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고쿠 - 망자의 터
기타자와 도 지음, 전선영 옮김 / 반타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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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읽은 책은 기타자와 도 작가의 일본 호러 소설 '온고쿠'로 마치 일본 소년 만화를 읽는 듯한 재미가 압권인 작품이었다.


소설은 화가 소이치로 후루세가 관동 대지진으로 크게 부상을 입은 아내 시즈코와 함께 본가로 돌아오며 시작된다. 아내 시즈코는 병세가 악화되어 곧 숨을 거두고, 이내 오래된 집에서는 죽은 것이 분명한 아내의 모습이 곳곳에서 목격되며 본격적으로 호러소설에 걸맞는 으스스한 전개가 펼쳐진다. 그리고 따뜻하고 사랑스러웠을 아내 시즈코는 이제 알 수 없는 괴이가 되어 사람을 불태우고 얼음처럼 차가운 존재로 살아있는 자들을 위협하는 존재가 된다.


“나는 네 아내를 먹고 싶다.”


“그렇게 소중하게 대했던 아내의 혼령이라면 얼마나 야들야들할까. 자르르하게 기름이 올라 틀림없이 맛있겠지. 이거 정말 고맙군 그래. 후루세였나 뭐였나, 아무튼 낙이 생겼어.”


무엇보다 인상적인 부분은 조력자(라고 쓰고 진주인공이라고 읽는다) 역할의 '에리마키'라는 캐릭터였는데 1920년대라는 시대적 배경에 잘 녹아들면서도 21세기의 소년만화를 보는 듯한 설정이 잘 어우러져 있었다.

성별도 없고 얼굴도 없는, '얼굴 없는 자' 에리마키는 목도리 대신 뱀을 두르고 식신처럼 부리며 성불하지 못한 망자를 먹어치우며 살아간다. 텅 빈 얼굴에는 그를 보는 사람의 마음에 가장 깊게 뿌리 내린 대상을 비춰 보여주는데 가깝게는 주술회전부터 멀게는 퇴마록의 익숙한 맛도 인상깊게 다가왔다.

분명 으스스한 호러소설로 읽기 시작했는데 읽다보니 오컬트 소년만화를 읽고 있는 기분이 들었다. 아마도 후루세와 에리마키의 유쾌한 티키타카 때문이 아니었을까.


사실 이 작품은 1920년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어 해당 시대의 지금은 미신처럼 느껴지는 여러 문화와 관습대해 세밀하게 묘사하는데 얼핏 들으면 이 작품을 접하는 데 있어 진입장벽처럼 느껴질 수 있는 이런 요소들을 지루하지 않고 속도감있게 잘 풀어냈다. 특히 낮설고 신기한 방식의 맞선 문화가 웃음과 충격을 자아냈다. 분명 낮선 단어들과 표현이 곳곳에 등장하는데 머리속에서는 해당장면이 그림처럼 떠오르는 것을 보니 작가의 필력이 보통이 아님을 깨닫게 된다.


책장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 나니 표지와 차례 페이지의 부채의 이미지가 섬뜩하게 다가온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 따뜻한 감동까지 느껴지는 작품이었다.

온고쿠가 실제로도 존재하는 곳이었으면 하고 조심스럽게 바라게 된다.


이미 작가의 신작 뼈를 갉아 먹는 진주와 꽃의 우리가 일본에서는 출간되어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고 한다. 어떤 작품인지는 나중에 국내에 출간되어 봐야 알겠지만 이 작품 온고쿠 만으로 기타자와 도의 작품은 내게 믿고 기다리는 소설이 되었고 무엇보다 에리마키의 여정이 여기서 끝나지 않고 쭈욱 이어졌으면 좋겠다. 일본 호러소설을 좋아하는 분과 소년만화를 좋아하는 분들께 추천하고 싶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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