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언어학자의 문맹 체류기
백승주 지음 / 은행나무 / 2019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언어를 잃어버린 타국에서 살아간다는건 어떤 느낌일까??

지금은 어느나라를 가던 영어가 만국 공통어이기도 하고 학교에서도 기본 교과과정으로 영어를 배우고 모르더라도 대충 맞추면서 잠깐은 다닐수 있지만 영원히 모국어를 쓰지 못하고 평생을 살아간다는건 밥을 먹지 않고 살아가는거와 같을거 같다

조선시대에 표류한 네덜란드인 하멜이 생각났다

그는 조선에서 10년 남짓 살면서 모국어를 잊어 가던 순간 같은 네덜란드인을 조선에서 만났을때 자신이 모국어를 잃었다는걸 알았다고 했을때.... 그 기분이 참 쓸쓸했을거 같다.

작가는 한국에서 외국인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다 어느날 중국으로 1년간 뜻하지 않게 살아볼기회가 생겼다

보통은 그렇게 떠나는 여행이나 모든 일정이 다른 나라에 가는 잠깐이라도 우리는 외국어에 신경을 쓰지만 오로지 외국인으로서 살아보기 위해 중국어 한마디도 공부하지 않은채 떠나는 실험을 해본다

예전 다른 나라에 여행을 다녀도 대부분 영어가 통하는 곳이고 일본어를 공부한 까닭에 일본에 가서도 그렇게 부담을 느끼진 않았지만.. 중국으로 여행을 갔을땐.. 정말 이곳이 어딘가 하는 멍~함을 떠나올때까지 느꼈다

영화로 그렇게 보던 중국어가 실제 닥치니 귀가 들리지 않다가 처음 귀가 뚫려서 세상을 접한 기분이었다

너무 어마어마하게 다가왔다

중국인들 목소리도 클뿐더러 내가 전혀 모르는 언어가 쏼라 쏼라 했기 때문에...

길을 물어볼때 조차 영어를 사용하지 않는 중국인이라서 길 묻기도 버거웠다

그나마 한자권이라 가고싶은 곳의 지명을 한자로 써서 다니긴 했지만... 그땐 엄청 충격이었다.

한국에서는 지하철이나 버스나 어디를 가도 모두 스마트폰을 들고 얼굴을 숙이고 다니니 세상을 마주 보지 않아도 되지만 외국에서는 순전히 그렇게 다닐수가 없다 내가 모르는 땅이라 그래서 외국인들이 자국민보다 아는게 더 많기도 한거 같다

책을 읽으면서 문맹 체류기라고 하면서 상하이에서의 여행에세이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문맹체류기가 아닌거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였지만 이내 상하이에서의 문맹이라 상하이의 오랜 역사와 지금을 너무도 잘 이해하게된 외국인의 이야기라는걸 알았다

미로와 미궁이라는 오래된 이야기부터 이 건물이 어떻게 그 미로와 미궁을 닮은 것이며 마오쩌둥이 어떻게 중국인의 마음을 사로잡았는지

역사란 오랜 세월이 지나면 사람들의 구전으로 전해내려오면서 많은걸 변화를 시킨다 회색분자로 변하기도 하고 사라진 의미도 생기기도 하고 그런것들을 문맹체류하는 사람의 이야기로 직접 들으니 역사가가 이야기 해주는 것보단.. 덜 부담스럽다는 느낌도 있다

언어학자의 문맹 체류기라는 제목이 너무 색다른 재미있는 책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