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프카의 서재 - 살아야 할 이유를 찾는 책 읽기
김운하 지음 / 한권의책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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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표지가 참 멋지다. 책이 아니라 한 폭의 그림 같다. 사진처럼 책장에 올려 놓고 자꾸 보고 싶은 그림이다. 늦은 오후 집으로 터벅터벅 걸어 돌아 올 때, 나를 반기는 석양을 보노라면 나도 모르게 입꼬리를 올려 미소를 짓곤 한다. 붉은 빛 하늘을 보는 그 순간 내가 건강하게 살아 있음이 참 행복하다. 그 풍경에 부끄럽지 않게 하루를 충실하게 살았는지 나에게 묻는다. 나는 "내가 헛되이 보낸 오늘은 어제 죽은이가 그토록 그리던 내일이다"는 소포클레스의 유명한 명언에 부끄럽지 않은 하루를 보낸 적이 있던가. 

 

 

소포클레스가 유명한 『오이디푸스 왕』를 지은 사람이었다는 것을 나는 여태껏 몰랐었다. 그런 나의 무지때문에 카프카의 서재에는 내게 어렵고 낯선 책들이 많았다. 평소에 내가 쉽고, 익숙한 분야의 독서에 치중한 편협한 독서를 해 왔음이 명실공히 드러났다. 이 책에서 근사하게 소개해 준 책들을 언젠가 나도 읽고 오롯이 느껴 보고 싶다. 개중에서도 『책에 미친 청춘』에서 보았던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그리스인 조르바』를 제일 먼저 읽고 싶다. 

 

 

만일 인간 세상에 보편적인 윤리란 게 가능하다면, 그 윤리의 출발점은 조르바가 말한 바로 "불쌍한 것! 우리는 모두 한 형제간이지. 모두가 구더기 밥이니까."하고 느낄 수 있는 감수성, 즉 모든 생명이 고통받고 상처받을 가능성이자, 궁극적으로는 모두가 연민의 대상일 뿐이라는 그런 유대감이 아닐까? 사랑은, 윤리는 바로 거기에서부터 출발해야 하지 않을까? 이념과 종교, 법과 도덕률, 그 모든 것이 생명과 삶을 위해 존재하는 것인데 따로 그 위에 군림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이 있겠는가. 그런 면에서 조르바의 자유는 궁극적으로는 사랑의 자유이다. 타인을 지배하고 억압하는 자유가 아니라 더불어 살아갈 자유, 세상 모든 생명이 그 생명력을 발산하며 온전하게 존재할 수 있게 하는 자유. 내가 조르바에게서 배운 것, 그리고 이 책에서 내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것도 결국 이것이다. "나는 거절한다, 삶이 아닌 모든 것을!"(200쪽~201쪽)

 

조르바의 말과 저자의 말에서 짙은 불교의 향을 느꼈다. 석가모니가 깨달은 네 가지 성스러운 진리 중 하나인 고(苦)제는 현실 세계가 괴로움으로 가득 차 있다는 것으로, 대표적인 고통은 생로병사이다. 사람으로 태어나면 누구나 늙고, 병들고, 죽는다. 고통을 없애려면 스스로가 집착과 탐욕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 '살아있는 것은 다 행복하라'는 법정스님의 잠언집처럼 세상에 있는 모든 생명이 다 행복할 수는 없을까?   

 

일찍이 알베르 카뮈가 그의 책 『시지프 신화』에서 철학의 핵심적인 문제는 '과연 인간이 자살을 하지 않고 살아야 할 이유가 무엇인가'에 대답하는 일이라고 주장했다는 것을 『책에 미친 청춘』에서 보았다. 그 문장을 본 순간 카뮈의 말에 공감하며 필사노트에 옮겨적었었다. 우리는 태어나는 것은 선택할 수 없지만 자살은 인간만이 할 수 있는 행위다. 

