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이 든 화형 법정
사카키바야시 메이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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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읽은 책은 사카키바야시 메이 작가의 첫 장편 미스터리 소설 '독이 든 화형 법정'.

제목에서부터 느껴지듯 이 작품은 일반적인 법정물이 아니라, ‘마녀’라는 비현실적 요소를 전면에 내세운 특수 설정 본격 미스터리다. 이 작품이 평범한 특수설정 미스터리 소설과 다르게 느껴졌던 이유는 마녀와 화형법정이라는 특수설정 요소를 단순히 추리를 위한 배경요소로 소모하지 않고 마치 일본 만화를 읽는 것 처럼 꼼꼼하게 세계관을 쌓아올린 후 그 위에 치밀한 논리와 추리 요소를 정교하게 쌓아 올렸다는 점 때문이었다.


게다가 페이지를 넘기며 끊임없이 등장하는 도면들은 마녀들의 비현실적인 능력을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추리요소로 활용하기 위한 노력처럼 느껴졌다.


"제1장 비행. '마녀는 빗자루를 타고 날 수 있다. 제2장 변신. '마녀는 고양이로 변신할 수 있다.' 제3장 감응. '마녀는 타인의 감정을 조종할 수 있다'."


이 소설은 미스터리소설이라는 점을 떠나서 작품속 세계관부터가 무척 매력적인데, 어느 순간을 기점으로 전 세계에 마녀가 출몰하기 시작하고 마녀들은 사람의 마음을 조종하고 고양이로 변신하며 빗자루를 타고 하늘을 날아다니게 된다. 그렇게 마녀와 평범한 사람들이 공존하며 행복하게 오래오래 잘 살았으면 좋았을텐데 한 마녀가 이능을 사용해 살인을 저지르며 이를 당시의 법으로 처벌 할 수 없게 되는 상황이 발생하자 '화형법정'이라는 무시무시한 새로운 규칙이 생겨나게 된다.


사건에 마녀가 연루되었다고 판단되는 순간, 도시 한복판에 기묘한 건물이 등장하고, 그 안에서는 오직 하나의 질문만을 다루게 된다.

'마녀인가, 아닌가.'


화형법정에서는 범죄 행위의 유무보다는 ‘마녀’ 여부가 더 중요하다. 더 중요한 수준이 아니라 사실 마녀 여부 외에는 아무것도 중요하지 않게 된다. 심지어 참관인조차 마녀로 의심을 받게되면 화형의 대상이 될 수 있고, 재판이 끝날 때까지 누구도 법정 밖으로 나갈 수 없다. 말 그대로 특수설정 미스터리로 활용할 수 있는 요소가 무궁무진 한 셈.


마녀와 화형법정이라는 특수설정이 특히 재미있는 이유는, 단순히 트릭을 위한 장치로 소모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특수 설정 미스터리에서 준비된 요소는 ‘반전을 위한 도구’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이 작품은 500페이지가 넘는 방대한 분량에 걸맞게 세계관에 설득력을 더한다. 마녀는 왜 생겨났고 화형법정은 어떻게 이런 형태로 진행하게 되었는지, 보통은 그냥 어물쩡 넘어갔을법한 이런 요소들을 소설 '독이 든 화형 법정'은 꼼꼼하게 설명해준다.


또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 이름을 밝힐 수는 없지만 작품속에는 다양한 마녀들이 등장하며 한명 한명이 스쳐지나가듯 소모되지 않고 저마다의 과거를 지닌 입체적인 케릭터로 표현되는 점도 이 소설이 매력적이며 '제발' 후속편이 나오길 기대하게 되는 또 다른 요소였다. 마지막 페이지 까지 읽게 되면 왠지 새로운 마녀의 능력과 함께 후속작이 나오지 않을까 하고 기대 할 수 밖에 없게 된다.


