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펜하우어 아포리즘 365 일력 (스프링) - 하루 한 번, 삶의 물음에 쇼펜하우어가 답하다
아르투어 쇼펜하우어 지음, 에이미 리 편역 / 센시오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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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날카롭고 사유가 깊은 철학자의 문장을 매일 만날 수 있다는 것이 바로 이런 것이었군요!! 오래전 한 시대를 살다간 철학자 쇼펜하우가 남긴 글들은 지금을 살아가고 있는 저에게도 큰 울림을 주고 있다는 것을 느낄 때마다 그의 세상을 바라보는 ‘통찰’에 절로 감탄하게 됩니다.

<쇼펜하우어 아포리즘 365 일력>은 하루 시작을 위한 문을 열어주고 있는데요. 철학자의 명언과 아포리즘 형식이 만나 매일 생각할 거리를 제공해 주고 있어서 좋았습니다. 하루를 살면서 ‘생각’이란 것 자체를 의식하지 못하고 시간이 흐르는대로 끌려가기 마련이잖아요. 그런데 이 만년 일력은 올 한해를 든든하게 지켜줄 버팀목 역할을 톡톡히 해줄 것 같은 기대감을 일으킵니다.

‘내일은 어떤 문장이 나의 심장을 뛰게 할까’ 설레는 마음으로 다음 장을 넘겼을 때 눈에 선명하게 들어와 가슴에 박히는 문장에 숨이 잠시 멎곤 했습니다. 미리 미래의 문장을 읽어 보지 않았어요. 이 설레임과 기대를 흐려지게 하고 싶지 않아서요. 온전히 느끼고 싶어서요.

쇼펜하우어는 인간의 본성을 건드리고, 삶 속에서 마주하는 고통, 관계, 행복과 같은 다양한 주제를 다루는 문장을 남겼어요. 그의 깊은 사유와 통찰을 매일 가슴에 새기며 하루를 시작하니 내가 보내는 시간들이 결코 가볍지 않더라고요. 또한, 필사하며 하루를 열기에도 적당한 길이의 문장이라 필사를 습관화 하기에도 좋을 듯합니다.

나이가 들수록 ‘건강’이 최고다라는 마음을 품고 새해를 열었는데 처음으로 마주한 문장이 ‘한 해를 계획하면서 최우선 목표로 할 것은 건강이다.’였네요. 건강해야 하고 싶은 뭐든 할 수 있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는 하루 하루입니다. 마음과 생각은 ‘하고자 하는 일’에 가 있지만, 의지만으로 부족할 때가 있더군요. 그럴 때마다 참 속상하고, 무력한 나 자신을 느껴요. 건강이 최고다라는 이 짧은 문장이 요즘 강하게 와닿는 인생의 계절을 지나고 있나봅니다. 건강하면 만사형통입니다.

우리는 ‘관계’ 때문에 무너지고 다시 일어서기도 합니다. 저 또한 시간이 지날수록 ‘사람’과의 관계에 더 신경을 쓰게 됩니다. 이제 혼자라서 외롭다는 그런 두려움은 없지만, 아직도 정리되지 않은 관계에 지칠 때가 있거든요. ‘관계를 단순하게 하는 것만으로도 영혼이 건강해진다. - 절식하면 건강이 좋아지듯이 사회활동도 자제하면 영혼의 평안에 도움이 된다’ ‘당신을 땔감으로 삼아 화력을 유지하려는 자들을 조심하라’라는 문장 역시 영혼의 심장을 울립니다. 지나치게 거미줄처럼 엮이는 것을 자제하는 것도 영혼을 쉬게 하는 하나의 방법입니다. 아무리 친한 사람도 ‘적당한 거리’가 필요한 법이지요.

그리고 오늘 16일의 문장입니다.
“잡기만 하면 멋진 삶으로 데려가 줄 무언가, 그것이 바로 허상이다.”
- 이탈리아 당나귀처럼 사는 인생도 있다. 머리 위 막대기에 달린 건초를 먹으며 계속 달린다. 그들으나 존재 전체가 늘 망상 상태에 있는데, 눈앞에 있는 잡힐 듯한 허상을 좇느라 지치도록 달리다가 생을 마감하고 있다.