 

하지만 우리에게 진실로 스스로 죽음을 선택할 온전한 자유가 있을까? 나는 인간에게는 하늘에 부여받은 삶을 오롯히 견디는 의무와 함께 인간답게 살 수 있는 권리가 주어져있다고 생각한다. 인간답게 죽기 위하여 존엄사를 선택하는 사람이 있다. 최선을 다해 생을 살다 맞이한 죽음의 문턱 앞에서 스스로 존엄하게 죽음을 선택하는 자유는 인정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 외,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는 사람은 없었으면 한다. 자살하지 않도록 살아야 할 이유를 저마다 꼭 1가지쯤은 가슴에 품고 살 수 있었으면 좋겠다. 자살하고 싶은 악마의 목소리가 들려 올 때면 단호하게 저지해 주는 천사의 목소리가 누구에게나 들렸으면 한다. 가족이든, 친구든, 가슴에 품고 있는 꿈이든 뭐든! 진짜 아무리 생각하고 찾아봐도 살아야 하는 이유가 없다고 자살을 결심하는 사람에게 진심으로 손을 내밀어 주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참으로 진지한 철학적 문제는 오직 하나뿐이다. 그것은 바로 자살이다. 인생이 살 가치가 있는지 없는지를 판단하는 것이야말로 철학의 근본적인 문제인 것이다…. 인생이 살 만한 보람이 없기 때문에 자살한다는 것, 그것은 필경 하나의 진리다. 그러나 너무 자명하기에 아무 데도 쓸모 없는 진리다.(80쪽)      

무슨일이 있어도 자살을 선택하지 않겠다고 마음을 먹었다면, 언젠가 죽는 그 날까지 주어진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할까를 고민할 차례다. 어떤 삶을 살 것인가를 고민하기 이전에 내가 진정 좋아하는 것을 찾아야 한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알기 위해서는 나를 알아야 한다. 인간은 자신이 누구인지 결코 알지 못한다는 숙명적인 약점을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너 자신을 알라'는 소크라테스의 말처럼 우리는 스스로 알지 못한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나 자신을 알려고 노력해야 한다. 나 자신도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게 인생이거늘 주제 넘게 남의 인생에 감내라 배내라 하지 말아야 한다. 그 시간에 자신을 더 들여다 보려 노력하자. 

 

 

철학을 공부한 저자가 스스로에게 그리고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 당신의 삶의 의미는 무엇인가?에 대하여 나도 오랜 시간 고민하며 방황해 왔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진짜 잘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을지, 난 언제 행복하다고 생각하는지를 끊임없이 생각해 왔다. 나는 내가 좋아하는 '독서와사색,글쓰기와 여행'이 적절하게 조화로운 삶을 살고 싶다. 좋아하는 일들을 꾸준히 즐기다 보면 어느샌가 그 일을 잘하는 내가 되어 있지 않을까? 

 

 

나는 삶에서 가장 어려운 문제가 스스로 인생에서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아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를 알기 위해선 그 전제로 '내가 누구이며 무엇인가? 나는 무엇을 좋아하는가? 내가 진정으로 잘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에 답할 수 있어야 하는데 우선 그것부터가 쉽지 않다.(104쪽~105쪽)

책을 읽고 생각하고 그 생각을 글로 옮기는 과정은 나를 위로할 뿐만 아니라, 나를 살아가게 한다. 조용한 밤 스탠드를 켜 놓고 그 불빛아래 책장을 넘기는 그 시간은 오로지 나만의 시간이다. 어떤 방해도 없이, 잡념도 없이, 근심걱정도 없이 책에 빠져드는 그 시간이 나의 어두운 시간을 밝게 견디게 만든다. 

 

어떤 책이든 좋아하지만 특히나 책을 좋아하는 동지를 만날 수 있는 이런 책을 좋아한다. 책에 대한 애정과 추억과, 습관을 가지고 있는 사람을 만날 때마다 묘한 동질감에 안도한다. 저자의 종이책 사랑에도 공감한다. 인간이 감정과 이야기를 전하기 시작할 때 부터 지금까지 널리 애용되어 왔던 것은 종이책 뿐이다. 종잇장을 넘길 때의 느낌을 전자책은 절대로 대신할 수 없다. 종이책의 추억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있는 한 종이책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 믿는다.        

