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마득히 높은 사람들, 그 무슨 자리깨나 앉아 있는사람들, 자기가 하는 일이 바른지 삐뚠지도 모를 뿐만아니라 두려움마저 없으니, 무슨 짓인들 못하겠습니까?
백두산, 한라산도 그 높이의 기준점을 하늘의 별이 아닌바다의 수평으로 정한 옛사람의 뜻을 헤아려 부단히 원점으로 회귀하는 겸허한 자세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 P118

사람도 착하기만 해서는 안 됩니다. 착함을 지킬 독한 것을 가질 필요가 있어요. 마치 덜 익은 과실이 자길따 먹는 사람에게 무서운 병을 안기듯이, 착함이 자기방어수단을 갖지 못하면 못된 놈들의 살만 찌우는 먹이가 될 뿐이지요. 착함을 지키기 위해서 억세고 독한 외피를 걸쳐야 할 것 같습니다.
물 이야기가 억세고 착한 사람 이야기로 흘렀습니다. 사람이다 보니 사람 문제로 돌아간 모양입니다.
형, 잘 있으소.
1991.12. 마지막 날. - P1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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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올 때마다 미칠 듯이 떠오르는 건 신동엽 시인의 4월은 갈아엎는 달이란 시입니다.
미치고 싶었다.
4월이 오면산천은 껍질을 찢고속잎은 돋아나는데4월이 오면내 가슴속에도 속잎은 돋아나고 있는데우리네 조국에도어느 머언 심저, 분명새로운 속잎은 돋아오고 있는데강산을 덮어 화창한 진달래는 피어나는데그날이 오기까지는, 4월은 갈아엎는 달그날이 오기까지는, 4월은 일어서는 달(1966년 4월) - P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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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십오륙 년 전 가을, 외가에 갔다가 외가 뒤안에 빨갛게 익은 수유를 처음 보고 정이 쏠려 심어 보겠다고마음먹었습니다. - P31

스님, 밭에 곡식이 제대로 자라지 못하니까 잡초, 독초가 기를 쓰고 자랍니다. 곡식이 자리 잡고 제대로 크면 잡초가 맥을 추지 못합니다. 세상도 그런 게 아닌가여겨 봅니다. - P36

저는 요즘 이런 생각을 했어요. 삶이란 그 무엇(일)엔가에 그 누구(사람)엔가에 정성을 쏟는 일이라고. - P37

한시간에 한 치쯤 매니까 일곱 자매자면 일흔 시간.
•걸리는데 옛날은 물론 지금도 자리 매면서 시간 따질라면 안 매는 게 좋지요. 날 건 다음 틈틈이 매다 보면 어느 틈에 손 뗄 때가 되는 게 일이지, 눈에 쌍심지 돋우고분초 다투며 살아봤자 고달파 나가자빠지지 별 수 없습니다. 물론 어떤 일에 몰두하는 것과는 다르지요.
스님, 시류 타다 보면 안달하고 달달 볶이고 말 것 같아요. 그거 타지 말았으면 해요. - P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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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아쉬워하는 자의 것이 아니라누리는 자의 것이라는 것.
시간을 붙잡고 한탄하는 자에게시간은 회한이겠지만이 시간을 붙잡고 누리는 자에게시간은 선물이다. - P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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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다해 간절히 원하는 것이 있다면,
다른 건 몰라도 이것 하나만, 하고 바란다면.
온 마음을 다해 나아가야 한다.
물론 인생은 내 마음 같지 않을 때가 더 많다.
가고 싶은 곳이 너무 멀어서 엄두가 나지 않거나,
내가 정한 방향의 길이 험난해서 눈물이 나거나,
힘들게 도착한 그곳이 낭떠러지일 수도 있다.
마음이 향하는 곳으로 묵묵히 가다 보면어느 순간 모퉁이가 나오기도 한다.
그 너머에 무엇이 튀어나올지 몰라서그대로 멈춘다면.. 그 길은 거기까지다.
그러나 모퉁이를 돌아서면그토록 그리웠던 사람이,
그토록 찾아 헤맸던 것이거기, 놓여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니 막막하고 서럽더라도모퉁이를 향해 한 발 두 발 나아가보자. - P1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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