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름달이 뜬 밤에 너를 찾다 토마토미디어웍스
후유노 요조라 지음, 김지혜 옮김 / 토마토출판사 / 2024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보름달이 뜬 밤에 너를 찾다라는 일본의 스타 작가 후유노 요조라의 데뷔작을 읽었습니다. 일본 MZ세대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그의 작품 중에는 이미 영상화를 마친 작품도 있다고 하는데요.


이번에 읽은 소설 보름달이 뜬 밤에 너를 찾다 역시 감수성 풍부한 문장들과 마치 일본 애니메이션을 보는 듯한 감각적인 연출들로 귓가에 BGM이 들려오는 듯한 느낌을 받으며 즐겁게 읽어내려갈 수 있었습니다.


​소설 보름달이 뜬 밤에 너를 찾다는 모든 것을 잃고 주변을 멀리하며 살아가는 소년 모토미야의 시점으로 시작됩니다. 소년은 자신과 가까워지면 모두가 불행해진다고 생각하며 스스로 주변사람들과 거리를 두고 홀로 외로이 지내고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소년다운 순수함은 그대로 남아 교실의 빈자리를 보며 아름다운 전학생의 짝이 되는 일을 상상하며 그림을 그립니다.


모토미야의 그림은 매우 독특한데요. 소년은 그림을 매우 잘 그리지만 채색을 하면 그림의 수준이 형편없이 변합니다. 그래서 모토미야는 연필로 모든 것을 표현합니다.


그러던 중 소년의 그림에서 색을 알아보는 소녀를 만나게 됩니다. 운명처럼 소녀는 모토미야의 옆자리를 차지하게 될 전학생입니다.


소녀는 알 수 없는 이유로 색을 볼 수 없게 되었고 유일하게 소년의 그림을 통해서만 색을 느낄 수 있습니다. 


​소년 모토미야는 무채색이던 일상에 색을 준 소녀 유에를 위해 연필로 그린, 소녀의 눈에서만 색을 찾을 수 있는 그림을 그려 소녀의 세계에 색을 더합니다. 


​소년은 스스로를 주변사람을 불행하게 만드는 역귀라고 생각하지만 소녀는 모든 것을 잃고 더이상 불행해질 수 없다고 생각하기에 소년을 피하지 않습니다.


"둘 다 휴대폰은 뭐 하러 가지고 다녀? 평소에는 대체 어디에 쓰니?"

진지한 표정으로 그런 질문을 받았다.

"시계 대용이죠."

"카메라요."

쓸쓸한 대답이었다.

"매달 돈을 내야 하는 시계랑 카메라라니, 너희도 참 바보같다." p133


그렇게 두사람이 서로에게 소중한 사람이 되며 두 사람의 휴대폰도 정상적인 기능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소년의 눈 앞에 정체를 알 수 없는 등가교환의 소원을 이루어주는 카페가 등장하며 이야기는 보름달만큼이나 신비스럽게 흘러갑니다.


​일본 애니메이션이 떠오르는 가슴 아픈 사랑이야기에 따뜻한 감동을 한 스푼 더한 로맨스 미스터리 소설 보름달이 뜬 밤에 너를 찾다를 다가오는 연말, 따뜻한 크리스마스에 읽기 좋은 책으로 추천드립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선희
황민구.이도연 지음 / 부크럼 / 2024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소설 선희를 읽었습니다.

이 소설은 두분의 작가님이 공동으로 집필하셨는데 이력이 매우 독특합니다.

황민구 작가님은 법영상분석연구소의 소장이며 경찰청 과학수사, 국방부조사본부 과학수사연구소 등의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계시며 이도연 작가님은 드라마 판타G스팟의 극본을 집필한 이력이 있으시거든요.

소설 말미의 후기를 읽어보면 황민구 작가님의 전문지식을 바탕으로 쓰여진 시놉시스에 이도연 작가님의 필력이 더해져 미스터리 소설이지만 에세이느낌의 감수성 몽글몽글한 독특한 소설이 완성되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소설 선희는 그간 읽어오던 미스터리소설에서 거의 사용되지 않았던 요소인 영상분석을 가장 핵심적인 요소로 사용해 전개됩니다.

