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안 되죠?"
"아픈 사람에게 달음질을 시키지는 않으련다. 또 이미 무거운 짐을 진 등에다 돌 하나를 보태지도 않을 것이고."
새매는 그렇게 말했다.
그가 자기 자신 이야기를 한 것인지 크게 세계를 가리켜 말한 것인지는 분명치 않았다. 그의 대답은 늘 인색해서 이해하기힘들었다. 바로 그 점에 마법의 핵심이 있는 거라고 아렌은 생각했다. 아무 말도 안 하면서 엄청난 의미가 있는 것처럼 암시를 주고, 아무것도 안 하는 게 지혜의 절정인 양 보이게 만드는것이다. - P182

배는 물로 돠 사막 위를 움직여 갔다. - P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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든 마음대로 하게 두었다. 나는 노예잡이가 아니란다."
"하지만 그자들이 악한들인 걸 아시면서......."
"그러니 나도 그자들처럼 돼야겠느냐? 그들의 행위가 내 행위를 지배하게 하란 말이냐? 나는 그들을 대신해서 선택을 해주지 않을 것이다. 또한 그들이 나 대신 내 선택을 좌우하게 하지도 않을 거고!"
아렌은 말없이 이 문제를 생각해 보았다. 이윽고 현자가 부드럽게 말을 꺼냈다.
"알겠느냐, 아렌. 하나의 행위라는 것이, 젊은이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돌멩이 하나를 집어서 던지면 맞거나 빗나가거나 하고 그걸로 끝이 나는 그런 게 아니란 걸 말이다. 돌을 들어 올리면 땅은 가벼워진다. 돌을 쥔 손은 더 무거워지지. 그게 던져지면 별들의 운행이 반응하고, 그게 맞히거나 가서 떨어진 자리로부터 우주가 변한단다. 모든 행위마다에 전체의 균형이 달려 있어. 바람과 바다, 물과 땅과 빛의 힘들, 이들이 행하는 모든 것은, 그리고 들짐승과 푸른 식물들이 행하는 모든 것은 알맞게행해지고 바르게 이루어지지. 이 모든 행위는 ‘평형‘ 속에 있다.
태풍과 큰 고래의 소리로부터 마른 잎이 떨어지고 각다귀가 나는 일에 이르기까지 그들이 행하는 것은 모두 전체의 균형 속에서 일어난단다. 하지만 우리는, 우리가 세계를 지배하고 서로를지배할 힘을 가진 이상에는, 나뭇잎과 고래와 바람이 천성대로 - P123

행하는 것을 우리는 ‘배워야‘ 한다. 우리는 균형을 지키는 법을배워야만 해. 지성을 갖고 있기에 우리는 무지하게 행동해서는안 된다. 선택을 할 수 있는 이상 책임감 없이 행동해선 안 되.
내게 그럴 힘이 있기는 해도, 내가 누구기에 벌을 주고 상을 주며 사람들의 운명을 희롱하겠느냐?"
소년은 별들을 향해 얼굴을 찌푸렸다.
"하지만 그러면 그 균형이란 아무것도 안 하는 걸로 지켜지나요? 분명 사람은 행동해야 해요. 자기 행동이 가져올 결과들을 전부 알지 못하더라도요. 하여튼 뭔가가 이루어지려면요, 그렇잖아요?"
"걱정 마라. 사람들에겐 행동을 삼가기보다 행동하기가 훨씬쉽지. 우리는 계속 선을 행하고 악을 행할 거다.…………. 하지만 다시 우리 모두에게 군림할 왕이 있게 된다면, 그 왕이 옛 시절처럼 현자의 조언을 구하고 내가 그 현자라고 하면, 난 그에게 이렇게 말할 거다. ‘왕이시여, 하지 마십시오. 그 일이 정의롭거나찬양받을 만하거나 고귀한 일이기 때문이라면, 하지 마십시오.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라면, 하지 마십시오. 오직 당신이 해야 하는 일만을 하고, 다른 방법으로는 할 수 없는 일만을 하십시오."
그가 말할 때 그 목소리에 담긴 무엇인가가 아렌으로 하여금몸을 돌려 그를 쳐다보게 만들었다. 아렌은 새매의 매부리코와 - P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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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의 눈에 눈물이 솟구쳤다.
"실망시켜 드릴 일이요."
대현자는 다시 불 쪽으로 몸을 돌렸다.
"앉아라, 아렌."
소년은 돌 화로 구석 자리에 와 앉았다.
"나는 너를 마법사나 전사나 어떤 완성된 존재로 착각하지않았다. 네가 무엇인지 나는 모른다. 배를 몰 수 있다는 얘기를들으니 기쁘다만……. 네가 장차 무엇이 될지는 아무도 모르지.
하지만 이것만큼은 충분히 알고 있다. 너는 모레드와 세리아드의 후손이다."
아렌은 말이 없었다. 그러다 마침내 말했다.
"그건 맞습니다, 대현자님. 하지만....."
대현자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으므로 아렌은 자기 말을 끝맺어야 했다.
"하지만 저는 모레드가 아닙니다. 저는 단지 저일 뿐이에요."
"네 혈통에 자부심을 갖지 않느냐?"
"물론 자부심을 느낍니다. 그것이 저를 왕자로 만들었으니까요. 그건 책무입니다. 그에 따라 살아가야 할..…………."
대현자는 단 한 번 단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바로 그 뜻이다. 과거를 부정하는 것은 미래를 부정하는 거야. 인간은 자기 운명을 만들지 못해 받아들이든가 거부할 뿐 - P54

