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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밈학과 같은 건 없습니다
QNTM 지음, XCninety 옮김 / 황금가지 / 2026년 10월
평점 :

오늘 읽은 책은 QNTM작가의 '항밈학과 같은 건 없습니다'로 SCP세계관을 바탕으로 쓰여진 작품이다.
SCP재단은 이제 소수의 매니아층만이 공유하는 마이너한 문화를 넘어 꽤나 잘 알려져 있는데, 나는 닥터후의 우는 천사와 설정이 매우 유사한 SCP-173 일명 땅콩이를 통해 이 세계관을 가장 처음 접하게 되었고 그 이후에는 또 어떤 것들이 있는지 궁금해 나무위키나 유투브를 통해 SCP재단을 검색해보기도 했다. 그러던 와중에 SCP 세계관을 배경으로 한 작품이 출간되다니 기대를 안할래야 안할 수가 없었다!
처음 책의 제목을 읽으면 항밈이라는게 어떤 것인지 감이 잘 오지 않는데, 항밈이란 밈의 반대 개념으로 meme이 인터넷등을 통해 유행하는 영상, 사진, 행동등을 말한다면 항밈은 그 반대로 어디에서도 그 존재 자체를 떠올리지 못하게 스스로를 감추는 것을 의미한다.
보아도 보았다는 자체를 잊게 되고 생각해도 그 생각 자체를 잊어버리게 만들어 해당 개체의 연구조차도 불가능하게 만들어 버리는 것. 작품속에는 이러한 항밈의 성향을 띈 다양한 개체들이 등장하며 간혹 무해한 개체도 존재하나 인류에게 치명적으로 위험한 개체들도 등록되어 있다.
몇 년 전 치과 수술을 할 때 전신마취를 한 적이 있는데 마취약을 투여 한 후 나는 마취가 아직 제대로 되지 않은 것 같아 간호사에게 마취가 잘 되지 않는 것 같다고 말 한 적이 있다. 그 때 돌아온 대답이 충격적이었는데 이미 수술이 끝나고 마취에서 회복되고 있다고 한 것! 심지어 수술 중에는 의식이 있어 의사의 지시에 따라 입을 벌리는 등 행동까지 했다고 하니 더 충격이었다. 나는 수술을 했지만 수술을 했다는 사실 자체를 잊어버리게 된 것이다.
이 작품에서의 항밈은 그보다 더 거대한, 세계멸망과도 연관이 있는 무언가를 기억하지 못한다는 것이 특히나 공포스럽게 다가왔다.
무엇보다 이 작품은 항밈, 즉 망각을 주요 소재로 활용해 이야기를 전개하는 만큼 작 중 실시간으로 기억을 잃어가는 장면이 다수 등장하는데 이 부분의 묘사가 쉽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작가는 필력과 검정네모 기믹으로 이 부분을 간단하지만 멋지게 해결한다. 덕분에 기억을 잃어버리며 항밈개체와 싸우고 또 사실은 그런 일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사실이 직관적으로 표현되며 술술 읽힌다. 복잡하고 어려워야할 내용이 쉽게 읽히니 이 책은 더 재미있게 다가온다.
항밈학과의 SPC-3125 개체와의 승부를 다루는 메인플롯도 몹시 흥미롭지만 SCP세계관의 팬이라면 다양한 미지의 존재들에 가려져 배경처럼 다뤄지던 재단 내 연구원과 같은 일반인들의 업무와 생활에 대한 묘사도 흥미롭게 다가온다.
SCP 재단의 팬이라면 기대한 것 이상의 재미를 보장하는 소설 '항밈학과 같은 건 없습니다'를 기존 팬들에게 추천하며 SCP 세계관을 처음 접할 입문서로도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작품으로 일독을 추천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