주인공 대아는 국내에서 가장 인정받는 영상분석가로 이미 미제로 남을 뻔한 사건의 범인을 잡는데 큰 공로를 세워 권위를 인정받고 있습니다.

-보이는 그대로, 분석한 대로만 써 주시면 되요. 언니가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마음으로 살아왔는지를 알고 싶어요. 알 수 있잖아요, 박사님은. p36

그런 그에게 오래전 서로를 아끼던 동아리 후배인 선희의 동생이 찾아와 그녀의 죽음을 알리며 그녀가 살아 있을 때, 그리고 죽는 그 순간까지 어떻게 살았을지 조사를 의뢰합니다.

제주도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는지, 혹은 실족사를 했는지. 이도 아니면 누구에게 살해당했는지.

이대아는 제주도로 떠나 선희의 과거를 조금씩 알아가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선희의 과거를 통해 대아는 더 오래전 과거, 선희와 함께 하던 오래된 그 때를 기억합니다.

이 부분이 굉장히 몽글몽글하면서 서정적인 문체로 아름답게 진행되는데요. 앞을 못보게 될 영상분석가라는 설정은 한층 더 이번 조사가 마지막이 될 지도 모른다는 점에서 애틋함을 더해주었구요.

표현 하나부터 단어 하나까지 섬세하게 사용되어 읽는 맛을 더합니다.

[추락 주의 : 기대지 마시오]

기대지 말라고, 기대면 위험하다는 경고 메세지를 가만히 들여다보던 대아의 가슴속에 무언가 울컥 치밀었다. 그것은 아마... 미안함이었다. 작별 인사도 못하고 선희를 멀리 떠나보낸 게, 끝까지 기댈 수 있는 사람이 되지 못한 게 사무치게 미안해졌다.

-중략-

그런데 난... 그런 기대보다 기댈 곳이 필요했다.

p51~53

소설 선희는 영상분석이라는 미스터리 소설에서는 낮선 요소를 전문지식들을 활용해 훌륭한 미스터리소설로 변모시킵니다.

지금까지 대부분의 미스터리 소설에서 영상은 결정적인 증거로 등장하거나 혹은 등장하지 않습니다. 범인은 거짓 알리바이를 증언하고 탐정은 논리적 결함을 찾아 이를 무너뜨려야 하는데 영상은 증거로 등장해 이 모든 것을 별다른 논리 없이 한방에 무너뜨립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우리가 수사에 사용되는 영상분석에 대해 잘 몰랐기 때문에 그렇게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이 분야의 전문가로서 작가는 영상분석으로도 미스터리 소설의 서사를 충분히 그려갈 수 있다는 것을 소설 선희를 통해 보여줍니다.

미스터리 소설을 좋아하거나 에세이를 좋아하며 이번에는 소설을 읽고 싶으신 분들, 그리고 문체 하나하나가 아름다운 미스터리소설을 읽고 싶은 모든 분들께 소설 선희를 추천드립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클론
문정 지음 / 행복우물 / 2024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문정(신기선)작가님의 미스터리소설 클론을 읽었습니다.

예스24에서는 이 소설의 장르를 추리/미스터리와 판타지로 분류하고 있었고 저는 오컬트 호러 SF 미스터리라고 표현하며 은근슬쩍 현대판타지, 현대무협장르도 조금은 끼워넣고 싶습니다.


서평을 작성하며 이 소설의 장르를 어떻게 소개해야 될까 고민이 많았는데 이 소설을 구성하는 요소 어느 하나라도 빼고는 소설을 소개할 수가 없기에 소설 클론의 장르를 수식하는 문구들이 계속 길어져갑니다. 그럼에도불구하고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요소들이 절묘하게 어우러지며 뿜어내는 소설의 분위기는 기묘하면서 괴이하고 재미있습니다.



멀어지는 차안에 자신은 분명히 앉아 있었고, 그 모습을 허공에 떠 있는 나 의원 자신이 보고 있는 것이다. 잠시 후 나 의원은 점점 깊은 암흑 속으로 자신의 시선이 빨려 올라가는 것이다. p25


소설 클론은 짧지만 임팩트 있게 1980년 5월의 광주에서 일어난 참사를 표현하고 다시 현대로 돌아와 대한민국 역사상 처음으로 모두에게 존경받는 대통령이 재임하는 시대상을 배경으로 그려집니다. 그리고 대통령에게 방해가 될 만한 정치권의 인물들은 모두 기묘한 죽음을 맞이하게 됩니다. 그들은 영혼이 아무런 전조증상 없이 육신을 이탈하게 되고 남은 육체는 며칠간 의식 없이 생존하다 어느 순간 사망하게 됩니다.


