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 스피치 마스터 : 이론편 - 세상을 바꾸는 위대한 말의 힘
김양호.조동춘 지음 / 비전비엔피(비전코리아)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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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든스피치마스터 #김양호지음 #조동춘지음 #비전코리아 #서평 #도서협찬 #말의품격 #말하기 #자기계발 #말의힘 #비전비엔피

우리는 왜 말하기가 두려운 것일까?

사람들 앞에서 말을 유창하게 하고 싶은 마음은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말은 한 번 뱉고 나면 주워 담을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말에 책임감을 느끼고, 혹여 내가 하는 말을 다른 이들은 어떻게 받아들일지, 혹여 실수라도 해서 비난을 받을까봐 두렵고 소극적이 된다.

나 역시 말을 잘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어떤식으로 말을 시작해야 할지 막막할 때가 많았다. 그러나 말을 잘한다고 모든 사람이 존경을 받는 것도 아니다. 말을 유창하게 하는 것 보다 말을 다루는 그 사람의 태도에 더 끌린 적이 더 많다. 말에는 철학이 있고, 태도가 보이며, 그 사람의 인격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이러한 두려움으로 부터 벗어날 수 있도록 돕는 책이다. 누구나 그럴 수 있다고, 그것은 인간의 본능이고 의식의 문제라고 말한다. 오히려 진심이 깊을수록 떨림은 더 커진다고. 첫 번째 장을 펼치 순간부터 위로받는 기분이 들었다.

‘말은 삶의 누적이다. 말투는 태도이고, 어휘는 세계관이다. 사람은 자기 삶만큼 말할 수 있다. 스피치란 외운 문장을 내뱉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삶을 살아 있는 언어로 통역하는 일이다.’ p24

나는 이 글을 읽으며 내가 글을 쓰는 형식과 맞닿아 있음을 알게 되었다. 논리로 설득한다는 것은 글의 근거를 탄탄하게 다지는 과정이며, 감정으로 마음을 움직인다는 것은 독자를 글에 몰입하고 공감하게 만드는 일이다. 끝으로 행동으로 이어지는 길을 연다는 것은 독자가 생각이나 행동을 실제 삶에 적용하도록 바꾸는 힘을 의미한다. 말이나 글은 결국 독자를 움직이는 힘이 있어야 제 기능을 다할 수 있다. 이 책을 읽을수록 말 잘하기는 곧 글 잘 쓰는 방법을 배우는 과정과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골든 스피치 마스터>는 실제로 활용할 수 있는 스피치 노하우를 알려준다. 진심이 본질이되면서도 구조가 탄탄한 스피치를 구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를 뒷받침하는 언어의 구조적 뼈대 6가지가 바로 Gravias(진중함) Originality(독창성) Logic(논리) Delivery(전달력) Emotion(감정) Narrative(이야기)이다. 언어의 집을 짓는 6개의 기둥이 튼튼해야 감정도 메시지도 흩어지지 않고 안전하게 전달될 수 있다는 의미이다. GOLDEN 이 바로서야 SPEECH-MASTER 도 있다.


절제되고 품위있는 말, 청중의 귀를 깨우는 독창적인 말, 주장과 근거가 명확하게 연결된 말, 의도에 맞는 전달력 있는 말, 청중의 마음을 울리는 말, 마지막으로 이야기를 메시지로 끌어오는 말, 이 책은 이런 말들을 어떻게 하면 내 언어화할 수 있는지 하나하나 짚어주며 실전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다. 각계각층 연사들의 명연설 사례를 들어 골든 스피치의 정수를 보여주고 있는 책이다. 나 역시 그들의 스피치 속 시크릿을 하나씩 배우며 스피치도 자기만의 강점을 살릴 수 있어야 한다고 느꼈다. 모든 것을 다 갖춰서 말을 하려고 하면 오히려 힘이 들어 제대로 메시지가 전달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잠깐의 침묵만으로도, 짧은 메시지로도, 적절한 몸짓만으로도 뇌리에 오래 기억될 스피치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중요한 것은 말을 유창하게 하는 것이 아니다. 스피치의 본질을 먼저 탐구해야 하는 것이었다.

시간이 흘러도 인간의 공감을 얻는 스피치는 살아남는다. 나는 이 책을 통해 어떻게 언어가 변질되고 있는지 그리고 AI가 결코 대체할 수 없는 인간의 말이 무엇인지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AI가 할 수 없는 스피치, 즉 사람만이 할 수 있는 공감의 언어가 살아남는다.


