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난감 괴물
김정용 지음 / 델피노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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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용 작가님의 장난감괴물을 읽었습니다.

작가님의 작품은 붉은 상자로 처음 접하게 되었는데요. 이전작 역시 제 취향에 딱 맞던 작품이라 기대감을 안고 신작 장난감 괴물을 읽어보았습니다.



싫다. 이제 공부가 재밌지도 않다. 나는 천재가 싫다. 이것은 축복이 아니라 저주다.



천재 소년 이준은 자신에게 쏟아지는 세상의 관심에 지쳐 조금씩 평범한 삶으로 돌아가기 위해 시험지에 오답을 기입합니다. 1등에서 3등으로, 3등에서 7등으로. 조금씩 세상의 기대를 낮추며 세상에서 잊혀지기 위해서요.

하지만 천재소년 이준을 둘러싼 여러사람의 이권들은 오답조차 정답으로 바꿀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준이 이 모든 것에 좌절을 느끼는 그 날로부터 모든 일이 시작되는 듯합니다.

천재소년은 유괴를 당하고, 오히려 어리숙한 유괴범을 이용하고.

소년의 엄마는 살해당하고.

이 사건을 맡은 형사의 아내는 자신의 아들을 차로 치여 사망하게 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습니다.

형사 민성후는 자신을 둘러싼 일련의 일들에서 여러가지 우연들을 느끼고 이 일들이 정말 우연인지 알아내기 위해 진실을 찾아 움직입니다.

이 소설을 가장 매력적인 이야기로, 재미있는 이야기로 만들어주는 요소는 광범위한 스케일입니다.

소설의 배경이 되는 무대 역시 한미일을 넘나들며 심지어는 지구를 벗어나 우주까지 넘나들 정도로 방대합니다.

장소적인 배경만큼이나 시간적 배경과 얽혀있는 사건들도 그 규모가 커 이야기의 몰입을 더해줍니다.

최소 3만명 이상이 사망한 후쿠시마 대지진부터 신창원의 탈옥과 도주 그리고 황우석의 줄기세포 대국민사기극까지 하나하나 얼키고 설켜 오늘날의 이야기를 만들어냅니다.



대부분의 ‘우연’은 단순한 우연이 아닙니다. 그것은 ‘지나간 시간들의 그림자’입니다. 다만, 우리가 그 실체를 모를 뿐이죠. 모른다고 해서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과거의 일들은 ‘현재의 이유’입니다. 그리고 ‘미래의 나침반’이기도 하죠.



모든 것이 우연처럼 보이는 상황에도 우연은 존재하지 않고 우리가 모르는 저 먼 밑바닥에는 그 일의 인과를 이루는 사건들이 존재한다. 그리고 이 것들은 모두 우리가 한 선택으로 결정된다.

이 소설은 결국 선택의 중요성에 대해 말하는 듯 합니다. 정답이든 오답이든 선택에 따른 결과이고 오답 역시 정답이 될 수도, 정답이 오답이 될 수도 있다면서요.



정의나 진실은 서 있는 방향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지는 거야. 절대적인 것으로 보이지만, 조금만 생각해 보면 절대 절대적이지 않지.



소설 장난감 괴물은 던져준 이야기들을 모두 회수하지 않습니다. 진실을 찾아 떠난 현우의 선배의 이야기나 기묘한 남자 조효익을 비롯해 이 소설의 아주 중요한 결말의 방향성을 결정지을 그런 이야기들까지요.

결국은 과거에 일어났던 다양한 일들로 인해 현재가 만들어졌고 오늘 날 이야기 속에서 벌어졌던 일들은 또 어떤 방향으로든 우연처럼 보이는 필연이 되어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갈 것이기에 이러한 결말의 방식 또한 어색하지 않고 꽤나 멋지게 받아들일 수 있었습니다.

