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말 잘하고 싶었어 - 스피치 라엘의 성장과 꿈을 만드는 공감의 언어
최윤정(스피치 라엘) 지음 / 북스고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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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말 잘하고 싶다’는 생각은 누구나 한 번쯤 해봤을 것 같다. 내가 글을 쓰기로 마음 먹었을 때 내 두 뒤를 번쩍 열리게 한 것은 바로 ‘글을 쓰면 말도 잘한다’는 그 말에 마음이 혹했다. 내 마음 깊은 곳에 말을 잘하고 싶다는 욕망이 은연중에 드러난 것이다. 누가 나에게 질문할까 봐 두렵고, 머릿속에서는 할 말이 굴뚝같은데 꿀 먹은 벙어리가 되는 것은 한순간이었다. 그때마다 말을 유창하게 하는 사람을 보면 한없이 부럽기만 했다.

나는 이 책을 통해 말을 잘하기 위해서는 자기 감정을 알아차리고 그 감정을 솔직하게 말할 줄 아는 것이었음을 알 수 있었다. 응어리진 감정을 차곡차곡 쌓아두면 스스로를 병들게 하기 때문이다. 자신의 감정에 솔직해지고 그 감정을 인식하는 것 그리고 흘려보내는 용기가 말 잘하기의 시작이다. 저자의 어릴 적 말로 인한 상처를 들여다보며 나의 과거도 자연스럽게 겹쳤다. 초등학교 시절, 여름방학 때 큰 고모집에 와서 머물 때였다. 작은 삼촌께서 잠시 들러 고모께서 점심을 차렸을 때였다. 시골에 살던 아이가 카레라는 음식을 먹어봤을 리가 있나. 보기에는 질퍽한 똥을 싸놓은 것 마냥 그리 맛있어 보이지 않았고, 특유의 향까지 코를 찔렀다. 그때는 그랬다. 당시 나는 ‘저는 카레를 처음 먹어요. 제 입맛에는 안 맞아서 못 먹어요.’이 말을 못해서 삼촌에게 엄청 꾸지람을 들은 적이 있다. 혼이 나면서도 죄송하다는 말 한마디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고집이 황소고집이라며 나를 두고 나무랄 때도 그저 눈물만 흘렸다. 어떻게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말하면 말대꾸한다고 할 것만 같았고, 겨우 카레를 못 먹는다고 했을 땐 ‘먹으면 되지 못 먹는 음식이 어디 있냐고 고모는 혀끝을 찼다. 다 먹기 싫어서 하는 핑계라고.

우리는 이렇게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자유롭게 드러내지 못하는 환경에 익숙해져 있었는지 모른다. 말을 해도 문제, 안 해도 문제인 그런 혼란 속에서 스스로 말문을 닫아 버린 것이다. 학교에 가도 선생님이 내 이름을 부를까 봐 겁이 났고, 친구들 앞에서 발표를 해야 할 때면 심장이 터지다 못해 숨이 막혀 죽을 것만 같은 공포를 느끼기도 했다. 심지어 친구의 부탁도 싫어도 거절하기가 힘들었다. 틀렸다고 할까 봐, 잘하지 못했다고 할까 봐, 나랑 절교할까 봐. 입에 접착 접착제를 바른 것처럼 입술은 좀처럼 떨어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이 책을 읽고 있다 보면 이런 내가 이해된다.

’불안은 말의 속도를 늦추고, 자기 의심은 목소리의 힘을 약하게 만듭니다. 그래서 말을 못하는 것은 능력의 문제가 아니라 내 안의 목소리를 내가 먼저 지워 버린 결과이기도 합니다.‘ p55

말이 제대로 안 되니 오해는 쌓이고, 상처는 아물 새도 없이 또 다른 생채기를 품는다. 어른이 되어서도 이러한 상황은 반복이 되다 보니 ’제발 말 좀 잘해봤으면‘ 하는 바람이 생긴다. <진짜 말 잘하고 싶어>는 하나의 소주제가 끝나면 ’따뜻한 말 한마디‘로 한 줄 요약을 해주고, 그 주제에 맞는 저자만의 스피치 노하우를 요약한 ’스피치 비밀노트‘를 만날 수 있다. 또한, 실제 적용할 수 있는 발판이 되어 주는 ’오늘의 미션‘이 마련되어 있다. 저자가 만들어 놓은 질문에 답하다 보면 보이지 않던 내 감정을 읽을 수 있고, 문제점을 찾을 수 있다. 직접 글로 써 보면서 말하기로 연결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하루 아침에 말을 군더더기 없이 명확하게 할 수 없겠지만, 저자가 제안하는 대로 연습하다 보면 지금보다 더 나은 모습으로 말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이 보인다.