마녀들이 정신을 조종하고 물리법칙을 무시하는 독특한 세계관에서 추리와 논리로 싸우는 법정물, 독이 든 화형 법정을 본격 미스터리 소설을 좋아하는 모든 분들께 추천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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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얼굴
사쿠라다 도모야 지음, 최고은 옮김 / 반타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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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읽은 책은 연작 단편소설집 '매미 돌아오다'로 처음 접했던 작가, 사쿠라다 도모야의 첫 장편소설 '잃어버린 얼굴'이다. 국내에는 아직 '매미 돌아오다'만 소개되어 있지만, 치밀한 복선과 뒤통수를 멋지게 치는 반전, 그리고 에리사와 센으로 대표되는 매력적인 캐릭터를 능숙하게 구축해낸 필력을 이미 경험했던 터라 그의 첫 장편은 자연스럽게 기대작이 될 수밖에 없었다. ‘본격 단편의 고수’라는 평가를 받아온 작가가 장편에서는 어떤 놀라운 이야기를 보여줄지 궁금한 마음으로 책을 펼쳤다.

이 작품은 산속에서 얼굴이 훼손되고 손목이 잘린 시체가 발견되며 시작한다. 설정은 매운 맛 본격 미스터리 스타일이지만, 이야기는 예상과 다르게 잔잔하게 흘러간다. 수사계장 히노 유키히코의 일상이 차분히 펼쳐지고, 여러 사건이 동시다발적으로 등장한다. 경찰서에 접수되는 민원, 동료 그리고 타 경찰서와의 은근한 경쟁 등 형사의 하루하루가 세밀하게 묘사된다. 이렇게 잔잔하게 이어지는 일상 속에서 사건은 조금씩 모습을 드러내고, 흩어져 있던 단서들은 어느 순간 하나로 얽히기 시작한다. 꼼꼼하게 차곡차곡 이야기를 쌓아가는 솜씨가 역시 사쿠라다 도모야! 라는 감탄이 절로 나올 정도.

전작에서 이미 복선 회수의 정교함을 경험했기에, 나는 이악물고 뭐든 찾아내겠다는 마음가짐으로 모든 것을 의심하며 읽었다. 작중에서 냉장고 속 볶음우동이 짰다는 표현, 경찰서 내 위장약 수량이 맞지 않는다는 사소한 언급까지도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정말 사소한 일상적인 내용인지, 아니면 나중에 충격적인 복선회수로 돌아올지 말 그대로 모든 것을 의심하며 페이지를 넘겼다. 혹시 이것도 단서일까, 저 등장인물의 말투에 숨은 의미가 있는 건 아닐까. 그렇게 나 역시 히노와 함께 추리의 한복판에 서게 된다.

이 소설의 가장 큰 매력은 ‘한 방의 반전’에 기대지 않는다는 점이다. 대신 소설 전체에 걸쳐 차곡차곡 쌓아 올린 이야기의 힘으로 승부한다. 느린 템포로 정통 추리의 문법을 충실히 따르며, 하나씩 단서를 찾고 그 단서에 맞춰 추리를 조금씩 고쳐가는 과정을 반복한다. 그래서 마치 실제 수사를 지켜보고 있는 듯한 현실적인 속도감이 느껴진다. 기가막힌 트릭이나 비현실적인 천재 탐정 대신, 고뇌하고 망설이며 때로는 우왕좌왕하는 형사의 모습이 작품의 중심에 선다.

특히 히노의 사고를 따라가는 과정이 무척 흥미로웠다. 그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단서들을 조합하지만, 확신에 이르기까지는 끊임없이 흔들린다. 그 모습이 이 작품을 읽으며 수많은 복선들 앞에서 갈팡질팡하던 나 자신과도 닮아 있어 더욱 공감이 갔다. 그래서 이 작품은 탐정소설이라기보다는, 말 그대로 형사소설 혹은 경찰소설에 가깝다. 조직 안에서 움직이는 한 사람의 형사가 개인의 번뜩이는 추리력 대신 경찰의 수사력을 바탕으로 사건을 해결해가기 때문이다.

