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보니 다 화학이었어 - 주기율표는 몰라도 화학자처럼 세상을 볼 수 있는 화학책
누노 마울리데.탄야 트락슬러 지음, 이덕임 옮김 / 북라이프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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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화학과를 졸업하고 약학쪽으로 진로를 바꾼 케이스인데요. 그래서 마음 속에 항상 '근본은 화학이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어요.

[알고보니 다 화학이었어] 라는 책은 제목을 보자마자 이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제 가슴 속 화학에 대한 애정이 다시 한번 고개를 들었달까요.

주기율표는 몰라도 화학자처럼 세상을 볼 수 있는 화학책

이라는 소개에서 일반인을 대상으로 세상의 화학적 측면을 어떻게 쉽게 풀어냈을까하는 궁금증이 생겼답니다.

저자인 누노 마울리데는 오스트리아 올해의 과학자상을 받은 오스트리아 빈 대학교 화학부 교수인데요. 프롤로그에서부터 화학에 대한 애정이 넘쳐나더라구요.
그 애정을 바탕으로 누노 마울리데는 이 책을 통해 우리 생활에 화학이 어떻게 스며들어있는지 아주 쉽게 설명해주고 있어요.

[알고보니 다 화학이었어]는 화학적 용어나 성분같은 것들 모두를 설명하고 내용에 들어가고 있기 때문에 초등학교 3~4학년 이상이라면 누구나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는 수준인데요. 삽화도 많이 들어가 있어서 너무 읽기 편하더라구요. 저는 거의 2시간만에 독파해버릴 정도였으니 말 다했죠. 한 주제당 5~10페이지를 넘지 않게 구성되어 있어서 술술 읽혔답니다.

📖모든 물질은 독이며 독이 없는 물질은 존재하지 않는다.
독성의 유무는 용량에 달려있다.

화학과 약학 모두를 전공한 저에게 특히 와닿았던 부분인데요.

이것은 약을 배우면 거의 처음에 배우게 되는 내용인데 음식의 성분에 대한 문제에도 사용될 수 있다는 것이 흥미로웠어요.

📖우리가 먹고 있는 음식 안에서의 위험성을 알려주는 유해물질 3대장을 소개하면서 보통 탄 음식은 발암물질이 생기기 때문에 위험하다고 하잖아요. 또 기름에 튀긴 음식도 몸에 안좋다고 하구요. 그리고 가공육도 될 수 있으면 피하라고 하는데 3가지 화학물질(벤조피렌, 아크릴아마이드, 질산염)이 어떻게 생기고 위험한지 알려주면서 각각의 성분을 짚어주니 저로서는 완전히 이해가 가더라구요.

이렇게 어떤 성분이 어떻게 생겨나게 되고 이것이 위험하다라고 과학적인 근거를 보여주니 더더욱 식생활에 어떤 점을 조심해서 음식을 준비해야할 지 방향이 보이더라구요.

📖또 재미있었던 것은 양파를 썰 때 왜 눈물이 나는지, 그리고 어떻게 하면 눈물이 나지 않을지처럼 실생활에 확 와닿는 내용을 과학적으로 풀어주니 재미도 있고 도움이 되었어요.
저는 이렇게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과학도서는 쉽고 다가가기 편해야된다고 생각해요.

📖운동 특히 헬스를 하며 몸을 만드는 사람들이 섭취하는 BCAA를 먹는 이유도 쉽게 몇 줄만에 이해할 수 있게 나와있구요. 저자는 교수임에도 불구하고 정말 읽기 쉽게 이야기를 풀어냈더라구요.

그리고 중간중간에 본인이 하고 있는 연구, 그리고 세계에서 진행되고 있는 연구들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는데 이 점도 굉장히 좋았어요. 과학에 대한 흥미와 동기유발이 될 것 같았거든요. 한국에서는 학술적인 부분에 치우친 연구가 많이 이루어져 사실 흥미위주의 접근이 되기 힘든 점이 있는데, 위 케이스와 같이 화장실에서 악취가 나면 접근성이 떨어지게 되고 이는 질병 발생의 위험성을 높이게 되기 때문에 이를 중화시킬 수 있는 향을 개발하는 데에 빌 게이츠 재단이 연구를 지원하고 있다와 같은 내용은 재미있으면서도 과학 연구에 대한 열정을 키울 수 있는 쉬운 접근 방법이 되지 않을까요?

