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북 - 검은 핏방울
조강우 지음 / 미다스북스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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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강우 작가의 사북 - 검은 핏방울을 읽었다.


곡성부터 파묘까지 오컬트 호러 영화를 접하며 의외로 무서운 것을 싫어하던 내가 오컬트 장르를 꽤 좋아한다는 것을 새롭게 알게 되었고 소설 사북은 실화를 모티브로 토속신앙을 더한 오컬트소설이라 출간을 기대하고 있었다.



소설 사북은 1980년 4월 21일 사북사건을 모티브로 하고 있는데 사실 나는 처음 들어보는 사건이라 소설을 읽고 검색해 찾아본 후에야 어떤 사건인지 알 수 있었다.


소설의 모티브가 된 사북사건은 강원도 정선구 사북읍에 위치한 동원탄좌 소속 탄광노동자들이 저임금과 어용노조 등에 분노하여 일으킨 봉기로 매년 200여명이 산업재해로 사망하고 중경상을 더하면 6천여명의 피해자가 발생하는데도 불구하고 사고에 대한 위로금을 제대로 지불하지 않고 연고가 없으면 암매장하는 사례도 다반사였기 때문에 광부들이 스스로의 생존권을 위해 사북지역을 점령하고 어용노조와 공권력에 저항하였다.



맞다. 내가 여기 온 목적, 생존을 위하여 목숨을 건 파업이라고 쓸지 아니면 빨갱이들한테 세뇌당한 폭력집단이라고 쓸지, 아마 편집장은 후자를 선택할 것이다. p19~20



결국 광부들이 노사정 협상에서 정당한 권리를 획득하나 싶었으나 곧 이어 공수부대가 투입되어 사북이 진압되는 과정을 사북 출신 기자 박창의 시점으로 표현한다.


이 소설은 실제로 일어났던 사북사건을 배경으로 사북여고의 학생들이 악귀에 의해 빙의되고 실신하는 픽션을 더함으로써 오컬트 장르의 재미를 더하는데 이 또한 소설을 끝까지 읽고나서도 풀리지 않는 모호함이 있어 가장 중요한 시대적 사건인 사북사건을 훼손하지 않는 점이 뜻깊게 느껴졌다.



악귀에 대응하는 오컬트적인 방법 역시 인상깊었는데 무속신앙과 기독교 그리고 불교가 모두 조금씩 얽혀있었고 특히 불교에 대한 신뢰를 느낄 수 있었다.


중간에 광산재해 현황이 1972년부터 1982년까지의 표로 등장하는데 이 때문에 사북사건이 종료된 1983년의 시점에서 소설이 진행되는 줄 알았으나 1980년을 배경으로 소설은 진행되었다. 약간의 오류인지 아니면 이 사건이 끝난 후에도 사망자와 중상자 그리고 경상자의 수는 전혀 줄어들지 않은 사북의 현실을 보여주기 위함인지는 알 수 없지만 씁쓸한 현실임에는 틀림없다.



이 사람들의 분노, 내가 감히 가늠할 수 없겠지. 그렇지만 폭력에 폭력으로 대응하면 돌아오는 것은 더 거센 폭력일 뿐이다. 애초에 무자비한 폭력으로 일어선 정권이다. 그런 그들에게 돌멩이 몇 개 던진다고 과연 이 모든 게 해결이 될까? p26



또한 작가는 사북 사태에 대한 약간의 비판도 더한다. 결국엔 폭력에 폭력으로 대항하다 더 큰 폭력에 의해 진압된 사건이라고.



더 힘이 센 정의로운 자가 도와주지 않을까.


그러나 그간 도덕과 민주주의를 수호하며 그 가치를 지향한다던 바다 건너 세계 제일의 패권국은 이를 묵인했다. p70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누군가의 도움을 바라는 것 만으로는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고 결국은 피를 흘리며 나설 사람은 필요하다고 말한다. 


악귀보다 무서운 것은 결국 현실이며, 대항할 수 없는 현실 앞에 언론인으로서 고뇌하는 박창의 모습을 통해 시대적 불의를 외면하는 대다수의 소시민들을 표현하고 끝내 자신의 위치에서 행동할 것을 격려하는 소설 사북을 통해 조금은 소설의 시대배경인 그 때가 생각나는 요즈음 읽기 좋은 소설로 추천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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