 

『코헬렛』은  청춘들을 향해서도 "청년들이여, 너의 어린 때를 즐거워하며 너의 젊은 날을 마음을 다해 기뻐하라. 네 마음에 진정으로 원하는 길과 네 눈이 보이는 대로 좇아 행하라"고 노골적으로 말하고 있다.(179쪽) 

 

'사람이 얼마나 행복하게 될 것인지는 자기의 결심에 달려있다'고 에이브러햄 링컨이 말했다. 똑같은 일을 두고도 만족하는 사람과 불평하는 사람이 있는 것처럼 우리의 인생도 어떻게 느끼고 생각하느냐에 달렸다. 매일 매일 소소한 일상을 기쁘고 즐겁게 여기는 것을 선택해야 한다. 내가 웃을 수 있는 일을 찾고, 작은 일에도 크게 웃고 즐거워하며 긍정적인 삶을 살아야 한다. 

 

 

더 행복해지려면 일상에서 그날그날 재미있고 즐거운 순간을 많이 만들면 된다. 경험하는 자아를 재미있고 기쁘게 만들어주는 것. 행복해지기 위해 필요한 것은 이런 고민에서 출발한다. "나는 뭘 할 때 재미있고 즐거울까?" (216쪽)

부처님은 "현명한 자는 자신에게 해가 되는 일을 제대로 알고 피한다"고 하셨다. 짜증내고, 불평하고, 불행하다 생각하는 것은 자기 자신에게 해가 되는 행동일 뿐이다. 나 자신의 진정한 모습을 찾고, 행복해 지는 일만으로도 짧은 우리 인생이다. 한 번 뿐인 우리 삶, 진심 행복하게 살다 가자! 

 

 

그가 사색하고 책을 읽는 이유는 순전히 "그 속에서 나 자신을 더 잘 알아보는 일을 하며, 내가 잘살고 잘 죽는 방법을 가르치는 학문만을"찾기 위해서였다. (259쪽) 

위의 '그'는 누구일까? 그는 바로, 둥근 탑의 서재에서 독서하고 사색하면서 20년간 오로지 『수상록』을 쓰는 데 몰두한 몽테뉴다. 그리고 저자 김운하의 침대 머리맡에는 몽테뉴의 책이 있다고 하니 이 책의 제목이 『카프카의 서재』가 아니라, 『몽테뉴의 서재』였어도 참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을 슬그머니 해 본다. 언젠가 내 침대 머리맡에 항상 있을 한 권의 책을 찾기 위하여 오늘도 즐겁게 책을 읽어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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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 서울 시 1
하상욱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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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책장에는 시집이 몇 권 없다. 초등학교 시절에는 시조와 동시를 쓴 적이 있지만 아마도 그 시들은 단지 손으로 꼽을 수 있을 만큼의 사람에게 읽히고 공감을 얻었을 것이다. 이  시처럼 공감 10만개를 얻지 못했음은 당연하다. 시, 소설 등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책은 읽혀야 가치가 있다. 지금 내가 쓰고 있는 서평도 누군가 읽고, 공감을 얻어야만 가치가 있는 것이다. 

 

공감이라는 건

인생의 교집합

공감 1개, 추천 1개도 얻기 힘든데 SNS 10만 유저의 공감을 받았다는 이유만으로 이 시집은 가치가 있다. 혜민스님도 SNS로 많은 이들을 토닥이며 위로해 주지 않았던가. 수많은 팔로워들의 공감을 받고 탄생한『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은 여전히 베스트셀러의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이 시집은 길게 늘어 놓은 시도 아니고 단 두 줄만으로 우리의 핵심을 찔러 공감을 뱉게 한다. 읽는 내내 '아하','맞아 맞아','그랬지' 고개를 끄덕이게 만든다. 시집 한 편을 읽는 데 시간이 얼마 걸리지 않는 점도 있지만 먼저 크고 굵은 글씨로 되어 있는 두 줄을 읽고 나서 제목을 보고 나서 격한 공감을 하는 행동을 여러 번 반복하다 보면 순식간에 다 읽은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시를 읽지 않은 친구에게 시를 읽어주고 제목을 맞춰 보는 놀이를 하면 참 재밌을 것 같다. 