비전코리아 @visionbnp에서 모집한 서평단에 선정되어 도서를 협찬받아 작성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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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 오스틴을 처방해드립니다
루스 윌슨 지음, 이승민 옮김 / 북하우스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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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오스틴을처방해드립니다 #루스윌슨지음 #북하우스 #서평 #도서협찬 #책스타그램 #붃타그램 #읽고쓰다 #에세이형서평 #신간도서 #책추천

‘이대로는 도저히 안 되겠어!’라는 마음의 목소리가 들리는 시기는 사람마다 다르다. 누군가는 서른에, 누군가는 마흔에, 그리고 이 책의 저자는 예순에 그 소리를 듣게 된다. 그리고 일흔의 나이에 저자는 버지니아 울프가 말한 자기만의 방을 되찾았으며, 그곳에서 오롯이 자신을 위한 처방전, 제인 오스틴의 책을 다시 펼쳐들게 된다.

나 역시 ‘버지니아 울프’와 ‘제인 오스틴’ 이 두 여성 작가의 작품을 좋아하지만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에는 분명한 차이가 느껴진다. 울프는 세상 밖을 향해 싸웠다면 오스틴은 그 안에서 조용히 싸웠다. 왜 여성에게도 방이 필요한지, 글을 쓰기 위해 왜 돈과 시간이 필요한지에 대해 정면으로 질문하는 반면 오스틴은 여성 자신이 처한 현실과 맞서 싸운다기보다 관찰과 풍자, 인내로 조용히 그 모순을 드러내는 듯한 느낌이 든다. 울프가 주어진 조건을 왜 바꿔주지 않느냐고 묻는다면 오스틴은 그 주어진 조건 속에서 어떻게 하면 품위를 잃지 않을 것인가를 묻는다. 어쩌면 저자가 제인 오스틴의 책을 선택한 이유 역시 바로 이 지점과 맞닿아 있었던 것은 아닐까. 개인적으로 나는 이 두 여성 작가에게서 각기 다른 남성성과 여성성을 동시에 보게 된다. 음... 울프의 직선과 오스틴의 곡선이 교차하는 그 지점이 좋다.

울프의 자기만의 방에서 오스틴을 다시 읽다니 이미 충분히 멋진 처방이 아닌가? 자신을 되찾고 흐트러진 삶을 복구하고 싶을 때 가장 먼저 찾게 되는 것이 ‘자기만의 방’인 듯하다. 그래야 자신을 위한 답을 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 역시 그랬으니까.

이 책은 저자가 오스틴의 책을 처음 만나서 그녀의 책과 함께 하며 삶을 바라보는 눈이 어떻게 달라졌고 한 사람이 어떻게 성숙한 독자가 되어가는지의 여정을 담아내고 있다. 내가 지난 온 독서의 시간들과 겹쳐지는 부분들이 많아서 읽으면서 공감 그 이상의 동행에 가까운 느낌이 들었다.

‘여성 작가 한 명과 여주인공 몇 명이서 내 상상력을 무럭무럭 키우고 나를 평생의 독서가로 만들었다는 게 얼마나 통쾌한지 모른다. 오스틴의 주인공들이 쓰는 언어는 내 귀에 달콤했다면 그게 다가 아니었다. 그 언어는 판에 박은 감성주의적인 스테레오타입을 씻어내는 해독제였다.’ p64

책을 읽으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구순의 저자에게 제인 오스틴은 과거에서 현재에 이르기까지 삶을 함께 해온 동반자같은 느낌을 받았다. 오스틴을 빼놓고는 저자의 삶을 이야기할 수 없을 만큼. <제인 오스틴을 처방해 드립니다> 제목만으로는 오스틴의 책을 분석해 설명할 것 같지만 전혀 아니다. 오스틴과 함께 걸어온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는 회고록이었다. 이 책을 읽으며 나도 나이가 들었을 때 내가 마주했던 인생책들로 내 삶을 돌아볼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생살이가 처한 조건을 강조하고 싶을 때 필요한 것은 오스틴의 장난스러운 표현마따나 “엄숙하고 그럴싸한” 잔소리나 설교가 아니다. 그보다는 독자의 깨어 있음이랄까. 인생이란 예술과 마찬가지로 명암이 혼재된 것임을 기꺼이 수용하려는 자세가 있어야 한다. 오스틴의 소설 안에는 명과 암의 자리가 제각각 마련돼 있다.’ p122