우리의 생활에 사실은 깊게 관여하고 있는 화학. 화학에 대한 대중의 시선이 저자의 말마따나 좋지만은 않은데 실상은 화학이 우리에게 얼마나 많은 도움을 주고 있는지 그리고 위험성이 있는 것은 어떻게 피하고 대처하면 되는지에 대해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 주고 있는 책 [알고보니 다 화학이었어]는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편하게 읽을 수 있는 대중적 화학책으로 추천해주고 싶어요. 바쁜 현대사회에 숏폼에 익숙한 사람들에게도 부담없이 접근할 수 있는 구성으로 되어있기 때문에 이동시간이나 카페에서 잠깐 시간날 때 재미있게 읽을 수 있으면서도 교양를 넓힐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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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방탈출 - 취미는 돈 주고 갇히기, 특기는 자물쇠 빨리 열기, 제11회 브런치북 대상 수상작
오지은 지음 / 김영사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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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는 돈 주고 갇히기, 특기는 좌물쇠 빨리 열기.'

방탈출을 영업하는 에세이의 소개문구로는 기묘한 한 줄.

방탈출이란 취미의 어쩌면 부담될지도 모르는 비용을 떡하니 드러내고 특기로는 문제풀이가 아니라 자물쇠 빨리 열기를 강조한다.

하지만 책을 완독 한 후 다시 보면 저 한 줄에 참 많은 속뜻이 담겨있다는 걸 알 수 있다.

돈 주고 갇히기는 반대로 생각해서 열어나가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그 열어나가는 여정이 흥미진진하기 때문에 어찌보면 여행처럼 생각되기도 한다.


 

방탈출에 들어가는 비용도 마찬가지다. 비싸다면 비싸고 싸다면 싼 말 그대로 생각하기에 따라 느껴지는 것이 달라지는 취미인 것.

나도 방탈출을 두어번 해 본 적이 있는데 추리소설 덕후로서, 마치 밀실 트릭을 풀어내는 기분을 느낄 수 있어 몹시 흥미로웠다.

방탈출을 경험해보았고 재미까지 느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간이나 인원 그리고 다른 여러 이유로 방탈출이 취미까지는 되지 못했던 내게 이 책 인생은방탈출은 다시 한번 방탈출에 대한 도전 욕구를 솟아나게 하는 방탈출 영업서로는 매우 탁월했다.


나는 네이버블로그를 열심히 운영하고 있는데 가끔 비밀댓글들이 달리곤 한다. 내 블로그에 달린 비밀댓글처럼 다른 사람들의 블로그에도 비밀 댓글들이 달려있는 것을 많이 볼 수 있는데, 방탈출 후기에는 방탈출의 스포일러를 묻는 비밀댓글들이 꽤 많이 달리는 모양이다.

나만해도 지금의 와이프가 여자친구일때 같이 방탈출을 가게 된다면 미리 정보를 얻어 문제를 쓱쓱 푸는 멋진 모습을 보여주며 젠체를 하고 싶을 수도 있겠다 싶었다.

하지만 진정한 방탈출러(방탈출을 즐기고 리뷰까지 쓰는 사람이라면 아마도 진정한 방탈출러일듯)들은 방탈출의 내용에 대해 스포하지 않겠다는 비밀유지서약서를 작성하며, 물론 이 서약서가 법적 효력이 없을수도 있지만 방탈출을 사랑하는 마음에서 이 서약을 꼭 지키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모든 방탈출 테마의 리뷰는 방탈출업체에서 홈페이지에 소개한 수준까지만 가능한 모양! 결국 방탈출의 진정한 재미와 묘미는 직접 경험해봐야 알 수 있다. 그래서 방탈출이야말로 진짜 100% 체험형 컨텐츠가 아닐까.



