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rry Potter and the Order of the Phoenix : Book 5 (Hardcover, 영국판) Harry Potter 영국판-하드커버
조앤 K. 롤링 지음 / Bloomsbury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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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꼬박꼬박 번역이 나오는데도 원서를 구하는 버릇을 들이게 해준 책이다. 나라고 한글 놔두고 남의 말 좋아서 보겠나. 원서가 정말정말 싸고 번역본이 코미디전망대식 대사도 여과가 안 되니 원서 본다. 아이들의 원어 대사가 정말 겁없는 데 비해 어른들의 대사는 놀랄 정도로 섬세하다. 어른이 되어서도 영국인들은 이렇게 자상하고 곱게 말하는지 아니면 마법사들의 세계가 그런 건지.....어쨌든 원서를 읽고 나면 런던으로 가서 실제로 말하는 거 듣고 싶어지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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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하하는 저녁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3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김난주가 번역한 책을 신뢰하는 사람이 많지만, 나는 원작이 에쿠니 가오리처럼 경쾌한 경우는 김난주를 택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에쿠니는 김난주 정도는 되어야 번역한다고 믿는 사람들이 많지만, 나는 김난주도 에쿠니 번역하기엔 감각이 굳었다고 생각한다. 딱 앞머리만 보아도 이런 생각이 안 들 수가 없다.

원작에는 일본어 특유의 표현도 있고 ('백 년 늦게 ...했다'), 영어 단어를 토막으로 끼워넣어서 다소 경박하지만 경쾌한 표현도 있다. ('크레이지 다케오는 ...했다')

전자는 요즘 흔해진 만화번역처럼 직역하기보다는 비슷한 상황에서 흔히 쓰는 한국어 표현으로 번역해야 맛이고(정말 이 번역 보면서 만화 슬램덩크 보는 착각이 들었다. 원작자가 본대도 적합한 한국어 표현이 없는지 궁금해할 것이다.), 후자는 무리하게 번역하느니 토막 영어단어를 그대로 살리는 편이 원작의 황당한 상황에서의 주인공의 심정이 제대로 느껴진다. 일본인들이 토막 영어 쓰는 거 아무리 좋아한대도 일본어 표현이 없어서 거기다 '크레이지 다케오'라고 쓰지는 않았을텐데, 그걸 직역해서 '미친 다케오'라고 하면 너무 무거워진다. 그 상황에서의 고유명사 변형이라는 느낌으로 받아들이는 편이 맞을 것이다.

글쎄, 김난주는 에쿠니보다는 좀 더 진지하고 말장난 같은 언어유희를 즐기지 않는 작가, 예를 들면 유미리 정도의 작품을 번역하는 편이 백 번 낫겠다. 그런 진지한 작가 작품의 장점이라면 익히 알려진 일어 번역법-특정 일어 표현에 특정 한국어 표현을 대입하기-라도 문제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분명 원작은 아주 근사하다. 누구 번역으로든 읽을 맛이 난다. 겉으로는 일상 속에 조용히 흐르는 사랑이야기 혹은 이별이야기 같지만, 그리고 여주인공은 마지막까지 동거하던 남자인 다케오를 무척 아끼긴 하지만, 사실은 이야기의 중심은 떠나간 남자라기보다는 새로 들어온 낯선 여자이며, 작가는 일상에 고정되지 못하는(고정되지 않는 게 아니라 못 하는) 여자들의 감각을 아주 아름답게 그려내었다.

수많은 남자들을 아주 간단히 매료시키는 팜므파탈이면서도 그 자신은 그 남자들에게 애착이 없고 오히려 또 하나의 여주인공인 리카나 어린 나오토 소년과 지낼 때 더 솔직하게 맘 편해 하는 하나코, 그리고 그런 하나코에게 넋이 빠진 남자친구에게 차이고 나서도 연인같은 마음으로 친구지간 예절을 지키며 오가다가 결국엔 제멋대로 굴러들어온 하나코와 기묘하게 원만한 공동생활을 하는 리카, 또 이들의 사연을 반은 흥미로 지켜보며 충고나 정보제공을 아끼지 않는 유쾌한 료코.

거의 동년배인 이들은 친구지간 또는 룸메이트 정도의 관계를 넘어서 이상화된 자매같은, 또는 어느 차원에서 깊이 아끼고 서로의 심정을 느끼기에 마치 정신적 레즈비언같은 그런 관계를 가지고 있다. 둘 중에 어느 쪽에 더 가까운가 하면, 세 여자 모두 자기 ‘남자’가 있고 세련된 현대 일본인으로서 (도덕적은 아니라 할지라도) 정상적인 성취향을 가지고 있긴 하지만, 정신적으로는 후자에 더 가깝겠다고 할 수 있겠다.

