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집을 통해 수집된 물건으로부터 자신이 지금 무엇을 원하는지 깨닫고 생각의 방향성을 얻는 일이 종종 있다. 사람은 스스로 목적을 알 수 없는 단순한 호기심에서 물건을수집하기 시작하지만, 수집한 물건은 언젠가 언어가 되고문맥이 되어 사람을 지혜로운 길로 이끈다. 자신도 분명히알 수 없는 어떤 호기심이 지혜의 결정체가 되어 간다. - P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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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각하게 헌책 세계에 빠져들기 전, 회사원 시절부터 책은 자주 읽었다. 가장 많이 읽은 기록은 연간 3백30권이었다. 통근 전철 안에서 오고 가는 길에 1백 페이지를 읽고 남은페이지는 카페에 들어가 다 읽었다. 이즈음은 책을 사면 읽는유형이었다. 하지만 헌책방에 드나들고 ‘한상자 헌책시장‘ 등에서 책을 팔면서 읽지도 않고 파는 책이 많아졌다. 그가 헌책방이 밀집된 주오센 주변에 살았던 게 불행의 시작이었을까. 그는 책을 사는 일이 바빠져 요즘은 연간 30권도 겨우 읽어요. 라며 웃는다. - P139

그저 정말 필요한 5백 권, 피와 살이 되는 5백 권만 지니고 있었다. 시노다하지메가 말하는 ‘5백 권의 가치‘는 이랬다.
책 5백 권이란 칠칠치 못하다거나 공부가 부족하다는 것과는 다르다. 어지간한 금욕과 단념이 없으면 실현하기 어려운 일이다. 이를 실행하려면 보통 정신력으로는 안 된다. 세상 사람들은 하루에 세 권쯤 책을 읽으면 독서가라고 말하는 듯하나, 실은 세 번, 네 번 반복해 읽을 수 있는 책을 한권이라도 더 가진 사람이야말로 올바른 독서가다.
요시다야말로 "그런 사람이었다." 시노다는 덧붙여 "필요할 때마다 자유자재로 열어볼 수 있는 책이 책장에 5백, 6백 권있으면 충분하고, 그 내역이 조금씩 바뀌어야 이른바 진정한 독서가"라고 썼다. 5백, 6백 권이라면 5단 철제 책장 세 개 남짓한분량이다. 앞뒤 두 줄로 꼽지 않고 모든 책등이 보이도록 꼽았을 경우다. 도서관 대출을 염두에 두면 분명 이상적인 권수이며언제든 필요한 책을 찾아낼 수 있는 수치다. 그 책 어디 갔더라,
분명 갖고 있을 텐데, 찾으려 들면 하루가 다 간다니까, 차라리그냥 새책 사는게 빠르지, 하는 웃지 못할 희비극은 연출되지않는다. - P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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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필요 이상으로 끊임없이 쌓아두는 사람은, 개인차가있긴 하겠으나 멀쩡한 인생을 내팽개친 사람이 아닌가 싶다. 생활공간 대부분을 거의 책이 점령하는 주거란, 일반 상식에서 보면 아무리 잘 봐주려 해도 멀쩡한 정신은 아니다. 쌓고 무너뜨리기를 반복하는 일에서 배울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있는 것은 그저 한도 끝도 없이 갖고 싶은 책이 눈앞에 아른거려계속 살 수밖에 없는 비틀어진 욕망뿐이다. 게다가 그에 대한반성마저 별반 없다. - P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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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서가가 장서가인 이유는 장서가가 책을 읽는 독서가와는 사뭇 다르게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나는 《장서의 괴로움》의 발문을 부탁받고, 출판사에서 보내준 한글 파일을 읽었다. 엄밀하게 말하자면 여기까지가 독서가다. 그렇지 않은가?
원고를 읽었을 뿐 아니라, 보통 독자에게는 기회가 오지도 않을발문까지 썼으니 누가 《장서의 괴로움>을 나보다 더 잘 읽었다고 하리오(번역자와 편집자는 제하고 말이다)! 그렇지만 독서가 이상인 나는 이 책이 어떤 모습으로 세상에 나오게 될지 무척 궁금한 데다 형태를 가진 그것을 만져보고, 갖고 싶다. 이 감정을오카자키 다케시는 이렇게 말한다. "책은 내용물만으로 구성되는 건 아니다. 종이질부터 판형, 제본, 장정 그리고 손에 들었을때 느껴지는 촉감까지 제각각 다른 감각을 종합해 ‘책‘이라 불리는 게 아닐까." 여기서 지은이는, 전자서적(전자책 • e-Book)이
‘정보‘일 수는 있어도 책이랄 수는 없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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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장서가와 독서가가 완전히 다른 존재며 확연하게 분리되는 양태인 양 말했지만, 실제로는 두 부류가 확연하게 분리되지 않으며 다른 존재라고 할 수도 없다. 많은 독서가가 장서가요, 장서가가 곧 독서가다(또 이 책의 지은이가 그런 것처럼, 독서가와 장서가는 많은 경우 저술가이기도 하다). 이 책에 나오는 많은 - P10

장서가가 그랬던 것처럼, 숱한 장서가의 시초가 독서가였던 것은 다름 아닌 책의 물질성 때문이다. 책이 물질인 한, 책 한 권을 읽고 나서 거기에 어떤 가치나 감정을 부여하거나 읽고 난책을 곁에 쌓아두기만 해도 자연히 장서가가 되는 구조가 성립한다. - P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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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마득히 높은 사람들, 그 무슨 자리깨나 앉아 있는사람들, 자기가 하는 일이 바른지 삐뚠지도 모를 뿐만아니라 두려움마저 없으니, 무슨 짓인들 못하겠습니까?
백두산, 한라산도 그 높이의 기준점을 하늘의 별이 아닌바다의 수평으로 정한 옛사람의 뜻을 헤아려 부단히 원점으로 회귀하는 겸허한 자세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 P118

사람도 착하기만 해서는 안 됩니다. 착함을 지킬 독한 것을 가질 필요가 있어요. 마치 덜 익은 과실이 자길따 먹는 사람에게 무서운 병을 안기듯이, 착함이 자기방어수단을 갖지 못하면 못된 놈들의 살만 찌우는 먹이가 될 뿐이지요. 착함을 지키기 위해서 억세고 독한 외피를 걸쳐야 할 것 같습니다.
물 이야기가 억세고 착한 사람 이야기로 흘렀습니다. 사람이다 보니 사람 문제로 돌아간 모양입니다.
형, 잘 있으소.
1991.12. 마지막 날. - P1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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