'잃어버린 얼굴'은 정통 본격 미스터리의 뼈대를 지키면서도 경찰소설 특유의 현실성을 유지하며 특히 인간미를 강조한 작품이다. 이 소설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 나면 충격적인 반전의 여운도 오래 가지만 그 보다 곤히 자고 있는 딸래미 얼굴을 한 번 더 쳐다보게 된다. 그리고 나도 누군가를 위해 소세지에 식빵을 말아 건네주고 싶게 된다.

기상천외한 장치 대신 논리와 구조로 승부하고, 한 방만 노리는 개연성 없는 반전 대신 차곡차곡 쌓아올린 이야기로 쌓아올린 완성도 높은 반전으로 승부한다. 장편에서도 사쿠라다 도모야의 장점은 그대로 살아있었다. 앞으로 국내에 그의 다른 작품들이 더 소개되기를 기대하게 만드는 작품으로 미스터리장르를 좋아하는 모든 분들께 '잃어버린 얼굴'을 추천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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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재판의 변호인
기미노 아라타 지음, 김은모 옮김 / 톰캣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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톰캣 출판사 신작 일본추리소설추천 마녀재판의 변호인 서평 기미노아라타 지음


오늘 읽은 책은 기미노 아라타의 일본 추리 소설, '마녀재판의 변호인'이다.

제23회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히든카드상을 수상한 작품으로, 특히 기대를 하게 된 이유는 이 작품이 마녀재판의 변호인으로 데뷔한 기미노 아라타의 첫 작품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작가의 직업이 정신과 전문의라는 점도 흥미롭다. 추리소설계에서 자주 보이는 법대 출신 작가들과 더불어, 작품의 완성도를 신뢰하게 만드는 대표적인 직업군이라 할 만하다.


이 작품을 읽으며 같은 톰캣 출판사의 다른 출간작인 범선군함의 살인이 유독 많이 떠올랐는데, 일본 소설이면서 서양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점과 추리소설로서의 요소를 제외하고도 당대의 시대상을 읽는 것 만으로도 무척 즐거웠다는 점 때문이었다.


소설 '마녀재판의 변호인'은 광기의 시대였던 16세기 유럽을 배경으로 무고한 여인을 고문 한 뒤 마녀로 몰아 불에 태워 죽이는 마녀재판이 유행처럼 번지던 때를 배경으로 진행된다.


마녀재판에서 무죄를 증명하는 것은 죽어서나 가능했다는 말처럼 마녀가 아닌 것을 증명하는 것이 불가능한 경우가 대부분인데, 미개한 중세인이라면 백이면 백 유죄라고 할 상황에서 마녀재판의 유일한 변호인 로젠은 홀로 진실을 찾아 나선다.


서평의 앞 부분에 범선 군함의 살인이 떠오르는 작품이라고 했었는데, 마녀재판의 변호인 역시 작품이 전개되는 동안 16세기 중세 유럽의 시대상을 실감나게 표현하고 그래서 더 계몽이 덜 된 미개한 중세인들에 의해 마녀로 몰린 피해자의 암울한 미래를 잘 묘사한다. 그리고 이런 중세 마녀재판에 대한 배경지식들이 무척이나 재미있게 읽히는게 이 소설의 또다른 매력포인트!


집단 광기와 터무니 없는 증언 그리고 전염되는 악의 속에서 변호인 로젠은 마녀로 몰린 피해자를 지키기 위해 논리로 설명이 가능한 추리를 찾아내야만 한다. 마법처럼 보이는 불가능해 보이는 트릭을 풀고 사건의 진짜 범인을 찾아야만 억울한 희생자를 지켜 낼 수 있다.