분명 대사 하나하나에는 작가의 철학이 담긴 듯 깊은 의미를 담고 있는 듯 하며 하나하나 굵직굵직한 사건들이 정신없이 휘몰아치지만 장면마다 붙은 소제목과 스피디한 전개 덕분에 소설이 아닌 영화를 보는 기분으로 몰입해서 읽을 수 있었던 소설 김정용 작가님의 장난감 괴물을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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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천대루
천쉐 지음, 허유영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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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작가 천쉐의 마천대루를 읽었다.

안젤라베이비가 출연한 동명의 드라마가 호평을 받으며 유명세를 탔기 때문에 원작소설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마침 인플루엔셜 출판사를 통해 출간되어 읽어볼 수 있었다.


소설은 마천대루라는 대만의 수도 타이베이에서 어느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한 고층복합주거공간을 무대로 펼쳐진다.

대략 1200여 세대가 거주하는 마천대루는 그 하나로 일상생활을 영위할 수 있을 정도의 주거공간으로 건물이 만드는 스카이라인이 주는 위용에 비해 입지가 타이베이에서 꽤 떨어져있다는 점과 연식이 오래되어 그간 가격변동이 심했다는 이유, 그리고 고급아파트와 원룸이 공존하는 설계 덕분에 같은 건물임에도 동에 따라 빈부격차가 심하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점 때문에 마천대루 내부에는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공존하고 있으며 소설 마천대루는 이들의 시점을 빠르게 교차하며 이야기를 진행하고 있다.


이야기의 진행방식은 다양한 등장인물들을 그 들의 시점에 따라 교차해 진행되어 귀축의 집의 미키 아키코나 누쿠이 도쿠로를 떠올리게 하는데 문체는 훨씬 더 서정적이며 감성적이라 소설을 읽으며 머리속에 그 장면을 마치 영상처럼 떠올리기 쉬웠다.


소설은 총 4개의 파트로 나누어져 있는데 1부에서는 아직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평화로운 때의 사람들과 그들의 과거를 보여주고 2부에서는 중메이바오의 죽음을 다양한 사람들의 시선에서 표현한다. 그리고 3부는 경찰의 수사를 받는 다양한 용의자들의 시점으로 진행되는데 드라마 마천대루가 바로 중메이바오의 죽음으로 시선을 잡아끌며 진행되는 것에 비해 소설은 중반이 되어서야 중메이바오의 죽음이 등장할 정도로 초반부터 탄탄하게 이야기의 탑을 쌓아가며 진행한다는 것이 마천대루의 소설과 드라마를 비교해가며 보는 재미를 주었다.


그는 중메이바오를 생각하면 몸이 가볍게 전율하는 것을 느꼈다. 전율이라는 말 외에 또 다른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 마성? 아니, 매력일 것이다. 중메이바오 덕분에 1층 상가가 매력적인 곳으로 변모했다. 86페이지


메이바오처럼 예쁜 여자가 살해당했다니 너무 끔찍해요. 물론 예쁘지 않은 사람도 살해당해서는 안 되지만. 215페이지


특히 드라마에서 안젤라베이비가 카페 직원으로 등장하며 약간은 캐스팅 개연성에 의문을 가졌었는데 작중 중메이바오의 외모를 표현하는 문장들을 보면 단박에 이해가 되는 것도 재미포인트 중 하나였다.


굉장히 특이했던 것은 바로 이 소설의 마지막 4부였는데, 미스터리 소설의 특성상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 구체적인 언급은 할 수 없지만 나는 이 4부를 읽으며 4부를 펼치기 전 내가 기대했던 내용과는 전혀 다른, 예상하지 못했던 내용이면서도 지극히 일상적이며 평범한 그래서 더 의미깊은 이야기가 펼쳐져 깊은 울림을 준다.


