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버거를 먹다가 죽었는데, 저승에서 썸남을 만났다
커스티 그린우드 지음, 허선영 옮김 / 향기책방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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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읽은 책은 제목부터 단숨에 눈길을 사로 잡는 로맨틱코미디 소설로 '햄버거를 먹다가 죽었는데, 저승에서 썸남을 만났다'라는 제목의 소설이다. 원제인 'The Love of My Afterlife'와 비교해 보면 한국어 제목이 백만배는 더 매력적이고 트렌디하게 느껴진다. 원제는 평범한 로맨스 소설 같은 느낌을 주지만, 한국어 제목은 책장을 펼치기도 전에 도대체 무슨 황당하고 도파민 팡팡 터지는 이야기가 펼쳐질지 참을 수 없는 호기심과 읽고 싶어지는 욕구를 자극한다. 그리고 책을 다 읽고 난 지금, 이 독특한 제목이 품고 있던 유쾌하고 따뜻한 온기가 온몸에 고스란히 남아 있는 기분이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은 하나같이 매력적이다. 마치 잘 짜인 웰메이드 로맨틱 코미디 영화 속 인물들이 스크린을 뚫고 나와 살아 숨 쉬는 것 같다. 냉소적이지만 미워할 수 없는 주인공 델피부터, 까칠하면서도 비밀스러운 아픔을 간직한 아랫집 남자 쿠퍼, 그리고 사후 세계의 친근한 매니저 메릿에 이르기까지 누구 하나 미운 캐릭터가 없다. 그들의 티키타카와 묘한 케미를 따라가다 보면 나도 모르게 이들을 응원하게 된다.


특히 흥미로운 점은 이야기의 수위와 분위기의 절묘한 조화다. 분명 책을 읽고 있으면 꽤 발칙하고 섹시하며 핫한 ‘19금’ 감성이 툭툭 묻어나는데도, 신기하게 전체적인 작품의 공기는 한없이 몽글몽글하고 따뜻하다. 자극적인 소재를 다루면서도 이토록 사랑스러운 분위기를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 놀랍다.


책을 읽는 내내 오래전 보았던 린제이 로한 주연의 '퀸카로 살아남는 법' 같은 2000년대 초반 하이틴 로맨틱 코미디 영화 특유의 빈티지한 감성이 물씬 풍겨와 마음이 내내 간질거렸다.


사후 세계에 대한 설정 역시 이 소설의 빼놓을 수 없는 매력 포인트다. 보통 죽음이나 저승이라고 하면 어둡고 무겁거나 두려운 이미지를 떠올리기 마련인데, 이 작품은 사후 세계를 너무나 따뜻하고 재미있으며 유쾌한 공간으로 그려냈다. 정말로 사후 세계가 존재한다면 딱 이 소설 속 공간 같았으면 좋겠다는 엉뚱한 바람까지 품게 만들 정도다. 당장 햄버거를 시켜야겠다는 엉뚱한 생각마저 든다.


글로 쓰인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읽는 동안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보고 있는 것처럼 모든 이미지가 머릿속에 컬러풀하고 생생하게 그려진다. 그중에서도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이야기 극 초반부에 등장하는 사후 세계 대기실의 풍경이다. 포근한 라벤더 향이 가득하고 나도 즐겨듣던 명곡인 ‘돈 워리 비 해피’ 노래가 잔잔하게 흘러나오는 빨래방으로 위장된 저승의 이미지는 강렬한 시각적, 청각적 자극을 남긴다. 이 사랑스럽고 기묘한 빨래방의 정경은 작품이 끝나는 마지막 순간까지 머릿속에 깊이 남아 지워지지 않는 따뜻한 이정표 역할을 해준다.


결국 이 소설은 갑작스럽고 엉뚱한 죽음을 통해 진짜 삶의 의미와 사랑을 찾아가는 한 내향적인 여자의 따뜻한 성장이야기다. 가볍고 유쾌하게 훌훌 읽히지만, 마지막 장을 덮을 때는 내 주변의 소중한 사람들과 매일 마주하는 사소한 일상들을 다시금 돌아보게 만드는 묘한 힘이 있다. 오랜만에 아무런 생각 없이 흠뻑 몰입해 웃고 설렐 수 있었던, 선물 같은 독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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