이지. 마가목의 뿌리가 얕다면 훌륭한 결실을 볼 수 없겠지."
그 말에 아렌은 깜짝 놀라 바라보았다. 그의 진짜 이름 ‘레반넨‘은 마가목을 뜻했던 것이다. 그러나 대현자가 그의 이름을내뱉은 건 아니었다. 대현자는 말을 이었다.
"너의 뿌리는 깊다. 너는 힘을 지녔어. 네겐 공간이, 자라날공간이 필요해. 그래서 너에게 제안하는 거란다. 인라드의 집으로 가는 안전한 여행 대신 종점을 알 수 없는 위험한 항해를 말이다. 꼭 갈 필요는 없다. 선택은 너의 것이지. 하지만 난 네게선택할 거리를 주마. 나는 안전한 장소에 질렸거든. 나를 에워싼 지붕과 벽들에 진력이 난다."
그는 느닷없이 말을 뚝 그쳤다. 꿰뚫는 듯한 그 시선은 아렌에게 머물렀지만 제대로 아렌을 보고 있는 건 아니었다. 아렌은그 남자의 뿌리 깊은 초조감을 보고 두려워졌다. 그러나 두려움이 흥분에 날을 세웠다. 세게 뛰는 심장을 느끼며 아렌은 대답했다.
"나의 주인님, 전 당신과 함께 가는 것을 택하겠습니다."
마음도 머리도 경이감에 가득 차 아렌은 대학당을 나섰다. 나는 행복하다고 혼잣말을 해 보았지만 그 말은 들어맞는 것 같지않았다. 대현자가 자신을 힘 있다고 하고 운명의 사람이라고 일컬었으니 그런 찬사는 자랑스러운 일이라고 스스로 말해 보아도 자랑스러운 기분은 들지 않았다. 왜일까? 세계 최강의 마법 - P55

"내일이면 다시 사람들과 어울리게 될 텐데, 정말 그러고 싶지 않구나. 지금까지 자유로운 척해 왔는데...... 세상에 잘못된게 없는 것처럼, 내가 대현자가 아니며 마술하고는 인연도 없는것처럼 하고 있었지. 책임도 없고 특권도 없고 누구에게 어떤의무를 갖지도 않은 테메르 사람 매인 양......."
그는 말을 끊었다가 잠시 뒤에 계속했다.
"아렌, 중대한 결정을 내려야 할 때에 섣부르게 택하지 말도록 해라. 어렸을 때 나는 존재하는 삶과 행위하는 삶 사이에서선택을 해야 했단다. 그러곤 송어가 파리를 물듯 덥석 행위의삶을 택했지. 그러나 사람이 한 일 하나하나, 그 한 동작 한동작이 그 사람을 그 행위에 묶고 그로 인해 빚어진 결과에 묶어비린단다. 그리하여 계속 또 행동하도록 만드는 거다. 그러면지금처럼 행동과 행동 사이의 빈틈에 다다르기란 정말로 어려워지지 행동을 멈추고 그저 존재할 시간, 자신이 대체 누굴까를 궁금해할 기회를 가질 수 없는 거다."
어떻게 이렇게 대단한 사람이 자기가 누구이며 무엇 하는 사람인가 하는 의심에 빠질 수 있을까? 아렌은 그런 의심들은 미처 무엇을 이루지 못한 젊은이들에게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거대하고 서늘한 어둠 속에서 배는 완만히 흔들렸다. 어둠 속에 새매의 목소리가 들렸다. - P66

