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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해선 안 되는 것들
이다모 지음 / 아프로스미디어 / 2026년 7월
평점 :

좁은 한국 호러 소설계에 나타난 한줄기 빛과 같은 이다모 작가의 신작, 존재해선 안되는 것들이 출간되었다.
기존에 출간되었던 귀우, 괴조도, 바엘의 집에 이어 네번째로 출간된 이다모 작가의 작품인데 항상 그간 출간된 작품들을 읽을 때 마다 이 작가는 미쓰다 신조의 영향을 많이 받았구나 하는 느낌을 받아 왔다. 일어일문학을 전공했다는 저자의 이력때문인지 기존의 작품들은 등장인물의 이름이나 지명을 가리고 읽게 되면 일본 소설보다 더 일본스러운 소설을 읽고 있는것 같은 착각이 들기도 한다.
작가 소개에도 스티븐 킹과 미쓰다 신조 그리고 사와무라 이치의 영향을 받았다고 적혀있는데 작가의 소개글을 읽지 않고 작품만 보더라도 누구나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을 정도로 작품의 매력과 스타일이 닮아있다.
그리고 이번에는 왠지모르게 미쓰다 신조보다 세스지의 느낌이 더 많이 풍기는 모큐멘터리 형식의 작품으로 돌아왔다.
이번 작품은 호러 소설가로 활동하고 있는 '이다모' 작가가 괴담집에 들어갈 괴담을 수집하여 하나의 책으로 만드는 과정을 모큐멘터리 형식으로 다루고 있다.
모큐멘터리 장르라면 얼마나 소설과 현실의 경계를 절묘하게 뒤섞는지가 작품의 재미를 가른다고 생각하는데 이 점에 있어서 이 책은 일본 소설에서 많이 보이던 시도를 한층 더 진화시켜 새로운 방식으로 표현한다.
소설 '존재해선 안되는 것들'은 처음부터 독자들을 향한 선전포고로 시작한다.
[괴담집 앞에 붙는 경고문이란 으레 공포 분위기를 띄우기 위한 형식적인 장치라고 생각해왔다. 작가이기 이전에 독자로서 그런 글을 수없이 읽어왔지만, 별다른 의미를 두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독자 여러분 중에도 그렇게 생각하는 분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이 얼마나 도발적인 문구인가.
이런 경고문이라는 방식이 으레 등장하는 낡은 수법인 것을 인정하지만 이 작품에서는 분명히 다를 것이라는 도발적인 문구.
그리고 이 작품은 그 기대를 완벽하게 충족시킨다. 가장 마지막 챕터까지 읽고 나면 확실히 한 층 더 나아간 새로운 방식임을 느끼게 된다.
이 작품을 읽다보면 현실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각종 장치들을 마주하게 된다.
흔하게는 신문이나 실종 전단, 실제 사진과 인터넷 익명 게시판, 블로그부터 심지어는 유서까지 등장해 끊임없이 독자를 혼란시킨다.
게다가 이 작품의 주요한 요소로 등장하는 머리카락과 손톱도 매우 인상적이다. 내 몸에 늘 붙어 있어 무엇보다 익숙하지만 몸에서 떨어져나가면 세상 불길하고 불쾌한 요소가 되는 점을 잘 살렸다.
이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 나면 내가 이 책을 읽은 건지 아니면 내가 책 속 세계로 들어와있는지 조금 헷갈리기 시작한다.
9의 호러에 1의 미스터리를 절묘하게 첨가한 무더운 여름 장마철에 읽기 좋은 소설, 이다모 작가의 '존재해선 안 되는 것들'을 모든 장르 문학의 팬분들께 추천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