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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여행은 어느 역에서 시작할까?
박소연 지음 / 생각의빛 / 2024년 8월
평점 :
여행이 어려운 나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는 일부러라도 시간을 내어 여행을 다녔던 것 같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여행다운 여행을 미루고 사는 것만 같다. 여행 끝에 찾아오는 피로와 뒷정리를 생각하면 장기 여행은 엄두가 나지 않는다. 여행을 한 번 가려면 가족들의 스케줄을 하나로 맞추는 과정만 생각해도 떠나기도 전부터 진이 다 빠져나가는 기분이 든다. 이러저러한 이유로 나는 종종 책과 함께 떠나는 방구석 여행을 즐기곤 한다.
오늘은 심란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한 권의 책으로 제대로 서울 여행을 마친 기분이 든다. 이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는 순간에는 지하철과 기차가 이끄는 가깝고도 특별한 혼자만의 여행을 다녀온 듯한 부듯함이 밀려왔다. 굳이 휴가를 내지 않아도 이 책이 이끄는 대로 서울과 수도권은 물론 여기에 전주, 인천, 수원까지 우리에게 익숙한 철도 노선을 따라 저자의 발길을 뒤따라 펼쳐지는 생생한 현장 이야기에 내가 미처 알지 못했던 도시의 숨은 매력에 빠져들게 된다.
대구 지하철 노선에만 익숙한 내게 서울의 지하철 노선은 낯설기만 하다. 그 낯설음 덕분인지 마치 서울 어딘가를 헤매고 있는 듯한 설렘마저 들었다. <오늘 여행은 어느 역에서 시작할까?>를 통해 만난 여의도와 노들섬의 풍경, 성수동 공장 지대가 예술과 젊음의 거리로 변모된 모습, 한강 위에서 빛나는 석촌 호수의 풍경, 조선의 숨결이 깃든 곳 수원화성에서 전주 한옥마을까지 도시 속 골목 곳곳에 얽힌 역사와 문화, 사람들의 이야기들이 눈앞에서 선하게 펼쳐지는 듯했다.
읽는 것만으로도 설렌 가득한 여행이 되지 않을까 싶다. 바쁜 일상에 쫓기며 살다 보니 여행의 묘미를 잊고 지낼 때가 많은데 굳이 멀리 가지 않아도 아름답고 의미 있는 공간이 이렇게나 많다는 사실에 나도 덩달아 저자의 흔적을 따라 나서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교통편과 현장의 분위기, 저자가 머문 계절의 풍경들이 세세하게 묘사되어 있어 절로 발걸음을 옮기고 싶은 마음이 일게 한다.
우리가 발 딛고 사는 땅, 그 위에 세워진 공간,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 나는 앉은 자리에서 다시 나와 세상을 다시 만난다. 큰 짐을 챙기지 않고 가벼운 가방 하나면 충분하다. 그리고 기차역으로 향하면 우리는 언제든지 몇 시간 후면 낯선 도시에 도착하게 된다.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의미 있는 여행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을 일깨워 준 책이다.
낯선 곳에서의 첫 경험은 언제나 설렘 그 자체이다. 책을 읽으며 그려낸 머릿속 풍경과 실제 그곳에 갔을 때 마주할 풍경과 얼마나 닮아 있을까, 은근히 기대하게 되고 궁금증이 인다.
‘해가 진 후 달 모양 보트에 조명이 켜지면 마치 초승달이 물 위를 떠다니는 것처럼 보인다. 특히 호수 위를 가로지르는 다리 위로 건물 숲과 공원의 야경이 아우러지면서 자연스럽게 포토존이 형성된다.’ p143
생각의빛 @sangkacbook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작성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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