무엇보다 이 소설 '마녀재판의 변호인'이 추리소설계에서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만한 작품인 이유는 정말 누구도 예상하지 못할 반전에 있다. 스포일러 없이 읽어야 이 작품의 재미를 온전하게 즐길 수 있기 때문에 조심스럽지만 어쨌든 반전이 주는 한 방이 정말 대단하다. 추리소설이라면 온힘을 다해 예상하지 못한 충격적인 결말을 멋지게 선보여야 하는데, 이 소설은 그 어려운 걸 여러번 해낸다. 반전의 반전이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작품!


마녀재판이라는 자극적인 소재를 특수설정미스터리로 멋지게 쌓아올리며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팬들에게 뒤통수 얼얼한 고자극 반전까지 잊지 않고 챙겨주는 종합선물같은 작품 '마녀재판의 변호인'을 꼭 한번 읽어보시길 추천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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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든 문장 쓰지 마세요 허블청소년 4
케빈 윌슨 지음, 박중서 옮김 / 허블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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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읽은 책은 케빈 윌슨의 '내가 만든 문장 쓰지 마세요'로 풋풋한 소년 소녀들의 열여섯살 흑역사를 다루고 있는 소설이다.

열여섯이란 나이에 맞게 순수하지만 조금은 발칙한 시골 소녀 프랭키는 아버지에게 버림받고 어머니와 세 오빠와 함께 시골마을 콜피드에서 지내고 있다. 그런 프랭키 앞에 잠깐 방학 때만 시골마을에 내려온 멋진 도시 소년 지크가 등장하며 두 소년소녀는 급속도로 가까워진다.


문제는 이 둘의 눈에 들어온 물건이 하필이면 고장난 복사기였다는 것.

소년은 예술혼을 불태워 피뭍은 포스터를 그리고 소녀는 '뭔가 정말로 기묘한 거. 말하자면 아무 의미는 없는데, 다른 한편으로는, 말하자면, 뭔가 의미 있어 보이는 거.'에 딱 맞는 멋진 문장을 떠올린다.


'가장자리는 판자촌, 금 탐광꾼 우글거리고, 우리는 도망자, 법은 우리를 잡으려고 잔뜩 허기졌지.'


그렇게 이 시골마을에서 시작해 전국을 들썩이게 할 기묘한 포스터가 완성된다. 처음에는 재미삼아 포스터를 마을 곳곳에 붙이기 시작하지만 마치 지금의 밈처럼 이 포스터는 스스로 생명력을 가진 것처럼 겉잡을 수 없이 불어나더니 이내 사람이 죽어나가는 사고까지 발생하게 된다. 이제 두 청춘은 자신들이 벌인 일이 어떻게 퍼져가는 지 조금은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그리고 다른 한켠에는 미래에 대한 걱정으로 가득한 채 스스로를 둘러싼 가정 문제들과 성장기의 고통과 사랑을 견뎌내며 어른이 되어간다.


소설 '내가 만든 문장 쓰지 마세요'는 별 생각 없이 벌인 일이 내 의도와는 다르게 어떻게 퍼져나갈지를 생생하게 보여주는 작품이다. 의도만큼 해석도 중요하다는 것을 사소한 포스터를 중심으로 단계적으로 그려낸다.


특히나 이 소설에서 인상 깊었던 부분은 프랭키가 이 사건 이후 불안을 안고 어른이 된다는 점이다. 그녀는 고의로 직접 잘못을 저지른 것도 아니고, 남을 해치려 한 적도 없지만, 저절로 부풀려진 사회적 공포의 책임을 혼자 짊어지게 된다. 이는 열여섯의 소녀가 감당하기에는 너무 무거운 짐이라고 느껴졌다.

우리는 종종 결과만 보고 누군가를 쉽게 비난하지만, 그 사람의 의도가 어땠는지는 깊이 생각하지 않는다. 이 소설은 그런 태도가 얼마나 위험한지를 보여주는 것 같기도 했다.


작품의 현실적인 결말 역시 인상적이었다. 이야기의 끝에서 프랭키는 자신의 과거를 완전히 잊거나 극복하지는 못한다. 하지만 어쨌든 인정하고 이를 통해 한걸음 또 새롭게 걸어 나가게 된다.


