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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은 모차르트 ㅣ 미사키 요스케 시리즈 7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문지원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5년 2월
평점 :

나카야마 시치리 작가님의 신작 이별은 모차르트를 읽었습니다.
작가님의 데뷔작인 안녕, 드뷔시를 시작으로 이어지는 미사키 요스케 시리즈의 여덟번째 작품으로 시각장애인 피아니스트 사카키바 류헤이의 주변에서 일어난 사건을 다루고 있습니다.
작 중 주인공인 사카키바 류헤이는 태어날 때 부터 앞을 보지 못한 시각 장애인입니다. 시력을 잃은 대신 얻게 된 절대음감으로 쇼팽 콩쿨에 입상한 후 일본 클래식 연주계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모차르트의 곡들로 전국투어를 시작한 류헤이의 앞에 스스로를 프리랜서 기자라고 밝힌 데라시타 히로유키가 나타납니다. 사실 그는 기자라기보다 날조된 가짜뉴스를 무기로 상대를 협박해 돈을 갈취하는 악당이었는데요. 류헤이가 가짜 시각장애인이라는 거짓 뉴스를 퍼트려 전국투어를 망쳐놓겠다고 협박하는 데라시타 때문에 류헤이의 공연은 엉망이 되어 가지만 뒤이어 데라시타가 류헤이의 집에서 총에 맞은 시체로 발견되며 어두운 곳에서도 정확하게 상대의 위치를 파악하고 방아쇠를 당길 수 있는 류헤이가 유력한 용의선상에 오르게 됩니다.
"류헤이는 원래 체력이 좋지 않은 편이니 투어를 시작하기 전에 마라톤 풀코스를 뛸 수 있을 정도로 끌어올려야지."
"그러면 피아노 연주회가 아니라 페럴림픽이에요."
비장애인이 말하면 비난받을 만한 농담이었지만 류헤이가 말한 만큼 나무랄 수 없었다.
애초에 이런 종류의 농담을 무작정 터부시하는 일본 사회가 불편했다. p15~16
시각장애를 개성으로 받아들이는 사고방식은 긍정적이라고 생각하며 당사자인 류헤이도 매우 동의하지만 곁에서 돕는 사람의 희생이 어느 정도 필요하다는 사실은 변함없다. 비장애인과 장애인이 서로 도우며 살아간다는 말은 어차피 허울 좋은 소리다. p41
류헤이는 앞을 보지 못하지만 자기 연민에 빠져 있지는 않습니다. 장애인으로서의 한계와 비장애인과의 차이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지만 피아노를 통해 이를 받아들이고 극복하는 과정에 있는 젊은 피아니스트입니다.
류헤이의 어머니이자 멘탈과 체력을 케어해주는 사카키바 유카.
류헤이의 음악성과 천재성을 누구보다 빨리 알아차리고 스승이 되어준 시오타 하루히코.
자신이 못이룬 꿈의 가능성을 류헤이에게서 발견하고 류헤이의 재능이 빛을 잃지 않도록 돕는 매니저 톰 야마자키.
자기가 좋아서 진창에 발을 들이는 사람은 없습니다. 자진해서 어둠 속에 몸을 숨기고 싶은 사람도 없고요.
누구나 처음에는 희망과 이상을 품고 각자의 세계로 뛰어들죠. 하지만 모든 사람이 올곧게 걸을 수 있는 건 아닙니다. 방향을 잃고 옆길로 새거나 멈춰 서는 사람도 있어요. p144
이 소설이 음악미스터리로 읽는 독자들에게 따스한 힐링을 느끼게 할 수 있는 이유는 이런 류헤이를 누구보다 아끼고 든든하게 지원해주는 세명의 존재 덕분일텐데요.
덕분에 류헤이를 둘러싼 사건을 통해 류헤이는 한층 더 성장하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됩니다.
이 소설은 나카야마 시치리 작가의 미사키 요스케 시리즈의 팬들에게도 물론 좋은 선물이 될테지만 저처럼 나카야마 시치리라면 시리즈를 불문하고 모두 사랑하는 시치리월드의 팬에게도 훌륭한 선물로 다가옵니다.
시치리 월드의 또다른 주인공들인 미코시바 레이지와 이누카이 하야토 역시 갑작스럽게 등장해 깜짝선물처럼 팬들에게 반가움을 더합니다.
"모차르트는 피아니스트에게 영원한 과제야. 악보에서 지시한 대로 쳤다 싶으면 곧바로 모차르트가 부족한 부분을 지적하지." p30
소리가 잠잠해지며 끊겼다.
순간의 침묵.
그러나 심연처럼 어수선한 침묵.
고요한데도 절망에 짓눌린 기분이었다. p107
소설의 후반부, 류헤이의 피아노 협주곡 제 23번 A장조 K.488 솔로 연주는 숨막힐듯한 현장감과 함께 실제로 음악을 듣는 듯 생생하게 표현되어 음악미스터리 소설로서의 면모를 드러냅니다. 나카야마 시치리의 이름 뒤에 붙는 반전의 제왕이라는 타이틀에 걸맞는 미스터리소설 본연의 재미도 훌륭했구요.
경찰소설부터 법률미스터리, 서스펜스에 이어 음악 미스터리까지 여러 장르를 다 써두면 그 중 하나는 인기를 끌 수 있지 않을까 했다는 작가님의 인터뷰내용과는 다르게 모든 시리즈가 어느 하나 빠짐 없이 큰 사랑을 받고 있다는 사실에 감탄하며 시치리 월드의 팬들을 위한 선물로 다가왔던 이별은 모차르트를 추천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