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화가 - 개정판 ㅣ 미쓰다 신조의 집 2
미쓰다 신조 지음, 현정수 옮김 / 북로드 / 2025년 8월
평점 :
미쓰다신조 일본호러소설추천 집시리즈 화가 서평 북로드출간

호러 미스터리 장르의 대가 미쓰다 신조의 화가는 ‘집 시리즈’ 중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작품으로, 읽는 내내 등골이 서늘해지는 오싹한 긴장감을 선사한다. 집이라는 가장 안전해야 할 공간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는 그 자체만으로도 강렬한 공포를 불러일으키는데, 여기에 기시감이라는 소재가 더해지면서 현실과 꿈, 사실과 허구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기묘한 체험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작 중 주인공 코타로는 갑작스러운 교통사고로 부모를 잃고 할머니와 함께 낯선 마을로 이사한다. 새로운 시작을 위해 들어선 집은 보기에는 그럴듯한 2층 저택이지만, 들어서는 순간부터 알 수 없는 불길한 기운이 감돈다. 이사 첫날부터 느껴지는 기묘한 기시감, 집 안 곳곳에서 들리는 이상한 소리, 그리고 누구에게도 설명할 수 없는 괴현상들은 내게 코타로와 함께 이 집에 과연 무엇이 숨어 있는가 하는 질문과 함께 책장을 넘기게 만든다.
미쓰다 신조의 필력은 단순히 공포스러운 장면을 묘사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그는 세밀한 묘사를 통해 평범한 공간을 낯설고 위협적인 장소로 바꾸어 놓는다. 가만히 있어도 등 뒤가 서늘해지는 듯한 기운, 어둠 속에서 들려오는 알 수 없는 소리, 그리고 누구도 없는 공간에서 느껴지는 기척…. 그 모든 요소가 맞물리며 독자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마치 잘 만든 호러 영화를 보는 듯한 몰입감은 이 작품이 왜 ‘집 시리즈’의 결정판으로 불리는지를 충분히 보여준다.
특히 인상적인 점은 단순한 공포 묘사를 넘어, 작품 속에 촘촘히 깔린 복선과 반전이다. 이름의 한자 표기나 발음 같은 언어적 장치가 교묘하게 활용되며 이야기 속 비밀을 풀어가는 실마리가 되고, 마을에 얽힌 전설과 과거 사건들이 차곡차곡 쌓여가면서 독자는 점점 더 깊은 미쓰다 신조의 세계관에 빠져들게 된다. 이야기가 후반부로 넘어가며 예상치 못한 진실이 드러나는 순간, 독자는 단순히 ‘무서운 이야기’를 넘어서 왜 이 작품이 호러소설이 아닌 호러 미스터리 소설인지 이해하게 되며 감탄하게 된다.
화가는 호러와 미스터리를 절묘하게 조합한 작품이다. 공포에만 치중하지 않고, 추리적인 요소가 줄 수 있는 긴장과 반전의 재미를 적절히 섞어 이야기를 끝까지 따라가게 만든다. 덕분에 무섭지만 손에서 놓을 수 없는, 공포와 재미가 동시에 살아 있는 작품을 만들어낸다. 특히 공포 소설을 자주 접하지 않는 독자라도 부담 없이 읽을 수 있을 만큼 술술 읽히는 가독성은 이 책의 큰 장점이다.
[유령의 집을 무대로 한 호러영화를 보면서 '어째서 저 끔찍한 장소에서 얼른 도망치지 않을까'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이따금씩 있었다. 그러나 그런 일이 현실에서 벌어지고, 게다가 그 무대가 자기 집이 되니 그렇게 간단히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는 걸 알게 되었다.]
[가난하기 때문에 호러영화 같은 상황에서 빠져나올 수 없다....... 이런 설정은 조금 우습기도 하네.]
특히 인상적인 구절은 이런 스타일의 공포영화나 소설을 보게되면 영원히 납득하지 못할 것 같았던 부분인 '왜 이들은 이 집에서 이상한 일이 일어나는데 이 곳을 탈출하지 않는걸까?'에 대한 미쓰다 신조 작가의 대답이었다.
묘하게 현실적인 이유는 작품에 몰입을 더하며 재미를 준다.
무엇보다도 화가가 매력적인 이유는 지금 우리가 사는 현실을 반영한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가장 따뜻하고 안전한 공간이었던 집이, 이제는 언제든지 공포와 불안을 품을 수 있는 장소로 변한다는 설정은 단순한 허구를 넘어 오늘날의 현실적인 불안과도 맞닿아 있다. 그래서 책을 읽다 보면 단순히 ‘무서웠다’는 감정을 넘어, 우리 일상 속 공간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얻을 수 있다.
읽는 동안 쉴 새 없이 고조되는 긴장감, 곳곳에 숨겨진 복선과 치밀한 반전, 그리고 마지막까지 이어지는 몰입감. 화가는 미쓰다 신조가 왜 일본 호러 미스터리의 거장으로 불리는지 그 이유를 분명하게 증명하는 작품이다. 공포소설을 찾고 있는 독자, 혹은 미쓰다 신조의 작품을 처음 접하는 독자 모두에게 자신 있게 추천할 수 있는 책이다. 이 작품을 읽고 난 뒤라면, 자연스럽게 ‘집 시리즈’의 다른 작품들에도 손이 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