이 책은 최윤정 작가의 500:1의 경쟁률을 뚫고 기상 캐스터로 우뚝 선 합격 수기와 그 이후의 삶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꿈을 찾아 도전하는 열정과 그 과정에서 말의 가치가 돋보이는 멋진 사례였다. 사회 초년생들이 취업전선에 뛰어들 때 어떤 마음가짐과 자세를 가지고 임해야 하는지 모범사례가 될 듯하다. 이 책을 고이 간직하고 있다가 몇 년 뒤 치르게 될 입사 시험을 앞두고 건네주고 싶다. 첫 직장을 향해 도전하는 이들에게도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면접 없이 직장에 들어가는 경우는 없으니 말이다. 오늘의 미션을 잘 활용하면 도움이 많이 될 듯하다. 게다가 저자의 모범 예시가 있으니 글쓰기 두려운 사람도 조금만 심혈을 기울이면 무리없이 적고 말하는 것까지 가능할 것 같다.

그리고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말은 상대를 바꾸는 게 아니라 그 마음속의 가능성을 깨워 주는 일이야.’p180 문장은 글을 쓰는 나에게 그저 스쳐가는 문장이 아니었다. 글도 말과 다르지 않아 누군가의 삶을 대신 살아줄 수 없지만 이미 자기 안에 있는 것을 깨워 살아갈 힘을 준다. 진심으로 하는 말과 글은 상대로 하여금 의심을 지우고 스스로 믿게 한다. 결국 말을 하는 사람이든 듣는 사람이든 ‘자기 신뢰’가 중요한 법이다.

북스고 출판사 @booksgo 에서 모집한 서평단에 선정되어 도서를 협찬받아 작성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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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위한 비폭력대화 100일 필사 - 연민과 공감의 언어로 연결의 세상 만들기
이경아 지음 / 한국NVC출판사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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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폭력 대화’란 무엇일까에 대한 호기심으로 이 책이 눈길을 끌었다. 사실 그냥 ‘대화’ 자체가 힘들다는 것을 요즘 많이 느끼고 있다. 아이들이 점점 커가면서 보이지 않는 벽이 생기고 그 벽을 넘어 보려 많이 노력했었지만, 생각보다 많이 힘들었다. 어떻게 해야 대화다운 대화를 할 수 있을지 늘 고민이었다. 처음에는 부드럽게 대화를 시도했지만, 결국엔 서로의 가슴에 생채기만 더한 셈이 된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니다. 그럴 때마다 자녀와의 대화가 갈수록 어렵다는 것을 느끼며 혼자서 울기도 참 많이 울었다. ‘왜 엄마 마음을 몰라줄까’라고 아이들을 원망하다가 ‘딸들도 엄마는 왜 내 마음을 몰라줄까’라고 되묻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어떻게 해야 서로가 마음 다치지 않고 다정하고 따뜻한 마무리를 할 수 있는지 가르쳐 주는 사람은 없었다. ‘대화’도 공부해야 한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다.

마침 <나를 위한 비폭력 대화 100일 필사> 책이 눈에 띄었다. ‘비폭력 대화’란 어떤 것일까 궁금해졌다. 화를 내지 않고 말하라는 것일까? 아니면 무조건 경청하라는 말인가? 우리는 대화할 때 무조건 따져서 이기려고 한다. 게다가 말에 감정을 담아 이야기하다가 못 참고 화를 내기 마련이다. 또는 말이 안 된다 싶으면 아예 입을 꾹 닫아 버린다. 이런 식의 대화가 어리석고 올바른 대화가 아닌 줄 알면서도 반복하게 된다. 이 반복된 잘못된 대화를 끊어내야 한다.

우선 나는 필사책이라 마음에 들었다. 필사하면서 차근차근 비폭력 대화에 대해 알아보자 마음먹었다. 대화가 어렵다고 느낀 건 내가 말을 못해서가 아니라 내 감정과 욕구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것을 먼저 마주하게 했다. ‘이해는 자신의 심리적 과정 전체를 알아차리는 것’이라는 문장을 본 순간 많은 생각에 잠길 수밖에 없었다. 대화가 어려운 건 나 자신을 모르기 때문이었다. 내 감정이 어떻게 흐르고 지금 어떤 상태인지도 모르면서 누가 누구를 이해시키고, 또 누구의 이해를 구한다는 말인가. 순서가 틀려도 한참 틀렸다는 것을 그 순간 깨달았다.

