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인오스틴을처방해드립니다 #루스윌슨지음 #북하우스 #서평 #도서협찬 #책스타그램 #붃타그램 #읽고쓰다 #에세이형서평 #신간도서 #책추천 ‘이대로는 도저히 안 되겠어!’라는 마음의 목소리가 들리는 시기는 사람마다 다르다. 누군가는 서른에, 누군가는 마흔에, 그리고 이 책의 저자는 예순에 그 소리를 듣게 된다. 그리고 일흔의 나이에 저자는 버지니아 울프가 말한 자기만의 방을 되찾았으며, 그곳에서 오롯이 자신을 위한 처방전, 제인 오스틴의 책을 다시 펼쳐들게 된다. 나 역시 ‘버지니아 울프’와 ‘제인 오스틴’ 이 두 여성 작가의 작품을 좋아하지만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에는 분명한 차이가 느껴진다. 울프는 세상 밖을 향해 싸웠다면 오스틴은 그 안에서 조용히 싸웠다. 왜 여성에게도 방이 필요한지, 글을 쓰기 위해 왜 돈과 시간이 필요한지에 대해 정면으로 질문하는 반면 오스틴은 여성 자신이 처한 현실과 맞서 싸운다기보다 관찰과 풍자, 인내로 조용히 그 모순을 드러내는 듯한 느낌이 든다. 울프가 주어진 조건을 왜 바꿔주지 않느냐고 묻는다면 오스틴은 그 주어진 조건 속에서 어떻게 하면 품위를 잃지 않을 것인가를 묻는다. 어쩌면 저자가 제인 오스틴의 책을 선택한 이유 역시 바로 이 지점과 맞닿아 있었던 것은 아닐까. 개인적으로 나는 이 두 여성 작가에게서 각기 다른 남성성과 여성성을 동시에 보게 된다. 음... 울프의 직선과 오스틴의 곡선이 교차하는 그 지점이 좋다. 울프의 자기만의 방에서 오스틴을 다시 읽다니 이미 충분히 멋진 처방이 아닌가? 자신을 되찾고 흐트러진 삶을 복구하고 싶을 때 가장 먼저 찾게 되는 것이 ‘자기만의 방’인 듯하다. 그래야 자신을 위한 답을 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 역시 그랬으니까. 이 책은 저자가 오스틴의 책을 처음 만나서 그녀의 책과 함께 하며 삶을 바라보는 눈이 어떻게 달라졌고 한 사람이 어떻게 성숙한 독자가 되어가는지의 여정을 담아내고 있다. 내가 지난 온 독서의 시간들과 겹쳐지는 부분들이 많아서 읽으면서 공감 그 이상의 동행에 가까운 느낌이 들었다. ‘여성 작가 한 명과 여주인공 몇 명이서 내 상상력을 무럭무럭 키우고 나를 평생의 독서가로 만들었다는 게 얼마나 통쾌한지 모른다. 오스틴의 주인공들이 쓰는 언어는 내 귀에 달콤했다면 그게 다가 아니었다. 그 언어는 판에 박은 감성주의적인 스테레오타입을 씻어내는 해독제였다.’ p64책을 읽으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구순의 저자에게 제인 오스틴은 과거에서 현재에 이르기까지 삶을 함께 해온 동반자같은 느낌을 받았다. 오스틴을 빼놓고는 저자의 삶을 이야기할 수 없을 만큼. <제인 오스틴을 처방해 드립니다> 제목만으로는 오스틴의 책을 분석해 설명할 것 같지만 전혀 아니다. 오스틴과 함께 걸어온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는 회고록이었다. 이 책을 읽으며 나도 나이가 들었을 때 내가 마주했던 인생책들로 내 삶을 돌아볼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생살이가 처한 조건을 강조하고 싶을 때 필요한 것은 오스틴의 장난스러운 표현마따나 “엄숙하고 그럴싸한” 잔소리나 설교가 아니다. 그보다는 독자의 깨어 있음이랄까. 인생이란 예술과 마찬가지로 명암이 혼재된 것임을 기꺼이 수용하려는 자세가 있어야 한다. 오스틴의 소설 안에는 명과 암의 자리가 제각각 마련돼 있다.’ p122제인 오스틴의 책을 읽지 못했더라도 이 책을 읽는데 전혀 부담을 느끼지 않아도 된다. 챕터마다 작품의 핵심 줄거리가 정리되어 있기 때문이다. 또한 다양한 작가들의 책에 대한 이야기도 가미되어 알차게 책을 탐독한 든든함마저 든다. 짐작건대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제인 오스틴의 책을 정독하고 싶어질 것이다. 저자가 책 속에 오스틴의 작품과 자신의 삶을 연결해 매력적으로 그려냈기 때문이다. 읽는 내내 절로 마음이 푸근해지는 책이었다. 책을 통해 인생을 음미한 듯한 기분이 들었다. 많은 이들이 이 책과 함께 자기만의 시간을 가져보길 바란다. 북하우스 출판사 @bookhouse_official에서 진행한 서평단에 선정되어 도서를 협찬받아 작성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