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 페이스
치넨 미키토 지음, 민경욱 옮김 / 더픽션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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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읽은 책은 내가 제일 좋아하는 작가인 치넨 미키토의 본격 의학 스릴러 '리얼 페이스'다. '의사 겸 소설가'라는 작가의 압도적인 장점이 글 속에 고스란히 녹아난 작품이었다.


'유리탑의 살인'으로 단번에 내 최애 작가가 되어버린 치넨 미키토. 그의 작품을 워낙 즐겨 읽고 있는데, '병동' 시리즈부터 '이웃집 너스에이드', '한밤중의 마리오네트'까지 대부분의 작품에 의료인이 등장한다. 작가는 자신의 전문성을 여지없이 드러내며 이야기의 몰입을 돕는데, 그러면서도 추리소설답게 뒤통수가 얼얼해지는 반전을 숨겨두는 것이 치넨 미키토만의 시그니처다. 이제 의학 스릴러 하면 그 말고는 다른 작가를 떠올릴 수 없는 지경이 돼버렸다.


이번에 출간된 '리얼 페이스'는 그야말로 치넨 미키토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장르 그 자체였다. 가난한 마취과 전문의 '아사기리 아스카'는 선배의 소개로 성격은 괴팍하지만 실력은 일본 최고인 천재 성형외과 의사 '히이라기 다카유키'의 클리닉에 취업하게 된다. 하지만 문제는 히이라기가 평범한 의사가 아니라는 것. 돈이 최고라 믿으며 스스로를 의사와 아티스트 그 사이 어디쯤으로 생각하는 자의식 과잉에, 수술비는 최소 1,000만 엔부터 시작한다. 심지어 돈만 된다면 법을 어기는 것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인물이다.



소설 '리얼 페이스'가 특히 재미있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인물들의 입체적인 캐릭터성이다.

올곧은 성격에 미용 성형에 거부감을 지녔지만, 타인의 행복을 위해서라면 자신의 신념과 타협할 줄도 알고 법도 조금은 어길 각오가 된 '열혈 바보' 마취과 의사 아스카.


"세상의 '정의'에는 아무런 의미가 없어. 방관자의 다수결로 정해진 '정의' 같은 건, 개똥만큼의 가치도 없어." p155


말투는 가볍고 행동은 속물스러우며 돈을 밝히지만, 수술대 앞에선 한없이 진지해지는(심지어 '4년 전'의 어두운 비밀을 숨긴) 천재 의사 히이라기.

여기에 히이라기를 절대적으로 신뢰하는 정체불명의 미녀 간호사 사나에의 과거까지. 매력적인 등장인물들의 조합만으로도 페이지가 술술 넘어간다.


둘째, 자연스럽게 녹아든 의학적 전문성이다. 작가는 이번에 '성형수술' 자체를 주 소재로 활용해 의사로서의 지식을 세밀하게 녹여냈다. 덕분에 미스터리 파트 외에도 수술 에피소드 자체에서 오는 색다른 재미가 상당하다. 히이라기와 아스카의 경쾌한 만담 같은 대화 속에는 성형외과에 대한 작가의 깊은 통찰이 담겨 있고, 디테일한 수술 장면 묘사는 덤이다.


셋째, 결국 '반전'으로 통하는 추리소설 본연의 재미다.

이미 작가의 다른 작품들을 경험했기에 "이번엔 어떤 통렬한 반전으로 내 뒤통수를 때릴까?" 기대를 하고 읽었는데도, 그 높은 기대치를 훌륭히 충족시킨다. 4년 전 발생한 성형미인 연쇄살인의 용의자가 잡히지 않은 가운데 유사 범죄가 다시 일어나고, '얼굴을 마음대로 바꿀 수 있는 세계관' 안에서 과연 누가 연쇄살인마 '가구라 세이이치로'인지 직접 추리해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물론 나는 이번에도 멋지게 틀리고 작가에게 속아 넘어갔지만.)


여기에 보너스로, 이 작품이 연작 단편집 구성을 취하고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마치 '명탐정 코난'이 검은 조직을 쫓는 와중에 주변 사건들을 해결하는 것처럼, 두 주인공은 연쇄살인마 가구라와 얽히는 동시에 저마다의 사연을 가진 의뢰인들을 수술하며 그들의 마음까지 '치유'하는 힐링 미스터리의 면모를 보여준다. 특히 수십 세 연하의 새 부인의 얼굴을 사망한 전처의 얼굴로 성형해달라는 재벌가 노인의 에피소드는 가슴 뭉클한 여운을 남겼다.


쉽게 읽히는 필력 속에 숨겨둔 완벽한 반전 설계, 그리고 중간중간 터지는 유머 코드까지. 역시나 이제는 믿고 보는 작가라 부를 수밖에 없는 치넨 미키토의 '리얼 페이스'. 일본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모든 분들께 기꺼이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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