다음 날 필사는 더 가슴에 콕 박혔다.

‘단지 원하지 않는 것을 말하는 게 아니라 원하는 것을 분명히 말할 때, 상황은 완전히 다른 곳으로 가게 됩니다.’ p18

‘원하지 않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원하는 것’을 명확히 말해야 서로의 오해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내가 아이들과 대화할 때 나로서는 원하는 것을 말하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내가 지금껏 반복해서 이야기한 것은 원하지 않는 것이었다. ‘~하지마’ ‘왜 또 그러는데’ ‘그만 좀 해’ 등등 내가 말한 것은 나를 불편하게 하고 거북하게 만드는 것들이었다. ‘~ 해 줬으면 좋겠어’라고 아이에게 바라는 것을 분명하게 말해야 혼란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을 비폭력 대화 필사가 깨우쳐 주었다.

별로 크게 기대 없이 시작했는데 필사하면서 부모 교육을 다시 받는 기분이 들었고, 나의 마음과 내가 사용하는 언어를 들여다보게 했다. 자신의 감정과 욕구를 명백하고 확실히 알아차리는 동시에 상대의 감정과 욕구까지 공감할 수 있는 언어의 소통을 저자는 ‘비폭력 대화’라고 말하고 있었다. 오직 객관적인 사실에 초점을 두고 비판이나 평가를 배제한 대화가 좋은 대화임을 알려주었다. 어른답지 못했던 내 언어가 조금은 부끄럽고 수치스러웠지만 필사하면서 조금씩 수정해 나갈 수 있는 여지가 있기에 필사하는 시간이 감사하기까지 했다. 읽고 덮는 책이 아니기에 더 좋았다. 붓펜의 검은 먹물이 종이 위를 스칠 때마다 서서히 스며드는 것은 깨달음이자 성찰이었다.

‘당신은 마음속에 풀리지 않는 의문을 참을성을 가지고 대하십시오. 그리고 물음 그 자체를 사랑하는 법을 배우세요.’p221

이 책의 마지막 필사 문장은 나를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지면서 스스로를 돌아보는 질문과 함께 머물며 그 질문에 답해보라는 당부의 말처럼 들렸다.

장미꽃향기 @bagseonju534 윤택한독서 운영진 @yoon._.books_ 님이 모집한 서평단에 선정되어 한국NVC 출판사 @kr_nvc_book 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작성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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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선택할 수 있는 품격 있는 태도에 관하여
김종원 지음 / 오아시스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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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원 작가의 글을 좋아하는 이유가 ‘사람의 생각과 마음을 양지로 이끄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삶은 동전의 양면처럼 흑과 백이 공존한다. 오늘의 행복이 내일의 연장일 수 없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행복이 그림자처럼 불행과 동행하고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이 부분을 간과하지 않는다. 그러하므로 말과 행동이, 그 사람의 생각과 마음이 평범한 사람들과 다를 수밖에 없다. 남과 다른 사유를 하고, 그 생각은 태도로 드러나 그 사람의 품격이 된다. 품격이 다른 사람이 품위 있는 삶을 살게 된다. <내가 선택할 수 있는 품격 있는 태도에 관하여>는 바로 이런 부분을 담담히 이야기 하고 있다.

삶을 바라보고 인생을 마주하는 태도를 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다. 좋을 때는 다 좋다. 그러나 자신을 건드리는 어떤 트리거를 만났을 때, 예기치 않은 뜻밖의 상황이 왔을 때, 그 사람의 태도를 보면 그 사람이 어떤 부류의 사람인지 훤히 드러난다. 위기에서 누군가는 쉼의 시간으로 돌려 그 쉼 속에서 기회를 찾는 반면 누군가는 종전과 같은 시간을 보내며 정말 쉬기만 하면서 똑같은 삶을 되풀이하는 사람이 있다. 후자에게는 반드시 그와 비슷한 시간을 다시 만나게 되고 그때 하지 못했던 고민을 하게 될 수 밖에 없다. 살아보니 인생에서 오는 문제는 그냥 오는 것이 아니었다. 문제가 내게 주어졌다는 것은 다른 시선으로, 이전과는 다른 생각으로 삶을 바라보라는 신호다. 그 과제를 충실히 지나지 않으면 언제가 다시 그와 비슷한 문제로 앓게 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이런 나로서 이 책을 읽으면서 마주했던 문장들은 결코 내게 가볍지 않았다. 사람들은 ‘품격 있는 나’ ‘기품 있는 삶’을 동경하지만 그 바탕에 사유가 없다면 결코 그 사람의 내면을 꽉 채울 수 없다는 것을 일깨워 주었다. 단시간에 언어의 한계를 극복할 수 없고 사유의 대지를 확장할 수는 없지만 부단히 지성을 깨우는 문장과 마주하다 보면 틈이 곧 빛이 드는 문이 되어 줄 것이라 믿는다.

