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면 지금 한번 생각해보십시오." "모르겠습니다. 아마도 상황의 차이가 아닐까요?" "상황은 허약한 사람들을 지배하는 힘이지요. 하지만 현명한사람은 그 상황을 자신의 무기로 삼습니다. 당신은 어떤 상황을만날 때마다 그 상황에 허리를 숙이고, 또 그 상황이 시키는 대로 합니까?" 데이비드는 그렇지 않다는 듯이 얼굴을 찌푸렸다. 가브리엘은 미소를 지으면서 자신의 요점을 강조했다. "데이비드 폰더, 그게 바로 문제의 핵심입니다. 당신의 감정과 결단력은 상황에 의해서 좌우됩니까. 그렇지 않습니까?" "아닙니다. 물론 그렇지 않습니다." 데이비드가 단호하게 말하자, 가브리엘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요. 상황이 사람을 앞으로 밀거나 뒤로 당기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 P207
"여기는 도대체 어떤 곳입니까?" 가브리엘은 등 뒤의 날개를 가볍게 흔들면서, 데이비드에게다가와 귀한 손님을 맞이하듯 오른손을 한번 들어 보였다. "데이비드 폰더, 이곳은 존재할 뻔했지만 결국 존재하지 않은것들을 모아놓은 장소입니다." 데이비드가 충격으로 거의 숨을 쉬지 못하고 있는데, 대천사가 그의 손에서 아이들 사진을 가져갔다. 그 사진을 쥔 채 대천 - P210
사는 그곳의 주위를 크게 가리키면서 말했다. "여기에 있는 물건들은 지상에 있는 사람들이 조금만 더 열심히 일을 하고, 또 기도를 올렸더라면 그들에게 주려고 마련해놓았던 물건입니다. 하지만 그들이 더 이상 기도하지 않고 일하지도 않기 때문에 취소되어 여기에 쌓이게 된 것입니다. 이 창고는용기 없는 사람들의 꿈과 목표로 가득 차 있습니다." 데이비드는 깜짝 놀랐다. 그는 입을 딱 벌린 채 통로 주위의무수한 코트와 구두, 자전거와 담요, 환풍기와 에어컨, 타이어와 시계 등을 바라보았다. 또 받침대 위의 종이 뭉치도 기억났다. 그는 다시 가브리엘의 손에 있는 그 사진을 보았다. 그는 손을 내뻗으며 말했다. "그 사진을 내가 가질 수 있을까요?" "미안합니다." 대천사가 그 사진을 거대한 바구니에 다시 집어넣으며 말했다. "제이슨과 줄리아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들이 지상에 도착할 시간은 이미 지나갔습니다. 기회를 상실한 거예요. 두 번째기회라는 것은 없습니다." 그 순간 데이비드는 무릎에 힘이 풀리면서 주저앉았고, 오른손으로 땅을 짚으면서 간신히 중심을 유지했다. 그런데도 계속. 무릎이 흐물흐물하여 대천사의 발을 부여잡고 있었다. 그는 비명을 지르거나 악을 쓰지는 않았다. 눈물도 이미 메말라버린 상태였다. - P211
가브리엘은 양손으로 데이비드의 얼굴을 가볍게 감싸쥐었다. "데이비드 폰더, 당신은 필요한 건 모두 가지고 있습니다. 당신은 당신 혼자서 헤쳐나가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 P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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