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스커빌관의 살인 기암관의 살인 시리즈 2
다카노 유시 지음, 송현정 옮김 / 허밍북스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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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읽은 책은 나의 인생 미스터리소설 중 하나였던 '기암관의 살인'의 후속작 바스커빌관의 살인.

기암관의 살인 시리즈는 일반적인 추리소설과는 전혀 궤를 달리하고 있는데 어떻게 보면 기존 미스터리 소설에 대한 리스펙이, 또 다른 시선으로 보면 기존 추리소설이 가지고 있던 클리셰를 자유자재로 가지고 놀며 비틀고 부수는 장난스러움이 공존하고 있다.


그래서 '미스터리 아레나' 이후 기암관의 살인은 추리소설이면서 설정 그 자체에서 나오는 재미로는 순수 No.1이라고 생각될 정도로 몰입해 읽었는데 그 후속작인 바스커빌관의 살인은 이어지는 세계관에서 진행되는 이야기인만큼 그 재미가 한층 더 발전해 이 '탐정유희'가 등장하는 차기작들은 백편이 더 나와도 모두 기대가 될 정도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바스커빌관의 살인을 소개하자면 이 탐정유희라는 소설을 관통하는 핵심 소재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는데 혹여나 기암관의 살인을 읽지 않았다면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얼른 기암관의 살인부터 읽고 오길 추천드린다. 미스터리 장르의 팬이라면 꼭 읽어야 할 소설이라고 생각한다.


탐정유희란 말 그대로 소수의 의뢰인을 위한 살인게임을 말하는데, 돈이 넘쳐나는 부자들이 수억원의 비용을 지불하고 실제로 사람이 죽는 사건 현장 속에서 본인들은 안전하게 주최측이 주는 힌트를 받아먹으며 범인을 추리하는, 일종의 미스터리 소설의 실제 체험 게임을 말한다.

완성도 높은 추리게임의 시나리오를 쓸 작가와 현장에서 연기를 하는 배우, 그리고 실제 사망하게 될 희생자와 이 모든 무대 뒤에서 암중으로 활약하게 될 스태프까지 다양한 구성원들이 이 탐정유희를 위해 일하고 실제로 이 게임중에는 다양한 돌발변수가 발생해 모두가 그에 맞춰 실시간으로 대응하는 긴박함이 넘쳐흐르는 일터이기도 하다.


이번 작품은 전작 기암관의 등장인물들이 그대로 등장하지만 탐정유희라는 설정 자체가 전작에서 공개된만큼 더 본격적으로 이 소재를 이용해 전개되기 때문에 훨씬 더 높은 몰입감을 가지고 전개된다.


무엇보다 재미있었던 점은 범인을 찾는 것 만큼 중요한 일이 바로 탐정을 찾는 일이라는 기가막힌 역발상이었는데, 탐정유희 속 범인은 작품의 초반부에 이미 공개가 되며 여섯명의 명탐정 중 진짜 '탐정'을 찾아야하는 범인이라는 전개부터가 무척 기발했고 무엇보다 재미있었다.


블랙코미디 장르가 떠오를 정도로 작 중 유머 역시 매우 재미있었는데,


"나오키상 타는 데 방해하지 말라고."

"네? 작가님 책이 출판된대요?"

말이 헛나왔다. p62 (기암관의 살인)


루루에게 출판사의 오퍼 따위 오지 않았다는 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밤새 쓰다가... 겨우 이제 막 잠든 참이었는데... 당신, 그렇게 내가 나오키상 받는 걸 방해하고 싶은 거야?" 218p (바스커빌관의 살인)


기암관의 살인에서 킥으로 사용되었던 나오키상 유머는 바스커빌관의 살인에서도 그대로 이어져 웃음을 더한다.


앞으로 어떤 관에서 살인이 벌어지더라도 작가이름이 다카노유시라면 출간 즉시 서점으로 달려가게 될 것 같은 미스터리소설계의 흔치 않은 보물같은 작품, 바스커빌관의 살인을 추천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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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곧 죽을 텐데
고사카 마구로 지음, 송태욱 옮김 / 알파미디어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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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곧죽을텐데 고사카마구로 일본추리소설 서평 알파미디어출간



이번 후쿠오카 일본 여행을 다녀오며 여러 곳을 둘러보았지만 언제나 그렇듯 가장 재미있는 곳은 일본 서점의 미스터리소설 코너였다.

