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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낫워킹맘 - 워킹맘도 전업주부도 아닌 우리들
전보라 외 지음 / 나비클럽 / 2023년 3월
평점 :
#낫워킹맘
전보라 고하연 박정선 이정오
나비클럽

워킹맘도 전업주부도 아닌 우리들
'#낫워킹맘'이라는 책 제목만으로도 왠지 엄마들의 모습을 대변하는 가장 적절하고 완벽한 말이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을 정도로 이 책의 내용에 딱 찰떡같은 제목이라고 생각했는데, '#낫워킹맘' 이 책을 쓴 작가들의 모임 이름이라고 한다.
책을 읽는 것을 좋아하고 없는 글솜씨에 부족한 어휘력으로 나만의 생각을 글로 나타내는 것을 좋아하는 내게, 먹구름이 몰려들어 비올 것 같은 우중충한 하늘에 쿵 하고 도장을 찍어내 햇볕을 내리 쬐는 듯한 느낌을 받으며 대리만족과 힐링을 함께 선사한, 왠지 몇번이고 읽고 싶은 여운이 많이 남는 책 한권을 만나게 되었다.

이 책은 단순히 일을 하는 워킹맘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일을 하지 않는 전업주부도 아닌 애매모호한 경계속에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가고 있는 네명의 작가들의 글을 모은 책이다.
처음엔 동네 작은 책방 글쓰기 모임에서 책 읽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 글을 쓰는 것이 책으로 나왔다기에 평범한 주부들이 얼마나 글을 잘 쓰면 책으로 나올만큼의 능력이 될까?하는 내심 부러운 마음이 있었는데, 작가들의 이력을 보니 그냥 글쓰기를 좋아하는 평범한 사람이 아니구나 하는 약간의 위축도 됐던 것 같다.
작가, 블로거, 소설 OST음반 제작, 몇 권의 책을 출간한 글쓰기 모임 주최자
창의력 학원에서 생각을 확장하는 법을 아이들에게 가르치며 동시를 쓰며 책을 출간한 선생님
좋아하는 책과 글을 촬영하는 것을 좋아하는 전직 수학교사
인기 주말 예능 프로그램 방송작가였던 책방운영자
네명의 작가들에게서 뿜어져나오는 화려한 이력만큼이 글을 읽을 때 막힘없이 술술 읽혔던 것 같다. 물론 이런 이력때문이 아니더라도 공감이 가는 진정성있는 글이라 더더욱 와닿았던 부분 많았던 것 같다.

보통의 주부라면 집안일과 육아를 하는 것이 당연하다 하고, 남편이 도와주는 것은 고마운 것이라 생각하는 까닭은, 집안에서 일어나는 모든 살림들은 남편이 밖에서 힘들게 일해서 번 돈으로 놀고 먹으니 살림과 육아는 전적으로 아내의 일이라고 하는 남편들이 만들어 내는 사회적 편견이 아닐까 한다. 밖에서 가정을 위해 힘들게 돈 번다고 일하는 남편들의 고충과 집안에서 육아와 살림을 꾸려나가는 아내들의 고충을 서로 존중해주고 인정해주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가정인데, 각자 자신이 더 힘들다고만 하는 부부들이 있기에 참으로 안타까운 현실이다. 작가의 말처럼 집안일도 일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생생냈으면 좋겠다.

이 책의 작가들을 글쓰기 모임에서 만나 책을 읽고 글을 쓰는데, 글쓰기 모임을 하는 이유 중에 하나가 "그냥 좋아요. 뭔가를 하고 있는 거 자체가 좋잖아요." 란 대답에 가슴이 찌릿해졌다.
몇달 전부터 우연히 맘카페에서 독서모임을 하자는 글을 보고 바로 신청을 하고, 매달 한권의 책을 선정해서 책을 읽고 서로의 의견을 이야기 하고 있다. 엄마들끼리 모이면 대부분의 이야기 속에 아이와 남편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나에 대한 이야기를, 내가 좋아하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할 기회가 적었는데, 이 모임 만큼은 내가 좋아하는 책 이야기를 실컨 하고 다른사람의 책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이제는 육아에 지친 내 귀가 힐링이 되는 오아시스같은 모임이다.
글쓰기 모임은 아니라 글을 쓰지는 않지만 서로의 생각을 입을 통해 말로써 글을 쓰는 느낌이라는 것에서 왠지 책의 작가들이 된 것 같은 유대감도 혼자만 내심 느껴본다.

내가 블로그를 제대로 쓰기 시작한 것은, 우연히 어느 서점에서 동화책 한권을 받고 서평을 쓰는 이벤트를 하게 되면서 책을 읽고 독후활동을 하고 서평을 쓰는 일이였다. 그 계기를 시작으로 책서평카페를 알게 되면서 서평단으로 활동하면서 아이들 문제집과 동화책은 물론 다양한 분야의 책을 받고 서평을 쓰고 있다.
우리 아이들에게 엄마가 집에서 가장 많이 하는 게 뭐냐고 물으면 '책 읽고 글써요' 라고 대답한다. 작가 말대로 서평단으로 활동하면서 돈을 버는 것은 아니지만, 전면책장에 내가 읽은 책이 차곡차곡 꼽혀있고, 큰애 초6이 된 지금까지 문제집 한권 내돈으로 제대로 사본 적이 없이 학습을 진행하고 있다는 것 만으로 돈을 버는 것이고 내가 살아가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남들에게 이렇다 할 직업은 아니지만 내가 좋아하고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이기에 나는 내가 하는 일이 좋다.
학창시절 책읽기를 좋아해서 나만의 책방을 갖고 싶었던 꿈은 가슴속에 묻어두고, 현실은 십년 넘게 직장생활을 하다 결혼과 출산, 육아휴직에서 복직을 하지 못하고 육아에 올인하게 되면서 경단녀가 되고, 오롯이 가정을 위해 살면서 달려오다 어느순간 번아웃이 됐을 때 다시 만난 책은 나만의 도피처였다.
어느 회사에 다니는 워킹맘도 살림만 하는 전업주부, 누구의 엄마, 아내가 아닌 자신이 즐겁고 행복한 일을 찾는 작가님들을 보면서 잊고 있었던 꿈을 다시한번 떠올리며 심장이 강하게 뛰는 느낌을 받았다.
누군가는 내 꿈을 허황된 꿈이라고 하고, 누군가는 할 수 있다고도 했다. 이뤄지지 않을지언정 다시한번 꿈을 꾸게 했던 책 한권을 만나서 참 설렜고 감사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