제인 오스틴의 책을 읽지 못했더라도 이 책을 읽는데 전혀 부담을 느끼지 않아도 된다. 챕터마다 작품의 핵심 줄거리가 정리되어 있기 때문이다. 또한 다양한 작가들의 책에 대한 이야기도 가미되어 알차게 책을 탐독한 든든함마저 든다. 짐작건대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제인 오스틴의 책을 정독하고 싶어질 것이다. 저자가 책 속에 오스틴의 작품과 자신의 삶을 연결해 매력적으로 그려냈기 때문이다. 읽는 내내 절로 마음이 푸근해지는 책이었다. 책을 통해 인생을 음미한 듯한 기분이 들었다. 많은 이들이 이 책과 함께 자기만의 시간을 가져보길 바란다.

북하우스 출판사 @bookhouse_official에서 진행한 서평단에 선정되어 도서를 협찬받아 작성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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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쓰시타 고노스케 어떻게 살 것인가 - 경영의 신이 일평생 지켜온 삶의 자세 마스터스 6
마쓰시타 고노스케 지음, 김정환 옮김 / 21세기북스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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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쓰시다고노스케 #어떻게살것인가 #21세기북스 #서평 #경영의신 #인생 #철학 #북스타그램 #책스타그램 #책추천 #필사 #아이리스필사단 #에세이형서평

성공이란, 무엇일까? 경영이 신답게 마쓰시다 고노스케가 말하는 성공의 의미는 조금 남다르다. 위대한 업적이나 직위에 무게를 두지 않는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서로 다른 삶을 살도록 태어났으며 각자의 자리에서 주어진 재능을 살려서 자기에게 주어진 사명을 성실히 수행하는 것이야 말로 진정한 성공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가 말한 성공의 의미를 곱씹어 보며 남과 비교하는 것은 더는 의미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각자에게 주어진 일이 다르고 저마다 주어진 재능도 다르니 당연히 삶도 다를 수밖에 없다. 다름을 인정하고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며 내린 성공의 정의는 이러하다.

“성공이란, 간호사로서 생명 앞에 경외를 품고 그 어떤 순간도 소홀하지 않으며, 작가로서 삶의 면면을 살뜰히 살피고 기록하며 주어진 재능을 아낌없이 발휘하여 내 몫의 사명을 묵묵히 수행하는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먼저 내가 한 일은 바로 성공의 정의를 재정립하는 일이었다. ‘인생에서 성공이란 무엇인가’라고 묻는 그의 질문과 그가 내린 성공의 정의를 곱씹을수록 ‘나는 내게 주어진 일에 맡은 바 역할을 성실히 수행하고 있는가?’라고 묻는 것만 같았다. ‘아니오’라고 말하는 순간 하늘이 맡긴 일을 거부하며 산 삶이라 생각하니 덜컥 두려워졌다. 시간이 지나도 이 물음 앞에 “네”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도록 성공을 다시 정의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 책을 읽게 되는 독자라면 성공을 묻는 질문 앞에 이 책이 그 기준이 되어 줄 것임을 확신한다. 또한 저자는 자기에게 부여된 재능을 발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는데 나는 다행히 운이 좋게도 뒤늦게 ‘글쓰기’라는 또 다른 일을 부여 받았다. 오랜 시간 ‘간절하게’ 바란 결과였다. 그러하기에 그가 책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깊이 공감할 수 있었다. 대단한 성공이 아닌 한 인간으로서 어떻게 인생을 살아가야 하는가에 대한 깊은 통찰을 책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말하고 있었다. 그러하기에 나는 이 책이 나와 인연이 닿은 연유를 물으면 아직 완성되지 않은 길을 외면하지 않고 소신있게 밀고 나갈 여력이 생겼다.

초심, 간절함, 순수, 감사, 열과 성, 꾸준함, 끈기, 운명 ... 이 단어들은 저자가 유난히 중요하게 붙들고 있는 말들이다. 저자의 글이 내게 와닿는 이유가 바로 이러한 지점인 듯하다. 내 마음을 들여다 본 듯 평소 내 삶의 기준와 같은 말들을 어른의 가르침ㅜ이전에 내가 믿어왔던 것들에 대한 확인에 가까웠다. 내가 걸어가는 길이. 이미 걸어온 길이 틀리지 않음을 인정받는 기분이랄까.