여러 재미있는 책들 중 내눈에 들어왔던 책은 바로 고사카 마구로의 어차피 곧 죽을텐데.

because I'm going to die soon이라는 시선을 확 잡아끄는 제목과 설정 그리고 작가의 이력 덕분에 이 책은 꼭 한국에서 정발되면 봐야겠다 생각하고 있었고 귀국과 동시에 그 자리에서 바로 마지막 페이지까지 읽어버렸다.


읽고 난 감상을 요약하면 마지막 페이지가 주는 강렬한 반전 한방과 단숨에 몰입하게 만드는 시한부 환자들 사이의 클로즈드 서클 살인사건!

이 소설은 나의 인생 미스터리 소설 중 하나인 유키 하루오의 방주가 떠오르게 만들었을 정도였다.


[피해자는 이미 시한부 선고를 받은 상태였습니다. 다시 말하면 가만히 두어도 어차피 곧 죽을 사람입니다. 그런 사람을 굳이 죽일 필요가 있었을까요? 111p]


어차피 곧 죽을 사람을 굳이 살해한다는 점은 범행의 동기에 초점을 맞추게 했는데 특이한 방식으로 성립된 클로즈드 서클 내의 트릭 역시 무척 흥미로워 전체적으로 미스터리소설 요소들의 조화가 좋았다.


이런 미스터리의 다양한 요소들과 군데군데 포함된 유머러스한 장면들의 균형 역시 훌륭해 이 작품이 정말 고사카 마구로의 첫 작품이 맞는지 의심이 들 정도였다. 작가의 이력을 보면 순환기 병원에서 심장과 뇌를 담당하고 있다고 하는데 의사인지는 밝히지 않고 있지만 치넨 마키토와 한백림을 비롯한 의료 계통의 필력이 끝내주는 의료계통 작가 라인의 건재함 또한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복부에서 손끝 피부는 창백하더군요. 그 대신 등에서 허벅지 뒷부분에 걸쳐서는 암자색의 얼룩점들이 있었어요. 크기나 유동성에서도 사망 추정 시각과도 모순되지 않았어요.]


특히 사람이 다양한 이유로 죽어나가는 미스터리 소설에서는 의학적 지식이 큰 도움이 되는 것을 이 작품을 통해 다시한번 확인 할 수 있을 정도로 디테일이 살아있어 몰입을 더했다.


요즘은 쉽게 찾아보기 힘든 평면도와 등장인물 한줄소개는 책을 읽기 전부터 여기서 어떻게 사람이 죽어나갈지 상상하며 두근두근했을 정도.


마지막페이지까지 읽고나면 결국 남는 것은 강렬한 반전 한방이 주는 충격과 재미였다. 그게 트릭에서 오는 재미이던, 범행동기이던 상관없이 예상치 못한 진실이 주는 재미는 이 작품이 단연 최고였다.


특히 예상치 못한 충격적인 반전에도 이 소설은 독자와 공평하게 승부를 하고 있어 완독 한 후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재독을 하게 만든다. 분명히 두 번째 읽을 때는 처음 읽을 때 보이지 않던 것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오직 책으로만 즐길 수 있는 미스터리 소설만의 즐거움을 찾는 분들께 강력하게 추천하고 싶은 작품, 어차피 곧 죽을 텐데의 일독을 추천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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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 - 개정판 미쓰다 신조의 집 2
미쓰다 신조 지음, 현정수 옮김 / 북로드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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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쓰다신조 일본호러소설추천 집시리즈 화가 서평 북로드출간



호러 미스터리 장르의 대가 미쓰다 신조의 화가는 ‘집 시리즈’ 중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작품으로, 읽는 내내 등골이 서늘해지는 오싹한 긴장감을 선사한다. 집이라는 가장 안전해야 할 공간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는 그 자체만으로도 강렬한 공포를 불러일으키는데, 여기에 기시감이라는 소재가 더해지면서 현실과 꿈, 사실과 허구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기묘한 체험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작 중 주인공 코타로는 갑작스러운 교통사고로 부모를 잃고 할머니와 함께 낯선 마을로 이사한다. 새로운 시작을 위해 들어선 집은 보기에는 그럴듯한 2층 저택이지만, 들어서는 순간부터 알 수 없는 불길한 기운이 감돈다. 이사 첫날부터 느껴지는 기묘한 기시감, 집 안 곳곳에서 들리는 이상한 소리, 그리고 누구에게도 설명할 수 없는 괴현상들은 내게 코타로와 함께 이 집에 과연 무엇이 숨어 있는가 하는 질문과 함께 책장을 넘기게 만든다.

