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입자들
정혁용 지음 / 다산책방 / 2020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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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시킨 물건이긴 하지만 택배는 박스를 뜯는 순간이 제일 떨린다

짧게짧게 치고들어오는 강렬한 흡입력과 책의 인용문 등이 맘에 쏙 드는 장난이 아닌책이다

택배가 도착하는 순간 인생이 뒤틀리기 시작했다는 문구에서 택배를 받는 사람들로 인해 택배기사의 인생이 바뀌었나 했는데... 결국 택배기사님 덕에 삶에 밑바닥을 치던 사람들의 인생에 햇볕이 드는 이야기였다.

택배기사 그는 크리스마스 선물인건지..

마흔 다섯의 나이와 9만8천원이 든 지갑 그가 가진것은 이게 전부였다.

여기저기 직업을 찾아보지만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거절의 연속이다

숙박제공이 맘에 들어서 전화를 걸어본 택배회사 10개월 남짓한 택배에서의 근무를 2년정도 했다로 속이고 택배회사에 취직을 했다

평범하게 택배생활을 하나 했더니 택배를 시작한지 몇일 안되서 행운동 동네에 어떤 여자가 눈에 들어왔다

그냥 스치듯 지나가다 담배 한가치를 달라고 다가오는 여자 그깟 담배 한개가 얼마겠냐 싶어 줬다가 한개가 한갑이 되고 2갑이 되던 어느날 한보루를 던져주며 말을 걸기 시작했다

섬뜩한 말도 카푸치노 한잔이요~ 처럼 아무렇지 않게 하는 우울증을 가진 여자,노상방뇨한번 잘못했다가 강제로 손을 씻게 되면서 알게 된 마이콜, 휘청이던 노인 부축해줬다가 간밤에 경제철학을 배우게 하는 노인 등

"우울증이란 그런 거예요. 절대 세상의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가 없죠. 겪어보지 않은 이상."

평범한 사람인듯 보이지만 그가 말하는 문체들은 절대 평범한 사람이 아닌듯 느껴졌다.

사람들과의 관계에 관여하지 말자가 모토인 남자. 그는 행운동에서 택배를 하는 행운동이라 불리는 남자다

소주한잔과 도스토예프스키의 책등 고전에 관련된 책들을 읽기 좋아하지만 주위에선 그를 가만히 두지 않는다.

같이 소주한잔하자며 찾아오는 사람들 주창이 조따거,조선족,맨날 허리가 아프다는 행님

천산산맥의 야크 방목과 오스트레일리아의 양 떼 몰이에 대한 철학적 고찰을 해야 한다를 입에 달고 사는 남자

그의 말투를 보아 그가 뭘 했던 사람인지 되게 궁금했다

하지만 마지막까지 읽으면서 그가 뭘 하던 사람인지에 대해선 자세한 설명이 없었다

그래서 더 좋았던 침입자들이었다

마지막에 그가 뭘하던 사람이고 그의 인생이 어떤지에 대해 설명을 하는 글들이 구구절절 적혀 있었다면 실망감이 엄청 컸을지도 그리고 그저 그런 책들로 묻혀버렸을지도 모른다.

사람들이 택배나 한다고 무시하는 말투를 많이 하지만 내가 바라고 필요한 그런 물건들 택배 기사가없었다면 문앞에서 기분좋게 받는일도 없을지도 모른다. 사람들은 그런걸 생각지도 않고 그저 택배기사를 허드렛일을 하는 사람으로 치부한다.

부탁을 하면 부탁을 들어주고 명령을 하면 반항을 한다.

내가 필요한게 있다면 무엇이든 상대에게 부탁을 해야 들어준다.

초반의 이야기는 택배를 배달하면서 진상인 고객들의 대처법같은 이야기들이 속을 뻥뚫어줬다

그리고 후반의 이야기는 그 택배를 하면서 알게 된 사람들과의 얽힌 이야기들

행운동은 자신의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사람과의 관계에 얽히고 싶지 않아서 자신의 이야기는 절대 하지 않지만 무슨 수를 썼는지 몰라도 알고 싶지 않은 타인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행운동에게 털어놓게 되는 마법같은 사나이이다

누군가에게 내 속마음을 털어놓고 싶지만 나에대해 왈가왈부 참견하는건 싫어하는게 사람들 마음이다

행운동에게는 내 마음을 털어놓아도 참견이 없을 거 같은 그런 마음을 느껴서 그런지 제발로 다들 마음을 터놓는다

그도 관계를 맺고 싶지 않다고 하지만 마음과 다르게 사람들과의 관계를 맺고 땀한방울같은 위로와 마음을 다독이고 싶었던건 아닌가 싶다. 그에겐 돈이 아니라 그들의 따뜻한 마음이 어느순간 필요해서 ...

한 줌의 위로, 먼지만 한 한 줌의 위로만을 원했던 한 남자에 대한 이야기

-플레밍의 단편 중 -

인생에 바닥이 있다면 지금은 바닥이 아니라는 말

아직은 바닥이 아닐지도 모르니 우울하지 말자~

한줌의 위로를 받로 싶으면 행운동 택배기사님을 찾으라~ ㅋㅋㅋㅋ 너무 재미있는 책이었다.

여기 인용되는 책들도 다~ 읽어보고싶어지는....

p.s 작가의 말중에서

직업을 전전하다 실패로 일하는 틈새에 글을 썼다고 했다

글쓰는 작가가 천직이라 다른 직업들이 실패로 이어졌다로 생각하면 어떨까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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