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워한들



성 민(윤찬준)



그리워 만났으나

만나면 서로 피하듯한다.

   

그리고

그리움 목에 차

다시 만나면

또 서로 피하듯한다.


사랑의 고픔이

햄버거 한조각으로 채워질 수 있고

사랑의 고통이

두 잔 술에 치유될 수 있다면

두 개의 햄버거를 먹고

넉잔 술을 마실텐데


비가 눈이 될 수 있고

눈이 비가 될 수 있는데

그 비와 눈이 내리는

땅 위에 서서

나는 장례식 준비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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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그리움은 지고


 


성 민(윤찬준)



 

그리워한들 무엇하리요

당신을 향한 내 그리움 한 가마라고 해도

나를 향한 당신의 그그리움은 한 방울도 못한 것을

   

 

내가 아무리 당신을 사랑한다고 해도

당신은 더 많은 것을 소유하려 하고

나는 당신을 사랑하는 것 외엔 줄 것이 없기에

물빛 하늘 쳐다보며 슬픔만 삼켜야 하는 것을.

   


그대여 더 이상 자기 독백을 하지 않아도 됩니다.

혼자만의 고통에서 벗어나려 한다면

그것은 어차피 사랑이 아니니까요.

   

 

사라져라 사랑인지 장난인지!



오늘 내 사랑은 새벽 5시 30분에 멈춰버렸다.



그

런

데.....

   

 

비가 온다던 아침의 하늘은

왜 이리도 맑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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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곡(秋哭)


​

성 민(윤찬준)

​

​

도토리 앙증맞게 물고

이끼 낀 고목을

넘나들던 다람쥐의

발걸음이 멎은 지 오래

갈빛 잦아들어

회색이 자욱한 숲엔

늦은 낙엽 지는 소리만이

적막을 잘라 먹는데

바람이 댓잎 사이로

일렁이며 흐르는 밤에

별빛 밟고 가는

먼 길 떠나는 나그네

별빛에 길을 물어

바람에 실려

이제는 어디로 가야하나

그 어디 메로 가야 하나

만나는 것이 기쁨이었지만

떠나는 것은 슬픔이라

밤이슬에 젖는 마음

님이사 알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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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뜨기 싫은데

     



성 민(윤찬준)




이 밤 눈을 감으면

아침을 맞이하기 싫으니

이대로 영원히

꿈속에서 헤매리라

수천 수만 낭떠러지

수평선 너머로 넘어가리라.



그러나

눈을 뜨고 싶지 않아도

보고픔은 눈꺼풀을

헤치며 비집고 나와

가슴속에서 맴돈다.



오오 사랑!

그대 오늘도 살아계신가.

만경창파 머리 풀어 헤치고

북망산에 묻힌 줄 알았는데.



잊으렴인가

아님 더욱 보고픔인가.

밤꽃들 피어나는 거리를

부표처럼 떠돌고 떠돌다

다시 눈을 감으면

그 놈의 질긴 그리움이

나보다 먼저 눈을 감고

내 옆에 누워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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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쩔 거나 어쩔거나(5)



어찌 보면 상규가 집 한 채라도 갖게 된 데는 아내의 공이 크다.

아내는 남들이 보기에 억척스럽게 보일 정도로 알뜰했고 그것도 모자라 틈틈이 식당에서 접시 닦기 등 아르바이트하여 살림에 보탰다.


그렇게 자신을 돌보지 않았으니 나이가 더 들어 보일 수밖에 없었다.

아내도 여자인지라 가꾸고 싶었을 것이다.

어느 여자인들 가꾸고 싶지 않겠는가.


다만 상규의 아내는 집안 형평상 그것을 드러내지 못하였을 뿐이었다.

상규는 아내를 조금도 생각하지 않고 귀농하여 지인들과 즐기려던 자신이 부끄러웠다.


그래서 이번에는 큰마음을 먹고 아내의 부탁을 들어주기로 결심했다.

다음 날 출근 준비를 하며 상규는 무심한 둣 내뱉었다.


“어디를 성형할 것인데?”


느닷없는 남편의 질문에 상규 아내는 만면에 미소가 가득 번졌다.


“목주름이 심한 것 같으니 목주름 제거하고, 이마에도 주름이 많아 할머니 같으니 이마 주름도 제거했으면 하고...”


상규의 아내는 막혔던 봇물이 터지듯 쏟아냈다.

그 부위가 하도 여러 곳이어서 기악조차 하기 힘들었다.


“그래 얼마나 들어간 데?”


상규로서는 총액이라도 알고 싶었다.

그에게는 아직 귀농의 꿈이 완전히 사그라들지는 않았다.

상규는 아내의 성형 수술비가 많이 들어가지 않으면 남은 돈으로 꿈을 실현 시키겠다는 실오라기 같은 희망을 저버리지 않고 있었다.


“모르지요.

수술의 난이도와 재료에 따라 다르니.

견적을 뽑아봐야 알지요.”


“그래.

후유증이나 부작용은 없데?”


“친구들을 보니까 그런 것은 없어요.”


상규 아내의 목소리는 한껏 들떠 있었다.

그녀의 몸은 상규와 말하고 있으나 마음은 이미 성형 병원에 가 있었다.


“일단 견적부터 뽑아보자고.”


출근한 상규는 여러 여직원에게 성형에 관해 물어보았고 아내가 성형수술을 한 친구들을 통해 경비를 알아보았으나 어느 한 사람도 정확한 금액을 알려주는 사람이 없었다.


답답한 며칠을 보내고 상규와 아내는 병원을 찾았다.

경비를 산출해 보기 위해서였다.

병원으로 가는 상규 아내는 연신 벙긋거렸고 상규는 동 밟은 표정이었다.


병원은 사람들로 붐볐다.

상규는 성형에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끄는 것은 외모

지상주의 영향이 크다는 생각에 혀를 찼다.


상규의 아내는 무슨 검사와 상담을 받는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상규는 아내와 같이 담당 의사를 찾았다.

그때까지 의사는 아내의 성형 견적을 뽑고 있었다.


“선생님 수술 견적이 얼마나 나왔나요?”


의사는 상규의 물음에 곧바로 대답을 하지 않았다.

의사는 상규와 아내를 번갈아 보더니 아내에게 잠시 나가 있으라고 했다.


“선생님 수술 견적이 얼마나 되나요?”


상규는 재차 물었다.

그러자 의사가 심각한 표정을 짓고 망설이다 힘겹게 말했다.


“이런 말 드리긴 죄송하지만 수술비는 위자료로 쓰시고 새장가를 가시는 게 훨씬 낫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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