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렌지와 빵칼
청예 지음 / 허블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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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렌지와 빵칼의 장르는 SF미스터리지만 소설을 읽고 있으면 SF적 요소나 심지어 미스터리 요소보다도 주인공 영아의 내면의 변화에 집중하게 된다.

주인공 영아는 전형적인 소심하고 기가 약해 타인의 말에 잘 휘둘리는,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유형의 사람이다.

스물일곱살의 유치원 교사로 5년째 연애를 이어오고 있는 남자친구도 있으며 고등학생때부터 이어지고 있는 절친 은주까지, 타인의 시선으로 바라보면 좋은 쪽으로나 나쁜 쪽으로나 특별할 것 없는 그런 무난무난한 삶을 살고 있는 것 처럼 보인다.

하지만 오영아의 일상은 조금 더 내밀하게 가까운 곳에서 바라보면 왠지모르게 음울하고 무겁고 답답해진다.

유치원에서는 유별나게 폭력적인 원생으로 인해 내면의 갈등을 겪고 있으며 절친 은주는 지속적으로 영아를 가스라이팅하며 사과를 요구한다. 어떤일에서든.

그나마 애인 수원은 영아에게 정상적으로 대하지만 이쪽은 반대로 영아의 마음이 식어버렸다. 한쪽의 마음이 식은 연인관계라면 이별 후 새로운 인연을 찾아가는게 맞겠지만 영아는 수원에게 이별을 말할 용기가 없다.

이 뿐만이 아니다. 영아가 사는 건물에는 안면몰수 뻔뻔함의 극치인 극성 캣맘까지 살고 있는데 고양이로 인해 피해는 영아가 보면서 항상 사과를 하는 것도 영아가 된다.

소설 오렌지와 빵칼은 소설의 전반부에서 답답한 영아의 모습들을 보여주며 양껏 고구마를 내 입에 넣었다가 답답함을 견디기가 힘들 때 쯤 사이다를 선물한다.

영아는 자신의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센터를 방문하고 그 곳에서 '본래의 자신의 모습'을 되찾아주는 기간 한정 뇌 시술을 받는다. 그리고 억눌렸던 진짜 자신을 표출하기 시작하는데.

이 부분에서 영아가 느끼는 쾌감과 환희가 고스란히 내게도 전해지며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된다. 뇌시술로 인해 영아는 본연의 자신을 드러내며 폭주하지만 이 또한 너무 과하게 세상에 위협이 되는 행위는 없기 때문에 오히려 응원하는 심정으로 영아를 보게 된다.

나라도 이랬을 것 같기도 하고 무엇보다 참지 않는 쾌감의 후폭풍을 감당하는 것은 내가 아니라 소설 속 영아의 몫이니까.

그리고 소설의 끝부분에 가서는 이 소설의 장르가 SF '미스터리' 소설 답게 충격적인 반전으로 장르적 재미까지 꼼꼼하게 챙긴다.


읽는 동안 영아의 내면을 묘사하는 표현들에 감탄하며 공감할 수 있었고 책을 덮은 후에는 우리 삶에서 본능과 통제의 균형을 잡아주는 선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한번 생각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영아의 입장에서 응원하며 책을 읽은 독자로서 '빵칼'이라 정말 다행이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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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계 미친 반전
유키 하루오 지음, 김은모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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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최고 기대되는 작품 십계가 드디어 출간하네요. 너무너무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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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싹한 이야기 - 작가가 수년간 추적한 공포 실화
이정화 지음, 조승엽 그림 / 네오픽션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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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음과모음의 장르문학 브랜드 네오픽션에서 출간된 오싹한 이야기를 읽었습니다.

한창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요즘같은 날씨에 에어컨을 켜도 더위가 쉽게 가시지 않는데요.

이럴 때 처럼 스릴러, 호러 장르가 생각날 때가 없는 것 같습니다.

오늘 읽은 소설 오싹한 이야기는 부제로 '작가가 수년간 추적한 공포 실화'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는데요.