타인의 답이 내 답인 듯 무언가에 휘둘리지 않고 살아갈 여력이 생겼다. 스스로 깨우쳐 자신이 옳다고 믿는 그 방향을 밀고 나가는 사람은 언젠가 자기 삶의 꼭짓점에 이르게 될 것이라는 확신도 생겼다. 허했던 마음에 속이 꽉 찬 만두처럼 문장들이 빼곡히 들어차 이제야 제 모양을 찾은 듯한 기분이 든다. 역시 김종원 작가님의 글은 지친 영혼의 허기를 달래주는 힘이 있다. 새해가 다시 시작되고 미처 마무리 짓지 못한 일들이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런 내 삶의 작은 균열을 메워 주는 자연과 닮아 무해한 문장들이 조용히 나를 일으켰다. 늘 가까이 있기에 지나칠 수 있는 것들의 모든 것을 담아낸 문장에서 바람이 불고, 햇살이 든다.

나도 모르게 힘이 들어갔던 어깨가 풀린다. 이 악물고 버티던 하악도 조여있던 나사를 푼 듯 느슨해진다. ‘나 이렇게 힘주고 살았구나’를 느낀 순간 책 속의 여백이 눈에 들어왔다. 책이라는 삶 속에 좋은 문장인 나로 들어찬 곳에도 반드시 필요한 것은 숨 쉴 틈 ‘여백’이었다.

‘나이가 든다고 인생이 저절로 깊어지는 건 아니다. 어떤 마흔은 먼지처럼 가볍고, 어떤 마흔은 호수처럼 깊다.’ p201

책 후반부에 멈춰선 문장이다. 마흔의 끝머리쯤 와 있는 나를 돌아보게 한다. 기필코 맞이할 오십이라는 나이를 어떻게 살아갈지에 대해 요즘 생각이 많다. ‘책을 읽고, 사색하고, 필사를 마음을 단련한다’(p201)를 실천한 나의 마흔이었다. 눈물겹게 다시 일어선 나의 마흔, 그 연장선인 오십을 과연 나는 어떻게 ‘나를’ 설명할 것인가. 이 책이 아니었다면 나에 대해 더 깊이 들어가 나를 들여다보지 못했을 것이다.

김종원 작가님의 책을 읽고 함께 남은 생을 걸어갈 내 친구에게 줄 책을 한 권 더 구매를 했어요. 서평으로 끝나지 않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 책을 선물한다는 것은 영혼의 나눔이라 여깁니다.

카시오페아 출판사 @cassiopeia_book에서 모집한 서평단에 선정되어 도서를 협찬받아 작성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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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시우행 2026-01-11 0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이 먹는다고 저절로 익어가는 건 아니지요.
 
원효의 마음공부 - 1,400년의 세월을 건너온 마음을 아는 길
강기진 지음 / 유노북스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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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효대사라고 하면 ‘해골물 일화’를 먼저 떠올리게 된다. 그러나 이 사실조차 불교 탄압의 휴유증 속에서 원효의 사상이 저평가되어 지금에 이르렀다는 것이 적잖은 안타까움을 남긴다. 어린아이부터 어른에 이르기까지 해골물을 마신 원효대사를 먼저 떠올린다는 것이 한편으로 웃픈 현실이다.

마음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면 맞서 이겨야 할 상대는 없다. 이 책을 읽고 있자니 지금 내가 고민하고, 걱정하며 불안해하는 것 모두가 허깨비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생각하니 내가 괜한 것이 애를 쓰며 골머리를 아파했던 지난 날들이 떠오른다. 팽팽했던 허파에서 바람이 슈웅 빠져나가는 듯한 기분이 한결 가벼워 지는 듯하다. 그리고 내가 그토록 지키고 싶었던 것은 무엇일까 되묻게 된다.