의학적으로 설명되지 않는 기묘한 죽음이 연달아 발생하자 이 일을 두고 검사와 기자 그리고 조금은 특별한 인물 서태석이 진실을 쫓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이 소설은 문정 작가의 다양한 전문지식을 총망라하며 더욱 흥미롭게 전개되기 시작합니다.


작가님의 유전공학과 동양철학 그리고 풍수지리에 관한 지식은 한데 어우러져 난생 처음보는 기묘한 장르로 완성도 있게 버무려집니다.


소설의 한 쪽에서는 복제소를 만든 연구팀의 누군가가 엑스라는 정체불명의 인물의 의뢰를 받아 기형아로 태어날 것이 확실한 인간 복제를 진행하고 있고 다른 한 곳에는 동양철학과 풍수지리의 화신 서태석이 기묘한 사건을 자신만의 방법으로 조사중입니다.


이 소설이 매력적이었던 이유는 케릭터의 설정 하나하나에 공을 들인 것이 느껴졌기 때문인데요. 서태석이라는 등장인물은 평소 민족정기를 막기 위해 일본이 전국 곳곳에 박아두었던 철심을 제거하며 전생최면과 묘자리 그리고 점을 봐주며 생계를 꾸려갑니다. 이 뿐이 아닙니다. 단전에서 내력을 끌어모아 탄지기로 수혈을 짚기도 하며 마魔를 감지하여 퇴마를 행하기도 하는 듯 합니다.


독재에 맞선 것은 우리요. 지역감정을 없애려고 한 것도 우리요. 경제를 일으키려고 밤낮 없이 일과 가정을 오가며 살아온 것도 우리요. p200


결국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던 요소들이 한데 어우러져 몰입감있게 진행되던 이야기는 후반부에 들어서며 초반에 잠시 언급되었던 5월의 광주와 이어지며 단순한 장르소설이 아닌 시대적아픔을 담은 문학작품으로도 완성됩니다.


순수하게 재미로만 보아도 뛰어나면서 요즘같은 시국에 더 술술 읽혔던 소설 클론을 추천드립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도쿄 킷사텐 여행 - 존 레넌에서 하루키까지 예술가들의 문화 살롱
최민지 지음 / 남해의봄날 / 2024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도서서평 도쿄킷사텐여행 최민지 지음 남해의봄날 출간


도서 '도쿄 킷사텐 여행'을 읽어보았습니다.
저는 1년에 두번은 해외여행을 다녀오곤 합니다. 여러가지 조건들 때문에 언제나 일본은 여행후보지에 마지막까지 올라 고민하게 되는데요.
가까운 거리와 짧은 비행시간 그리고 친숙함도 그 이유가 될 수 있겠지만 다양한 컨셉으로 여행을 즐길 수 있다는 점 또한 일본을 여행지로 선택하게 하는 주된 이유인 것 같습니다.

저도 일본은 학생때부터 정말 자주 다녀왔는데요.
한번은 일본의 초밥과 라멘 그리고 돈카츠를 먹기 위한 미식여행으로 다녀왔고 한번은 일본의 애니메이션 문화를 즐기기 위해 아키하바라에서 피규어를 샅샅히 찾아보고 또 도쿄에 있는 후지코F후지오 박물관에서 가장 좋아하는 도라에몽을 원없이 구경하기도 했답니다.

그리고 이제 혼자가 아닌 결혼한 유부남으로써 와이프의 취향에 딱 맞는 여행코스를 짜기 위해 도쿄커피여행을, 그러면서도 여행의 특별함을 놓치지 않게 킷사텐을 메인 주제로 여행을 다녀오는 것을 계획해봐야겠어요.