하지만 부끄러움으론 아무것도 메울 수 없어요. 열심히 사회운동을 하며 시위와 집회마다 참여하고, 약자의 권익 쟁취에 내 미약한 힘을 보태여고 해요. 311페이지


특히 소설 마천대루는 중메이바오의 죽음을 둘러싼 미스터리 외에도 다양한 생각할 거리들을 던져주는데 마천대루를 둘러싼 대만의 근현대사를 비롯해 중국에서 건너온 외성인과 본성인의 차이와 차별, 결코 극복할 수 없는 대만의 빈부격차에 이어 최소 20명 이상이 등장하는 동성연애자들을 통한 LGBT 퀴어인들에 대한 차별어린 시선에 대해서도 표현한다.


거의 20년 전에 상하이 여행을 갔던 적이 있다. 와이탄 대로는 정말 고급아파트에 명품샵이 즐비했지만 한블럭만 들어가면 고급세단 대신 녹슨 자전거를 타고 다니고 한끼에 1~2000원하는 식당들이 늘어선 현지의 삶이 그대로 녹아있는 오래된 거리가 보인다. 찌든 가난과 상상도 하기 힘든 부가 공존하는 상하이의 야경을 보고 어린 나이에도 무언가 기묘한 감정을 느꼈었는데 천쉐 작가가 이 소설을 쓰기로 마음먹게 만든 타이베이의 풍경 역시 그 때 내가 봤던 그 모습과 비슷하지 않을까.


살인은 사랑 때문이거나, 돈 때문이거나, 둘 중 하나에요. 271페이지


단순한 범인을 찾는 미스터리 소설을 넘어 사람과 사람이 사는 이야기를 지극히 현실적으로 표현해 책의 마지막 장을 덮은 후에도 아직 마천대루의 문 닫은 아부카페 앞에 멍하니 서있는 듯한 여운을 주는 소설 마천대루를 추천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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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던 문 매드앤미러 4
김유라.엄정진 지음 / 텍스티(TXTY)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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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드앤미러의 네번째 시리즈 없던문을 읽었습니다.


매드앤미러 시리즈는 정말 묘한 매력이 있는데요.


같은 출발점을 가지고 시작한 이야기가 작가의 스타일에 따라 어떤 방향으로 갈라지게 되는지를 보는 재미가 정말 크거든요.



이번에 읽게 된 매드앤미러의 없던 문에 수록된 두 작품의 작가님인 김유라작가와 엄정진 작가님은 이번에 처음 알게되었는데요.


두 작품의 분위기가 완전히 다르면서도 갑자기 생겨난 없던 문이라는 주제를 독특하게 풀어나가는 두 이야기가 모두 매력적이라 이렇게 또 매미를 통해 애정하게 될 새로운 작가님을 알게 된 것 같아 감사할 따름입니다.



하나씩 소개를 드리자면 



김유라 작가님의 없던 문 '하루에 오백, 계약하시겠습니까'는 어느 날 영훈의 좁은 방 안에 악마와의 계약을 통해 작은 문이 생기며 시작됩니다.


악마가 건낸 조건은 매우 간단한데요. 그냥 벽에 문만 내주면 네트계약으로 세후 월 천오백을 준다는 것. 그것도 매달이 아닌 매일 하루에 오백씩으로!


다만 그 문에서 어떤 소리가 들리더라도 문 너머로 들어가지 말아야 합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네이버 웹툰에서 볼 것 같은 내용이었는데요. 역시나 작가님의 이력을 보니 소설가이면서 웹툰 스토리 작가이자 시나리오 작가입니다. 어쩐지 장면하나하나가 영화보다는 웹툰을 보는 느낌으로 머리에 재생이 되는 듯 합니다.



영훈은 문을 열어 살펴보기만 하는 것으로는 아무 문제가 생기지 않는 다는 것을 알게 되고 벽에 생긴 악마의 문 너머로 보이는 것들에 조금씩 빠져들게 됩니다.


그리고 문 너머의 모습을 통해 자신의 내면에 숨겨져있던 욕망을 조금씩 마주합니다.



끝맛이 씁쓸한 다크판타지 느낌이 물씬 풍기는 장면을 상상하는 재미가 있던 작품이었습니다.