와~ 인간 삶의 비극이 들어 있는 문장을 만났다. 존재 전체가 늘 망상 상태에 있으면서 무엇을 좇고 있는 것인지. 마주한 현실을 직시할 수 있는 눈을 가져야 겠어요. 내가 누리고 있는 것, 이미 내가 가지고 있는 것, ‘지금 바로 여기’에서의 삶부터 살펴야 한다는 경고로 들렸네요. 불쑥 올라오는... 이것만 하면, 조금만 더 가지면 완전해질 것 같은 그 안달나는 마음부터 다스려야 할 것 같아요. ‘머리 위 막대기에 달린 건초’처럼 먹을 수 없는 절대거리에 있는 것을 좇는 이탈리아 당나귀 같은 삶은 절대 살지 않아야겠다고 다짐했던 오늘입니다. 허상의 실체를 알아차리면 제 속도로 갈 수 있어요.

저는 오늘 마주한 한 문장과 내일을 기대하게 하는 한 문장이 바로 지금, 오늘을 잘 살게 할 수도 있다는 것을 <쇼펜하우어 아포리즘 365 일력>을 통해 깨달을 수 있었네요. 많이 사람들이 함께 하길 바랍니다. 쇼펜하우어가 사랑하고 인용한 문장과 그림 그리고 그가 남긴 작품 속 문장과 동행하는 새로운 한 해가 되길 바랍니다. 진심으로 좋네요.

장미꽃 향기 @bagseonju534 님께서 모집한 서평단에 선정되어 센시오 @sensiobook
도서를 협찬 받아 작성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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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행복을 구워냅니다
김나을 지음 / 한끼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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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꼭 한 번 읽어 보실 것을 추천합니다. 저는 김나을 작가님의 앞으로를 기대하게 되었습니다.”

카페 주인 유운은 다정다감하고 친절한 카페 주인이다. 늘 오는 손님들을 세심히 살피고 말 한마디를 건네도 그 말의 온도가 높은 사람이라는 것을 카페에 오는 손님들을 대하는 태도와 말에서 충분히 느껴진다. 그러나 그녀에게도 사연이 있었던 것일까. ‘줄곧 힘들고, 바쁘고, 정신없었는데. 손에 쥔 몇 안 되는 것들을 내팽개치고 왔는데 이상하게도 후회는 없었다’라는 문장에서 알 수 없는 씁쓸함이 느껴졌다. 그러나 오늘 하루도 잘 살았다며 스스로를 다독이는 유운을 보니 참 긍정적인 마인드의 소유자라 안심이 된다.

기대가 되었다 이 카페를 둘러싸고 어떤 일이 벌어지고, 어떤 이야기가 기다리고 있을까. 조금 들뜬 기분으로 책장을 넘겼다. 그런데 이 소설, 스토리가 차분하면서도 가슴이 몽글몽글해진다. 장면 장면이 생생하고 인물들의 말과 행동이 눈앞에 훤히 그려진다. 한 페이지 한 페이지 책장을 넘길 때마다 운의 눈이 되고 마음이 되어갔다. 조급했던 마음도 헐거워진 고무줄처럼 느슨해졌다. 시골이 고향인 내가 가끔 향수에 젖는 이유가 이 소설에 있었다.

시골 카페에 드나드는 단골들은 유운에게 또 하나의 가족 같았다. 늘 오던 사람이 안 오면 궁금해지고, 알고 나면 서로 하나의 실에 꿰어 있는 듯 연결되어 있다. 카페를 제집처럼 드나드는 아이들이 알고 보니 매일 같이 카페를 찾아오던 단골손님의 조카였고, 운은 단골손님과 친구가 된다. 카페를 찾는 어르신들도 이 카페를 오가는 이들에겐 다 아는 사람이다. 그렇게 운도 장수마을의 일원으로 조용히 흡수되어 간다.