킷사텐이라고 하면 일본의 오래된 감성의 카페를 말하는데요. 저자는 혜화 학림다방을 예로 들었습니다. 복고풍의 옛 감성이 가득한 다방으로 문리대 제 25강의실이라는 멋드러진 별명으로 불리며 천상병 시인, 김지하 시인 등 많은 문인들을 비롯해 배우 송강호와 가수 김광석까지 다양한 예술문화인들이 단골로 찾을 만큼 티타임을 통해 문화교류의 중심이 되던 곳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도쿄의 킷사텐 역시 이와 비슷하다고 합니다.
마야자와 겐지의 시가 발견되기도 하고, 나쓰메 소세키의 소설에서는 배경으로 등장하며 무라카미 하루키가 작가가 되기 전에 운영하던 곳이 바로 도쿄의 킷사텐입니다.

처음에는 술을 팔며 캬바쿠라와 비슷하게 시작되었던 킷사텐은 이제는 레몬 스쿼시에 마스카르포네 치즈 아이스크림을 올린 크림소다, 진저에일 위에 패션프루츠 아이스크림을 올린 크림소다등 옛 감성에 트렌디한 감성을 추가해 변화하면서 이어지고 있습니다.

도서 '도쿄 킷사텐 여행'은 컬러사진으로 도쿄킷사가 얼마나 고풍스럽고 우아한지를 그대로 담아내며 킷사텐이 때로는 출판인들의 미팅 장소였고, 독립운동가와 아나키스트들의 아지트였으며 화가와 음악가 그리고 소설가들이 작품을 구상하기 위해 사색에 잠기던 곳이라는 사실을 다시한번 상기시켜 줍니다.

다음 여행지를 도쿄의 킷사텐 여행으로 정하기 위해서 와이프에게 이런 킷사텐 특유의 고즈넉하고 따뜻한 분위기를 어필하며 다양한 커피들과 구니타치로지나사보의 매운카레로 유혹해봐야겠네요.
그리고 함께 도쿄 킷사텐 여행의 페이지를 넘겨가며 꼭 가고 싶은 도쿄킷사 네다섯곳쯤을 추려내는 과정도 기대가 됩니다.

때때로 오래된 킷사텐은 사라지기도 하고 새로운 킷사텐이 시작되기도 하는 도쿄에서 몇 개쯤 내가 그래도 이런 역사와 예술이 함께 하는 곳에 다녀왔었지 하는 추억을 남겨놓기 좋은 도쿄 킷사텐 여행을 기대하며, 최민지 작가의 도쿄 킷사텐 여행을 앞으로의 여행의 이정표로 추천드립니다.

본 서평은 출판사 @namhaebomnal 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남해의봄날 #도쿄킷사텐여행 #최민지 #킷사텐 #도쿄킷사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고딕 × 호러 × 제주 로컬은 재미있다
빗물 외 지음 / 빚은책들 / 2024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고딕 × 호러 × 제주 빚은책들 출간박소해 홍정기 전건우 외 7인의 앤솔러지 서평


저는 단편소설집도 좋아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앤솔러지의 매력에 빠진 듯 합니다.

일정한 주제를 정하고 그 주제에 따른 여러 작가들의 작품들을 모아 출간한 책을 보면 왜 앤솔러지의 기원이 꽃다발이라는 뜻의 그리스어인 anthologia인지 공감하게 됩니다.


이번에 박소해 작가의 기획에 의해 2년만에 예스24 크레마클럽을 통해 공개되며 책으로도 출간된 고딕호러제주는 무려 [괴이학회]의 일곱 작가가 제주와 호러 그리고 고딕이라는 주제로 써내려간 단편을 모아 만든 앤솔러지로 이제는 가깝게 느껴지는 관광지로서의 제주가 아닌 아픈 역사와 전통 그리고 제주도 만의 풍속과 신앙을 담아 이를 공포소설이란 장르속에 녹여내 어떻게 보면 더욱 가슴아프게, 그러나 정통역사소설보다는 훨씬 마음 편하게 읽어내려갈 수 있는 책으로 완성되었습니다.


총 일곱편의 단편들 중 특히 제 취향에 맞았던 작품들을 소개하자면.