'가방 대신 연방, 취미는 각방'

요 부분은 문단의 제목이 너무 재미있어서 포스팅에 남겨보았다.

배우자가 방탈출에 취미를 붙이지 못했을 때 일어나는 슬픈 현실을 재미있게 표현한 듯.

에세이 '인생은 방탈출'은 방탈출에 대해 자세히 다룬다.

방탈출을 같이 할 파티원을 온라인으로 구하는 법부터 방탈출 커뮤니티에서 쓰이는 그들만의 용어, 그리고 예약부터 체험까지.

그리고 방탈출을 통해 저자가 느낀 인생의 진리...까지는 아니더라도 노하우는 공유하고 있다.

방탈출을 클리어하기 위해서는 힌트를 너무 아끼거나 혹은 너무 빨리 쓰지 않고 적절한 타이밍에 써야하며 또 문제풀이의 시간 배분을 잘해야 한다.

마치 인생처럼.

최근 방영된 나는솔로 출연자의 직업이 방탈출제작자라고 하는데 잘다니던 대기업을 그만두고 방탈출로 제 2의 인생을 시작하는 이런 사람도 있을 정도로 방탈출의 매력은 무궁무진한 것 같다.

공포부터 스릴러, 액션, 로맨스 등등 다양한 테마로 꾸며진 방탈출들 사이에 나와 맞는 테마 한두개는 있겠지.

무엇보다 서두에 얘기를 하려다 미뤄졌는데 방탈출에 푹빠진 이 에세이의 저자 오지은의 특기는 '자물쇠 빨리 열기'라고 한다.

문제를 잘 풀지 못하고 트릭을 쉽게 파헤치지 못해도 누구보다 방탈출을 즐기면서 파티원들이 불러주는 정답을 자물쇠에 척척 입력하는 것 만으로도 충분히 방탈출을 즐길 수 있다는 것.

방탈출을 다녀온게 이전 직장 회식 때 우르르르 몰려갔던 게 마지막이었는데 이번 주말에는 와이프에게 방탈출 한 번 해보자고 제안해야겠다.

이 책도 슬쩍 읽어보라고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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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랑전
켄 리우 지음, 장성주 옮김 / 황금가지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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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게는 삼체의 번역가로 더 익숙한 작가 켄 리우의 단편소설집 은랑전을 읽었습니다.


켄 리우 작가가 SF소설로 휴고상을 수상한 것은 알고 있었지만 약력이 정말 놀라웠는데요. 중국계 미국인으로 하버드를 졸업하고 마이크로소프트에서 프로그래머로 일하다가 다시 하버드 법학대학원을 졸업하더니 이제는 기술전문변호사로 일하며 소설가로 활동하고 있다고 하니 그저 놀라울 따름이네요.


책을 오늘 점심즈음에 받아서 네다섯시간 동안 정신없이 몰입해서 읽게 되었습니다. 보통 단편소설집이라고 하면 비교적 짧은 분량의 에피소드들로 여유롭게 한 편씩 틈틈이 보곤했는데요, 이번 은랑전의 단편소설들은 하나하나 그 색체가 다르면서도 놀라운 상상력으로 SF의 형식 안에서 여러 현대사회문제를 담아 메세지를 전달하고 있어서 몰입감이 대단했거든요.


종이 동물원의 작가 켄 리우의 소설 은랑전은 총 13편의 단편들로 이루어져있는데 그 중 표제작인 은랑전과 두번째 수록단편인 메시지는 할리우드 영화로 제작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영상화 소식을 듣고 소설을 읽으니 내용을 상상할 때 와호장룡이나 인터스텔라의 한장면이 생각나기도 했습니다.

제가 인상 깊게 읽었던 단편들을 소개해드릴게요.



첫번째는 표제작인 은랑전입니다.


앞선 단편소설들로 인해 당연히 은랑전도 일반적인 SF소설로 예상하고 읽는데 첫 문장부터가 반전입니다.