일반적인 소설 스타일의 서술형식이 아닌 인터뷰 혹은 대담형식으로 풀어가는 사연들은 실화가 주는 묵직한 서늘함을 느끼게 합니다.

사실 이 열다섯편의 단편들을 더욱 무섭게 만드는 가장 효과적인 문구가 책의 가장 첫 페이지에 담겨 있는데요.


*이 책의 이야기는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이 한 줄의 문구만으로 오싹한 이야기의 괴담들은 무게감을 가지게 됩니다.

평소 미쓰다 신조를 비롯해 러브크래프트, 미치오슈스케, AJ라이언등 다양한 작가들의 호러소설을 즐겨왔었는데 오싹한 이야기의 이야기들은 이 들의 잘 꾸며지고 잘 짜여있는 공포소설과는 다른 날 것의 느낌이 물씬 풍깁니다.


굳이 독자를 설득하려하지도 않고 이해하지 못해도 어쩔수 없다는 듯한, 마치 실제로 일어난 일인데 못믿으면 어쩌겠냐는 배짱이 느껴집니다.

그래서 더 귀신을 믿지 않는 저같은 사람도 '혹시...'하는 마음에 더 큰 공포를 즐길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오싹한 이야기의 괴담은 총 다섯개의 파트로 나뉘어져 있지만 각 파트별로 큰 공통점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정말 우리 주변에서 언제든, 어디에서든 일어날법한 장소에서 벌어진 일들을 다루고 있는데요. 이 불규칙성이 이정화 작가가 수년간 각각의 사연자들을 수소문해 취재하여 풀어썼다는 것에 대한 진정성을 느끼게합니다.


전체적으로는 책 제목 그대로 오싹한 이야기지만 '해진 뒤의 골동품 시장' 에피소드는 왠지 모르게 아련한 느낌도 드는 신비롭고 기묘하면서 오싹한 이야기였습니다.

해진 뒤의 골동품 시장 같은 아주 오래된 시대배경을 가진 이야기부터 사이버불링으로 이어지는 학교폭력을 소재로 한 현대의 공포이야기인 '사이버감옥'.

그리고 가까이는 사연자가 사는 동네부터 멀게는 제주도(516괴담)를 지나 태국(푸켓 채식주의자 축제)까지.


시대와 장소를 넘나들며 이정희 작가가 수집한 15개의 괴담은 조승엽 그림작가의 섬뜩하면서 소설의 분위기를 제대로 살려주는 일러스트와 만나 배가되는 공포효과를 보이게 됩니다.



마라탕 중독이라는 왠지 유머러스할 것 같던 제목의 에피소드는 특히 삽화의 효과가 굉장했는데요. 그냥 읽어도 왠지모르게 섬뜩하지만 페이지를 넘기다 한 페이지 전체를 가득 채우고 있는 그림을 보면 저도 모르게 목 뒤가 서늘해지며 잔털들이 쭈삣쭈삣하게 일어나는 기분까지 들게 됩니다.


무더운 여름 실화가 주는 묵직한 공포감으로 서늘하게 보내보는 것도 즐거운 독서시간이 줄 수 있는 여름휴가가 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소설 오싹한 이야기 - 작가가 수년간 추적한 공포 실화로 시원한 여름 휴가 보내보시는 것 추천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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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목격자 - 대한민국 최고 DNA 감정 전문가가 들려주는 법과학의 세계
이승환 지음 / 김영사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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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보이지 않는 목격자를 읽었습니다.

제목만 보면 범죄미스터리스릴러소설같은 이 책은 사실 현대의 과학기술로 범죄를 수사하는 과학수사기법에 대해 소개하는 교양서적인데요.

그간 책이라고는 소설만 보던 제게 진지하면서도 관심있는 분야를 권위있는 전문가가 저술한 이 책은 마치 취향에 맞춰 성의껏 신청해 듣는 대학교 교양수업을 떠올리게 했답니다.

