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과 부동명왕 미야베 월드 2막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소연 옮김 / 북스피어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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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베미유키 작가의 미야베월드 제 2막의 신작 청과 부동명왕을 보았습니다.

사실 미야베미유키 작가의 소설은 화차와 모방범으로 입문했던 터라 제게 미야베미유키는 사회파 미스터리 작가로 익숙했는데요.

은근 다양한 장르의 소설을 써내려가고 있으며 그 중에서도 에도 시대를 배경으로 한 다양한 소설들은 은근 매니아층을 형성하고 있으며 저도 그 중 몇권은 재미있게 읽은 경험이 있었거든요.


이번에 새로 나온 에도 시대 소설 청과 부동명왕은 표제작인 청과 부동명왕을 포함한 총 네개의 중단편소설이 수록된 소설집으로 에도 시대 시리즈 중에서도 미시마야 시리즈에 해당합니다.


이 미시야마 시리즈는 에도에 위치한 주머니 가게의 이름인데요. '흑백의 방'이라는 공간을 마련해 두고 특별한 손님을 초대해 괴담을 말하고 듣는 시간을 운영해왔습니다. 한 번에 괴담을 말하는 사람은 한 명, 듣는 사람도 오직 한 명으로 이전 미시야마 시리즈에서 청자역할을 하던 오치카는 출산을 위해 그 역할을 내려놓고 현재는 오치카의 사촌인 도미지로가 그 일을 맡고 있는데요.


이러한 배경 속에서 흑백의 방에서 소설의 첫번째 괴담을 말하고 들으며 첫번째 표제작 청과 부동명왕이 시작됩니다.




등의 화염광배와 오른손의 검, 쑥 내민 왼손으로는 중생을 구할 때 사용하는 올무같은 무구를 쥐고 있다. 그렇다면,

"우린보 님은 부동명왕이시군요."


"머리 모양은 청과같네요. 머리카락은 빗어넘겨 뒤에서 묶었고, 청과의 꼭지에 해당하는 부분에 연화가 올려져 있고..."

p45,46




울외의 머리모양을 한 부동명왕을 업고 먼길을 온 이야기꾼 이네는 청자인 도미지로의 사촌 오치카의 순산을 기원하기 위해 괴담을 전합니다.


아이를 낳기 위해 돈에 팔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지 못하면 석녀라불리며 쫓겨나던 시대. 이 모든 힘든일을 겪은 여인 오만은 죽어서도 투장묘도 다행이라 말할만큼 모진 대우를 받습니다. 마찬가지로 기근으로 인해 먹여살릴 자신이 없다는 이유로 스스로 아이를 지워야만 했던 오나쓰는 이모인 오만을 무시하는 아버지의 말에 가족에게 환멸을 느끼고 집을 나와 혼자 삶을 개척해갑니다.




"불행하고 심한 일을 당한 여자들뿐이었어요."

아이를 갖지 못해 시댁에서 쫓겨난 여자. 자식을 잃은 죄를 뒤집어쓰고 이혼당한 여자. 심한 시집살이에 상처를 입고 몸이 망가져도 소처럼 부려먹히는 고통에서 도망쳐온 여자. 남자에게 속아 아기를 갖고 혼자서 어쩔 줄 몰라 하는 여자.

"오나쓰 씨는 도움이 필요한 여자들을 모두 받아들였어요." p124




그렇게 또 기근에 반대되는 희망과도 같은 청과를 키우며 오나쓰는 자신과 비슷한 신세의 여인들을 받아들여 동천암을 세웁니다.




이 청과들은 자신의 몸을 던져 다른 사람을 살리는 자비의 화신이다. p134




우린보라 불리는 불상의 기원을 담은 괴담은 여성의 인권이 남성보다 못하던, 그러면서도 인간의 인권도 계급에 따라 갈라지던 에도시대를 통해 사회적으로 소외당하고 외면받고 심지어는 배척당하던 여인들이 자신의 힘으로 운명을 개척해 시대의 아픔과 개인의 인생역경을 이겨내는 따스함을 담고 있습니다.