이 책을 읽고 나서 말과 표현의 힘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그리고 남의 실수를 너무 쉽게 비난하지 말아야겠다고 느꼈다. 우리 모두는 불안한 사회 속에서 살아가고 있고, 그 불안을 키울 수도, 줄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내가 만든 문장 쓰지 마세요'를 불안한 시대를 살아가는 청소년들에게 꼭 한 번 읽어 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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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 컨시어지
쓰무라 기쿠코 지음, 이정민 옮김 / 리드비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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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드비 하면 내게는 미스터리 추리 스릴러 장르의 명가 이미지가 강렬한데 이번 소설 거짓말 컨시어지는 제목에서 풍겨오는 강력한 본격미스터리의 느낌과 다르게 오히려 일상에서 쉽게 느낄 수 있는 다양한 귀찮고 신경쓰이고 스트레스 받는 소소한 요소들로부터 힐링받을 수 있는 작품이었다.

열 한편의 단편들에 대해 소개하기 전에 먼저 쓰무라 기쿠코 작가 특유의 오밀조밀하면서 따뜻한 문체와 일상과 밀접해서 더 공감가는 이야기가 만나 만들어내는 시너지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작품 속에서 언급되는 영화 '나우 유 씨 미'와 배우 '마크 러팔로'는 실제로 존재하는 배우이면서 나도 재미있게 본 영화라서 그런지 괜히 반갑고 더 일상적으로 느껴지며 작품 속 등장인물들이 친근하게 다가오게 만든다.

표제작인 '거짓말 컨시어지'의 내용만 보아도 거짓말 그 자체가 매우 작고 소소하며 너무 별거 아닌 거짓말들이라, 나는 이보다 더 심한 거짓말도 매일매일 밥먹듯 죄책감없이 하고 있는데 싶어서 작품 속 등장인물들의 거짓말을 보고 있으면 왠지 모를 따뜻함에 힐링하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동아리를 탈퇴하기 위해서, 회사 골프 약속을 취소하기 위해서 끙끙 앓으며 어떻게 핑계를 댈지 고민하는 이들을 보면 회사에서 하루종일 땡땡이 치고 거짓말로 업무 보고를 하고 있는 나는 마치 대단한 거짓말 능력자가 된 것 처럼 가슴한켠이 우쭐해지기도 한다.

특히 가장 인상적인 에피소드는 첫번째 단편인 '세번째 고약한 짓' 이었는데 평범한 하루를 보내며 원치 않게 받게 되는 여러 스트레스들을 다들 저마다의 방법으로 해소하는 것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고무줄을 팅기거나 연예 가쉽기사를 읽는 등의 평범한 스트레서 해소 습관도 있지만 그릇을 훔쳐 깨거나 게임 속 케릭터를 학대하는 조금은 고약한 습관도 그려진다.

읽으며 나 자신을 돌아보며 나는 어떻게 스트레스를 해소하는지, 어떻게 이 긴 하루를 건너는지 생각해보게 만든 에피소드라 더 인상 깊게 다가왔다.

곰곰히 생각해보니 나는 단 음식을 마구잡이로 먹거나 18개월된 딸의 발냄새나 정수리 냄새를 맡아보거나 혹은 사람이 마구 죽어나가는 추리소설을 읽으며 스트레스를 풀었던 것 같다.

쓰무라 기쿠코의 단편소설집 거짓말 컨시어지 속에는 와장창하고 터지는 대박사건은 없다. 엄청나게 불행하거나 힘든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작품 속 고민은 내가보기에 굉장히 소소하고 누군가는 그냥 생일을 보내고 있으며 또 누군가는 야간 아르바이트를 하며 미래를 꿈꾸고 있다.

그래서 더더욱 진솔하게 다가오는, 일상을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에게 평범하지만 따뜻하게 다가오는, 말 그대로의 하루의 소소한 힐링 소설 단편집 '거짓말 컨시어지'를 추천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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