 

삶을 향한 

너의 집념


너를 향한 

나의 박수 

위 시의 제목은 무엇일까요? 

이처럼 시의 제목들은 다 일상적인 일을 담고 있어서, 시를 듣고 제목을 들으면 누구나 격하게 공감할 것이다. 어색한 자리에서 '서울 시'의 많은 시 들 중 하나를 꺼내어 이야기를 시작한다면 편한 대화의 물꼬를 틀 수 있을 것 같다. 그만큼 다들 공감하는 평범한 일상을 담은 시이기 때문이다. 위로와 공감이 필요한 이 시대, 나를 위로하고 함께 공감하기 위하여 『서울 시』를 읽어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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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고 나면 아무것도 아닌 일들
마크 피셔 지음, 서희정 옮김 / 토트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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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피셔는 모든 것을 다 가져도 행복하지 않다고 말하는 친구 폴에게 위로가 될 만한 이야기를 담은 긴 편지를 보낸다. 그 편지를 읽으며 소유와 행복의 관계에 대해서, 진정한 행복의 의미에 대해서 생각해 본다. 우리가 더 많이 소유하면, 남부럽지 않은 삶을 살면 진정 행복할 수 있을까?  

 

 

방글라데시, 바누아투, 덴마크, 호주 이 네 나라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정답은 바로 행복지수 1위 국가이다. 

세계 최빈국의 하나인 방글라데시의 행복지수가 최고인 것은 누구도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고 누구에게서도 상처를 받는 일이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반면 한국인 행복지수는 OECD 회원국 가운데 최하위에 머문다. 그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는 OECD 회원국 중 자살률은 세계1위다. 

 

 

요즘 우리는 쉽게 남에게 상처를 주고, 또 남으로부터 쉽게 상처를 받는다. 그리고 남에게 받는 상처 뿐만 아니라 스스로 자신의 마음에 생채기를 내기도 한다. 지나고 나면 아무것도 아닌 일들에 우리는 너무 신경쓰고 괴로워하며 자신을 고통스럽게 만들어 온 건 아닐까?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 모든 것은 오로지 마음이 지어내는 것이다', '모든 것은 마음먹기에 달렸다'가 이 책이 내게 주는 큰 메시지다. 

 

 

폴에게 보내는 편지에는 고전이나 유명한 책에서 도움이 될 구절을 인용하여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또 연극이나 영화에서의 인물의 대사를 얘기하기도 한다. 『로빈슨 크루소』는 이 책뿐만 아니라 다른 많은 책에서도 인용되는 책인데 나는 아직 이 책을 읽지 않았다. 중요한 건 그 사실이 아니라 로빈슨 크루소가 자신이 처한 절박한 상황에서 비교표를 작성한 사실이다. 로빈슨 크루소는 '좋은 점과 나쁜 점을 비교해 보니 이 세상에서 작은 위안이라도 찾을 수 없이 절망적인 상황은 없다'는 결론을 얻었다. 

 

 

나 역시도 돌이켜 보니 지난 몇 년간 비교표에서 나쁜점에 해당되는 일들이 여러번 있었는데, 물론 지금도 해결되지 않은 나쁜점이 있지만 그 상황에서 좋은점, 행복한 일들이 더 많았다. 그걸 그 당시에 알았더라면 나는 더 의연히 내 처지를 받아들였을텐데, 더 분발해서 열심히 살았을텐데 아쉬운 마음이 든다. 나뿐만 아니라 내 주위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기운을 전했다면 더 좋았을것을... 정말 이 책의 제목처럼 지나고 나면 아무것도 아닌 일들이었다. 오히려 소중한 시간들이었다. 이렇게 우리는 어떠한 상황에서건 좋은 점, 긍정적인 점을 찾아야 한다.

   

 

사랑하는 폴, 교사라는 직업이 너를 다른 무엇인가로 이끌어 주지 않을까? 네가 다른 직업을 가졌더라면 도달할 수 없었을 곳으로 말이야. 한 발 뒤로 물러나서 시간을 갖고 지혜롭게 바라보면 불만스럽고 실망스러운 일들이 결국 우리가 발전하는 데 필요한 일이었고 모두 더 잘되려고 일어난 일이었다는 걸 깨닫게 되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지 않고 매번 모든 일을 걱정하고 아무 것도 아닌 일에 심란해하며 근심과 책임의 무게에 짓눌려 지낸다면 그 대가를 치르고 매일 매일을 전투에 임하는 자세로 살아야 할 거야.  