미야베미유키 작가의 괴담이 괴이하면서도 따뜻한 이유는 불을 내뿜는 지네와 스스로 움직이는 무사 인형 같은 괴이함 속에 작가님이 말하고자하는 서로 돕는 정이 있는 사회를 말하고 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에도 시대는 사람의 목숨을 간단히 뺏을 수 있는 시기였기 때문에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의 연대감이 매우 강했습니다. 제가 에도 시대를 계속 쓰고 싶어 하는 이유는, 그렇게 따뜻한 인간의 정이 있는 사회를 향한 동경 때문입니다. 작은 것도 함께 나누고 도와가며 살았던 시대가 있었다는 것을 전하고 싶습니다." -작가의 말 중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청과 부동명왕이 미야베미유키의 에도시대소설 시리즈에 입문하기에 꽤 괜찮은 작품인 이유는 이 소설의 구조 자체가 찾아온 이야기꾼의 입을 통해 괴담을 전해듣는 액자식 구성을 가지고 있어 크게 배경지식에 영향을 받지 않으며 게다가 호불호가 크게 갈릴 수 있는 기괴하고 흉측한 괴담이 아닌 누구나 좋아할 수 있는 마음에 전해지는 따뜻한 이야기이기 때문이 아닐까합니다.


새로 태어날 아이와 산모에게 힘이 되어주기 위해 전하는 이야기니 오죽할까요.


기존 모방범과 화차를 좋아했던 미야베미유키의 팬이라면 이번에 새로 나온 신작 청과 부동명왕을 통해 에도시대를 그리는 미야베월드에도 입문해보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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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플 세븐 킬러 시리즈 3
이사카 고타로 지음, 김은모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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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카고타로 작가의 킬러시리즈의 신작 트리플세븐을 보았습니다.

킬러 시리즈 그래스호퍼, 마리아비틀, 악스 중 가장 재미있다는 평을 받고 할리우드에서 불릿트레인으로 영화화까지 된 작품 마리아비틀의 주인공 나나오가 그대로 등장하며 불운이 겹치고 겹쳐 일이 여기저기 꼬이며 다양한 킬러들이 복잡하게 얽혀가는 재미도 여전합니다.




이사카 고타로의 여러 소설들이 다 그렇지만 수많은 등장인물들이 등장해 얽히고 설키지만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로 복잡하지 않고 쉽게 이해되며 읽히는 재미는 여전히 놀랍습니다.




📕"내 인생은 슬롯머신을 돌리려고 하면 레버가 망가지는 식이었어." p234

소설의 주인공 나나오는 불운을 타고난 킬러인데요. 다른 사람들이 평화롭게 살수 있게 일곱가지 불운을 짊어진 무당벌레라고도 하지만 본인은 그 역할이 썩 만족스럽지는 않습니다.

이번에도 나나오는 마리아로부터 그저 딸이 그린 액자를 아빠에게 전달하기만하면 되는 손쉬운 임무를 받게 되지만 저번에도 그랬듯 나나오의 타고난 불운에 덤벙거리는 실수까지 겹쳐 윈튼펠리스호텔에는 피냄새 가득한 지옥도가 펼쳐집니다.

나나오는 그저 호텔의 호수를 잘못알고 그림을 오배송했을 뿐이지만 윈튼펠리스호텔은 이미 다른 킬러들의 임무들로 인해 피 튀기는 살육의 현장이 되어가고 있었습니다. 불운을 몰고 다니는 나나오답게 어느샌가 그 역시 윈튼펠리스호텔을 피로 물들이는 주범이 되어버리구요.




