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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희의 책 ㅣ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52
김멜라 지음 / 현대문학 / 2024년 7월
평점 :
한 존재가 다른 한 존재를 바라보는 일에 대하여
─김멜라의 『환희의 책』을 읽고
뭐라고 설명해야 할까. 마지막 장을 덮고 나서 나는 어떠한 방식으로도 이 책을 충분히 설명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것은 나의 언어가 부족한 이유이기도 하겠지만 이 책이 총체적으로 자연 세계를 이해하는 새로운 방식의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나는 책을 읽고 있는 그 순간에도 계속해서 더 잘 읽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김멜라의 『환희의 책』에서는 세 마리의 곤충(톡토기, 거미, 모기)이 등장한다. 그들은 두 레즈비언(호랑과 버들)을 관찰하며 자신들의 삶을 연구한다. 나는 이 책을 '한 존재가 다른 한 존재를 바라보는 일'에 대한 이야기로 읽었는데, 어쩌면 다른 한 존재를 제대로 바라보는 일은 다른 세계에서만 가능한 일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앞서 젊은작가상을 수상한 「저녁놀」과 「제 꿈 꾸세요」, 「이응 이응」에서도 인간과 비인간을 넘나들며 삶과 자연, 죽음에 대한 고찰을 이어나갔던 작가는 새로운 형식적 실험을 통해 우리를 다른 세계로 인도한다. 그것은 아마 김멜라가 선사하는 또 다른 방식의 '환희'일 것이다.
의도한 것은 아니었으나 최근 몇 년 사이의 비인간-화자가 등장하는 소설을 여러 편 읽게 되었다. 그중 눈에 띄는 작품이 몇 있었고, 그 작품들을 보며 생각보다 내가 훨씬 더 편협한 시선으로 인간들을 바라보며 '인간애'를 잃지 않으려고 발악(?)하고 있었구나, 생각했다.
비인간-화자가 등장하는 김멜라의 작품을 읽은 뒤에 나는 친구들 앞에서도 여러 번 그 소설들에 대한 애정을 고백하기도 했는데, 몇 번을 읽어봐도 버릴 문장이 하나도 없는 것처럼 느껴져서 그랬다.
내게 김멜라의 소설은 단호하게 읽힌다. 정확히 바라보고 분명하게 세계를 이해해 보려는 그 단호함에 나는 몇 번이고 마음을 빼앗겼다. 『환희의 책』이 바로 그렇다.
본 게시물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