 

박목월은 행복에 대해 "행복은 무지개가 아니다. 행복을 추구하면 자취를 감춘다. 그것은 발견하는 자에게만 존재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내가 생각하는 행복 역시 멀리 있지 않다. 나는 카르페디엠! 지금 살고 있는 현재 이 순간에 충실하라는 뜻의 라틴어를 좋아한다. 미래에 대한 걱정, 과거에 대한 후회, 별 거 아닌 일들에 대한 불평, 불만 다 던져 버리고 지금 이 순간순간을 제대로 살면 모든게 다 행복이다. 삶이 그렇게 아름답고 행복할 수가 없다. 하지만 행복이란게 이렇게 말처럼 쉬울까? 진정 행복하려면 어떻게 살아야할까?  

 

 

어렵겠지만 나도 아래처럼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리고 이 책의 저자처럼 내가 이런 사람이 되길 바라고 함께하는 친구가 있다면 좋겠다. 아니 그것보다 먼저 내가 진심으로 친구를 위로하고 걱정하며, 함께하고, 얘기를 들어주는 친구가 되고 싶다.     

 

 

나만의 공간에서 햇볕을 쬐고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그러다 보면 다른 사람에 대해서도 지혜롭게 생각할 수 있을 거고 때로는 거친 삶이라는 전쟁에서 승리하도록 도와줄 수도 있지 않을까? 사물의 긍정적인 면을 바라보고, 실수를 웃어넘기며 교훈을 얻고, 거리낌 없이 성취감을 음미하고, 돈을 써야 할 곳에 제대로 쓰며 인색하지 않고, 자신의 단점에 대해 농담도 할 수 있고 남들의 단점에 대해 관대하고, 모든 일에 그리고 아무것도 아닌 일에 걸핏하면 성내지 않고, 잘난 척하지 않고, 조바심내지 않고, 소소한 일상에 감사하고, 한번 가면 절대 되돌아오지 않는 시간을 헛되이 버리지 않고, 다른 사람은 나와 생각이 다르다는 점을 받아들이고 그들은 언제나 그럴 테니까 내 주장을 좀 누그러뜨릴 줄 알고, 때로는 내가 틀리고 상대방이 맞다고 인정하고, 다른 사람의 행복에 진심으로 기뻐하며 시기하지 않고, 끊임없이 다른 사람을 비판하지 않고, 삶을 즐기고 종국에는 행복해지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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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너다
최성배 지음 / 새미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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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 자기 전에 이 소설을 조금 읽다가 잠들어야겠다는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다. 보고 있는 챕터까지만 읽고자야지 하다가 다음 챕터까지, 결국 다 읽고 잔다고 밤 늦은 시간에 잠들었다. 그 덕에 아침에 일어나는 것이 무척 힘들었다. 지난번에 소설을 읽은 것은 리리딩, 이미 읽었던 소설을 읽었던터라 긴장감이 없는 채로 무던하게 읽어나갔었다. 이 책은 어떤 이야기가 어떻게 흘러갈지 모르니까 정신을 바짝 차린채로 읽어야했다. 시간과 공간, 인물들을 이리저리 쫓아다니느라 정신없이 빠져들어 읽었다. 

 

 

스스로 그림나부랭이를 그려 빌빌 거리고 산다고 표현한 화가인 현식과 금욕하지 않는 낯선 풍각 스님 용범이 주인공이다. 그 둘은 609특공부대에서 처음 만났다.그래서인지 자연스럽게 군대와 국방과 북한간첩얘기가 나온다. 우리 국가의 안보가 병역미필자들에 의해 논의되고 있는 현실을 꼬집기도 한다. 그리고 꿈과 미신에 대한 얘기로 이 소설을 이끌어가고 있다. 지옥에서 만난 할아버지와의 대화는 숙명론적인 사고를 보여준다. 

