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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 안 죽어 - 오늘 하루도 기꺼이 버텨낸 나와 당신의 소생 기록
김시영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3월
평점 :
품절
괜찮아, 안죽어는 에세이집이다
아직도 자라고 있는 시니컬한 '어른이'의 좌충우돌 성장 에세이라는 문구를 보고 읽어보고 싶어졌는데
생각보다 재미도 있고 감동도 있었다
현역 의사가 직접 쓴 에세이집이다
의대를 졸업하고 응급의학센터에서 일하다가 시골인듯 시골 같지 않은 조금은 도시와 떨어져 있는 곳에
돌아가신 할아버지의(친가 외가가 아닌) 병원을 이어 받아서 그곳에 터를 잡은 의사
2층에 위치하고 있어서 7,80대 할매들이 올라오기엔 힘들다고 내내 소리를 내면서도 병원에 많은 할매와 할배 그리고 젊은 사람부터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오르락 내리락 하는 곳이다
초반엔 힘들다고 하는 할매들한테 꽥꽥 소리를 지르며 힘들면 1층에 있는 다른 병원으로 가라고 소리를 지르기도 했지만.. 이제 할매들이 지르는 아이고 힘드네~ 하는 소리가 정겹기만 한~~곳이다
응급 의학과 같은 그런 삶과 죽음이 있는 곳은 아니지만 이 병원은 왠지 병만 치료하는 곳은 아닌듯한 느낌도 든다
매번 오는 환자들이야~ 감기로 당뇨로 고혈압으로 오는 환자들이 대부분이지만,,,
의사는 이제 그 할매들과 단순히 치료가 아닌 인생을 배우는 곳인거 같은 느낌이다
그래서 어른이의 좌충우돌 성장 에세이 인가보다
마흔을 넘은 의사도 여기서 인생을 배우고 성장을 해나가는 듯 싶다
그 할매 할배들에 비하면 한참 어린 애기이지만...
한달에 한번 오면서 월급날과 겹치면 떡도 사오고
집에서 감나무에 감 땃다고 힘들다 하면서 2층 계단을 다시 오르락 하며 감을 쥐어주고 가고
눕혀놓으면 썩는다는 얘기를 못했다고 다시 올라와서 얘기하고 시크하게 돌아서는 할매
폐암으로 죽어가는 도중에도 아내의 혈압을 걱정하며 동네 괜찮은 병원을 선물로 안겨주고 가는 전직 의사
딸에게 이 병원이 괜찮다고 한번 얘기 했을 뿐인데 왕복 3시간 정도 걸릴 거리를 굳이 다니는 딸래미
교복입는 중학교때 봤다던 동네 아이가 이젠 커서 취직도 하고 결혼도 한다는
동네 사랑방이 된 병원 같다
이 병원 참 오래오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읽으면서 웃음도 나고 눈물도 쬐끔 나기도 하고
할머니들의 살아온 인생을 의사에게 뜬금없이 털어놓기도 하고
뜬금없이 듣기도 하고
참 괜찮은 에세이를 발견했다는 생각이 든다
이거 시트콤으로 나와도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보면 할매들의 답이야 뻔~~~하기도 하지만 작가인 의사가 그 할매들에게 성장해가듯 나도 그걸보면서 뭔지 모를 무언가가 성장하는 느낌도 든다
참 재미있고 괜찮은 에세이를 접해서 슬며시 웃음이 나는 하루가 될거 같다
"환자한테 이거 하지마라 저거 하지마라 그러지 마.
하고 싶은 거 하고 먹고 싶은 거 먹고 재밌게 살다 죽는 게,
먹고 싶은 거 힘들게 참으면서 오래 사는 거보다 백배는 더 좋아.
그니까 나 맥심도 마실 거고, 떡도 먹을 거야.
커피 달달하게 타서 백설기하고 먹으면 얼마나 맛있는지 모르지?"
할매, 괜찮아, 안죽어
다 죽어, 사람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