시골이 그렇다. 어느 집에 숟가락이 몇 개인지 세고 있을 정도로 남의 집 행사까지 죄다 꿰고 있는 것이 시골 인심이다. 한때 친정집에서 키우던 ‘순둥이’가 집을 나간 후 전단지까지 붙여가며 찾아다닌 적이 있다. 그 당시 친정집에서 키우던 강아지가 없어져서 찾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이웃들이 없었다. 자기 일처럼 걱정해 주는 다정한 마음들을 만날 때면 참 가슴이 따뜻하다.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삶과 함께 이어오는 ‘인정(人情)’이라는 것이 남아 있다. 운은 내가 느꼈던 감정들을 경험하고 있었다.

‘너무 무채색이었어. 삶의 희로애락을 다 잃어버린 여든의 노인 같았어. 아, 내 얼굴이. 내 표정이 이렇게 텅 비었었나 싶었어. 차라리 영정사진 속에서 웃고 있는 할머니 표정이 더 생기 있어 보이더라고.’ 75

친구가 된 윤오는 유운을 통해 자신의 모습을 본다. 어쩌면 이 문장 속에 그려진 유운의 모습은 나의 또 다른 모습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쁘게, 일상에 찌들어 살아있어도 무늬 없는 밋밋함에 신물이 날 정도로 아픈 고비가 내게도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타인을 통해 자신의 가장 아픈 곳을 들여다본다.

윤오는 유운에게 참 다정다감한 남자다. 따져 묻지 않고 묵묵히 곁에서 마음을 다독여 주는 그런 사람. 우리에게는 이 ‘다정’과 ‘관심’이 필요한 거였는지 모른다. 불안이 깃든 눈빛과 보이는 것 너머의 지친 영혼을 외면하지 않는 그런 세심한 배려가 굳게 닫힌 마음의 문을 열게 할 것이니까. 유운에게 윤오는 ‘시절인연’이 데려온 남자였다.

책을 덮고도 남는 유운의 말이다.
“지금껏 난 끝이 정해진 일들만 해왔는데 처음으로 내가 끝을 정할 수 있는 일을 하게 됐다고 생각했어. 그러니까….”p251

무엇인가를 한없이 찾아 헤매지만, 결국 답은 자신 안에 있다. 누군가의 개입은 후회를 남기고, 반드시 홍역을 치르게 된다. 안정된 삶이란 없다. 늘 불안하기에 우리는 인생의 저울추를 스스로 움직여 균형을 맞추는 노력이 필요하다. 온전히 스스로 선택한 것에 ‘결국엔 해내는 사람’으로 자신에게 떳떳한 기억이 되어야 한다.

자꾸 나이를 먹어가니까 더는 버팀목이 되어 줄 수 없을 때를 생각하니 딸이 걱정돼서 그랬다는 유운의 엄마의 말은 내가 내 아이를 걱정하는 마음과 닮아 있었다. 안정적인 삶을 살길 바라는 그 마음은 어느 부모나 매한가지일 것이다. 하고 싶은 것을 다 할 수 없지만, 이것이 아니면 안 될 것 같은 길을 찾는다면 더 늦기 전에 방향을 바꿔도 좋다고 생각한다. 부모라는 거대한 장애물이 있을지라도. 부모가 대신 살아줄 수 없는 단 한 번 뿐인 인생이니까. “네가 하고 싶은 것이 그거면 그냥 계속해”p343라고 말한 후에도 흔들리지 않는 뿌리 깊은 나무 같은 부모가 되고 싶다.

자, 이제 유운이 시골 카페를 차리게 된 내막과 윤오가 시골에 내려온 이야기를 만나러 가실까요? 이 둘의 사연은 우리 모두의 삶이었고 존재를 향한 진통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오팬하우스 @ofanhouse.officia에서 모집한 서평단에 선정되어 도서를 협찬 받아 작성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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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 독서 습관 - 읽기 근육을 회복하는 트레이닝
김웅식 지음 / 마인드빌딩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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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독서습관 #김웅식지음 #마인드빌딩 #자기독서경영 #도서협찬 #책리뷰 #서평 #독서 #책스타그램 #책추천

<자동 독서 습관>은 ‘왜 책을 읽고 있는가’라는 물음을 가지고 읽어 내려간 책이다. 몇 권을 읽는가가 내게 더는 중요하지 않은 지는 오래 되었다. 책 읽는 즐거움을 깨달은 후로 내 글을 더 잘 쓰기 위해 책을 탐독하고 있다고 하는 편이 옳다. 한 권의 책은 저자 혼자만의 노력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에 저자가 책 속에 숨겨 놓은 메시지를 내 언어로 옮겨 오고 싶은 마음으로 책의 첫 장을 펼친다.