서문에서 작가가 밝혔듯 마리아비틀의 주인공 나나오의 속편으로 수평적이었던 신칸센에서 이제 수직으로 이동하는 호텔이라는 컨셉을 먼저 잡고 소설을 구상했다고 하는데 확실히 컨셉을 훌륭히 살렸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전투씬 하나하나가 호텔이라는 공간과 무척이나 잘 어울렸는데요. 베게와 담요라는 콤비의 호텔비품들을 활용한 전투씬부터 나나오와 바람총 육인조와의 호텔엘리베이터 전투씬은 이 소설 트리플세븐도 제발! 영화화가 되어 제가 머릿속으로 그려온 전투씬을 스크린으로 보고 싶어질 정도였으니까요.




트리플세븐의 가장 매력적인 포인트 세개를 꼽으라면
첫번째가 마치 영화를 보는 듯 생생하게 묘사되는 전투씬이며

📕"해커 아줌마니까 그렇겠지. 빅선(big sun), 큰 해, 해커." p157

📕콜라를 잃은 소다와 코코를 잃은 가미노 사이에 끼어버린 나나오는 어떤 심정으로 있어야 할지 고민됐다. 자신도 소중한 파트너를 잃어버려야 할 것만 같은 본말이 전도된 기분도 들었다. p210

두번째는 피냄새 물씬 풍기는 이야기 전개 와중에도 툭툭 치고나오는 이사카 고타로 스타일의 유머를 들 수 있고
마지막으로 결말부에서 의미없는 듯 뿌려졌던 복선들이 모두 회수되며 미스터리 장르 본연의 재미를 느낄 수 있는 반전의 묘미를 들 수 있습니다.

반면에 절대로 젊어질 수는 없으니까 젊은이가 고생하는 구조를 만들면 자기는 점점 100퍼센트 안전권에 가까워지죠. 누구든 본인이 손해를 보는 일에는 찬성하고 싶지 않을거에요. p164

📕"매화나무는 매화꽃을 피우면 돼. 사과나무는 사과를 피우면 그만이고. 장미꽃과 비교한들 아무 의미도 없어." p213

거기에 왠지 모르게 인생을 통찰하는 듯한 날카로운 시선까지요.




특히 킬러시리즈를 모두 읽고 보면 훨씬 더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요소들이 곳곳에 가득한데요.

과일콤비가 떠오르는 콜라와 소다 콤비부터 소설 초반부에 육인조에 의해 언급되는 푸시맨의 뒷이야기 그리고 나나오의 회상에서 잠시 등장하는 풍뎅이의 모습까지.




😍어찌보면 타인을 배려하고 착해보이는 나나오조차 일반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면 피냄새 물씬 풍기는 악인인 피카레스크 장르이면서 하드보일드 느와르 장르소설이 줄 수 있는 재미를 약간은 시니컬한 블랙유머와 함께 제대로 느끼게 해준 이사카 고타로의 신작 트리플세븐!

트리플세븐은 묵직한 액션에 가벼운 유머 그리고 미스터리소설 본연의 반전의 재미까지 갖춘 소설로 일반적인 일본미스터리소설을 넘어 이사카 고타로만의 속도감있는 전개와 눈에 그린듯 생생한 전투씬이 압권이었던 소설로 여름에 등골 시원한 쾌감을 찾는 분들께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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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랜프 1 - 거룩한 땅의 수호자
사이먼 케이 지음 / 샘터사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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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특한 표지를 가진 소설 홀랜프를 읽었습니다.
보통 소설책 표지에 소설의 제목이 적혀있는 경우가 많은데 홀랜프의 표지는 깔끔하게 일러스트만 그려져 있는 것이 시리즈를 책장에 소장하고 싶게하는데요.

홀랜프는 스타워즈 혹은 듄처럼 방대한 SF시리즈를 염두에 두고 구상한 소설이며 영화를 연출하던 사이먼 케이의 작품답게 소설보다는 영화의 시나리오를 읽는듯한 기분이 들게 합니다.



홀랜프1 거룩한 땅의 수호자는 앞으로 사이먼 케이가 그려갈 방대한 홀랜프의 세계관이 시작하는 첫권답게 외계 생명체 홀랜프에 맞서 인류가 최후의 희망으로 길러낸 7인의 아이들의 성장을 그립니다.

