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마득히 높은 사람들, 그 무슨 자리깨나 앉아 있는사람들, 자기가 하는 일이 바른지 삐뚠지도 모를 뿐만아니라 두려움마저 없으니, 무슨 짓인들 못하겠습니까?
백두산, 한라산도 그 높이의 기준점을 하늘의 별이 아닌바다의 수평으로 정한 옛사람의 뜻을 헤아려 부단히 원점으로 회귀하는 겸허한 자세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 P118
사람도 착하기만 해서는 안 됩니다. 착함을 지킬 독한 것을 가질 필요가 있어요. 마치 덜 익은 과실이 자길따 먹는 사람에게 무서운 병을 안기듯이, 착함이 자기방어수단을 갖지 못하면 못된 놈들의 살만 찌우는 먹이가 될 뿐이지요. 착함을 지키기 위해서 억세고 독한 외피를 걸쳐야 할 것 같습니다.
물 이야기가 억세고 착한 사람 이야기로 흘렀습니다. 사람이다 보니 사람 문제로 돌아간 모양입니다.
형, 잘 있으소.
1991.12. 마지막 날. - P16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