마음이 그려낸 환영과 지금껏 살아온 나 자신을 생각하니 어리석어도 이토록 어리석을 수가 없다. 보이는 것이 전부라고 쉽게 말하는 이 세상에 마음의 눈으로 현실을 바라보는 것이 과연 가당키나 한 것일까.

그러나 이 책의 저자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과거의 상처가 시간이 지나도 우리를 괴롭히는 것은 그 고통의 순간이 이미지로 기억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몸에 남은 습벽이 시간이 지나도 그 장면을 생각하게 하고 그 이미지가 다시 떠오르면서 기억의 끈을 놓지 않기 때문에 여전히 그 고통 속에 머물게 된다. 즉 마음을 바꾸지 않으면 우리의 현실은 달라지지 않는다. 우리가 싸워야 할 대상은 세상 밖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안의 이미지라는 것이다.

이 책을 파고들어 이해하려 들수록 어렵게만 느껴졌다. 그러나 ‘나’라는 중심에서 벗어나 읽기 시작했더니 한결 편히 읽혀졌다. 이 또한 내게 깨달음을 주었다. 뭔가를 고집스럽게 이해하려 들던 그 마음조차 내려놓을 때 비로소 내 마음을 볼 수 있었다. 애써 이해하려 들지 않는 그 순간의 내려놓음 그 자체가 내겐 하나의 깨달음이었다.

‘우리 인간은 오늘도 ’참나‘일 수 없는 나의 자아의식을 나라고 붙든 채 무명의 긴 밤에 들어 망상의 큰 꿈 속에서 살고 있다.’ p55

한때 ‘제발 이게 꿈이었으면 좋겠다’라고 입 밖으로 내뱉은 적이 있다. 이 문장을 본 순간 그때의 한숨 섞인 바람이 그리 얼토당토않은 말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현실이 실은 꿈과 같다는 것이 아닌가. 이미 나는 망상의 꿈속과 같은 현실을 살고 있었다는 것을 마음으로 느끼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그저 내가 현실을 회피하거나 부정하고 싶어서 한 그런 말이 아니라 나도 모르게 현실의 본질에 닿아있었던 것은 아닐까. 이 한 문장이 뭐라고 사람의 마음을 오래도록 붙잡는다.

‘본각의 마음이 허망한 연에 의지하지 않으면 본성이 스스로 신을 풀어내니 이를 자진상이라고 이름한다.’ p93
‘자진상’을 이야기할 때 내가 미친 듯이 글을 써 내려 갔던 순간들이 떠올랐다. 그 어떤 생각이나 계획 같은 것도 없었다. 내가 글을 쓰고 있으면서도 내 손을 움직이는 건 내 의지가 아닌 듯했다. 무언가 나를 조종하고 있는 듯 무아지경에 빠져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새벽을 밝혔었다. 이 문장이 말하는 자진상이 바로 이런 상태가 아닐까.

원효의 사상이 서양 철학자들의 사유와 맞물려 돌아가는 것을 보며 ‘아시아의 프로이트는 원효였구나’라는 생각이 문득 스쳐갔다. 원효는 이미 의식과 무의식을 알고 있었던 듯하다. 단지 그것을 표현하는 언어가 다를 뿐이었다. 원효는 식이라 부르고 아라야식이라 말한다. 그는 사람의 마음이 어떤 식으로 작동하는지를 이미 알고 있었던 것이다. 알고 나니 원효라는 인물이 다시 보이기 시작했다.

<원효의 마음공부>는 역사와 현대 심리학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룬 모습으로 다가온다. 원효의 사상으로 인간의 마음을 들여다보게 하고 그의 사유는 오랜 시간을 건너 현대 심리학에서 던지는 질문들과 닿아 있었다.

유노북스 @uknowbooks 출판사에서 모집한 서평단에 선정되어 도서를 협찬 받아서 작성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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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과 글의 지성을 깨우는 필사 노트
양원근 지음 / 정민미디어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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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우다’라는 말에 잠시 멈춘다. 생각을 열게 하고 그 의미는 마음에 새겨진다. 원래 내 안에 있던 것, 본연의 나였지만 미처 깨닫지 못한 것, 그 어떤 것을 다시 눈뜨게 하는 일이라는 것에 이르게 된다. 그리고 이미 가지고 있는 것도 제대로 써먹지 못하면서 왜 그렇게 새로운 것을 동경하며 찾아 헤매고, 내 것이 아니었던 것에 반응하며 억지로 욱여넣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반성하게 된다. ‘깨우다’ 이 세 글자가 나를 다시 돌아보게 한다.