이 책은 부모로서의 자세, 직장인이 가져야 할 태도, 리더의 자질, 더 나아가 경영인을 위한 조언까지 저자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삶의 철학을 고스란히 책에 옮겨 놓았다. 읽다 보면 ‘괜히 ‘경영의 신’이라 불리는 것이 아니구나.’하는 위엄이 느껴진다.

우리에게 부여된 삶의 여러 역할에서 가져할 태도를 과장하지 않고 풀어낸 점이 참 좋았다. 무작정 성공을 하기 위해 애쓰는 사람보다는 삶을 ‘제대로’ 살고 싶은 사람이 읽으면 좋은 책이다. 뭐랄까. 저자가 말하는 것들이 형식적이지 않고 삶의 긴 시간을 통과한 사람만이 할 수 있는 말이라는 것을 알아보는 이들에게 더 많이 읽혔으면 한다. 나 자신이 어디에 있든, 어떤 역할을 맡고 있든 초심을 잃지 않고 간절함과 감사함으로 자기에게 주어진 삶을 잘 살아내는 것이야말로 저자의 질문,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답이 아닐까.

‘초심을 잃지 말라. 오늘은 어제의 되풀이요. 내일도 오늘의 되풀이이다. 자극도 없고 감동도 없는 권태를 느낄 때가 있다면, 뜻을 세웠던 그날의 기개와 열의를 다시 떠올려 보라.’ p4

내가 이 책을 읽으려고 펼쳤을 때, 숨이 멎을 것 같은 묵직한 울림을 준 문장이다. 그리고 자필로 옮겨 적어 액자에 넣었다. 갈림길에 섰을 때마다 언제든 내가 유턴해서 갈 수 있도록.

@gbb_mom @wlsdud2976 @water_liliesjin 님께서 모집한 필사단에 선정되어 @jiinpill21 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작성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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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쓰기 위하여 - 하루 10분 하브루타 글쓰기 수업
우예지 지음 / 여름의서재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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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쓰기위하여 #우예지 #여름의서재 #하루10분 #하브루타 #글쓰기수업 #자기계발 #글쓰기 #서평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 #도서협찬

하루 10분, 글쓰기로 삶을 다시 시작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다시 쓰기 위하여>는 글을 쓰고 있는 나에게 공감가는 부분이 유독 많은 책이었다. 글쓰기의 기술을 나열한 책이 아니라 내면의 대화를 어떻게 하면 글로 쉽게 옮겨 올 수 있는지에 대한 자기 성찰에 가까운 책이다. 책을 읽고 스스로 질문을 던지고 답하며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활자화하는 여정이 물이 흘러가듯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글쓰기를 통해 삶과 마음을 회복한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한 책이라 더더욱 공감이 갔다. 나 역시 그 여정을 뒤따라가고 있는 중이거나 이미 겪었던 일들이었기 때문이다.

보이지 않는 생각과 감정을 글로 표현한다는 것이 나 역시 힘든 일이었다. 내가 지닌 언어가 지극히 한정적이라 어떤 식으로 글을 시작해야 할지 막막했었고다. 용기내 써 보아도 매끈하지 않고 울퉁불퉁 제멋대로인 내 글이 부끄러워서 감추고 싶었던 적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않고 쓸 것’을 선택했다.

끊임없이 생겨나는 상념들과 쉼 없이 만들어내는 심장의 언어들이 잠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가 이내 사라지는 희미한 아픔을 반복하고 싶지 않았다. 묻지 않으면 답하지 않는 내 영혼에게 질문하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얼토당토않은 그 어떤 질문을 던져도 그 질문 하나 때문에 파문처럼 일어나는 영혼의 속삭임이 참 듣기 좋았다. 때로는 수문이 열린 듯 쏟아지는 북받치는 날 것의 감정은 살면서 생긴 생채기가 아물기도 전에 쇠도끼가 되어 심장을 두 동강을 낼 때도 많았다. 불안전하고, 볼품없고, 심하게 구겨져 있는 나를 글을 통해 만날 때마다 수치스럽고, 못마땅해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글이란 것은 쓰면 쓸수록 모나고 뽀족한 나는 버려지고 반들반들 윤기가 흘러 빛이 나는 옥으로 다듬어 가는 과정이었다. 본연의 나, 본바탕을 가리고 있던 것들이 글쓰기를 거듭할 때마다 허물을 벗으며 선명한 나로 새롭게 태어난다.