간단하게 이 소설의 저자이신 이승환 교수님에 대해 간략하게 소개를 하자면 대한민국 최고의 법과학자이자 DNA 감정 전문가라고 표현할 수 있는데요.

서울대학교에서 동물학을 전공하고 동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으신 후 30년동안 대검찰청 과학수사부에서 일하며 최종적으로는 법과학연구소장까지 위임하셨다고 해요. 지금은 교수로 재직중이라고 하시는데 그래서 그런지 이 도서는 챕터 하나하나를 진행하면서 커리큘럼이 알차게 잘 짜여진 교양수업의 강의를 듣는 느낌이 강하게 들더라구요.

미스터리소설을 보다보면 사건의 범인을 명탐정의 논리로 트릭을 간파해 밝히는 장면이 종종 등장합니다. 미스터리소설속 상황이라면 명탐정에 의해 범인이 지적당하고 범인은 스스로 죄를 실토하거나 그렇지 않아도 거의 대부분 거기서 상황이 종결되는데요.

실제 현실에서라면 사실상 거기서부터가 시작입니다. 대부분의 범죄는 명탐정의 추리가 아닌 현장에 남겨진 증거들이 포렌식으로 법정에서 작용해 그 죄를 밝혀내게 되며, 명탐정의 추리에 의해 범인이 밝혀지더라도 구속과 기소를 하려면 과학적인 증거가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특히 DNA분석을 통해 진범을 체포해 원죄를 밝혀내는 부분은 카타르시스까지 느껴졌는데요.

물론 어렵습니다. '과학'이란 단어가 들어갔는데 '법'까지 들어갔다보니 쉽지 않습니다. 그만큼 무거운 주제니까요. 이승환교수님이 가볍게 설명하는 '중복조합의 원리'부터 단어 자체부터 어려운 미토콘드리아 분석, 키메리즘, 메틸레이션과 같은 단어는 두번 읽어도 난해합니다.

그래서 도서 보이지 않는 목격자는 이런 법과학적 관점에서 어떻게 수사가 이뤄지고 범인이 체포되었는지 실사례를 통해 흥미롭게 소개합니다.

우리나라 시골에서 실제 발생한 농약사이다테러사건부터 유영철사건에 이어 해외의 마드리드 열차 테러 사건같은 굵직굵직한 사건과 비교적 덜 알려진 서래마을 영아 살해사건까지 다양한 사건케이스들을 통해 우리나라의 법과학이 실제 법정과 사건 현장에서 어떻게 작용되는지를 자세하게 설명합니다.

소설보다 더한 현실 속 명탐정 대신 우리의 치안을 책임지는 법과학자들이 어떤 일을 하는지 알 수 있었고 존경과 감사를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미스터리 장르의 팬으로서 실제 수사 기법에 대해 자세히 알게 되어 무엇보다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던 책이라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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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보니 다 화학이었어 - 주기율표는 몰라도 화학자처럼 세상을 볼 수 있는 화학책
누노 마울리데.탄야 트락슬러 지음, 이덕임 옮김 / 북라이프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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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화학과를 졸업하고 약학쪽으로 진로를 바꾼 케이스인데요. 그래서 마음 속에 항상 '근본은 화학이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어요.

[알고보니 다 화학이었어] 라는 책은 제목을 보자마자 이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제 가슴 속 화학에 대한 애정이 다시 한번 고개를 들었달까요.

주기율표는 몰라도 화학자처럼 세상을 볼 수 있는 화학책

이라는 소개에서 일반인을 대상으로 세상의 화학적 측면을 어떻게 쉽게 풀어냈을까하는 궁금증이 생겼답니다.

저자인 누노 마울리데는 오스트리아 올해의 과학자상을 받은 오스트리아 빈 대학교 화학부 교수인데요. 프롤로그에서부터 화학에 대한 애정이 넘쳐나더라구요.
그 애정을 바탕으로 누노 마울리데는 이 책을 통해 우리 생활에 화학이 어떻게 스며들어있는지 아주 쉽게 설명해주고 있어요.

