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천대루
천쉐 지음, 허유영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5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대만 작가 천쉐의 마천대루를 읽었다.

안젤라베이비가 출연한 동명의 드라마가 호평을 받으며 유명세를 탔기 때문에 원작소설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마침 인플루엔셜 출판사를 통해 출간되어 읽어볼 수 있었다.


소설은 마천대루라는 대만의 수도 타이베이에서 어느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한 고층복합주거공간을 무대로 펼쳐진다.

대략 1200여 세대가 거주하는 마천대루는 그 하나로 일상생활을 영위할 수 있을 정도의 주거공간으로 건물이 만드는 스카이라인이 주는 위용에 비해 입지가 타이베이에서 꽤 떨어져있다는 점과 연식이 오래되어 그간 가격변동이 심했다는 이유, 그리고 고급아파트와 원룸이 공존하는 설계 덕분에 같은 건물임에도 동에 따라 빈부격차가 심하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점 때문에 마천대루 내부에는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공존하고 있으며 소설 마천대루는 이들의 시점을 빠르게 교차하며 이야기를 진행하고 있다.


이야기의 진행방식은 다양한 등장인물들을 그 들의 시점에 따라 교차해 진행되어 귀축의 집의 미키 아키코나 누쿠이 도쿠로를 떠올리게 하는데 문체는 훨씬 더 서정적이며 감성적이라 소설을 읽으며 머리속에 그 장면을 마치 영상처럼 떠올리기 쉬웠다.


소설은 총 4개의 파트로 나누어져 있는데 1부에서는 아직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평화로운 때의 사람들과 그들의 과거를 보여주고 2부에서는 중메이바오의 죽음을 다양한 사람들의 시선에서 표현한다. 그리고 3부는 경찰의 수사를 받는 다양한 용의자들의 시점으로 진행되는데 드라마 마천대루가 바로 중메이바오의 죽음으로 시선을 잡아끌며 진행되는 것에 비해 소설은 중반이 되어서야 중메이바오의 죽음이 등장할 정도로 초반부터 탄탄하게 이야기의 탑을 쌓아가며 진행한다는 것이 마천대루의 소설과 드라마를 비교해가며 보는 재미를 주었다.


그는 중메이바오를 생각하면 몸이 가볍게 전율하는 것을 느꼈다. 전율이라는 말 외에 또 다른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 마성? 아니, 매력일 것이다. 중메이바오 덕분에 1층 상가가 매력적인 곳으로 변모했다. 86페이지


메이바오처럼 예쁜 여자가 살해당했다니 너무 끔찍해요. 물론 예쁘지 않은 사람도 살해당해서는 안 되지만. 215페이지


특히 드라마에서 안젤라베이비가 카페 직원으로 등장하며 약간은 캐스팅 개연성에 의문을 가졌었는데 작중 중메이바오의 외모를 표현하는 문장들을 보면 단박에 이해가 되는 것도 재미포인트 중 하나였다.


굉장히 특이했던 것은 바로 이 소설의 마지막 4부였는데, 미스터리 소설의 특성상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 구체적인 언급은 할 수 없지만 나는 이 4부를 읽으며 4부를 펼치기 전 내가 기대했던 내용과는 전혀 다른, 예상하지 못했던 내용이면서도 지극히 일상적이며 평범한 그래서 더 의미깊은 이야기가 펼쳐져 깊은 울림을 준다.


하지만 부끄러움으론 아무것도 메울 수 없어요. 열심히 사회운동을 하며 시위와 집회마다 참여하고, 약자의 권익 쟁취에 내 미약한 힘을 보태여고 해요. 311페이지


특히 소설 마천대루는 중메이바오의 죽음을 둘러싼 미스터리 외에도 다양한 생각할 거리들을 던져주는데 마천대루를 둘러싼 대만의 근현대사를 비롯해 중국에서 건너온 외성인과 본성인의 차이와 차별, 결코 극복할 수 없는 대만의 빈부격차에 이어 최소 20명 이상이 등장하는 동성연애자들을 통한 LGBT 퀴어인들에 대한 차별어린 시선에 대해서도 표현한다.


거의 20년 전에 상하이 여행을 갔던 적이 있다. 와이탄 대로는 정말 고급아파트에 명품샵이 즐비했지만 한블럭만 들어가면 고급세단 대신 녹슨 자전거를 타고 다니고 한끼에 1~2000원하는 식당들이 늘어선 현지의 삶이 그대로 녹아있는 오래된 거리가 보인다. 찌든 가난과 상상도 하기 힘든 부가 공존하는 상하이의 야경을 보고 어린 나이에도 무언가 기묘한 감정을 느꼈었는데 천쉐 작가가 이 소설을 쓰기로 마음먹게 만든 타이베이의 풍경 역시 그 때 내가 봤던 그 모습과 비슷하지 않을까.


살인은 사랑 때문이거나, 돈 때문이거나, 둘 중 하나에요. 271페이지


단순한 범인을 찾는 미스터리 소설을 넘어 사람과 사람이 사는 이야기를 지극히 현실적으로 표현해 책의 마지막 장을 덮은 후에도 아직 마천대루의 문 닫은 아부카페 앞에 멍하니 서있는 듯한 여운을 주는 소설 마천대루를 추천드린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