책을 읽는 누구나 자신이 선택한 책을 허투루 읽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얼마 전 친구 역시 이런 고민을 내게 건네왔다. 책을 정말 열심히 읽었는데 기억에 남는 것은 별로 없는 것 같다고. 또한 어떤 책을 읽어야 할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책은 지금 자신에게 제일 필요한 책을 읽는 것이 좋다고 말은 했지만, 이 또한 사람마다 책을 선택하는 기준이 다르니 딱 떨어지는 답은 아닐 것이다. <자동 독서 습관>은 책 읽는 사람의 독서 고민을 일상 속에서 쉽게 실천할 수 있도록 방향을 제시하고 있었다. 의식하지 않아도 저절로 ‘자동화된 독서 시스템’을 갖출 수 있도록 단계별로 구체화되어 있었다.

독서로 시간을 설계하라는 말은 신선하게 다가왔다. 우리는 책 읽을 시간을 없어서 책을 읽지 못한다고 말한다. 이에 반해 저자는 자신의 독서 목적을 파악한 후 아이젠하워 매트릭스와 SMART 원칙을 기반으로 한 구체적인 목표를 설정함으로써 방향을 설정하고 지속 가능한 독서 습관을 가질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결국 책 읽기는 어떤 책을 언제까지 어떻게 읽는가에 달렸다는 것을 재확인할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전자책보다 종이책을 선호하는 편이지만, 이 책으로 인해 전자책에 대한 편경을 줄일 수 있었다. 친언니는 노안 때문에 종이책 읽기가 불편했는데 전자책은 자유자재로 글씨 크기를 조절할 수도 있고, 책갈피 기능과 하이라이트, 메모 기능도 있어서 읽기가 편하다고 했다. 저자 또한 이런한 점을 놓치지 않았고, 전자책애 대한 장점과 단점을 잘 설명해주고 있었다. 사람마다 취향의 차이겠지만, 저자가 나와 같은 이유로 책 속에 남겨 놓은 종이책에 관한 문장에 더 무게가 실린다. 책을 펼칠 때마다 보게 되는 책표지가 그 책을 오래 기억할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었으니까.

‘나는 전자책으로 읽은 책의 표지가 잘 기억나지 않는 점이 늘 아쉽다. 종이책을 읽을 때는 책을 펼치거나 덮을 때마다 자연스럽게 표지를 보게 되고, 그 과정에서 책의 내용과 표지 이미지가 하나의 일상으로 자연스럽게 머릿속에 각인되기도 한다.’P121

저자는 자기 독서 경영을 5단계로 나눠 설명하고 있었지만, 책을 읽고 싶어도 어떤 책을 어떻게 읽어야 할지 막막한 사람들을 위한 길잡이가 될 만한 알짜배기 정보들로 가득 차 있다.

타이핑 필사 독서 모임을 시작한 리더로서 깊이 눈여겨볼 만한 내용도 있어서 집중해서 읽고 메모한 부분도 많았다. 책 한 권을 ‘하루 한 꼭지 필사 독서’를 목표로 하는 느린 독서라 체화되는 시간이 필요한데, 그 시간을 참지 못하는 이들이 있었다. 그 문제점을 보완하고자 고심 중이었는데 이 책을 통해 어떤 점을 보완해야 할지 방향을 잡을 수도 있었다.

또한 나는 서평을 꾸준히 하고 있다. 한 권의 책을 대할 때마다 서평의 기회를 나에게 준 것이 감사해 진정성 있는 서평을 남기고자 노력하고 있다. 한편으로 무슨 책을 읽어야 할지 고민하는 이들에게 나의 리뷰 하나가 책을 선택하는 기준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니 지금보다 더 정성을 들이고 진정성있게 담아내야겠다고 생각을 했다. 저자는 말한다. 마케팅 문구를 그대로 가져왔다거나 배송이야기나 요약에 그친 서평은 크게 의미를 둘 필요가 없다고. 또한 서평한 글을 읽을 때 활동 이력도 함께 볼 것도 강조하고 있었다. 이처럼 저자는 자기만의 독서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있어 도움이 될 만한 정보를 최대한 압축해 이 책에 담아내려한 그 마음이 곳곳이 녹아 있었다.