최박사는 멸망을 불러올 외계생명체의 침공을 예측하고 뇌파에서 발생하는 신경에너지를 활용해 싸울 최고의 유전자로 탄생한 여섯명의 아이와 최초의 어빌리스 발견자인 선우민의 아들 선우필로 구성된 벙커의 아이들을 길러낼 계획을 세웁니다.

외계생명체 홀랜프가 침공해 왔을 때 최박사는 7인의 아이를 지하 깊숙한 벙커에 숨긴 후 어빌리스를 단련해 홀랜프에게 반격을 할 계획이었는데요.

홀랜프는 외계 생명체의 침공을 예상한 최박사가 붙인 명칭으로 Sanctus Terra Patronus, 영어로는 Holy Land Patron 으로 앞 글자들을 따 HOLLANP라고 부르게 됩니다.
그리고 최박사가 인류의 마지막 보루로 삼은 7인의 아이들의 이름도 이 홀랜프에서 따와 해든, 오웬, 리브, 레나, 아라, 니나 그리고 선우'필'이라 부르게 됩니다.



📘그 때 하늘에 떠 있는 홀랜프 리더가 팔에서 나온 칼로 선우민을 반으로 자른다. 선우필은 아버지의 상반신과 하반신이 분리되는 걸 본다. p181

무엇보다 끊어치는 듯한 간결한 문장으로 영화를 보는 듯한 빠른 템포의 전투씬을 묘사할 때 그 묘미가 두드러지는데요. 담백하게 미사여구 없기 상황을 간결하게 표현하는 것은 소설의 속도감을 훨씬 더 빠르게 느껴지게 합니다.


📘형태는 용이지만 입을 제외한 다른 부위들이 없다. 마치 면적이 넓은 대형 지렁이 같기도 한데 무수히 붙어 있는 다리가 사람들을 들었다 공중에서 떨어트리기도 한다. p123

마치 영화를 보는 듯 생생하게 표현되는 외계종의 비쥬얼이 마치 눈에 그려지는 듯 해 SF소설로서의 몰입을 더욱 극대화시킵니다.

덕분에 소설로 읽고 있지만 머리속에서 장면장면이 생생하게 그려져 소설을 읽으면서도 SF영화를 보는 듯한 기분이 듭니다.

홀랜프2 메시아의 수호자는 본격적인 벙커의 아이들과 홀랜프의 전투를 그립니다.
1편이 아이들의 성장과 세계관에 대한 설명이 어우러져 앞으로의 세계관을 그려나갈 토석이었다면 본격적인 SF소설로서의 시리즈가 2권부터 시작됩니다.

글라디우스 광선검을 쓰며 최박사가 준비한 안배를 누리지 못하고 아버지 선우민의 죽음을 목격한 후 실전을 통해 어빌리스를 성장시켜온 선우필의 위태위태한 정신상태는 벙커에서 나온 다른 아이들에 비해 확실히 불안하게 느껴집니다.

벙커의 아이들은 시대의 상징성을 받아 인류의 희망이 되기위해 신이 되길 제안받고 희망을 잃은 자들은 인류를 배신하고 홀랜프에게서 가능성을 찾아 페카터모리 알파가 됩니다.

벙커의 아이들은 기존의 어빌리스로는 상대하기 힘든 홀랜프를 극복하기위해 새로운 초상능력인 스위븐을 사용하기 시작합니다.

일종의 미래예지이자 꿈을 현실로 만드는 능력까지 등장하면서 소설은 본격적인 sf판타지장르의 재미를 드러냅니다.

무엇보다 홀랜프가 재미있는 이유는 아이들에 의해 인류의 미래가 결정되지만 마냥 밝고 희망찬 내용이 아닌 누군가의 피할 수 없는 희생과 감내해야하는 암울한 현실이 잘 표현되어 있었기 때문인데요.

