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너다
최성배 지음 / 새미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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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 자기 전에 이 소설을 조금 읽다가 잠들어야겠다는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다. 보고 있는 챕터까지만 읽고자야지 하다가 다음 챕터까지, 결국 다 읽고 잔다고 밤 늦은 시간에 잠들었다. 그 덕에 아침에 일어나는 것이 무척 힘들었다. 지난번에 소설을 읽은 것은 리리딩, 이미 읽었던 소설을 읽었던터라 긴장감이 없는 채로 무던하게 읽어나갔었다. 이 책은 어떤 이야기가 어떻게 흘러갈지 모르니까 정신을 바짝 차린채로 읽어야했다. 시간과 공간, 인물들을 이리저리 쫓아다니느라 정신없이 빠져들어 읽었다. 

 

 

스스로 그림나부랭이를 그려 빌빌 거리고 산다고 표현한 화가인 현식과 금욕하지 않는 낯선 풍각 스님 용범이 주인공이다. 그 둘은 609특공부대에서 처음 만났다.그래서인지 자연스럽게 군대와 국방과 북한간첩얘기가 나온다. 우리 국가의 안보가 병역미필자들에 의해 논의되고 있는 현실을 꼬집기도 한다. 그리고 꿈과 미신에 대한 얘기로 이 소설을 이끌어가고 있다. 지옥에서 만난 할아버지와의 대화는 숙명론적인 사고를 보여준다. 

 

 

"인생은 누구나 다 너와 같은 고달픈 삶 속에서 갇혀서 있는 것이다. 발버둥을 쳐봐야 어찌하겠느냐. 우매한 인간들로는 할 수 없는 숙명인 것을"

 

"허허허! 너는 지금 꿈속에서 꿈을 꾸며 괴로워하고 있구나. 네가 고통을 벗어나는 방법은, 내가 맘대로 할 수 있는 일도 아니고 네 스스로 풀어야 할 숙명이니라."

 

"용범아, 인생이란 만나면 헤어지는 것이고 태어나면 죽는 것이 순리가 아니더냐? 무얼 그리 살려 달라고 애원을 하는 게냐? 사는 일도 죽는 일도 미혹이니라. 꿈에서 깨어나기만 하면 모든 고통에서 벗어나는 것을 왜 모른단 말이냐? 녀석아 허허허!"  

 

우리는 자신의 운명에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치거나 운명을 원망하는데 소중한 인생의 시간을 낭비해서는 안 된다. 자신이 현재 처해 있는 상황은 우리의 힘으로 어쩔 도리가 없는 것이다. 인정할 것은 빠르게 인정하는 것이 여러모로 좋다. 대신 삶을 바라보는 자세는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 꿈에서 깨어나는 것을 선택해야 한다. 삶에 휘둘려, 돈에 얽매여 사는 삶이 아니라 오직 '나'자신이 주체가 되는 삶을 살아야 한다.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외부환경에서 오는 괴로움과 분노와 고통에서 한발짝 물러나야 한다.  


 

이 소설 속에서 현식의 사촌 형 영길은 현식이에게 벌들에 관한 얘기를 해 준적이 있다. 벌이 꿀을 만들기 위해 엄청나게 많은 꽃을 찾아다녀야 한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너, 벌들이 1킬로그램의 꿀을 얻으려면 얼마만큼의 꽃을 찾아 헤매 돌아다니는지 아냐? 자그마치 550만개 이상의 꽃샘을 빨아야 해. 한 마리의 여왕벌을 중심으로 한통속이 되는 그 떼거리가 10~13킬로그램을 만들어 놓은 거야" 

뒤 이어 읽은『책에 미친 바보』라는 책에서도 꿀벌에 관한 얘기가 나왔다. 이것은 마치 운명처럼 신기한 일이 아닌가. 어떤 사람이 묻기를 "역대 시 가운데 어느것이 가장 좋으냐?"라고 하기에 이덕무가 대답하기를 "꿀벌은 꿀을 만들 때 꽃을 가리지 않는다. 만약 꽃을 가린다면 꿀벌은 결코 꿀을 만들지 못할 것이다. 시를 짓는 것도 이와 같다"고 했다. 꿀벌이 꿀을 만들기 위해 꽃을 가리지 않고서 550만개 이상의 꽃샘을 빤다. 자신의 맘에 안 든다고 꽃을 가릴 운명이 아닌 것이다. 그래서 모든 꽃은 꿀벌에게 동등한 가치를 누린다.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없다'고 우리가 이 세상에서 만나는 인연도, 스스로 만들어 낸 창작물도 그런 것 아닐까? 

 

 

나 역시 꿀벌처럼 책을 가리지 않고 읽어 나갈것이다. 이 세상을 떠돌아 다니다가 우연히 내게 온 책들을 나는 감사하게 여기며 나의 '꿀'을 만들기 위해 차곡차곡 읽어나갈 것이다. 그 책들을 읽고 쓰는 서평이 시작은 작고 하찮을 지라도 쌓이고 쌓여 '꿀'이 되는 순간이 오리라 믿으며 오랜만에 읽은 한국소설 『내가 너다』서평을 끝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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