야 할 한국단편소설 45
김동인 외 지음, 오대교.조정회 외 엮음 / 생각뿔 / 2019년 8월
평점 :
예전 아버지 서재에 오래된 한국단편소설집이 있었다.
그 책을 통해서 김동인, 김유정, 나도향, 이효석, 황순원 작가 등의 작품을 접했다. 당시에는 세로로 된 글과 한자도 섞여 있어서 읽기가 쉽지는 않았다.
그런데, 이렇게 한 권의 책으로 엮어져 있고, 군데군데 그림도 있어서 가독성이 좋다. 또한 어려운 용어는 친절하게 각주로 설명을 해줘서 더욱 이해도를 높여준다.
사실 이 책을 선택한 이유는 아이들을 위해서였다.
우선 한 권에 무려 45편의 한국단편소설을 담고 있고, 서울대 출신 수능 만점 선생님이 짚어 주는 포인트도 있다고 하니 일석이조의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책의 목차는 작가들의 이름을 가나다순으로 나열해서 찾기가 더욱 편하다.
작가는 김동인 작가부터 시작해서 총 22명 작가의 대표 작품들이다.
막상 이 책을 읽어보니, 좋은 점이 여러 가지 있었다.
첫째는 작가들에 대한 프로필이다. 내가 좋아하는 작가들에 대한 프로필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어서 작가들의 성장 배경, 그리고 세계관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
둘째는 ‘미리 들여다보는 인물 X 파일’이다.
이를 통해서 주인공들의 관계와 대결 구도 등을 미리 확인할 수 있었다.
셋째는 주요 문장에 대한 ‘수능 만점 선생님’의 포인트 강의다.
예를 들어서 김동인 작가의 소설 《감자》에서 ‘복녀는 자랑스러운 듯이 대답하였다’에 대해서 선생님은 ‘도덕성을 완전히 결여한 복년의 모습이야’라고 설명한다.
물론 이렇게 각 포인트에 대한 설명이 일반 독자 입장에서 글을 읽는 흐름을 방해할 수도 있지만, 작품의 이해도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되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소설이 끝난 후 작가, 작품에 대한 요약도 소설을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준다. 덤으로 ‘내신, 수능 만점 키우기’에서 이 소설에 대한 예상 문제도 한 번 풀어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일반 독자는 문제를 풀어볼 필요는 없지만, 그래도 재미삼아 학창시절로 돌아가는 느낌도 괜찮은 것 같다.
지금도 기억에 남는 소설은 김동인 작가의 《감자》, 《배따라기》, 이효석 작가의 《메밀꽃 필 무렵》, 주요섭 작가의 《사랑손님과 어머니》, 현진건 작가의 《B사감과 러브레터》, 《운수 좋은 날》, 황순원 작가의 《별》, 《소나기》다.
사실 대부분이 일제 강점기에 활동하던 작가들이기 때문에 더욱 더 서민들의 고달픈 애환을 다뤘다. 그 당시에는 왜 이렇게 한과 슬픔이 많았는지 모르겠다.
김동인 작가는 평안남도 평양 출신으로 일본 메이지 학원 중학부를 졸업해서, 가와바타 미술 학교를 중퇴했다. 최초의 문예 동인지인〈창조〉를 창간한 인물로서 뛰어난 문예적인 능력을 발휘한 인물이다. 안타까운 것은 일제에 대한 충성심을 보이려고 노력했고, 광복 후에도 잘못을 뉘우치지 않고, 자신의 행위를 정당화하는 글을 발표하기도 했다.
그가 소설《감자》에 묘사한 복녀의 타락한 삶은 무능한 남편의 잘못도 있지만 당시 민중들의 삶이 이렇게 피폐할 수밖에 없는 원인에 대한 언급이 없다는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무능한 정부와 일제의 수탈을 묘사하기 힘든 사회적인 분위기라는 것은 이해가 되지만 말이다. 그의 소설《배따라기》는 1인칭 관찰자 시점인데, 안타까운 이야기를 다룬다. 형제간의 오해에서 비롯된 사연이 애달프기만 하다.
“그는 다시 한 번 나를 위하여 배따라기를 불렀다. 아아, 그 속에 잠겨 있는 삭이지 못할 뉘우치, 바다에 대한 애처로운 그리움!” - p43
작가의 고향이 평양이기 때문인지, 평양 사투리가 많이 나온다는 점도 미처 몰랐던 부분이다. 그는 1930년대 초 발표한 《붉은 산》을 통해서 일제치하를 피해 만주에 살던 민족의 고난을 묘사했다. 그런데, 1930년대 말부터 친일로 돌아섰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그의 작품 《광염소나타》를 좋아했는데, 아무래도 내용이 지나치게 탐미주의라서 이 책에는 실리지 않은 것 같다.
김유정 작가는《금 따는 콩밭》소설을 통해서 당시 농촌의 현실을 여실히 드러낸다. 수재는 노다지를 찾을 수 있다며 주인공 영식을 꼬드겨서 멀쩡한 밭을 파헤치게 된다. 결국 금은 나오지 않고, 이들과 영식의 아내의 갈등은 고조된다. 당시 농촌에서 한탕주의가 만연한 세태를 풍자한 소설이지만 그 만큼 이들의 삶이 고달팠다는 것을 반증한다.
또한 김유정 작가의 작품 중에서《동백꽃》이라는 작품이 마음에 든다. 시골 남녀의 순박한 사랑을 다루는데, ‘나’와 점순이에 대한 갈등과 해소, 심리 묘사가 탁월하다. 특히 동백꽃이 주는 서정적인 분위기와 화해, 사랑의 메시지가 마음에 든다.
“뭣에 떠다밀렸는지 나의 어깨를 짚은 채 그대로 퍽 쓰러진다. 그 바람에 나의 몸뚱이도 겹쳐서 쓰러지며 한창 피어 퍼드러진 노란 동백꽃 속으로 푹 파묻혀 버렸다.” - p89
이렇게 풍자와 해학, 그리고 서정적인 묘사를 잘하는 김유정 작가는 29세의 나이에 결핵으로 요절했다. 일제 식민지 시대의 우울한 현실을 해학적으로 묘사해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았다.
이 외에도 나도향 작가, 박완서 작가, 심훈 작가 등의 글도 인상 깊게 잘 읽었다.
예전에 읽었던 책들도 있고, 이번에 새롭게 알게 된 내용도 있다.
45편의 단편 소설은 꼭 한 번 읽어볼만한 책이다. 학생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