그래서 홀랜프와 인류의 전쟁을 보며 가볍게 재미위주로 소비하는 독서가 아닌 등장인물들의 선택에 따른 결과를 곰곰히 생각해 볼 거리가 많았습니다.



벙커의 아이들의 이야기는 거룩한 땅의 수호자와 메시아의 수호자 두권을 통해 일단락 되었는데요. 샘터출판사에서는 홀랜프 시리즈가 이 이후의 이야기들도 계속 출간될 계획이라고 알렸답니다.

설정부터 꼼꼼하게 빈틈없이 짜여올라가 앞으로의 전개가 더 궁금하고 언젠가는 스타워즈나 듄과 같은 방대한 SF연대기가 될 것이라 기대되는 사이먼 케이 작가의 홀랜프로 SF소설이라는 장르의 재미를 느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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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식 - 우리가 지나온 미래
해원 지음 / 텍스티(TXTY)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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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원 작가의 SF 미스터리 스릴러 소설 아카식 - 우리가 지나온 미래가 텍스티 출판사에서 출간되었습니다.

제가 소설을 읽으면서 좋아하는 장르가 딱 네개 있는데요, 그 SF 미스터리 스릴러 호러 네 장르중 무려 3개에 걸쳐있는 소설인만큼 바로 기대감을 가지고 읽게 되었습니다.

심지어 제가 좋아하는 연상호감독님의 샤라웃까지!

소설은 어린 시절 사고로 부모님을 잃고 한살터울의 언니 홍은희와 함께 살아가는 홍선영의 시점에서 전개됩니다.

천지간에 단 둘 뿐이라는 마음으로 서로를 의지하며 살아가던 자매였지만 언니 은희가 KTX사고로 실종되고 선영은 무언가 개운치 않은 열차사고를 알아가다 전 세계의 운명이 걸린 사건에 휘말리게 됩니다.

아카식의 작가 해원님이 카카오웹툰의 스토리와 영화 드라마 각본가로 활동을 하고 있어서 그런지 소설의 목차만 봐도 알 수 있는 것 처럼 이야기 진행의 템포가 매우 빠르게 흘러가 한 장면 한 장면이 소설을 끊어 읽을 수 없게 만드는 몰입감을 가지고 있었는데요.

특히 단순한 소설에서 찾아볼 수 없는 연출이 소설을 읽으면서도 웹툰이나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게 만들었습니다.

중간중간 검은 페이지에 줄에 맞춰지지 않은 대사들과 그라데이션으로 표시되어 과거와 현재의 전환을 자연스럽게 연출한 장면들이 특히 인상깊었거든요.



다시 소설 아카식의 이야기로 돌아가 언니 은희가 탑승한 열차는 말 그대로 사라져버립니다.

그래서 탑승객 현황에 탑승한 사람은 잔뜩 있지만 생존자와 부상자 그리고 사망자가 모두 0명인 기묘한 사고보고서가 나오게 됩니다.

"그러니까... 케테르 재단인지 뭔지가 그 여자를 고용해서... 근데 거긴 대체 뭐 하는 곳인데요?"

"<미션 임파서블> 봤습니까? 거기 나오는 악당들하고 비슷합니다." p61

그리고 이 사건의 중심에는 선영의 언니 은희가 있는데요. 선영은 그 동안 자신이 알고 있던 은희의 모습의 거의 대부분이 거짓이라는 사실에 언니에게 배신감을 느끼면서도 사라진 언니를 찾아나섭니다. 그리고 마치 미션임파서블에 나오는 악당들과 같은 포지션의 케테르제단이 등장해 선영을 위협하고 톰 크루즈에 해당하는 데미안이 선영을 지켜줍니다.

이제 케테르 제단의 해결사 올빼미와 선영을 지키는 데미안의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쫓고 쫓기는 추격전이 펼쳐집니다.