확실함을 기대했던 곳에서 희망밖에 찾지 못한다는 것은 어딘가 삭막한 데가 있었다.  - P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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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과 문장은 다른 것이 아니다. 육경은 모두 성현의 문장으로서, 사업事業에 적용한 것이다. 지금 글 짓는 이들은 경술이 근본인 줄모르고, 경술에 밝은 이들은 글을 지을 줄 모른다. 이는 습관이 치우친 것일 뿐만 아니라, 행하는 자가 힘을 다하지 않은 것이다. - P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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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지금 한번 생각해보십시오."
"모르겠습니다. 아마도 상황의 차이가 아닐까요?"
"상황은 허약한 사람들을 지배하는 힘이지요. 하지만 현명한사람은 그 상황을 자신의 무기로 삼습니다. 당신은 어떤 상황을만날 때마다 그 상황에 허리를 숙이고, 또 그 상황이 시키는 대로 합니까?"
데이비드는 그렇지 않다는 듯이 얼굴을 찌푸렸다. 가브리엘은 미소를 지으면서 자신의 요점을 강조했다.
"데이비드 폰더, 그게 바로 문제의 핵심입니다. 당신의 감정과 결단력은 상황에 의해서 좌우됩니까. 그렇지 않습니까?"
"아닙니다. 물론 그렇지 않습니다."
데이비드가 단호하게 말하자, 가브리엘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요. 상황이 사람을 앞으로 밀거나 뒤로 당기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 P207

"여기는 도대체 어떤 곳입니까?"
가브리엘은 등 뒤의 날개를 가볍게 흔들면서, 데이비드에게다가와 귀한 손님을 맞이하듯 오른손을 한번 들어 보였다.
"데이비드 폰더, 이곳은 존재할 뻔했지만 결국 존재하지 않은것들을 모아놓은 장소입니다."
데이비드가 충격으로 거의 숨을 쉬지 못하고 있는데, 대천사가 그의 손에서 아이들 사진을 가져갔다. 그 사진을 쥔 채 대천 - P210

사는 그곳의 주위를 크게 가리키면서 말했다.
"여기에 있는 물건들은 지상에 있는 사람들이 조금만 더 열심히 일을 하고, 또 기도를 올렸더라면 그들에게 주려고 마련해놓았던 물건입니다. 하지만 그들이 더 이상 기도하지 않고 일하지도 않기 때문에 취소되어 여기에 쌓이게 된 것입니다. 이 창고는용기 없는 사람들의 꿈과 목표로 가득 차 있습니다."
데이비드는 깜짝 놀랐다. 그는 입을 딱 벌린 채 통로 주위의무수한 코트와 구두, 자전거와 담요, 환풍기와 에어컨, 타이어와 시계 등을 바라보았다. 또 받침대 위의 종이 뭉치도 기억났다. 그는 다시 가브리엘의 손에 있는 그 사진을 보았다. 그는 손을 내뻗으며 말했다.
"그 사진을 내가 가질 수 있을까요?"
"미안합니다."
대천사가 그 사진을 거대한 바구니에 다시 집어넣으며 말했다.
"제이슨과 줄리아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들이 지상에 도착할 시간은 이미 지나갔습니다. 기회를 상실한 거예요. 두 번째기회라는 것은 없습니다."
그 순간 데이비드는 무릎에 힘이 풀리면서 주저앉았고, 오른손으로 땅을 짚으면서 간신히 중심을 유지했다. 그런데도 계속.
무릎이 흐물흐물하여 대천사의 발을 부여잡고 있었다. 그는 비명을 지르거나 악을 쓰지는 않았다. 눈물도 이미 메말라버린 상태였다. - P211

가브리엘은 양손으로 데이비드의 얼굴을 가볍게 감싸쥐었다.
"데이비드 폰더, 당신은 필요한 건 모두 가지고 있습니다. 당신은 당신 혼자서 헤쳐나가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 P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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