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도, 명예도, 물질적 재화도, 좋은 삶도.모든 것이 잿더미와 쓰레기로 바뀌고 하찮아진다. 질병과 불면, 악몽에 대해 그 누가 불평할 수 있는가?다하우와 아우슈비츠의 용광로와 비교할 만한 열기도 없는 8월의 뉴욕에서, 더워 견딜 수 없다고 그 누가 말할 수있는가? 의료비를 지불할 능력이 없기에 그는 스스로 진단을 내린다. 그의 병명은 제노사이드 열병이다.
부다페스트 시민이라면 누구나 1년에 열흘 쓰레기와 잔해를 청소해야 하지만, 여유가 되는 사람들은 뇌물을 주고 이 의무에서 빠져나간다. 상점에는 물건이 가득하고, 밤이면 가로등에 불이 들어온다. 사람들은 극장이나 카페를 찾고, 새 모자를 구입하고, 살구 잼과 크림을 바른 케이크를 먹는다. 그리고 주문을 외우듯이 모두가 같은 말을 한다.아, 영원히 지금처럼만 살 수 있다면!어디에선가는 이렇게들 산다.
바르샤바(......) 전쟁이 치러지는 동안에는 어느 누구도 시체를 제대로 매장할 여유가 없었다. 시체가 너무 많았다. 한 도시에서만 25만 명이 사망했다. 고만고만한 얕은 무덤으로는 턱도 없다. 올봄, 바르샤바는 시체 썩는 냄새로 진동한다.
의식상실 상태의 죽음. 나는 아파트 안에서 안전하게 깨어나거나, 아예 깨어나지 않을 것이다. 그건 사흘마다 한번씩 마흔 번을 감수하게 될 위험이었다. 6월에 깨어났을 때도 여전히 애써 살 가치가 없다면 삶을 끝내겠다. 창밖으로 뛰어내리겠다. 이것이 나 자신과 맺은 거래였다. - P318
느낌이나 감정을생각할 수는 있었지만 그런 것들을 내 마음에 불러일으킬 수는없었다. 감정이 비롯되는 곳이 어디인지 지목할 수도 없었다. 뇌인가? 말이 안 되는 것 같았다. 내가 가장 잘 아는 감정은 짜증 ㅡ 가슴이 답답한 느낌, 머리가 몸에서 로켓처럼 발사되려고 발동을 거는 듯 목이 진동하는 느낌 ㅡ 이었다. 하지만 그건 마음이 아니라 신경계에 직결된 생리학적 반응 같았다. 슬픔도 같은종류일까? 기쁨도 갈망도? 사랑도? - P1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