-8세기 중국, 당나라 조정은 이른바 '절도사'라는 군사 지휘관 겸 지방관에게 점점 더 의존했다.


첫 에피소드 일곱번의 생일에서 인류가 자신의 모든 것을 데이터화 된 가상현실에 이전하고 수백만년을 살아가는 먼 미래를 그리던 작가의 상상력은 은랑전에서 21세기도, 20세기도 아닌 8세기의 당나라로 돌아갑니다.


당나라 황제의 통치력이 넓은 중원을 아우르지 못해 지방의 군웅들이 할거하는 난세가 단편 은랑전의 배경입니다. 주인공 소녀는 여러 군웅 중의 한명인 절도사의 딸입니다. 그러다 지나가던 비구니에 의해 납치당해 그녀의 무공을 이어받게 됩니다. 고관대작의 딸이었던 만큼 겹겹의 호위를 받고 있었지만 비구니는 신묘막측한 수법으로 그녀를 빼돌리게 되고 소녀는 비구니의 탈을 쓴 살수에 의해 은랑이라는 이름을 받고 암살자로 키워지게 됩니다.


그리고 첫 살행을 지시받게 된 은랑은 차마 살수를 펼치지 못하고 깊게 고뇌하게 됩니다.

저는 소설 은랑전의 영어 제목이 The hidden Girl이라 어둠속의 암살자를 표현한 줄 알았는데요, 사실은 이 소설의 모티브가 섭은랑전이라 그 곳에서 제목을 따왔다고 하네요.


2차원에서는 3차원을 인지할 수 없고 3차원에서는 4차원을 인지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상위차원에서의 공격을 받은 하위차원의 대상은 당하는 그 순간까지 인지할 수도 없고 피할 수도 없으며 막을 수도 없다.


차원에 대한 이해를 담은 심득을 깨우치게 되면 상위차원을 넘나들수 있게 되고 필연적으로 사매간의 대결은 현 차원을 벗어나 벌어지게 됩니다. 그리고 드디어 왜 이 소설이 환상문학이면서 SF소설인지 깨닫게 됩니다.




두번째로 소개드릴 에피소드는 역시 할리우드에서 영화화 될 예정인 '메시지'라는 소설입니다.

이번 단편의 주인공 제임스는 고고학자입니다. 수십만년 전 혹은 수천만년 전에 멸망한 외계문명의 흔적을 조사하는 일을 하고 있지만 가시적인 성과는 없어 보입니다. 이번에도 어느 멸망한 외계문명을 조사하던 제임스가 이혼한 전처의 시한부소식을 전해듣고 십여년간 얼굴조차 보지 못했던 자신의 딸을 맡아 키우게 되면서 이야기는 시작합니다.


외계의 도시를 탐험하고 상대적시간팽창효과를 이용해 세달을 이틀로 바꾸는 혁신적인 기술력을 가진 먼 미래가 배경이지만 켄 리우의 SF소설이 특별한 이유는 이 소설의 핵심이 아빠 제임스와 딸 매기의 이야기라는 데 있습니다.


멸망한 세계의 비밀이 밝혀지며 결국 제임스도 로라와 매기에 대해 이해하게 되고 매기 역시 제임스를 조금씩 받아들이게 됩니다.


그리고 이번 에피소드는 영화화가 될 것이라고 해 재미있게 상상하며 볼 수 있었는데요. 제임스가 탐험하는 외계문명의 흔적이 어마어마하게 거대한 외계인들이 살던 것 처럼 묘사되어 비쥬얼적으로도 충분히 보는 재미가 있을 것 같았거든요.




그 외에도 중국계 미국인 작가의 시선으로 바라본 2차 세계대전의 일본군을 다룬 단편 '맥스웰의 악마'와 단 다섯 페이지, 심지어 허사의 승려들에 의해 Cutting되어 실질적으로는 더 짧지만 그래서 더 인상적이었던 단편 '잘라내기'까지.