두번째 작품은 엄정진 작가님의 어둠 속의 숨바꼭질입니다.


이번 작품에서 없던 문은 지금은 폐아파트가 되어버린 어린 시절 살던 오래된 주공아파트의 화장실에 생겨납니다.


넘어가선 안되는 금기시 되는 문이 아닌 새로운 세상으로 이어지는 문이라는 점이 김유라 작가님의 작품과는 다른 점인데요.



이선은 화장실에 뚫린 없던 문을 통과해 어린 시절 잃어버린 오빠가 존재하는 평행세계에 도착합니다. 그리고 그 곳에 잠식당해 스스로를 잃어버린 채 어린 날의 이선으로 살아가게 될 뻔 하지만 곰돌이 푸 인형의 도움으로 정신을 차리게 됩니다.


이십대 성인의 시선으로 바라본 문 너머의 세상은 기이합니다.


과거의 젊은 부모들은 밤이 되면 공룡과 호랑이가 되고 말하는 곰돌이 푸는 이 곳을 조심하라고 이선에게 경고합니다.



여기까지 오면 성인들을 위한 동화의 느낌도 물씬 풍깁니다.


무엇보다 그 결말이 그랬는데요. 묘하게 현실적이면서도 꿈과 희망을 놓아버리지 않은 결말은 어른들을 위한 동화처럼 느껴집니다.



'없던 문'이라는 주제는 너무 매력적입니다. 이런 주제에서는 정말 다양한, 상상도 하기 힘들 정도의 다양한 이야기들이 펼쳐질 것 같은데요.


시작은 같지만 전혀 다른 분위기의 두 작품을 통해 김유라 작가와 엄정진 작가님을 알게 되어 차기작도 기대하게 만드는, 매드앤미러 시리즈의 네번째 작품 없던 문을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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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지된 아파트 매드앤미러 3
전건우.전혜진 지음 / 텍스티(TXTY)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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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자의 죽음에 관하여로 처음 접하게 되었던 텍스티의 매드앤미러 시리즈.

같은 한줄로 시작되어 전혀 다른 두 편의 이야기를 한권에 담은 매드앤미러 시리즈는 같은 출발점에서 시작해 작가만의 고유의 색채를 담아 전혀 다른 이야기로 펼쳐지는 것을 보는 재미가 있다.

이번에는 미스터리 공포 추리물로 국내에 잘 알려진 전건우 작가와 역시 스릴러 호러 장르로 유명하지만 서브컬쳐도 좋아하는 전혜진 작가가 매드앤미러 금지된 아파트로 뭉쳤다.

책의 표지 이미지도 그렇고 금지된 아파트라는 제목에서 물씬 풍기는 호러 분위기 때문에 나 역시 등골 오싹해지는 스릴러 호러 장르를 상상하며 작품을 읽었고 예상치 못한 작품의 분위기에 놀라기도 하며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하나씩 소개를 하자면

전건우 작가의 괴리공간은 금지된 아파트라는 설정을 계속해서 사고가 일어나 결국 공사가 중단된 폐아파트로 소개한다.

그리고 우리가 예상하던 것, 예를 들면 폐아파트에서 귀신이 나온다거나 혹은 폐아파트에서 연쇄살인이 일어난다거나 하는 수준을 아득히 뛰어넘는다.

이 폐아파트는 사실 이세계와 현실에 반쯤 걸친 '괴리공간'이라는 곳이고 이 곳에서는 이계의 위험한 몬스터가 출몰하기 때문에 특별기관에서 괴소문을 흘려 민간인의 출입을 막으며 감시하고 있다는 것!

얼핏보면 괴리공간은 마치 해리포터의 마법사 세계처럼 보이기도 한다. 특별한 능력을 가진 자들이 존재하며 마치 머글들처럼 우리는 그 마법 세계에 대해 모르고 살아가는 것.

하지만 괴리공간은 요즘 웹소설의 장르문학과 비교하면 훨씬 더 익숙하게 다가온다.