이 책에서 눈길이 갔던 또 하나는 ‘프리 리딩 5분’이었다. 나 역시 한 꼭지 타이핑 필사 독서를 할 때 ‘선독서 후필사’를 하고 있다. 필사할 책이 정해지면 일단 부담없이 쭈욱 흝어 읽으며 흐름을 본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매일 한 꼭지를 타이핑하며 꾸준히 독서하는데 미리 필사할 분량을 훑어 읽고 필사를 하면 글의 구조를 파악하고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저자는 이와 같은 맥락을 ‘프리 리딩’이라고 말하고 있었는데, 프리 리딩 5분이 독서 능률을 극대화 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말하고 있는데 적극 동의하는 바이다.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덮었을 때 ‘책을 읽고 무엇을 남길 것인가’라는 물음이 남았다.

마인드빌딩 @mindbuilding_books에서 모집한 서평단에 선정되어 도서를 협찬받아 작성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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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에 관하여 - 시몬 베유와의 대화 한병철 라이브러리
한병철 지음, 전대호 옮김 / 김영사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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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 죽지 않았다. 과거에 신은 인간에게 자신을 드러냈는데, 신의 드러남을 마주할 인간이 죽었다.’ P12

첫 페이지를 넘긴 순간 선명하게 들어온 문장이다. 이 문장은 인간을 향한 냉정한 경고처럼 느껴졌다.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무엇을 잃고 살아가고 있는가’를 묻는 듯했다. 조금 깊이 들어가 보니 우리가 잃은 것은 바로 주의력과 고요함이었다. 고요를 견디지 못해 고요를 찾아다니고, 주의를 잃어버린 채 몰입을 갈망하며 헤맨다. 잠시도 멈출 줄 모르는 살 ㅁ속에서 우리는 우리 안의 신과 마주할 시간을 잃었다.

이 문장은 ‘더는 내안의 나와 마주하지 않게 되었다’라는 의미로도 읽혔다. 주의력을 상실했다는 것은 신의 부재뿐만 아니라 나 자신과 타자의 사라짐을 의미한다. 더는 침묵을 견디지 못하는 상태의 우리는 끊임없이 자신을 증명하려 애쓰느라 정작 내 안의 나와 마주할 시간이 없었다. 결국 모든 것의 소멸에 이르게 된다.

주의는 모든 것의 기원에 가깝다. 주의가 있을 때 겸손이 가능해지며, 진정한 사랑도 존재한다. 주의를 잃은 인간은 창조할 수 없으며 어떤 것을 향한 열망을 일으킬 수도 없다. 이미 존재하는 것 너머에 아직 드러나지 않은 것에 닿는 것은 오직 깊은 주의에 머물러야 하기 때문이다. 저자가 말하는 주의와 고요의 회복은 다시 나로 돌아오는 길과 같다. 주의는 기다림과 참을성으로 회복이 된다. 의지로 무엇을 붙잡으려 하지 않는 기다림과 참을성만이 진실에 가까워질 수 있고, 타자로의 사랑과 신성이 스스로 드러나게 한다.

‘나의 신이여, 내가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게 하여주소서!’ P47

시몬 베유의 문장은 또 한 번 나를 깊은 시유의 세계로 초대한다. 필경사 바틀비처럼 자기를 탈창조한 순간이 내게도 있었는가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처음에는 쉽게 떠오르지 않았는데 어쩌면 이미 나는 나름대로 몇 번의 탈창조의 순간을 넘어왔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글이라는 것이 매일 써지는 것이 아니다. 어느 날은 억지로 글을 쓰지 않는 선택을 하고 ‘공’의 상태로 돌아가기도 했다. 이것은 순전히 나의 선택이었으며 동시에 그 시간을 묵묵히 견뎌야 했다. 또한 나는 필사를 꾸준히 하고 있다. 나에게 필사는 성과와 결과로 기록되기 보다 그 순간의 고요에 가깝다. 고요 속에 머무르면서 내 글을 쓰지 않아도 괜찮은 탈창조의 시간이나 다름없었다.