양원근 저자의 <말과 글의 지성을 깨우는 필사 노트>는 억지로 무언가를 주입하려는 것도 아니고, 누군가를 가르치려는 것도 아니었다. 유명인의 좋은 말들과 저자의 사유가 담긴 깊이 있는 글들을 통해 읽고 쓰는 이의 언어를 가꾸고, 생각을 열어 직접 자신의 글을 써 볼 수 있도록 유도하는 필사책이었다. 이 과정을 통해 나의 언어와 생각이 책 속의 말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 깨닫게 한다.

말과 지성을 깨운다는 것을 그저 유식해지고 말을 유창하게 하는 것이라고 착각할 수 있지만, 이 필사 노트는 쓰면서 사유하는 시간을 통해 세상을 더 또렷하게 보는 눈을 지니게 하고, 말과 행동은 정제되어 나올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다른 이의 문장을 통해 내 안에 잠든 언어와 생각이 의식의 수면 위로 떠오르게 하는 일을 이 필사 노트가 그 역할을 대신 해주고 있었다. 그저 따라 쓰기만 한다면 그 효과는 극히 미미할 테지만, 이 책이 이끄는 대로 충실히 따라간다면 말과 글의 가치를 깨닫고 잠자고 있던 자신의 언어를 다시 만나게 될 것이다.

필사를 시작하기 전, 필사할 책을 먼저 읽어보며 흐름을 익히는 편이다. 이 책 또한 그랬다. 필사 전이라 가벼운 마음으로 책을 펼쳤다. 읽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마음은 고요해지고, 말과 글 앞에 숙연해져 있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평소의 내 말을 곱씹어 생각해 보고, 지금껏 내가 쓴 글 또한 말과 같은 무게를 지니고 있다는 것을 느끼며 다시 한번 더 나를 낮춘다. 말과 글이 나를 드러내는 것이고, 그 무게가 곧 나의 무게임을 깨닫고 책임을 통감했다.

글에 마음을 담는 것은 내 안의 전율을 그대로 옮겨 쓰는 일이었다. 그런데 그 언어가 약해서 온전히 담아낼 수 없는 한계에 부딪힐 때마다 내심 얼마나 아팠는지 모른다. 내가 필사하는 이유는 내 안의 언어를 찾기 위한 노력임을 나는 잘 알고 있다. 그러하기에 누군가 종이 위에 남긴 글이 내겐 스승이고 이상(理想)이다. 읽기만 했는데도 이 책은 그런 내 마음을 아는 듯 콕콕 집어주고 있었다. 이 글을 옮겨 적는다면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 기대해 본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글의 특성을 알기에 화수분처럼 나타날 내 글에 잠시 셀레 본다. 말과 생각의 온도가 책의 온도임을 깊이 깨닫는 시간이었다. 왜 저자가 이 책이 말을 잘하고 글을 잘 쓰기 위한 기술서가 아니라고 했는지 이해가 된다. 마음의 결은 생각의 무늬가 되고, 그 무늬가 글로 옮겨질 때 쓰는 이의 체온도 함께 스며든다. 쓸 때만큼은 열병이 나듯 뜨겁다. 그 온도 그대로 책의 온도가 된다. 마음과 생각 그리고 말과 글은 그 주인을 거치지 않으면 나올 수 없는 것이라 그 사람 자체를 나타내는 ‘결’이자 ‘품격’이 된다.

양원근 작가의 책을 대할 때면 ‘이분은 정말 찐이구나’라는 생각을 늘 하게 되는 것만 같다. 말의 무게를 알고, 글의 가치를 알기에 이 모든 것을 책에 쏟아내는 분이라는 것을 느낀다. 좋은 책은 스승과 같다고 생각하며 책을 마주하는 나로서는 이 책이 여간 반가운 것이 아니다. 말을 깨우고 글을 깨우는 시간은 말의 폭력도 생각의 소란도 멈춘 시간이었다. 서평을 통해 첫 필사의 신호탄을 쏘아 올리며 앞으로의 필사 여정에서 깨어날 내 안의 언어꽃을 기대해 본다.

장미꽃향기 @bagseonju534 윤택한독서 @yoon._.books_ 님께서 모집한 서평단에 선정되어 정민미디어 출판사 @jungmin_media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작성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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