저자의 글을 읽고 있으면 그렇게 힘겹게 건너온 과정들이 그리 부담되거나 막막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어떤 질문을 던져야 할지, 어떤 글을 써야 할지 도통 알 수 없다면 ‘10분 마음처방전’을 통해 일상과 삶을 되돌아보고 자신만의 언어 발자국의 첫걸음을 떼어 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자신의 삶을 직면하고 내면과의 진솔한 대화는 ‘자기 탐색’의 시작이다. 좋은 질문이니 자연스럽게 내 안에서 나오는 대답 역시 기대 이상일 것이다.

저자는 질문과 답을 찾는 하브루타식 글쓰기를 통해 자기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모든 여정을 책 속에 담담하면서도 진솔하게 담아냈다는 느낌을 받았다. 쓰는 사람만이 닿은 그 어떤 지점을 행간에 숨겨둔 문장으로 만날 때면 그렇게 반가웠다. ‘맞아, 나도 그런데... 서로 느낀 것은 비슷한데 글로 쓴 문장은 어쩜 이렇게 산뜻하고 뚜렷할까?’라며 감탄했다. 읽고 있으면 글쓰기에 대한 부담이 덜어지는 듯한 기분이 든다.

<다시 쓰기 위하여>는 자연스럽게 읽는 독자를 ‘쓰는 사람’으로 이끌어 가는 힘이 있는 책이다. 저자가 쓰기를 통해 이해와 회복의 과정을 경험했던 것처럼 독자 역시 하브루타 글쓰기를 통해 일상을 촘촘하게 바라보며 자기 자신까지 세밀하게 탐색하며 삶을 새롭게 구축해 나가는 데 힘을 실어준다. 행간의 글자들이 눈끝을 스쳐가는 속도가 빠르다 싶으면 다음 페이지로 넘어가기엔 마음이 따라오지 못해 잠시 쉬어 가며 읽었다. 저자가 글로 새겨 놓은 마음과 생각의 깊이에 조금 더 가까이 가고 했던 나름의 애씀이리라 생각한다. 나는 처음부터 정독을 했지만, 어느 부분을 먼저 펼쳐 읽어도 읽는 동안 내 안에서 일어나는 미세한 움직임을 부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다시 쓰기 위하여’ 이 책의 제목을 마지막 장을 덮은 후에도 한참을 쳐다보며 생각했다. 철석철석 바닷물이 바위에 부딫혔다가 밀려나듯 읽는 동안 저자의 글은 하루에도 수십 번 가슴을 밀물처럼 휘저어 놓고 썰물처럼 알 수 없는 감정만 남겨두고 홀연히 떠났다. 마르지 않는 바위의 물기처럼 내 마음 곳곳에 내가 풀어야 할 질문들이 남아 있었다. 이것은 나를 향한 질문이기에 오롯이 내 안에서만 얻을 수 있는 대답이었다.

한 사람을 다시 바라보게 하는 일, 즉 나를 다시 쓰게 하는 작은 움직임이 될 책이 바로 <다시 쓰기 위하여>다. 우리와 같은 고민을 하고, 비슷한 사연으로 무너지고, 살고자 하는 작은 용기로 글을 쓰기까지 책 한 권은 지금도 여전히 쓰기를 통해 다시 일어나는 한 사람의 회복 과정이 돋보이는 글이다.

글을 잘 쓰려는 마음을 건드리기보다 글쓰기의 시작을 질문과 그 질문에 대한 답을 내 안에서 찾게 한다. 하루 10분 하브루타로 놓치고 있던 자기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어 준 책이다.

‘나다운 떨림, 나만의 주파수가 무엇인지 생각해 보세요.’ p93

내가 마지막 장을 덮을 때까지 남았던 한 문장이다.

장미꽃향기 @bagseonju534 윤택한독서 운영진 @yoon._.books_ 님께서 모집한 서평단에 선정되어 여름의서재 출판사 @summerbooks_pub 로부터 도서를 협찬 받아 작성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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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마지막 우체국
무라세 다케시 지음, 김지연 옮김 / 모모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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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마지막우체국 #무라세다케시지음 #모모 #도서협찬 #책추천 #신간도서 #감동소설 #소설 #책서평 #서평 #에세이형서평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 #판타지 #감성소설

‘천국에 있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편지를 보내고 싶다면, 아오조라 우체국으로.’