[알고보니 다 화학이었어]는 화학적 용어나 성분같은 것들 모두를 설명하고 내용에 들어가고 있기 때문에 초등학교 3~4학년 이상이라면 누구나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는 수준인데요. 삽화도 많이 들어가 있어서 너무 읽기 편하더라구요. 저는 거의 2시간만에 독파해버릴 정도였으니 말 다했죠. 한 주제당 5~10페이지를 넘지 않게 구성되어 있어서 술술 읽혔답니다.

📖모든 물질은 독이며 독이 없는 물질은 존재하지 않는다.
독성의 유무는 용량에 달려있다.

화학과 약학 모두를 전공한 저에게 특히 와닿았던 부분인데요.

이것은 약을 배우면 거의 처음에 배우게 되는 내용인데 음식의 성분에 대한 문제에도 사용될 수 있다는 것이 흥미로웠어요.

📖우리가 먹고 있는 음식 안에서의 위험성을 알려주는 유해물질 3대장을 소개하면서 보통 탄 음식은 발암물질이 생기기 때문에 위험하다고 하잖아요. 또 기름에 튀긴 음식도 몸에 안좋다고 하구요. 그리고 가공육도 될 수 있으면 피하라고 하는데 3가지 화학물질(벤조피렌, 아크릴아마이드, 질산염)이 어떻게 생기고 위험한지 알려주면서 각각의 성분을 짚어주니 저로서는 완전히 이해가 가더라구요.

이렇게 어떤 성분이 어떻게 생겨나게 되고 이것이 위험하다라고 과학적인 근거를 보여주니 더더욱 식생활에 어떤 점을 조심해서 음식을 준비해야할 지 방향이 보이더라구요.

📖또 재미있었던 것은 양파를 썰 때 왜 눈물이 나는지, 그리고 어떻게 하면 눈물이 나지 않을지처럼 실생활에 확 와닿는 내용을 과학적으로 풀어주니 재미도 있고 도움이 되었어요.
저는 이렇게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과학도서는 쉽고 다가가기 편해야된다고 생각해요.

📖운동 특히 헬스를 하며 몸을 만드는 사람들이 섭취하는 BCAA를 먹는 이유도 쉽게 몇 줄만에 이해할 수 있게 나와있구요. 저자는 교수임에도 불구하고 정말 읽기 쉽게 이야기를 풀어냈더라구요.

그리고 중간중간에 본인이 하고 있는 연구, 그리고 세계에서 진행되고 있는 연구들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는데 이 점도 굉장히 좋았어요. 과학에 대한 흥미와 동기유발이 될 것 같았거든요. 한국에서는 학술적인 부분에 치우친 연구가 많이 이루어져 사실 흥미위주의 접근이 되기 힘든 점이 있는데, 위 케이스와 같이 화장실에서 악취가 나면 접근성이 떨어지게 되고 이는 질병 발생의 위험성을 높이게 되기 때문에 이를 중화시킬 수 있는 향을 개발하는 데에 빌 게이츠 재단이 연구를 지원하고 있다와 같은 내용은 재미있으면서도 과학 연구에 대한 열정을 키울 수 있는 쉬운 접근 방법이 되지 않을까요?

우리의 생활에 사실은 깊게 관여하고 있는 화학. 화학에 대한 대중의 시선이 저자의 말마따나 좋지만은 않은데 실상은 화학이 우리에게 얼마나 많은 도움을 주고 있는지 그리고 위험성이 있는 것은 어떻게 피하고 대처하면 되는지에 대해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 주고 있는 책 [알고보니 다 화학이었어]는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편하게 읽을 수 있는 대중적 화학책으로 추천해주고 싶어요. 바쁜 현대사회에 숏폼에 익숙한 사람들에게도 부담없이 접근할 수 있는 구성으로 되어있기 때문에 이동시간이나 카페에서 잠깐 시간날 때 재미있게 읽을 수 있으면서도 교양를 넓힐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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