켄 리우 작가의 말 대로 부담감없이 작가 스스로가 가장 즐겁게 쓴 이야기를 담았다는 사실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읽은 후 남는 여운과 읽는 동안 다양한 생각할 거리들이 무수히 던져지는 단편소설집 은랑전.


SF소설을 통해 느낄 수 있는 기발한 상상력의 재미를 제대로 보여준 은랑전 후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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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다발은 독
오리가미 교야 지음, 이현주 옮김 / 리드비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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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출간된 리드비출판사의 신간 꽃다발은 독을 읽었습니다.

출간 전부터 일본 현지에서는 미라이야 소설 대상을 수상하는 등 좋은 평가를 받아온 작품인데다가 오리가미교야 작가의 기억술사를 재미있게 읽은 기억이 있어 제 마음속 기대작 1순위였던 책인데요.


오늘 도서를 배송받아 읽기 시작한지 두어시간만에 앉은 그 자리에서 정신없이 몰입해 읽었을 정도로 재미면에서 보장된 소설이었습니다.

소설은 탐정 기타미와 의뢰인 기세의 시점을 번갈아가며 진행됩니다.

기세는 학창시절 과외선생님이었던 형 마카베와 우연히 재회하게 되고 마카베가 곧 결혼한다는 소식을 듣게 됩니다. 축하하는 마음도 잠시, 기세는 누군가가 마카베의 과거를 빌미로 협박하며 결혼을 막으려고 한다는 것을 우연히 알게되는데요.

기세는 마카베를 학창시절부터 동경해왔고 존경해왔기 때문에 마카베의 앞날을 위해 이 문제를 해결해야겠다고 마음먹고 중학교 시절 알게된 선배이자 탐정인 기타미에게 마카베의 일을 의뢰하게 됩니다.


마카베는 과거 범죄 이력으로 의대생이던 찬란한 미래를 포기하고 지금은 평범한 일을 하며 살아가고 있는데요. 마카베는 4년전 그 일이 원죄라고 주장하고 기세는 마카베의 말을 전적으로 신뢰합니다. 물론 제 3자인 기타미는 마카베의 죄가 원죄가 아닐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조사를 진행하게 됩니다.


기세를 제외한 마카베의 주변인물들은 (심지어 마카베의 부모님을 포함해서) 마카베의 무죄를 아무도 믿어주지 않기 때문에 소설을 읽으며 도대체 어떤 것이 진실인지 혼란스러워 집니다.

무엇보다 소설 꽃다발은 독이 다른 미스터리와 다르게 재미있으면서 현실적인 공포까지 생생하게 전달할 수 있었던 이유는 탐정 미스터리 소설이면서 우리가 흔히 아는 추리소설의 탐정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진실에 도달한다는 점에 있었습니다.


소설 꽃다발은 독의 탐정 기타미는 물론 다른 소설 속의 탐정들처럼 놀라운 추리력을 가지고 있지만 소설 속의 대부분의 추리는 현실속 심부름센터의 방식과 매우 흡사하게 진행됩니다. 주변 정황과 근거 그리고 탐정의 추리로 사실을 판단하기 보다는 경찰청 자료를 해킹하고 CCTV와 탐문을 통해 진상에 접근합니다.


그리고 반전에 반전을 거듭해 얼핏보면 명쾌하고 간결해보이는 소설의 플롯에서 독자가 상상할 수 있는 여러가지 결말의 반전에 대한 가정들을 모두 물리치고 상상하지 못했던 충격적인 결말로 인도합니다.


중간중간 소설을 보며 제가 추리하며 배제한 내용들이 나중에 가면 돌고돌아 연결되어 설득력을 갖추게 되는 과정은 놀라우면서도 멋져서 책장을 덮은 뒤에도 한번 더 생각해보게 되기도 하구요.


소설을 다 읽고 난 후에야 띠지에 적힌 자신만만한 문구

'함정, 또다시 함정! 100퍼센트 속게 되는 걸작 미스터리!'

완벽하게 수긍하게 됩니다.


그리고 책 제목도 다시 한번 되돌아보게 되구요.


