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효의 마음공부 - 1,400년의 세월을 건너온 마음을 아는 길
강기진 지음 / 유노북스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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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효대사라고 하면 ‘해골물 일화’를 먼저 떠올리게 된다. 그러나 이 사실조차 불교 탄압의 휴유증 속에서 원효의 사상이 저평가되어 지금에 이르렀다는 것이 적잖은 안타까움을 남긴다. 어린아이부터 어른에 이르기까지 해골물을 마신 원효대사를 먼저 떠올린다는 것이 한편으로 웃픈 현실이다.

마음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면 맞서 이겨야 할 상대는 없다. 이 책을 읽고 있자니 지금 내가 고민하고, 걱정하며 불안해하는 것 모두가 허깨비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생각하니 내가 괜한 것이 애를 쓰며 골머리를 아파했던 지난 날들이 떠오른다. 팽팽했던 허파에서 바람이 슈웅 빠져나가는 듯한 기분이 한결 가벼워 지는 듯하다. 그리고 내가 그토록 지키고 싶었던 것은 무엇일까 되묻게 된다.

마음이 그려낸 환영과 지금껏 살아온 나 자신을 생각하니 어리석어도 이토록 어리석을 수가 없다. 보이는 것이 전부라고 쉽게 말하는 이 세상에 마음의 눈으로 현실을 바라보는 것이 과연 가당키나 한 것일까.

그러나 이 책의 저자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과거의 상처가 시간이 지나도 우리를 괴롭히는 것은 그 고통의 순간이 이미지로 기억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몸에 남은 습벽이 시간이 지나도 그 장면을 생각하게 하고 그 이미지가 다시 떠오르면서 기억의 끈을 놓지 않기 때문에 여전히 그 고통 속에 머물게 된다. 즉 마음을 바꾸지 않으면 우리의 현실은 달라지지 않는다. 우리가 싸워야 할 대상은 세상 밖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안의 이미지라는 것이다.

이 책을 파고들어 이해하려 들수록 어렵게만 느껴졌다. 그러나 ‘나’라는 중심에서 벗어나 읽기 시작했더니 한결 편히 읽혀졌다. 이 또한 내게 깨달음을 주었다. 뭔가를 고집스럽게 이해하려 들던 그 마음조차 내려놓을 때 비로소 내 마음을 볼 수 있었다. 애써 이해하려 들지 않는 그 순간의 내려놓음 그 자체가 내겐 하나의 깨달음이었다.

‘우리 인간은 오늘도 ’참나‘일 수 없는 나의 자아의식을 나라고 붙든 채 무명의 긴 밤에 들어 망상의 큰 꿈 속에서 살고 있다.’ p55

한때 ‘제발 이게 꿈이었으면 좋겠다’라고 입 밖으로 내뱉은 적이 있다. 이 문장을 본 순간 그때의 한숨 섞인 바람이 그리 얼토당토않은 말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현실이 실은 꿈과 같다는 것이 아닌가. 이미 나는 망상의 꿈속과 같은 현실을 살고 있었다는 것을 마음으로 느끼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그저 내가 현실을 회피하거나 부정하고 싶어서 한 그런 말이 아니라 나도 모르게 현실의 본질에 닿아있었던 것은 아닐까. 이 한 문장이 뭐라고 사람의 마음을 오래도록 붙잡는다.

‘본각의 마음이 허망한 연에 의지하지 않으면 본성이 스스로 신을 풀어내니 이를 자진상이라고 이름한다.’ p93
‘자진상’을 이야기할 때 내가 미친 듯이 글을 써 내려 갔던 순간들이 떠올랐다. 그 어떤 생각이나 계획 같은 것도 없었다. 내가 글을 쓰고 있으면서도 내 손을 움직이는 건 내 의지가 아닌 듯했다. 무언가 나를 조종하고 있는 듯 무아지경에 빠져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새벽을 밝혔었다. 이 문장이 말하는 자진상이 바로 이런 상태가 아닐까.

원효의 사상이 서양 철학자들의 사유와 맞물려 돌아가는 것을 보며 ‘아시아의 프로이트는 원효였구나’라는 생각이 문득 스쳐갔다. 원효는 이미 의식과 무의식을 알고 있었던 듯하다. 단지 그것을 표현하는 언어가 다를 뿐이었다. 원효는 식이라 부르고 아라야식이라 말한다. 그는 사람의 마음이 어떤 식으로 작동하는지를 이미 알고 있었던 것이다. 알고 나니 원효라는 인물이 다시 보이기 시작했다.

<원효의 마음공부>는 역사와 현대 심리학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룬 모습으로 다가온다. 원효의 사상으로 인간의 마음을 들여다보게 하고 그의 사유는 오랜 시간을 건너 현대 심리학에서 던지는 질문들과 닿아 있었다.

유노북스 @uknowbooks 출판사에서 모집한 서평단에 선정되어 도서를 협찬 받아서 작성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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