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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희
황민구.이도연 지음 / 부크럼 / 2024년 12월
평점 :

소설 선희를 읽었습니다.
이 소설은 두분의 작가님이 공동으로 집필하셨는데 이력이 매우 독특합니다.
황민구 작가님은 법영상분석연구소의 소장이며 경찰청 과학수사, 국방부조사본부 과학수사연구소 등의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계시며 이도연 작가님은 드라마 판타G스팟의 극본을 집필한 이력이 있으시거든요.
소설 말미의 후기를 읽어보면 황민구 작가님의 전문지식을 바탕으로 쓰여진 시놉시스에 이도연 작가님의 필력이 더해져 미스터리 소설이지만 에세이느낌의 감수성 몽글몽글한 독특한 소설이 완성되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소설 선희는 그간 읽어오던 미스터리소설에서 거의 사용되지 않았던 요소인 영상분석을 가장 핵심적인 요소로 사용해 전개됩니다.
주인공 대아는 국내에서 가장 인정받는 영상분석가로 이미 미제로 남을 뻔한 사건의 범인을 잡는데 큰 공로를 세워 권위를 인정받고 있습니다.
-보이는 그대로, 분석한 대로만 써 주시면 되요. 언니가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마음으로 살아왔는지를 알고 싶어요. 알 수 있잖아요, 박사님은. p36
그런 그에게 오래전 서로를 아끼던 동아리 후배인 선희의 동생이 찾아와 그녀의 죽음을 알리며 그녀가 살아 있을 때, 그리고 죽는 그 순간까지 어떻게 살았을지 조사를 의뢰합니다.
제주도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는지, 혹은 실족사를 했는지. 이도 아니면 누구에게 살해당했는지.
이대아는 제주도로 떠나 선희의 과거를 조금씩 알아가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선희의 과거를 통해 대아는 더 오래전 과거, 선희와 함께 하던 오래된 그 때를 기억합니다.
이 부분이 굉장히 몽글몽글하면서 서정적인 문체로 아름답게 진행되는데요. 앞을 못보게 될 영상분석가라는 설정은 한층 더 이번 조사가 마지막이 될 지도 모른다는 점에서 애틋함을 더해주었구요.
표현 하나부터 단어 하나까지 섬세하게 사용되어 읽는 맛을 더합니다.
[추락 주의 : 기대지 마시오]
기대지 말라고, 기대면 위험하다는 경고 메세지를 가만히 들여다보던 대아의 가슴속에 무언가 울컥 치밀었다. 그것은 아마... 미안함이었다. 작별 인사도 못하고 선희를 멀리 떠나보낸 게, 끝까지 기댈 수 있는 사람이 되지 못한 게 사무치게 미안해졌다.
-중략-
그런데 난... 그런 기대보다 기댈 곳이 필요했다.
p51~53
소설 선희는 영상분석이라는 미스터리 소설에서는 낮선 요소를 전문지식들을 활용해 훌륭한 미스터리소설로 변모시킵니다.
지금까지 대부분의 미스터리 소설에서 영상은 결정적인 증거로 등장하거나 혹은 등장하지 않습니다. 범인은 거짓 알리바이를 증언하고 탐정은 논리적 결함을 찾아 이를 무너뜨려야 하는데 영상은 증거로 등장해 이 모든 것을 별다른 논리 없이 한방에 무너뜨립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우리가 수사에 사용되는 영상분석에 대해 잘 몰랐기 때문에 그렇게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이 분야의 전문가로서 작가는 영상분석으로도 미스터리 소설의 서사를 충분히 그려갈 수 있다는 것을 소설 선희를 통해 보여줍니다.
미스터리 소설을 좋아하거나 에세이를 좋아하며 이번에는 소설을 읽고 싶으신 분들, 그리고 문체 하나하나가 아름다운 미스터리소설을 읽고 싶은 모든 분들께 소설 선희를 추천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