아카식이라는 단어는 오컬트 장르를 좋아하고 장르문학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한번쯤 들어봤을 단어인데요. 다른 말로 허공록이라고도 불리는 아카식 레코드는 과거 현재 미래의 모든 기억이 담겨 있는 정보의 기록함을 말합니다. 아카식 레코드에 접속하면 미래를 알 수 있게 되는 것인데요, 이번 소설 아카식에서는 미래를 알게 되는 것을 넘어서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마음대로 넘나들 수 있는 통로로 표현됩니다.

이제 시공간을 넘어 과거를 마음대로 주무르고 싶어 하는 악당들을 막기 위해 선영은 언니 은희를 찾고 데미안 장과 다양한 초능력을 지닌 아이들과 함께 케테르 재단의 수괴 제레미 아이즈너를 막아야 합니다.

소설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암울하고 어둡고 답답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죽어나가고 선영이 당면한 현실은 갑갑하고 숨이 막힙니다. 하지만 묘하게 밝고 즐겁고 명량하게 느껴집니다. 아마도 이는 선영이 자신에게 닥친 현실을 암울하게만은 받아들이지않고 어떤 방법으로든 부딛혀 이겨낼 수 있는, 극복할 수 있는 상황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일텐데요.

언니는 웹소설이라면 환장을 했다. 회귀, 빙의, 환생을 일삼으며, 주로 북부 대공이 남자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판타지로맨스물 p115

"튜너로 태어날 확률도 희박한데, 당신은 안테나에요. 30억분의 1이라는 가능성을 뚫고 태어난 겁니다."

내가 무슨 시진핑이냐?!

그 엄청난 가능성을 뚫은 결과 시진핑은 권력과 호사를 누리고 있지만, 나는 죽어라 고생만 하고 있다. 불공평한 세상 p181

"왜 말 안 했어?"

"뭘?"

"아파트!"

언니를 만나면 하고 싶은 말도, 묻고 싶은 것도 많았다.

아파트부터 튀어나오는 걸 보니, 한국인이 맞긴 맞나 보다. p211

거기에 어느 상황에서든 분위기를 전환해주는 해원작가님만의 스타일의 딥다크한 블랙 유머가 곳곳에 심어져있기 때문이기도 하구요.

시공간을 넘나드는 SF장르의 재미에서 사라진 언니의 정체를 파헤치는 미스터리 장르의 재미 그리고 케테르 재단의 올빼미와 그림자로부터 쫓고 쫓기는 스릴러 장르의 재미까지. 3박자가 훌륭하게 맞아 떨어져 소설을 보는 시간을 말그대로 순삭시킨 재미있는 SF미스터리스릴러소설 아카식을 말 그대로 재미있고 즐거운 독서시간을 원하는 분들께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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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천국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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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국 작가 중 가장 독보적인 색채를 지닌 사람이 바로 정유정 작가라고 생각한다.
강렬했던 작품들. 7년의 밤, 종의 기원, 28을 읽으면서 완전히 팬이 되어버렸고 완전한 행복까지 그 행보를 좇게 되었다.
특히 7년의 밤을 읽었을 때는 사람들이 가득차 있는 교실 한가운데에서 책을 읽고 있었는데, 책 내용에 몰입해 오싹한 한기와 두려움이 몰려올 만큼 완전히 집중시켜버리는 그 필력이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번 정유정월드 신작 영원한 천국이 나왔을 때도 반가운 마음에 바로 찾아 읽어보지 않을 수 없었다.

정유정 작가 하면 바로 떠오르는 키워드는 사실 싸이코패스다. 대표작들에서 다양한 형태로, 깊이 있게 다뤄졌기 때문에 사실 이런 스릴러가 아닌 에세이, 청소년 소설도 집필하였지만 나는 다시 한번 싸이코패스 이야기가 어떤 식으로든 나오지 않을까 생각했었다.

하지만 이번 정유정신작 영원한 천국은 완전한 행복에 이은 정유정월드 '욕망3부작'에 해당하지만 싸이코패스 이야기는 아니다.
이번에 정유정작가는 SF 스릴러라는 장르를 선택했다.