더 나아가 내가 쓰는 모든 글이 책이 될 수 없다. 쓴 글 중에서 어떤 것은 빛을 보지만 어떤 글은 내 어두운 서랍 속에서 잠을 잔다. 세상에 내놓지 않은 글의 선택 역시 나에겐 대단히 용기있는 탈창조라는 생각이 든다. 굳이 의미를 증명하려 하지 않아도 충분히 괜찮은 상태가 탈창조가 아닐까.

‘신이 화가의 눈으로 자신의 피조물을 바라본다’p112

이 한 문장에서 또 다시 머물며 신의 감정을 상상한다. 화가의 눈을 통해 작품을 보는 이는 신이며 그 작품은 신의 작품이다. 화가는 신의 뜻대로 표현하기 위한 도구가 아니다. 신이 잠시 머무는 곳이며 그의 눈을 빌려 세상을 본다. 그 어떤 판단도 없이 그저 자신이 만들 피조물을 바라볼 것이다. 그때 신은 어떤 감정일까? 이 상황을 나에게로 가져온다. 내가 쓴 글이 책이 되어 세상에 나왔을 때 바라본 그 눈은 신의 눈이며, 그때 내가 느낀 감정은 신의 감정이다. 책 속에는 나의 경험과 아픔, 생각들이 담겨 있다. 내가 쓴 글 속에서 낯선 나를 보기도 한다. 책이 된 글 앞에서는 고쳐야겠다는 마음도, 그 어떤 평가도 없다. 오롯이 나를 보듯 존재 그 자체로 보게 된다. 이미 나의 손을 거쳐 만들어진 하나의 세계를 그저 바라볼 뿐이다. 그것도 아주 흐뭇하게. 그리고 깨닫는다. 글을 쓸 때는 내 글의 신이 되었지만 책이 된 이후의 나는 다시 아무것도 아닌 존재로 되돌아간다.

주의가 바깥세상에 지나치게 쏠려있거나, 생각이 많아져 그 수위를 넘어서면 모든 것이 포화상태에 이를 때가 있다. 그럴 때면 두통이 밀려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날들이 지속된다. 의지는 힘을 잃고 생각은 말을 듣지 않는다. 그 상태를 벗어나려 해도 소용없다는 것을 나는 안다. 애쓰는 것을 멈추고 오직 두통이 지나가길 기다린다. 두통이 지나간 자리는 머릿속이 텅 비워진 것처럼 투명하다. ‘아픔과 아름다움의 근친성. 나의 두통이 절정에 이른 다음에 찾아오는 시 쓰기 욕구’p123처럼 글이 쓰고 싶어졌다. 삶에서 찾아오는 모든 아픔은 자기 몸과 자아의 층위를 통과해 영혼으로 돌아오는 비싼 통행료일뿐이었다.

고요는 유위를 잠재우고 무위에 이른다. 다시 그 빈공간을 주의로 머문다. 주의, 탈창조, 빈자리, 고요, 아름다움, 아픔, 무위, 이 책의 목차는 하나의 순환을 이루는 듯하다. 나는 <신에 관하여>를 읽고도 다 이해했다고 말할 수 없다. 그러나 ‘끌림’이 있다. 책장에 꽂았다가도 다시 꺼내읽고 싶은 책이 되었다.