​미쓰다 신조의 필력은 단순히 공포스러운 장면을 묘사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그는 세밀한 묘사를 통해 평범한 공간을 낯설고 위협적인 장소로 바꾸어 놓는다. 가만히 있어도 등 뒤가 서늘해지는 듯한 기운, 어둠 속에서 들려오는 알 수 없는 소리, 그리고 누구도 없는 공간에서 느껴지는 기척…. 그 모든 요소가 맞물리며 독자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마치 잘 만든 호러 영화를 보는 듯한 몰입감은 이 작품이 왜 ‘집 시리즈’의 결정판으로 불리는지를 충분히 보여준다.

​특히 인상적인 점은 단순한 공포 묘사를 넘어, 작품 속에 촘촘히 깔린 복선과 반전이다. 이름의 한자 표기나 발음 같은 언어적 장치가 교묘하게 활용되며 이야기 속 비밀을 풀어가는 실마리가 되고, 마을에 얽힌 전설과 과거 사건들이 차곡차곡 쌓여가면서 독자는 점점 더 깊은 미쓰다 신조의 세계관에 빠져들게 된다. 이야기가 후반부로 넘어가며 예상치 못한 진실이 드러나는 순간, 독자는 단순히 ‘무서운 이야기’를 넘어서 왜 이 작품이 호러소설이 아닌 호러 미스터리 소설인지 이해하게 되며 감탄하게 된다.

화가는 호러와 미스터리를 절묘하게 조합한 작품이다. 공포에만 치중하지 않고, 추리적인 요소가 줄 수 있는 긴장과 반전의 재미를 적절히 섞어 이야기를 끝까지 따라가게 만든다. 덕분에 무섭지만 손에서 놓을 수 없는, 공포와 재미가 동시에 살아 있는 작품을 만들어낸다. 특히 공포 소설을 자주 접하지 않는 독자라도 부담 없이 읽을 수 있을 만큼 술술 읽히는 가독성은 이 책의 큰 장점이다.



[유령의 집을 무대로 한 호러영화를 보면서 '어째서 저 끔찍한 장소에서 얼른 도망치지 않을까'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이따금씩 있었다. 그러나 그런 일이 현실에서 벌어지고, 게다가 그 무대가 자기 집이 되니 그렇게 간단히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는 걸 알게 되었다.]


[가난하기 때문에 호러영화 같은 상황에서 빠져나올 수 없다....... 이런 설정은 조금 우습기도 하네.]


특히 인상적인 구절은 이런 스타일의 공포영화나 소설을 보게되면 영원히 납득하지 못할 것 같았던 부분인 '왜 이들은 이 집에서 이상한 일이 일어나는데 이 곳을 탈출하지 않는걸까?'에 대한 미쓰다 신조 작가의 대답이었다.

묘하게 현실적인 이유는 작품에 몰입을 더하며 재미를 준다.

무엇보다도 화가가 매력적인 이유는 지금 우리가 사는 현실을 반영한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가장 따뜻하고 안전한 공간이었던 집이, 이제는 언제든지 공포와 불안을 품을 수 있는 장소로 변한다는 설정은 단순한 허구를 넘어 오늘날의 현실적인 불안과도 맞닿아 있다. 그래서 책을 읽다 보면 단순히 ‘무서웠다’는 감정을 넘어, 우리 일상 속 공간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얻을 수 있다.

읽는 동안 쉴 새 없이 고조되는 긴장감, 곳곳에 숨겨진 복선과 치밀한 반전, 그리고 마지막까지 이어지는 몰입감. 화가는 미쓰다 신조가 왜 일본 호러 미스터리의 거장으로 불리는지 그 이유를 분명하게 증명하는 작품이다. 공포소설을 찾고 있는 독자, 혹은 미쓰다 신조의 작품을 처음 접하는 독자 모두에게 자신 있게 추천할 수 있는 책이다. 이 작품을 읽고 난 뒤라면, 자연스럽게 ‘집 시리즈’의 다른 작품들에도 손이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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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수염의 딸들
김영주 외 지음 / 아프로스미디어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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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읽은 책은 아프로스미디어에서 출간된 우먼크라임 앤솔러지 푸른 수염의 딸들.

