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려한 문장가의 딸로 태어나 그 좋은 노리개나 신기한 물건보다 오직 세상의 모든 것을 담은 서책을 더 좋아하고
아비 방에서 나는 은은한 묵향을 더 좋아 했던 초희
일본인 중국인 여자 남자 할것 없이 모든이들에게 널리 알리고 싶어 해서 여인에게 없던 이름을 지어달라하고 자신만의 서책을 내고 싶다 했던 당차고 단단했던 초희가 27살의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그녀가 남긴 시들은 모두 불태워 달라는 유언을 남긴채 ... 그런 누이의 유언을 차마 들을수 없어 허균은 누이의 얼마 남지 않은 시들을 모두 되찾아 명나라 황제까지 찾아가게 된다
어떤 연희보다도 황제가 관심을 가질 것이라는 생각과 누이의 화려하고 누이의 모든 것을 담은 시를 서책으로 남기기 위해 무엇이든 하기로 했다
내가 읽었던 난설헌의 이야기에는 그저 한남자에 종속되어 절망에 빠져버린 삶의 이야기만을 했다면
초희는 당차게 단단하게 밝게 신선세계의 색과 향과 모든 것을 새롭게 보며 자신만의 상상을 펼치던 포부가 있던 여인이었는데 아비가 보여줬던 세상과 남편에게 건너간 세상은 너무도 다른 세상이었던거 같다
아버지 허엽이 초희의 총명함과 예사롭게 보지 않았던 문체를 좀 더 다듬고 크게 키워 보고자 스승을 붙여줬지만 문체는 좋으나 시대가 허락하지 않은 서출이라는 굴레에 갇혀 입신양면은 커녕 궐에 들어가볼수 조차 없는 자신의 처지를 표현한 이달의 문장이 세월이 지날수록 난설헌에 조금씩 스며들지는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새들도 좋은 나뭇가지를 가려 앉는다 했는데 좀 더 난설헌을 위해 좋은 남편감을 골랐다면 그녀의 삶이 허망하게 죽음에 이르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해봤다
국어 문학시간에 등장하는 최초의 한글소설은 허균의 홍길동전이다 그에 버금가는 허난설헌의 시도 문학시간에 다뤄야 하지 않을까 싶다 조선시대 글을 남긴 당대의 여성은 흔치 않다 이런 시들을 더 많이 알려주고 가르쳤어야 하지 않았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