영원한 천국에는 차례에서부터 나오는 '롤라', '드림시어터'에 해당하는 가상현실 시스템이 등장한다.

📚롤라는 거대 네트워크이자 빅 데이터이며 통합 플랫폼이다. 게임과 커뮤니티와 영상 혹은 방송 채널이 무한대로 생성되고 소비되는 곳이다. 이곳엔 지상의 동화와 지하의 신화가 동시에 구현되는 가상 세계도 존재한다. -p19

이는 마치 영화 '인셉션'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하지만 영원한 천국의 '롤라', '드림시어터'는 인셉션과 비슷하기도 하고 다르기도 하다.

📚극장이라는 툴은 롤라가 제공한다. 반드시 죽음에 이르도록 설계된다는 점 역시 같다. 롤라가 만든 극장이 공용이라면, 업자가 만든 극장은 개인용인 셈이다. 개인 극장의 정식 명칭은 '드림시어터'다. -p.21

이야기는 두 주인공 해상과 경주의 만남으로부터 시작된다.
경주가 해상에게 의뢰를 맡기게 되면서 해상이 경주를 만나러 오는 것으로 시작되는데 이 공간부터 매우 특이하다.
말하는 앵무새 공달과 잣나무가 등장하고 경주는 마치 공달이 자기 동생인양 의뢰를 한다고 했던 것이었다.

📚경주 "관심을 끌 수 있을까 해서요. 이해상씨는 드림시어터를 처음 시작한 사람이고 시조새에게 간택되려면 눈에 띄어야 하니까." -p 21

책을 읽으면서 이 1장이 얼마나 많은 것을 품고 있는지 알 수 있다. 후에 등장하는 인물들, 배경들이 1장에 어떻게 녹아들어 있었는지 점점 드러나는 그 과정이 매우 흥미로웠다.

이후 해상이 경주를 위한 드림시어터를 만들기 위해 경주의 이야기를 듣는 것으로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된다.

경주가 어떻게 삼애원에 가게되는지, 그리고 그 곳에서 어쩌다 제이를 만났는지 그리고 그 이후에는 어떤 삶을 살게 되었는지 그 파란만장한 이야기 속에서 해상의 삶도 드러나게 된다.

그리하여 경주와 해상의 이야기는 서로 다른 지점에서 시작되어 교차되었다가 다시 떨어져나가고 또 경주의 진짜 의뢰에서 다시 만나게 된다.

📚"제 첫번째 요구는 삼애원 사건을 겪고 난 이후부터 30쪽을 추가해달라는 겁니다." "백지로요"
- p.388~389

경주, 해상의 삶이 롤라와 엮이게 되면서 이야기는 굉장히 한국적이면서도 미래지향적인데,
그러한 점에서 영원한 천국은 굉장히 현실감 있게 쓰여있으면서도 또한 몽환적인 느낌을 준다.
그리고 곧 우리도 발전된 기술을 통해 그러한 세계로 들어갈 수 있을 것 같다.

정유정작가가 만들어 낸 또다른 세계, 롤라. 그리고 영원한 천국. 역시나 치밀하게 짜여있었고 경주와 해상의 서사는 놀라움의 연속이다.

작가는 욕망3부작 중 하나로 이 책이 '견디고 맞서고 끝내 이겨내고자 하는 인간의 마지막 욕망'에 대한 이야기라고 소개했다. 그리고 이 욕망과 추구의 기질에 '야성'이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경주가 보여준 '야성'을 통해 우리는 작가의 말마따나 우리 유전자에 태초의 야성이 숨쉬고 있고 그것이 우리 삶의 무기라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한번 읽기 시작하면 내려놓기 힘들 정도로 그 뒷이야기가 궁금해져 하루만에 독파해버린 영원한 천국. 가볍지만은 않은 주제이지만 소설의 장르적 재미 하나만으로도 가치가 있는 책으로 SF, 스릴러 장르를 즐기는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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