여성 범죄라는 주제와 함께 '더 이상 당하고만 살지 않는다.'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보며 내가 예상한 내용은 가정폭력, 데이트폭력 그리고 다양한 성차별에 의해 희생되고 있던 여성들의 비극적이지만 통렬한 복수극을 통한 쾌감과 사회적 메세지였지만 실제로 읽어본 책은 전혀 다른, 그 이상의 충격을 주는 내용이었다.


이번 앤솔러지에는 김영주, 소향, 신조하, 장세아, 정명섭 총 다섯분의 작가의 단편 5편이 수록되어 있으며 특히 같은 출판사에서 출간된 런어웨이를 무척 재미있게 보았기 때문에 특히 출간을 기대하고 있었다.


가장 인상 깊었던 작품은 첫번째 수록작인 순남 인테리어로 단순히 피해자 여성의 사회적 복수극이 아닌 점점 증가하는 여성범죄를 그대로 반영한 듯한 피카레스크 적 장르 구성이 특히 인상깊었다.

등장할 법한 가정폭력, 데이트폭력도 등장하지만 당해도 싼, 더 인간 쓰레기 여성주인공으로 인해 식상함 대신 참신함으로 다가왔던 작품이기도 하다.


특히 자국민들에게는 나라를 지켜줘서 고맙다는 감사를 받는 군인이란 직업에 대해 자국민들을 지키기 위한 훈련이 아닌 '사람을 죽이는 훈련을 받은 사람'이라고 표현하며, 목숨을 걸고 군생활에 임해야 하는 팔레스타인 분쟁지역에서의 경력이 더더욱 싫다는 말을 들으며 군인에 대한 몰지각한 시선을 적나라하게 표현해 처음에는 눈살을 찌푸렸으나 마지막페이지까지 읽고 나면 절로 공감이 가는 구성에 감탄하게 된다.


식상할 수 있는 무고하고 온전히 피해자인 여성의 복수가 아닌, 인간쓰레기 여성의 제멋대로인 복수라는 참신한 구성은 두번째 작품 리셋에서도 그대로 이어져 장르적 재미를 이어간다.

흔히 복수의 동기로 주로 사용되는 모성애 역시 우먼크라임 앤솔러지에서는 자신의 아이가 아니면 어떻게 되어도 상관없는 뒤틀린 모성애로 등장하며 클리셰를 산산조각 낸다.


가장 미스터리 호러 장르적 재미가 살아있던 작품은 역시 기대했던 장세아 작가의 전화였다. 다양한 장르가 섞여있으며 반전에 여운까지 주는 가장 내가 좋아하는 미스터리 장르와 잘 어울리는 단편이었다.


여성의 희생과 복수를 상징하는 샤를 페로의 프랑스 소설 푸른 수염에서 제목을 따온 앤솔러지 푸른 수염의 딸들은 여성의 복수라는 주제로 쓰인 작품들이지만 식상하게 반복되는 선과 악의 구분이 명확한 작품들이 아닌, 선과 악이 공존하는 등장인물들에 의한 복수를 통해 통쾌함과 찝찝함이 함께 공존하는 새로운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책이었다.


다양한 장르에서 활동하고 있는 다섯 작가들의 여성범죄와 복수에 관한 앤솔러지, 푸른 수염의 딸들을 추천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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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펠
이마무라 마사히로 지음, 구수영 옮김 / 내친구의서재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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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무라마사히로 일본소설추천 오컬트미스터리소설 디스펠 서평 내친구의서재출간


오늘 읽은 책은 내친구의서재에서 출간된 이마무라 마사히로 작가의 디스펠.

이마무라 마사히로는 내게 ‘특수설정 미스터리’의 재미를 처음 알게 해준 작가다. 뒤늦게 미스터리에 입문하면서 비교적 초반부에 읽게 된 시인장의 살인을 비롯한 그의 작품들때문에 사회파보다는 본격미스터리에 더 빠져들게 되었고 아직도 내 책장에는 이마무라마사히로의 시인장, 마안갑, 흉인저 세권이 나란히 꼽혀있다.