죽음 뒤 49일은 현실 속에서도 특별한 시간이다. 남은 이들이 ‘사랑하는 존재를 잃었다’는 사실을 천천히 받아들이는 시간이다. 더는 현실에 없는 존재, 그의 자리는 남겨진 이들에게 믿고 싶지 않은 슬픔이다. 밥을 먹다가도, 길을 걷다가도, 일을 하다가 잠시 쉬는 틈에도 불현듯 떠오르는 그 모든 순간들을 묵묵히 이겨낼 수 있도록 남은 자들에게 허락된 시간이 49일이라 생각한다. 여전히 어딘가에 살아있을 것만 같은 현실 감각을 49일 동안 산 사람은 떠난 이를 마음속에서, 기억에서 그리고 현실에서 서서히 떠나보내야 한다.

이 책 속의 인물들은 ‘편지’라는 매개체를 통해 성숙한 이별을 하게 된다. 소설이지만 49일 안에만 편지를 보낼 수 있다는 상황 설정은 판타지 이전에 현실적으로 와닿는 부분이다. 이 기간동안 하고 싶었던 말을 전하지 못하면 평생을 전하지 못한 마음을 안고 살아가야 한다. 그래서 이 책 속의 인물들은 자신의 형편에 비해 큰 돈을 지불하면서까지 진심을 전하고 죽은 이로부터 듣지 못했던 속마음을 알게 된다. 이별 뒤에 우리는 떠난 이 앞에서 미안하고, 고마웠고, 여전히 사랑하는 마음을 전하고 싶어진다. 죽음과 이별을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슬픔의 바닥은 끝이 없지만, 살아있기에 숨을 쉬고, 밥을 먹는 그 사소한 일조차 허락을 구하고 싶어진다.

이들에게 49일은 슬픔을 유예하는 시간이 아니라, 전하지 못했던 마음을 전하고 정리하도록 허락된 마지막 기회였다. 실제 삶에도 이런 기회가 있다면 당신은 누구에게 어떤 말을 전하고 싶은지를 되묻게 된다. 나는 이 질문에 돌아가신 할머니가 생각이 났다. 아득하게 희미해져 가는 할머니의 눈빛을 보며 우느라 ‘고마웠다,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를 못했다. 그때는 어렸고, 죽음을 가까이에서 본 것도 처음이었으니까. 어쩌면 이 책을 읽은 많은 독자들 역시 나처럼 어떤 누군가의 죽음을 떠올리며 하지 못한 말을 정리하고 온전한 이별을 하게 될 계기가 되지 않을까 싶다.

<세상의 마지막 우체국>은 최애 아티스트를 잃은 ‘마키무라 미키’, 은인을 배신한 남자 ‘오키’, 학교 폴력으로 힘든 시기를 이겨낼 수 있도록 도움을 준 할머니와 특별한 관계였던 ‘메구미’, 남편의 죽음 뒤 반려견 ‘페로’를 잃은 중년 여성, 첫 번째 이야기 주인공 마키무라의 최애 아티스트의 연인이자, 그 연인을 잃은 성공한 사업가 ‘잇페이’ 이들 각각의 사연과 죽음을 애도하는 방식이 다르지만, 결국은 사랑과 후회, 감사의 마음을 편지에 꾹꾹 눌러 담아 전하는 이야기다.

천국에 머무는 49일 안에 편지를 보낼 수 있으며, 우편 요금은 보내는 사람의 수입에 따라 금액이 다르고, 답장을 받고 싶으면 두 배의 요금을 지불해야 한다면,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하고 누구에게 어떤 말을 담아 마지막 편지를 쓸 것이며, 어떤 대답을 듣고 싶은가.

“그래서 네 마음을 잘 알지. 살아도 돼. 살아도 되고말고.” p46

나는 무라세 다케시의 책 <세상의 마지막 기차역>을 읽지 못했다. 이 책을 읽고 그 책이 궁금해졌다. 소설이지만, 이 책 속에 저자가 전하고자 하는 진실된 말들이 고스란히 문장이 되어 새겨 있었다. 따스했고, 뭉클했으며, 살아있는 내가 모처럼 자랑스러웠다.

오팬하우스 @ofanhouse.official 서평단에 선정되어 도서를 협찬받아 작성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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