그만큼 이 책은 여자들의 감성과 관계를 중심으로 한다.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리카와 하나코가 알게 된 연결고리인 건강한 청년 다케오는 말 그대로 연결고리라는 장치 정도일 뿐이다. 에쿠니는 건강한 청년 다케오나, 선량한 료코의 남편의 정신적인 면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다. <냉정과 열정 사이>의 마빈이 독자에게 중요한 점이 모양 좋은 다리와 따스한 매너 정도였듯이.

'설계만 확실하다면 나머지는 시간을 들이기만 하면 된다'고 독백하는 리카의 작업처럼, 이 책은 탄탄한 설계 위에 느긋한 시간을 들여 여자들이 가지는 갖가지 감성을 때로는 암시하고, 때로는 대화하며 풀어놓고 있다. 맛있는 음식 한 접시와 즐기는 마실 것 한 잔을 가져다놓고 편안히 앉아 느긋하게 한 입 한 입 맛보는 듯한 느낌의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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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족 2004-04-23 18: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이런 평에는 항상 놀라는데요. 보고는 내가 그동안 에쿠니 가오리의 문체라고 생각한 것이 혹시 김난주의 문체였던 것인가, 하고 망연자실-_-;;;
 
삿포로에서 맥주를 마시다 - 쾌락주의자 전여옥의 일본 즐기기
전여옥 지음 / 해냄 / 200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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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일본은 없다>는 신문 연재물같았다. 이젠 독립된 언론인으로 살아가는 지은이는 일본을 관광객으로 살피며 물건처럼 따져보고 구매하고자 한다.

관찰의 깊이 자체는 <일본은 없다> 시절과 별다르지 않다. 오히려 일본생활담이던 <일본은..>보다 관광객처럼 살피는 <삿포로는...>이 훨씬 가볍다. 이 쪽은 여행책자같달까. 약간은 아쉬움이 남는다.

보통 사람인 나는 편안해서 최고로 호화롭다는 긴자 세이요호텔에 취재비로 투숙할 수도, 지인의 초대로 고급 퓨전레스토랑을 찾을 수도 없겠지만 지은이가 일본의 오늘의 모습, 그 정치, 경제의 급변상에 좀 더 초점을 맞춰주었더라면, 그랬더라면 이 책은 내게 일본을 들여다보는 또 하나의 창이 될 수도 있었을 것이다. 물건을 사는 사람들을 보며 자본주의 일본을 꼬집기보다는 그 사고 파는 단계에 있는 사람들 수십명과 가까와져서 그 사람들의 삶이 녹아나오는 글을 썼더라면, 30년대에 사흘 중국에서 놀다 본국에 가서 중국 관련 책을 썼다는 미국 모험가들이나, 한 달 인도를 떠돌다 와서 인도 철학자가 되는 배낭여행족의 인터넷 여행기같다는 느낌은 안 들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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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
가네시로 카즈키 지음, 김난주 옮김 / 현대문학북스 / 200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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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영화를 먼저 보고 나서 책을 접한 경우다. 글쎄 어느 편이 더 재미있었나. 영화는 소설보다 더 지금의 현실에 맞게 되어 있었다. 특히 한국 대사관에서의 아버지의 장면 같은 경우. 하지만 여주인공의 매력은 역시 책으로 봐야 실감할 수 있을 것 같다. 아이돌풍으로 귀여운 게 아닌, 도발적인 매력과 엉뚱함을 발산하는 소녀. 정말 이 책은 정치가 아니라 연애 이야기다. 연애에선 모든 게 정직하고 가면을 벗고 단순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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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의 딸 1
줄리엣 마릴리어 지음, 김경숙 옮김 / 한겨레 / 200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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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안데르센의 백조왕자 이야기를 켈트풍으로 재구성했다고 해서 이 둘을 다 좋아하는 나는 일단 집어들었다. 엘리자의 시련과 아름다운 남자들 - 엘리사의 오빠들과 남편, 아버지는 무심하고 이기적이리만큼 단순해서 아름답다고 늘 생각해왔다 -의 매력이 어디 그냥 지나칠 것인가. 그러나 좀 더 길게 서술해서 복잡해진 오빠들의 성격은 어딘지 적대적이고, 켈트 분위기는 지나치게 단순하다. 잔인하고 무심한 켈트 신들의 묘사는 매우 아름다웠다. 켈트와는 또 다른 브리튼 사회의 세련된 잔인성 묘사는 재미있었다. 하지만 여주인공이 구현하는 켈트 정신이 대책없는 평화공존으로 흐르지나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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