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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 들린 아이 ㅣ 캐드펠 수사 시리즈 8
엘리스 피터스 지음, 김훈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10월
평점 :

제가 처음으로 읽은 캐드펠 수사 시리즈의 작품은 귀신들린 아이입니다.
미리 캐드펠 시리즈를 읽은 분들의 후기를 통해 순서와 상관없이 읽어도 이해에 큰 지장이 없다는 얘기를 들은 후였고 또 귀신 들린 아이라는 제목이 너무 매력적으로 다가왔거든요.
캐드펠 수사 시리즈에 대해 간략하게 소개를 하자면 중세 영국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역사 미스터리 소설 시리즈로 40여년간의 속세의 삶을 마친 뒤 수도원에 귀의해 주변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사건들을 삶의 연륜과 지혜로 풀어나가는 이야기들을 다루고 있습니다.
무려 20여권이나 되는 시리즈인만큼 이야기의 짜임새도 훌륭해야 하고 무엇보다 캐드펠을 비롯한 등장인물들의 매력이 뛰어나야 시리즈를 이어나갈 수 있을텐데요, 다행히 캐드펠 수사시리즈는 모든 면에서 훌륭합니다.
노회하면서 지혜롭고 순수하면서 천진난만한 캐드펠 수사의 매력만으로도 20권으로 시리즈가 끝이 난 걸 아쉽게 생각하게 될 정도니까요.
제가 캐드펠 시리즈의 서문을 열게 된 작품은 바로 귀신 들린 아이 원제는 The Devil's Novice로 1983년에 출간된 책입니다.
잉글랜드가 갈기갈기 분열되고 이를 통합하기 위해 프랑스에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 직접 왕이 사신을 보내는 1140년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요.
캐드펠시리즈가 단순한 미스터리 소설이 아닌 역사 미스터리 소설이라는 것을 분명하게 보여주듯 작중 잉글랜드의 시대적 배경은 이번 작품속에서 계속 주요하게 작용합니다.
종종 묘사되는 병들고 벼려진 사람들이 모인 구호소는 당시의 시대상을 적나라하게 드러냅니다.
소설의 내용은 크게 두가지 갈래로 나뉘어서 진행이 됩니다.
제목에 나온 귀신 들린 아이는 19살의 나이로 수도원에 견습사제로 들어오게 된 메리엇을 말합니다. 수도원의 다른 어린 사제들은 메리엇이 밤마다 악몽을 꾸며 의식이 없는 상태로 소리를 지르는 것을 보고 메리엇에게 귀신이 들렸다고 생각합니다.
현대인의 시선으로 보게되면 그저 몽유병이나 수면장애처럼 보이지만요.
그리고 영국의 왕이 프랑스로 보낸 사신이던 수도사 피터 클레멘스가 실종되는 사건도 발생합니다.
전혀 연관이 없을 것 같던 두 사건의 연관성이 조금씩 드러나며 실종된 수도사에 관한 진실이 차츰 밝혀지는 것이 소설 '귀신 들린 아이'의 이야기입니다.
무엇보다 이 소설을 처음으로 캐드펠 수사 시리즈에 접하게 되었음을 감안하고 소설의 후기를 말하자면 곳곳에 드러나는 캐드펠의 캐릭터성이 너무 매력적이었습니다.
예순이 넘은 나이지만 아이처럼 천진난만하면서 대부분의 경우에는 삶의 현기가 느껴지는 지혜로움이 드러납니다.
작품 초반에 캐드펠이 메리엇에게 건내는 인생의 조언들은 지금 우리에게도 유익한 충고가 됩니다.
캐드펠은 그들의 얘기에 끼어들까 말까 고심하다가 그만두기로 마음먹었다. 그 아이에게 쌓인 불만을 모조리 토해내게 가만 내버려두자. 그러면 사실 그게 별 대수롭지 않은 일이라는 점이 더 명확해지겠지. ~ 아예 모든 걸 토해내도록 놔두면 그곳의 공기는 저절로 맑아지리라. 그리하여 캐드펠은 입을 다문 채 가만히 귀만 기울이고 있었다. p88
심지어 아무말을 하지않고 그저 듣고만 있음에도 캐드펠의 지혜로움과 사려깊음은 숨겨지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 소설이 미스터리 소설임에도 작중 내내 따뜻함을 잃지 않는 이유는 작품들 속 대부분의 사람들이 다른 사람을 대하는 태도에 있습니다.
무고한 떠돌이를 위해 스스로를 던지며 나서는 장면은 앨리스 피터스 작가가 인간들을 얼마나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며 소설을 집필했는지 느껴졌으니까요.
미스터리 소설을 좋아하는 모든 분들께 그 동안 쉽게 접할 수 없었던 '역사' 미스터리의 마스터피스로 캐드펠수사시리즈의 8번째 이야기 귀신 들린 아이를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