[너희 서 있는 사람들] -WATERS


탐정이 등장해 미스터리 소설을 보는 듯 흥미롭게 시작했지만 앤솔러지의 주제에 맞게 오컬트 호러로 마무리되는 단편으로 변질된 존재로 인한 공포를 그립니다. 송나라 호종단이 제주도의 지맥을 끊고 돌아갈 때 매로 변신하여 이들을 무찌른 제주도의 수호신이자 한라산의 호국신인 광양당신이 등장하지만 더이상 정의롭지 않게 타락하여 변질된 수호신으로 인한 공포를 집성촌이라는 폐쇄된 환경과 사이비종교처럼 보이는 오컬트적 요소를 더해 표현합니다.


[청년 영매_모슬포의 적산가옥] -이작


오컬트 호러라는 키워드에 딱 어울리는 단편이었습니다. 파묘와 곡성이 절묘하게 어우러져 제주도 버전으로 재탄생한듯한 느낌이었습니다.

제주도의 토속 수호령과 일본장교 원귀의 대결구도와 빙의라는 소재에 제주도 방언을 활용한 유머를 곁들여 부담스럽지 않게 술술 읽혔습니다.

표준어를 능숙하게 구사할 수 있으면서 일부러 제주도 방언으로 말하는 제주도의 수호령이 공포스러운 분위기에도 적절하게 웃음을 줍니다.

제주도 방언을 이해하기 힘들었던 이 앤솔러지의 작품들중 유일하게 작중 주인공도 저처럼 방언을 잘 알아듣지 못해 공감됩니다.


[구름 위에서 내려온 것] -박소해


앤솔러지 작품 중 가장 제주도의 색채가 강한 단편으로 결7호작전이라는 패망한 일본 최후의 본토 방어전을 준비하는 일본군과 이를 외신의 힘을 빌어 징벌하는 이야기를 통해 그동안 몰랐던 제주도의 아픈 역사를 알게 됩니다. 설문대할망의 존재를 통해 외신의 공포를 굉장히 잘 표현해 마치 크툴루가 연상됩니다.

직접 바닷속 흙을 떠 제주도를 만들었다는 설망대할망은 무녀의 양쪽 두눈이라는 비교적 적은 제물을 받고 소원을 이루어 줍니다. 이 계약은 마치 외신의 언어를 알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약간의 재미를 가지고 그들의 소원을 들어주는 크툴루 신화 속 외신들처럼 느껴집니다. 제주도를 직접 만들었으면 토착민에 대해 약간의 애착이 있을법도 한데 마치 개미를 대하듯 피아식별없이 머리의 붉은 띠를 통해 살육의 대상을 가린다는 점이 특히 더 그렇게 느껴집니다. 붉은 띠가 부족해 제주도 토착민도 목이 뎅강뎅강 썰려가니까요. 결국에는 머리는 구름에 가려져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 상상력을 더 자극하는 재미있는 호러 소설이었습니다.


[등대지기] -홍정기


반전의 맛을 제대로 살리는 추리소설작가로만 알고 있던 홍정기 작가님의 단편호러 등대지기입니다.

요즘 인터넷 글들을 보면 [2억받고 외딴섬에서 등대지기 vs 안하기] 같은 밸런스 게임이 많은데 돈에 넘어가 이 일을 받아들인 자의 최후가 제게도 남일처럼 느껴지지 않습니다. 이어도라는 배경을 제외하면 마지막 반전은 호러가 가미된 본격 미스터리처럼도 느껴집니다. 소설을 읽는 동안에는 분명 귀신이 제일 무서웠는데 다 읽고나면 귀신보다 사람이 더 무서워지는 걸 보면 역시 사람만큼 무서운 건 없다는 것을 다시 느끼게 됩니다.


제주도를 주제로 써내려간 책이라면 제주도 여행을 갈 때 한권 딱 챙겨서 제주 앞바다의 따뜻한 햇볕을 쐬며 읽을 때 추천하면 딱 좋을 것 같지만 이 책은 오히려 지금 내가 있는 곳이 제주도가 아니라 다행이라고 느껴집니다.

익숙하지만 또 익숙하지 않은 제주도의 아픈 과거와 제주도만의 전통과 신앙을 이용해 써내려가는 공포 단편은 제주도를 넘어 우리 민족의 아픈 역사까지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게 하네요.


무엇보다 등골 오싹해지는 호러소설로 이해할 수 없는 존재로부터 발생되는 공포를 잘 그려낸 앤솔러지 고딕호러제주를 추천드립니다.


해당 서평은 출판사 빚은책들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은 후 솔직하게 작성되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