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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곧 죽을 텐데
고사카 마구로 지음, 송태욱 옮김 / 알파미디어 / 2025년 9월
평점 :
어차피곧죽을텐데 고사카마구로 일본추리소설 서평 알파미디어출간

이번 후쿠오카 일본 여행을 다녀오며 여러 곳을 둘러보았지만 언제나 그렇듯 가장 재미있는 곳은 일본 서점의 미스터리소설 코너였다.
여러 재미있는 책들 중 내눈에 들어왔던 책은 바로 고사카 마구로의 어차피 곧 죽을텐데.
because I'm going to die soon이라는 시선을 확 잡아끄는 제목과 설정 그리고 작가의 이력 덕분에 이 책은 꼭 한국에서 정발되면 봐야겠다 생각하고 있었고 귀국과 동시에 그 자리에서 바로 마지막 페이지까지 읽어버렸다.
읽고 난 감상을 요약하면 마지막 페이지가 주는 강렬한 반전 한방과 단숨에 몰입하게 만드는 시한부 환자들 사이의 클로즈드 서클 살인사건!
이 소설은 나의 인생 미스터리 소설 중 하나인 유키 하루오의 방주가 떠오르게 만들었을 정도였다.
[피해자는 이미 시한부 선고를 받은 상태였습니다. 다시 말하면 가만히 두어도 어차피 곧 죽을 사람입니다. 그런 사람을 굳이 죽일 필요가 있었을까요? 111p]
어차피 곧 죽을 사람을 굳이 살해한다는 점은 범행의 동기에 초점을 맞추게 했는데 특이한 방식으로 성립된 클로즈드 서클 내의 트릭 역시 무척 흥미로워 전체적으로 미스터리소설 요소들의 조화가 좋았다.
이런 미스터리의 다양한 요소들과 군데군데 포함된 유머러스한 장면들의 균형 역시 훌륭해 이 작품이 정말 고사카 마구로의 첫 작품이 맞는지 의심이 들 정도였다. 작가의 이력을 보면 순환기 병원에서 심장과 뇌를 담당하고 있다고 하는데 의사인지는 밝히지 않고 있지만 치넨 마키토와 한백림을 비롯한 의료 계통의 필력이 끝내주는 의료계통 작가 라인의 건재함 또한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복부에서 손끝 피부는 창백하더군요. 그 대신 등에서 허벅지 뒷부분에 걸쳐서는 암자색의 얼룩점들이 있었어요. 크기나 유동성에서도 사망 추정 시각과도 모순되지 않았어요.]
특히 사람이 다양한 이유로 죽어나가는 미스터리 소설에서는 의학적 지식이 큰 도움이 되는 것을 이 작품을 통해 다시한번 확인 할 수 있을 정도로 디테일이 살아있어 몰입을 더했다.
요즘은 쉽게 찾아보기 힘든 평면도와 등장인물 한줄소개는 책을 읽기 전부터 여기서 어떻게 사람이 죽어나갈지 상상하며 두근두근했을 정도.
마지막페이지까지 읽고나면 결국 남는 것은 강렬한 반전 한방이 주는 충격과 재미였다. 그게 트릭에서 오는 재미이던, 범행동기이던 상관없이 예상치 못한 진실이 주는 재미는 이 작품이 단연 최고였다.
특히 예상치 못한 충격적인 반전에도 이 소설은 독자와 공평하게 승부를 하고 있어 완독 한 후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재독을 하게 만든다. 분명히 두 번째 읽을 때는 처음 읽을 때 보이지 않던 것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오직 책으로만 즐길 수 있는 미스터리 소설만의 즐거움을 찾는 분들께 강력하게 추천하고 싶은 작품, 어차피 곧 죽을 텐데의 일독을 추천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