던전이 열리고 능력자들은 각성하고 던전에서 튀어나오는 몬스터를 잡아 레벨을 올리는 것. 그리고 특별한 스킬을 획득해 나혼자만 사거리 무한, 공격력 무한, 레벨업 등등을 하며 먼치킨무쌍류를 찍는 것으로 더욱 익숙하니까.

전건우 작가의 금지된 아파트 '괴리공간'은 이런 현대판타지류와 설정은 비슷하지만 조금 더 현실적이다. 거짓된 이력서로 점철된 삶을 살아오던 최재수는 괴리공간의 경비로 일을 하게 되면서 자신만의 특성 '거의 없는 듯한 존재감'을 활용해 괴리공간에서 빛을 발한다. 존재감 없는 존재로 존재감을 드러내는 것이 바로 이 소설의 주인공 최재수가 앞으로 살아갈 길처럼 보이기도 한다.

매력적인 설정이었고 조금 더 길게 혹은 후속작이 나와도 재미있을 것 같아 기대된다.

"전에도 선생님이랑 똑같은 얘기를 했던 것 같은데요."

"환자 상태가 더 나아지긴커녕 점점 안 좋아지고 있으니, 의사도 했던 말 또 하고, 했던 말 또 하고 하지."

두번째는 전혜진 작가의 missing.

괴리공간과 마찬가지로 공사 중 사고로 방치된 폐아파트가 주된 무대로 등장한다. 꼭 이 아파트가 아니더라도 작 중 선재가 아버지에게 구입한 오래되고 낡은 아파트도 등장하는데 작품을 끝까지 읽고 나면 선재의 낡은 1억짜리 아파트야말로 이 소설의 진정한 금지된 아파트이지 않을까 싶다.

부모의 편향된 사랑으로 인해 소외당한 선재를 상징하는 요소로도 사용되는 아파트와 그런 그녀가 아무도 인정해주지 않았지만 다시 스스로를 되 찾는 폐아파트의 두 이미지가 교차되며 왠지모를 씁쓸한 여운을 남긴다.

아무생각 없이 순수 재미를 위해 즐기며 읽을 수 있었던 괴리공간과 읽고 나면 많은 여운이 남는 씁쓸하고 우울하면서 슬프지만 종내에는 묘하게 희망적인 전혜진 작가의 Missing이 어우러지며 매드앤미러 시리즈가 보여줄 수 있는 최대치를 뽑아내지 않았을까 싶다.

두 작품을 모두 읽고 금지된 아파트의 표지를 보니 붉고 푸른 두 색상이 구분되어 있다 충돌하는 이미지 역시 이 두 작품을 담은 시리즈와 무척이나 잘 어울리는 것 같다.

이번 설 연휴, 색다른 두 작품이 수록된 한권으로 스펙트럼 넓은 독서를 원하는 분들께 금지된 아파트를 추천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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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선 - 뱃님 오시는 날
요시무라 아키라 지음, 송영경 옮김 / 북로드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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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기록문학의 대가라 불리는 요시무라 아키라 작가의 파선 - 뱃님 오시는 날을 읽었습니다.


소설 파선은 열일곱가구 백명남짓한 인원들이 살아가는 작은 어촌 마을을 배경으로 지독히 먹고 살기 힘든 에도시대 민초들의 삶을 묘사합니다.


사실 이 책을 읽기 전에는 약간은 오컬트적인 내용을 예상했었습니다.

밀폐된 어촌 마을에 뱃님이 내려오고 마을 주민들의 기묘한 주술의식과 폐쇄성이 어우러져 그려나가는 호러소설을요.

하지만 실제로 읽게 된 소설 파선은 기록문학의 대가라는 저자의 명성에 걸맞게 오컬트적인 요소를 배제하고 당시의 삶의 형태를 담백하고 건조한 문체로 세밀하게 표현합니다.