최근에 읽게 된 미스터리 소설은 리드비의 작품들이 많았는데 변호사였던 법정유희의 이가라시 리쓰토, 도쿄대를 졸업한 아쓰가와 다쓰미에 이어 이번엔 와세다대학을 나온 오리가미 교야 작가의 작품까지 읽고 나니 확실히 똑똑한 사람이 작정하고 준비한 소설 속 함정은 제가 바짝 긴장하며 읽어도 피하기 쉽지 않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런 잘 준비된 함정에 속아넘어 가는 순간이 일본 미스터리 소설을 읽는 진짜 재미라는 것도 다시 한번 깨닫게 되구요.

올해 읽은 일본 미스터리 소설 중에 가장 재미있었던 오리가미 교야의 꽃다발은 독, 반전소설을 좋아하신다면 강력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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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메시스의 단검
이정훈 지음 / 아프로스미디어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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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추리소설 네메시스의 단검을 읽었습니다.

일본의 추리소설이 주로 명탐정이 등장해 명석한 두뇌로 범인을 밝혀 내 경찰에 인계하는 것으로 사건이 종료된다면 한국의 추리소설은 유독 경찰의 수사과정을 그리는 작품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사건이 일어나면 저라도 바로 경찰에 먼저 신고를 할테니 훨씬 더 깊은 몰입감을 가지고 읽을 수 있게 되는 것 같습니다.

일본 탐정소설이 한편의 재미있는 꾸며낸 이야기를 읽는 것 같다면 한국의 형사소설은 마치 실화를 바탕으로 재구성된 영화를 보는 기분이 들거든요.


이번에 읽은 한국 추리소설 신작 네메시스의 단검 역시 주인공은 뺑소니 범인을 쫓는 강력계 형사 도형입니다. 처자식을 치고 실족사로 처리해버린 국내 굴지의 대기업 영원그룹의 후계자 조석기와 그를 돕는 영원그룹의 회장과 2인자, 그리고 돈을 목적으로 사건을 은폐하는 부패경찰까지.

소설 네메시스의 단검은 정말 있을 법한 교통사고를 베이스로 스케일을 점점 키워가며 소설을 읽는 독자를 몰입하게 만듭니다.

제가 소설 네메시스의 단검을 보며 특히 좋았던, 강렬한 인상을 받았던 부분은 두 장면이었는데요.

당연하게도 훌륭한 미스터리 소설의 인상적인 장면 중 하나는 충격적인 진실이 드러나는 결말 부분인데요. 미리 작가님이 던져놓았던 복선들이 이야기가 마무리되면서 하나도 허투로 버려지지 않고 깔끔하게 회수되면서 정교하게 맞물려 진실이 드러나는 페이지를 읽고 나면 앞 서 일어났던 소설의 앞부분을 다시 읽어보며 또 한번 감탄하게 되어 버립니다.


그리고 그런 결말만큼 인상적인 부분이 또 있는데요, 바로 프롤로그 장면입니다.

경찰이지만 도박에 빠져 막대한 사채를 끌어쓰고 뒷돈까지 받았다가 걸려 좌천당해 교통과로 떨어진 부패경찰 정오진이 등장하는 프롤로그는 단숨에 소설을 처음 펼친 독자가 네메시스의 단검에 빠져들게 하는 임팩트를 가지고 있습니다.

오진이 조석기의 사건을 목격하고 접근하는 장면은 마치 영화나 드라마의 한 장면처럼 연출되었는데요. '저기...'라고 조석기를 부르는 오진의 목소리 뒤로 화면이 암전되며 [네메시스의 단검]이라는 영화의 제목이 떠오르며 오프닝이 시작될 것 같은 느낌이었답니다.


이정훈 작가님의 첫 미스터리 추리소설 작품이라고는 믿어지지 않는 짜임새 있는 완성도로 한편의 잘만들어진 영화를 보는 기분으로 몰입해서 읽을 수 있었던 아프로스오리지널 작품 네메시스의 단검으로 기분 좋은 스토리의 배신감을 느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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