김영사 @gimmyoung에서 모집한 서평단에 선정되어 도서를 협찬받아 작성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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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하는 가족의 저녁 식탁 - 아이의 탁월함을 발견하고 길러내는 가족문화의 비밀
수전 도미너스 지음, 김하현 옮김 / 어크로스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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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하는 가족의 저녁 식탁>은 우리 밥상머리 교육에 국한되어 말하는 그런 책이 아니었다. 책 제목은 가족의 문화가 자녀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에 대해 말하기 위해 상징적으로 만들어 낸 것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펼쳐보면 성공의 기준을 거창한 성취나 업적 이런 것에 두기보다 아이의 자율성을 존중하고 그 선택을 믿고 스스로 행복한 삶을 찾아가기까지 확장해 생각하게 만든다. 또한 가족에 관계와 문화가 아이의 성장과 미래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실제 사례의 연구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이 책 속의 부모는 아이가 그 어떤 선택을 하든 닦달하지 않았고, 재능보다 지구력을 강조하며 기다려주고 믿음을 주었다. 대다수의 부모는 아이가 실패해서 좌절하는 그 모습을 차마 보기가 싫어 뭔가를 대신 해주려고 한다. 그러나 이 책 속의 부모는 아이의 실패를 막지 않았으며 스스로 도전하고 그 과정에서 겪는 모든 과정을 통해 성장할 수 있는 기회로 만들어 주는 태도를 지니고 있고 있었다. 만약, 14살의 딸아이가 15킬로미터에 달라는 호수를 수영으로 횡단하겠다고 한다면 당신은 어떻게 할 것인가? 그로프 가족은 애써 막지 않았고, 오히려 도전할 수 있도록 곁에서 지지해줬다. 이 놀라운 모습을 보면서 가족 내의 상호작용이 학습과 성장의 기회가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도전과 지구력을 즐기는 문화가 자연스럽게 가족내에 형성되어 있었던 것이다.

이 책은 형제자매간의 상호작용 역시 서로의 성장에 강한 촉매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었다. 어쩌면 그 누구보다 가까이 있기에 더 예의주시하면서 서로를 관찰하고 평가하며 가장 객관적인 서로의 조언자이자 격려자가 되기도 한다. 가능성을 누구보다 더 잘 파악하고 있는 사람이 되기도 한다. 무르기아 가족 이야기는 뭉클했다. 부모라서 모든 것을 짊어지려 하지 않았다. 가족 구성원이자 동료로 생각해 부모의 보호막에 가두지 않고 현실을 함께 공유하고 책임을 나눴다. 그런 가족 분위기에서 아이들은 부모를 존경하고 그들의 가족 역사를 존중하고 자부심을 가진 성숙한 사람으로 성장하고 있었다. 결론적으로 가족이 함께 삶의 무게를 나눈다는 것은 서로를 일으키는 일이었고 동시에 부모를 자랑스럽게 만드는 일이 되었다.

첸가족의 스토리 또한 가혹한 양육 방식에는 마음이 편치 않았지만, 부모가 된 나의 입장에서는 어느 정도 이해가 된다. 여기서 한 가지 배울 것은 아이들에게 능력있고 재능있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준 것이 엄마였다는 것이다. 지금이 아니면 안 된다는 것을 잘 아는 부모이기에 그 사랑을 표현하는 방식이 조금 달았을 뿐이다. 이 세상이 얼마나 넓은지 보여주고 싶었던 그 마음을 왜 모르겠는가.

읽는 내내 그리고 책을 덮은 후에도 나에게 되묻는 질문이 있었다. 나는 우리 가족 내에서 과연 모범적인 부모상을 보여주고 있는가. 아이들에게 무언가를 해주는 부모이기 전에 어떤 태도로 매일을 살아가는지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나는 우리 아이들에게 어떤 부모로 기억이 될까. 이 고민 끝에 다다른 것은, 책을 쓰는 엄마의 모습을 통해 지금 이 순간에도 딸아이들이 은연중에 느끼는 것이 많다고 여긴다. 글을 쓰며 직장을 오가는 엄마의 삶을 실시간으로 지켜보면서 포기하지 않는 힘과 도전에 대해 어쩌면 익숙해져 있을지도 모른다. 또한 글 쓰는 작업이 그리 낯설지 않게 되었다는 그 사실만으로도 나는 감사한다.

“좋게, 더 좋게, 가장 좋게. 절대 멈추지 말라. 좋게가 더 좋게가 되고, 더 좋게가 가장 좋게가 될 때까지.” p458

요조앤 @yozo_anne 님이 모집한 서평단에 선정되어 어크로스 출판사 @across_book 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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