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언제라도 너의 편이다 - 가난한 이웃을 치료하는 의사가 배운 인생의 의미
최영아 지음 / 빛의서가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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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흘러 내가 온 길을 다시 돌아보았을 때, ‘그때 그 선택 하나가 나를 여기까지 데려왔구나’하는 각성의 순간을 만나게 된다. ‘지금의 나’로 이끈 첫 선택은 대게 그리 좋은 모습이 아닐 확률이 높다. 그러하기에 당시에는 그것이 그리 의미 있는 선택인지조차 깨닫지 못하고 지나간다. 어느날 문득 지금의 내가 하는 일들이 운명의 큰 이끌림처럼 느껴질 때 비로소 그 첫 순간은 미화된다.

저자의 인생을 움직인 첫 발걸음은 의예과 2학년 여름방학, 청량리역 근처 무료급식소를 찾아가던 그날일 것이다. 가지 않으면 볼 수 없고 느낄 수 없는 의료취약계층의 현실은 그 첫걸음이 아니었다면 사는 내내 모르고 지나쳤을 것이다. 뉴스에서나 들을법한 나와는 무관한 소수의 이야기라 치부한 채 말이다.

그러나 저자는 사회적 약자들의 삶을 외면하지 않고 오히려 전문의가 된 후 깊은 고민 끝에 무료 진료 병원을 설립하며 그 선택을 삶으로 이어가고 있다. 선한 의도로 시작된 일은 많은 이들의 도움을 받기 마련이다. 이것이야말로 이 시대에 꼭 필요한 의사의 모습이 아닐까? 병만 치료하기에 급급하기보다 인간으로 다가가 사람의 마음까지 살필 줄 아는 의사, 그 아픔 앞에 멈춰서 줄 의사가 현실적으로 얼마나 된다고 생각하는가.

물론 환자의 생명 앞에 최선을 다하지 않는 의사는 없다. 하지만 20년을 넘게 간호사로 의료 현장에 몸담고 있으면서 돈과 상관없이 환자에게 끝까지 인간적으로 다가서서 치료를 해주는 의사를 실제로 만나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이 순간에도 세상 어딘가에서 숨바꼭질하듯 묵묵히 의사로서의 사명을 다하는 분도 반드시 있을 것이라 믿는다. 저자처럼. 이분들이야말로 우리 시대의 진정한 영웅이지 않을까?

이 책을 읽으며 세상이 아직은 충분히 살아볼 만한 곳이라는 따뜻함을 느낄 수 있었다. 병원 설립과 환자 치료에 사심 없이 손발을 걷어붙이고 달려와 준 이들이 있다는 사실이 읽는 내내 마음을 뭉클하게 했다. 혼자만의 힘으로 이루기 힘든 일의 절반은 보이지 않는 착한 손길이 해낸 공로가 크다. 이렇게 생각하니 내가 이뤄온 일들 역시 기꺼이 손을 내밀어 준 이들 덕분이었음을 새삼 깨닫게 된다. 읽다 보니 내 삶을 지탱해 준 이들을 떠올리게 되고,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하루하루 살아가는 오늘이 있어 감사하다.

‘환자에게 개인적인 감정을 반영하면 병이 보이지 않는다’ p113

책의 마지막 장을 덮을 때까지 남는 말 하나가 바로 위의 문장이다. 나 역시 의료인이기에 이 말의 깊은 뜻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감정이 사람을 판단해서는 절대 안 된다. 왜나하면 있는 그대로의 환자를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병원에서 일하다 보면 정말 예상치도 못한 환자들을 만날 수 밖에 없다. 병원은 나이도, 권력도, 직업도, 직급도 가리지 않는 공간이다. 병원은 누구나 한 번쯤은 가장 나약한 모습으로 거쳐 가야 하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고 나니 참 숙연해진다. 환자를 대하는 나의 태도, 의료인으로 살아온 나 자신의 자세를 돌아보게 한다. 사람이 고통 앞에 서는 일은 언제나 조심스럽고, 지금 내가 서 있는 자리의 무게를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어떤 직업을 가지고 있든 우리는 사람과 연결된 일을 하고 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책임을 다하는 자세로 하루하루를 살아야 겠다고 다짐해본다.

헤세드의 서재 @hyejin_bookangel 님께서 모집한 서평단에 선정되어 리더스 그라운드 출판사 @readers_ground 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작성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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