디스펠을 읽고 느낀 가장 큰 놀라움은, 그가 이번에는 ‘호러 오컬트 미스터리’라는 장르의 가능성을 새롭게 열어 보였다는 점이었다.

호러 미스터리 장르라고 하면 대표적으로 미쓰다 신조, 사와무라 이치 등 일본에서는 이미 어느정도 궤도에 오른 장르지만 그간의 호러 미스터리는 호러가 7에 추리파트가 3 정도의 비중으로 호러에 더욱 집중된 형태를 하고 있었는데 이번 작품은 정확히 5대5로 균형이 잡힌 채 이야기가 전개되어 새로운 장르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 처럼 느껴졌다. 이 작품을 통해 미스터리와 오컬트가 어떻게 충돌하고, 또 어떻게 공존할 수 있는지를 경험했다. 이마무라마사히로라는 작가가 내게 ‘미스터리 장르의 확장’을 직접 보여준 것.


소설 디스펠의 이야기의 여름방학이 끝난 작은 시골 마을의 초등학교, 그리고 그곳에서 발행되는 벽신문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오컬트에 심취한 유스케, 현실적이고 논리적인 사고를 중시하는 사쓰키, 그리고 그 둘의 중심을 잡아주며 현실과 오컬트의 균형을 맞추는 미나라는 세 초등학생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겉으로는 단순한 ‘마을의 7대 불가사의 조사’지만, 그 속에는 1년 전 일어난 살인사건이라는 미스터리가 숨겨져 있다.


흥미로운 점은 세 초딩이 괴담을 추적하는 방식이다.

유스케는 늘 괴이의 개입을 가설로 세우고, 사쓰키는 거기에 대응하는 현실적 설명을 내놓는다. 미나는 두 사람의 추리대결의 심판을 보며 균형을 잡는다. 이렇게 세명이 만들어내는 7대 불가사의에 대한 추리대결은 단순한 공포가 아니라 본격 미스터리가 된다.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호러가 먼저 오고 추리가 뒤따르는 기존 호러 서사의 공식에서 벗어나, 공포와 추리가 같은 속도로 진행된다는 점이다. 괴담을 단순한 오컬트 적 요소가 아니라 추리로 읽어내고, 공포를 단순히 체험하는 것이 아니라 검증의 대상으로 삼는 방식은 익숙하면서도 신선했다.

터널, 폐허가 된 종교시설, 우물 등 낡고 기묘한 장소들이 등장할 때마다 으스스한 공포는 분명 존재하지만, 동시에 인물들의 치밀한 추리가 이어져 나 역시 미스터리에 숨겨진 진실이 무엇인지 추리하게 만든다.


또한 주인공들이 초등학생이라는 설정은 이야기에 독특한 제약과 리얼리티를 부여한다. 어른이라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CCTV 기록이나 경찰 자료, 혹은 이동 수단조차 이 아이들에게는 닿을 수 없는 세계다. 물론 돕는 경찰인 소꿉친구(?)가 있지만 그의 도움은 몹시 제한적이다. 그래서 그들은 오직 관찰과 상상, 상호 검증만으로 사건의 진실에 다가가야 한다. 사고능력은 이미 성인인 나를 넘어섰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인공들이 초등학생이라는 설정은 무척 신선하고 재미있었다.


소설 디스펠은 호러와 미스터리가 서로 애매하게 섞이는 장르가 아니라, 완벽하게 서로를 보완하며 새로운 긴장과 재미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말한다. 이마무라 마사히로는 내게 특수설정 미스터리의 매력을 알려준 작가였고, 기존에도 작품속에 괴이를 무척 잘 활용하는 작가였지만 오히려 논리적 추리가 8, 괴이가 2였던 어찌보면 리버스미스다 신조처럼 느껴지는 그의 작품 시인장 시리즈에 비해 오컬트와 논리가 정확히 5대5로 균형잡힌 작품은 전혀 새로운 독서경험을 하게 해 주었다.


오컬트 vs 현실 그 자체가 추리 요소가 되는 절묘한 균형감각의 호러미스터리소설 디스펠, 완벽하게 닫힌 결말이지만 또 후속작의 가능성이 열려있는 만큼 이 작품도 후속작으로 돌아오길 간절하게 바라며, 읽는 동안 남은 페이지가 줄어들어가는 것이 아쉽게 느껴졌던 작품 디스펠을 꼭 한번 읽어보길 추천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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