 

 

"인생은 누구나 다 너와 같은 고달픈 삶 속에서 갇혀서 있는 것이다. 발버둥을 쳐봐야 어찌하겠느냐. 우매한 인간들로는 할 수 없는 숙명인 것을"

 

"허허허! 너는 지금 꿈속에서 꿈을 꾸며 괴로워하고 있구나. 네가 고통을 벗어나는 방법은, 내가 맘대로 할 수 있는 일도 아니고 네 스스로 풀어야 할 숙명이니라."

 

"용범아, 인생이란 만나면 헤어지는 것이고 태어나면 죽는 것이 순리가 아니더냐? 무얼 그리 살려 달라고 애원을 하는 게냐? 사는 일도 죽는 일도 미혹이니라. 꿈에서 깨어나기만 하면 모든 고통에서 벗어나는 것을 왜 모른단 말이냐? 녀석아 허허허!"  

 

우리는 자신의 운명에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치거나 운명을 원망하는데 소중한 인생의 시간을 낭비해서는 안 된다. 자신이 현재 처해 있는 상황은 우리의 힘으로 어쩔 도리가 없는 것이다. 인정할 것은 빠르게 인정하는 것이 여러모로 좋다. 대신 삶을 바라보는 자세는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 꿈에서 깨어나는 것을 선택해야 한다. 삶에 휘둘려, 돈에 얽매여 사는 삶이 아니라 오직 '나'자신이 주체가 되는 삶을 살아야 한다.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외부환경에서 오는 괴로움과 분노와 고통에서 한발짝 물러나야 한다.  


 

이 소설 속에서 현식의 사촌 형 영길은 현식이에게 벌들에 관한 얘기를 해 준적이 있다. 벌이 꿀을 만들기 위해 엄청나게 많은 꽃을 찾아다녀야 한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너, 벌들이 1킬로그램의 꿀을 얻으려면 얼마만큼의 꽃을 찾아 헤매 돌아다니는지 아냐? 자그마치 550만개 이상의 꽃샘을 빨아야 해. 한 마리의 여왕벌을 중심으로 한통속이 되는 그 떼거리가 10~13킬로그램을 만들어 놓은 거야" 

뒤 이어 읽은『책에 미친 바보』라는 책에서도 꿀벌에 관한 얘기가 나왔다. 이것은 마치 운명처럼 신기한 일이 아닌가. 어떤 사람이 묻기를 "역대 시 가운데 어느것이 가장 좋으냐?"라고 하기에 이덕무가 대답하기를 "꿀벌은 꿀을 만들 때 꽃을 가리지 않는다. 만약 꽃을 가린다면 꿀벌은 결코 꿀을 만들지 못할 것이다. 시를 짓는 것도 이와 같다"고 했다. 꿀벌이 꿀을 만들기 위해 꽃을 가리지 않고서 550만개 이상의 꽃샘을 빤다. 자신의 맘에 안 든다고 꽃을 가릴 운명이 아닌 것이다. 그래서 모든 꽃은 꿀벌에게 동등한 가치를 누린다.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없다'고 우리가 이 세상에서 만나는 인연도, 스스로 만들어 낸 창작물도 그런 것 아닐까? 

 

 

나 역시 꿀벌처럼 책을 가리지 않고 읽어 나갈것이다. 이 세상을 떠돌아 다니다가 우연히 내게 온 책들을 나는 감사하게 여기며 나의 '꿀'을 만들기 위해 차곡차곡 읽어나갈 것이다. 그 책들을 읽고 쓰는 서평이 시작은 작고 하찮을 지라도 쌓이고 쌓여 '꿀'이 되는 순간이 오리라 믿으며 오랜만에 읽은 한국소설 『내가 너다』서평을 끝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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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을 맞잡으면 따스하다
야마모토 카츠코 지음, 유가영 옮김 / 매일경제신문사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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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다모'에서 이서진의 대사 "아프냐, 나도 아프다"가 유행하던 때가 있었다. 그 유행 탓인지 척추 전문의 임재현이 쓴 책 『아프냐 나도 아프다』도 있다. 누구나 소중한 사람의 아픔에 절로 가슴이 아프고, 사랑하는 사람의 웃음에 절로 미소가 지어지는 경험을 해 봤을 것이다. 더 나아가 나와 아무 상관 없는 사람의 고통에도 연민을 가지고 아파한 적이 있을 것이다. 누가 강요하지 않아도 배우지 않아도 우리는 아픔에, 슬픔에, 기쁨에 공감할 줄 아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아주 식상한 말이지만 정말 기쁨을 나누면 두배, 슬픔을 나누면 반이 된다.