그리고 실체없는 저주나 귀신이 아닌 가진 것 없이 추운 겨울과 기근을 살아나가야 하는 마을 사람들 앞에 닥친 현실이 주는 공포를 생생하게 묘사합니다.


이 소설 한편으로 에도시대를 살아가는 어촌 마을 주민의 일생을 체험한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소설 파선은 가난과 배고픔을 현실적으로 표현합니다.




긴조는 병이 악화되면서 식욕을 잃었고 죽기 며칠 전부터 가족들은 긴조에게 물만 주었다. 이처럼 죽음이라는 운명이 정해진 자에게 음식을 나눠주는 가족은 없다. p7


"오늘 떠난 고인처럼 먹고 살려는 가족에게 버려지는 죽음을 맞이하고 싶지는 않아."p9



마을 사람들이 죽은 사람을 대하는 방식부터 입을 덜기 위해 갓난아기를 죽이는 풍습까지요.

당시의 화장 장례 문화로 시대상에 몰입을 더 한 후 소설은 뱃님을 부르는 마을의 풍습을 보여줍니다.

뱃님은 어촌 마을로 흘러들어오는 난파선을 뜻하는데 마을 주민들은 난파선을 유인하기 위해 바다가 어지러운 날 밤, 소급굽기를 하며 위기에 빠진 배를 현혹시키는 등의 기원을 행합니다.



애를 밴 여자를 배에 태우는 것은 풍어를 기원하는 일이고, 새끼줄을 물에 던지는 것은 지나가는 배가 마을 앞에 있는 암초에 부딪혀 망가지기를 바라는 마음을 표현하는 행위다. p28


이 풍습부터가 근원적인 공포를 불러 일으키는데 위기에 처한 타인의 희망을 이용하는 행위 자체가 에도시대가 아닌 현대를 살아가는 제게는 무척이나 기이하고 음습하게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소설은 뱃님이 오는 시기인 겨울을 아무 수확없이 보내고 다음해를 맞아 흘러갑니다.

마을 주민들은 소금굽기를 멈추고 정어리를 잡고 또 오징어를 잡고 그 다음에는 꽁치를 잡으며 다가올 겨울을 기다립니다.

특히 꽁치를 잡는 법에 대한 설명이 매우 자세한데 이 또한 이미 등장인물들의 삶에 깊이 몰입한 제게는 또 하나의 재미로 다가옵니다.


그리고 이 들의 삶에 동화되다보면 어느새 사악해보이던 뱃님을 부르는 의식도 그들이 어쩔 수 없이 살아남기 위해 행하는 삶의 방편으로까지 느껴지기 시작합니다.




"바다에 빠져 죽은 사람이 세 명, 배 안에는 부상당한 남자까지 합해서 네 명이 있었는데 한 명도 남김없이 때려죽였다."

"반항하지 않았어요?"

"처음부터 반항할 기색은 없었고 목숨을 구걸했다더라." p125


그리고 그 때 소설 파선은 다시 한번 뱃님을 기다리는 어촌 주민들의 광기를 보여주며 공포를 불러일으킵니다.


어느 날 그 들이 간절히 기다리던 뱃님이 찾아오고 난파선 안에서 붉은 옷을 입은 채 죽어있는 시체들이 발견 되자 마을에는 진정한 의미의 재앙이 찾아옵니다.


소설 파선 - 뱃님 오시는 날은 요시무라 아키라 작가가 왜 기록문학의 대가라 불리는 지 알게 해준 작품입니다. 일체의 과장이나 감성에 호소하는 표현 없이 담백하고 건조하게 써내려간 글은 기록문학만이 줄 수 있는 현실이 줄 수 있는 공포를 극한으로 보여줍니다.

인과응보를 말하하면서도 업 역시 모두에게 공평하게 돌아가지 않는다는 현실적인 마무리까지, 가난과 배고픔 그리고 생존을 위한 광기를 생생하게 표현한 일본공포소설 파선 - 뱃님 오시는 날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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