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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하고 아름다운 할머니가 되고 싶어 - 제12회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 대상 수상작
김슬기 지음 / 클레이하우스 / 2025년 7월
평점 :

열심히 살고 싶지만 언제나 삶은 뒤로 뒷걸음질 쳐지듯 앞으로 나아갈 낌새가 전혀 없다 강하고는 재개발지역에 방진막까지 쳐진 곳에 살고 있다 아니 더이상 갈곳이 없어 이곳에서 조차 다른곳으로 갈수 없다 강하고에겐 가족이자 친구인 정아와 늘 하던 이야기가 있다 그리스 자킨토스의 나바지오 해변. 너무 아름다워서 사람들이 천국이라 불리우는 해변 왠지 그곳에서는 이곳의 비루한 삶이 조금 포장될지도 모른다 생각이 들어 낡은 오토바이를 팔아 비행기값이라도 마련하려했다 하지만 죽는 것조차 마음대로 되지 않던 강하고의 인생 그래서 철거 직전 그나마 자신이 가진 옷중 괜찮은 옷을 입고 그렇게 죽은 듯 생사를 오락가락 하듯 누워있었다
그렇게 아무것도 하지 않고 열흘을 꼬박 누워 있던 하고에게 저승사자 3명이 나타났다 강하고 이름을 부르며 어릴적 자신을 떠난 엄마의 이름까지 호구조사하듯 확인하더니 하고를 데리고 떠난 저승사자같은 70대 노인 3명
그러다 눈을 뜬곳은 천국인가 지옥인가 구분이 가지 않는 곳에서 그렇게 몇일을 보내던 어느날 이곳이 지도상에도 나와있지 않은 구절초리라는 마을인걸 알게 된다 세상과 거의 단절된듯 여성들의 과한 근육이 발달되어 있어 모든걸 자력갱생하듯 살아가는 곳
자신은 그저 죽고 싶은 마음만 가득한 하고에게 등짝 스매씽을 날리는 근육왕 영춘 할매, 머리에 바늘을 꽂고 선그라스를 끼며 돈이 많은 원주 할매 그렇게 그들이 살아가는 방식을 보며 엄마가 살았던 이곳에서 엄마가 죽기 전까지 했던 만나다방을 다시 열게 된다 맛이 없는 이름없는 차를 만들면 된다 가끔 택배가 배송되어 오는 마을 입구까지 가서 택배를 사람들에게 전달도 하고 차를 만들어 배달도 하고 그렇게 돈을 조금 모아서 이곳을 떠나야겠다는 생각을 가진 하고는 제일처음으로 복자슈퍼에 갔다가 금복자 할머니의 샤브레에 대한 강의 아닌 인생 강의를 듣고 이름없는 차로 각자의 네이밍이 달린 차들을 만들어 판다
아무리 쓴게 인생이라지만 그렇다고 그 쓴 인생이 언제 달게 다가올지 알수 없으니 쓴건 뱉고 단걸 먹어야 인생도 그 단맛에 끈끈하게 오래 붙어있다며 하고에게 샤브레를 건넨다 어짜피 쓴게 몸에 좋다고 한 사람들은 스트레스로 이리찍 갔다며 인생이 쓴데 오래살아봐야 별볼일 없다는 것이다 단맛이 올땐 달게 살아야 오래오래 살수 있다는 명언 그래서 오늘의 사브레를 내일로 미루지 않는다는 사명을 가진 금복자차.
구절초리에 나오는모든 어르신들의 인생 명언 같은 말들이 너무 많아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게 재미있는 책이다 늘 가족이 없어 쓸쓸해서 호구라는 소리를 듣고 배신을 당해도 놓치 못하는 하고는 구절초리에서 많은 인생을 배워간다 늘 누군가에 기대로 싶어했던 하고는 이제서야 홀로서는 법을 배우며 가족이란 피로 엮어지기도 하지만 맛있는 거 나눠먹고 서로 간섭하고 등 밀어주고 이런게 가족이라며 구절초리에서 새로운 가족을 만들어 아찔하게 단 인생을 살게 되는 강하고의 강하고 아름다운 할머니가 되고싶어하는 멋진 이야기이다
아직 못자란 어른인줄 알았던 강하고는 그렇게 구절초리에서 많은걸 배워나간다 그리고 우리도 구절초리 어르신들에게 많은걸 배워간다 인생은 아찔하게 달아야 살맛난다 쓰면 스트레스 받는다 이 책을 읽고 희노애락이 그리고 마지막엔 즐거움이 다가온 멋진 책인거 같다 완전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