 

이 책에서 그녀가 느끼는 행복, 삶에 대한 긍정적인 자세가 나에게 전염된다. 그녀가 믿는 우주적 힘이 나에게 좋은 영향을 미친다. 사람에게 늘 기쁜일만 생기면 좋겠지만 슬픈일도 마냥 슬픈일만은 아니다. 내가 가진 슬픔을 나눠주는 사람이 존재하고, 김남조 시인의 「설일」의 한 구절처럼 하늘 아래 외톨이로 서 보는 날도 하늘만큼 함께 있어 주지 않던가.

 

 

   설일

                 김남조

                                                                                                              

 

 

겨울 나무와 
바람 
머리채 긴 바람들은 투명한 빨래처럼 
진종일 가지 끝에 걸려 
나무도 바람도 
혼자가 아닌 게 된다.

 

 

혼자는 아니다. 
누구도 혼자는 아니다. 
나도 아니다. 
실상 하늘 아래 외톨이로 서 보는 날도 
하늘만은 함께 있어 주지 않던가.

 

 

 

삶은 언제나 
은총(恩寵)의 돌층계의 어디쯤이다. 
사랑도 매양 
섭리(攝理)의 자갈밭의 어디쯤이다.

 

 

이적진 말로써 풀던 마음 
말없이 삭이고 
얼마 더 너그러워져서 이 생명을 살자. 
황송한 축연이라 알고 
한 세상을 누리자.

 

 

새해의 눈시울이 
순수의 얼음꽃 
승천한 눈물들이 다시 땅 위에 떨구이는 
백설을 담고 온다

 

 

 

 

이 책을 읽으면 특수학교 아이들을 사랑하는 교사 갓코의 사랑이 그대로 느껴진다. 아이들과의 대화에서 우리는 삶의 진실과 이치를 깨달을 수 있다. 어렸을 때의 경험과 생각, 그리고 여행을 떠난 곳에서 그녀는 운명 같은 답을 얻는다. 나 역시도 친구가 갑자기 떠올라 무척 보고 싶어질 때 운명처럼 그 친구에게서 연락이 왔던 경험, 고민하던 문제를 무심코 읽던 책에서 답을 찾을 수 있었던 경험이 있다. 누군가는 사소한 일이라고 느낄지도 모르지만 난 그 순간 신비한 우주적 힘을 느꼈다고 믿는다.  



『책, 세상을 탐하다』란 책에 "책은 세상 속으로 외출한다. 신비롭게도 이 손에서 저 손으로 여행을 하다가 누군가 이 책이 필요한 사람에게 꼭 필요한 그때에 가 닿는다. 우주적 힘이 그러한 조우를 인도한다"라는 에리카 종의 말이 써 있다. 세상에 허투로 맺어지는 인연이 없듯이 책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책이란 것도 대단한 인연으로 만나는 거라 생각한다. 



물론 사람의 경우 더 중요하다. 나를 이 세상에 태어나게 해 준 부모와 지금까지 만난 사람들은 엄청난 운명으로 만들어진 인연일테다. 내가 만나는 사람도, 내가 겪는 일도 다 이유가 있는 소중한 것들이다. 지금 이 순간 나 자신이 행복한 사람이라고 믿는 것, 세상에 넓은 우주에 난 꼭 필요한 단 하나뿐인 존재라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내가 가진 것에 감사하고 행복하게 느끼는 일만이 진정 행복해 지는 길이다. 스스로 행복하다고 여길 수 있다면 옆에 있는 소중한 사람의 손을 따스하게 맞잡아주길 바란다. 둘이 행복해지고 넷이 행복해지고 전 세계가 따뜻해질 수 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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