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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수염의 딸들
김영주 외 지음 / 아프로스미디어 / 2025년 9월
평점 :

오늘 읽은 책은 아프로스미디어에서 출간된 우먼크라임 앤솔러지 푸른 수염의 딸들.
여성 범죄라는 주제와 함께 '더 이상 당하고만 살지 않는다.'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보며 내가 예상한 내용은 가정폭력, 데이트폭력 그리고 다양한 성차별에 의해 희생되고 있던 여성들의 비극적이지만 통렬한 복수극을 통한 쾌감과 사회적 메세지였지만 실제로 읽어본 책은 전혀 다른, 그 이상의 충격을 주는 내용이었다.
이번 앤솔러지에는 김영주, 소향, 신조하, 장세아, 정명섭 총 다섯분의 작가의 단편 5편이 수록되어 있으며 특히 같은 출판사에서 출간된 런어웨이를 무척 재미있게 보았기 때문에 특히 출간을 기대하고 있었다.
가장 인상 깊었던 작품은 첫번째 수록작인 순남 인테리어로 단순히 피해자 여성의 사회적 복수극이 아닌 점점 증가하는 여성범죄를 그대로 반영한 듯한 피카레스크 적 장르 구성이 특히 인상깊었다.
등장할 법한 가정폭력, 데이트폭력도 등장하지만 당해도 싼, 더 인간 쓰레기 여성주인공으로 인해 식상함 대신 참신함으로 다가왔던 작품이기도 하다.
특히 자국민들에게는 나라를 지켜줘서 고맙다는 감사를 받는 군인이란 직업에 대해 자국민들을 지키기 위한 훈련이 아닌 '사람을 죽이는 훈련을 받은 사람'이라고 표현하며, 목숨을 걸고 군생활에 임해야 하는 팔레스타인 분쟁지역에서의 경력이 더더욱 싫다는 말을 들으며 군인에 대한 몰지각한 시선을 적나라하게 표현해 처음에는 눈살을 찌푸렸으나 마지막페이지까지 읽고 나면 절로 공감이 가는 구성에 감탄하게 된다.
식상할 수 있는 무고하고 온전히 피해자인 여성의 복수가 아닌, 인간쓰레기 여성의 제멋대로인 복수라는 참신한 구성은 두번째 작품 리셋에서도 그대로 이어져 장르적 재미를 이어간다.
흔히 복수의 동기로 주로 사용되는 모성애 역시 우먼크라임 앤솔러지에서는 자신의 아이가 아니면 어떻게 되어도 상관없는 뒤틀린 모성애로 등장하며 클리셰를 산산조각 낸다.
가장 미스터리 호러 장르적 재미가 살아있던 작품은 역시 기대했던 장세아 작가의 전화였다. 다양한 장르가 섞여있으며 반전에 여운까지 주는 가장 내가 좋아하는 미스터리 장르와 잘 어울리는 단편이었다.
여성의 희생과 복수를 상징하는 샤를 페로의 프랑스 소설 푸른 수염에서 제목을 따온 앤솔러지 푸른 수염의 딸들은 여성의 복수라는 주제로 쓰인 작품들이지만 식상하게 반복되는 선과 악의 구분이 명확한 작품들이 아닌, 선과 악이 공존하는 등장인물들에 의한 복수를 통해 통쾌함과 찝찝함이 함께 공존하는 새로운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책이었다.
다양한 장르에서 활동하고 있는 다섯 작가들의 여성범죄와 복수에 관한 앤솔러지, 푸른 수염의 딸들을 추천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