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그는 절규했다. 정말, 정말로 내가 진짜 도끼를 들고 노파의 머리를 내리쳐 두개골을 부수려는 건가..… 끈적끈적하고 더운 핏속을 빠져나가 자물쇠를 부수고, 도둑질을 하고, 벌벌 떨면서, 온통 피투성이가 되어 숨으려는 건가… 도끼를 들고….. 맙소사, 정말?" 이렇게 말하며 그는 사시나무 떨듯 몸을 떨었다. "대체 나란 놈은 뭐지!" 다시 몸을 일으키며 너무나 놀란 듯 그는 말을 이었다. 그걸 견더내지 못하리라는 걸 뻔히 알면서, 도대체 무엇 때문에 지금까지 나는 스스로를 괴롭힌 걸까? 바로 어제도, 어제도, 그걸...… 시험해보러 갔던 어제도 난 내가 견뎌내지 못하리란 걸 너무나 잘 알게 되었지 ….. 그런데도 지금 난 왜 이러는 걸까? 지금까지도 난 대체 뭘 의심하는 걸까? 바로 어제 계단을 내려오면서 이건 비열하고추악하고 천하디천한 일이라고 스스로 말하지 않았던가 … 생각만으로도 실제로 구토가 나고 공포에 빠져들었지... 아니, 난 견딜 수 없어, 견딜 수 없다고! - P95
"알겠어요. 갈게요." 여전히 망설이면서도 리자베타는 그렇게 말했고, 천천히 자리에서 움직이기 시작했다. 라스콜니코프는 이미 그곳을 지나쳤기에 더는 듣지 못했다. 한 마디도 놓치지 않으려 애쓰며, 그는 조용히 눈에 띄지 않게 지나쳤다. 처음의 놀람이 차츰 두려움으로 변하면서 마치 냉기가 등을 타고 지나가는듯 했다. 그는 알고 말았다. 내일, 정확히 저녁 일곱시, 노파의 동생이자 유일한 동거인인 리자베타가 집에 없을 거라는 사실을, 따라서 노파가 정확히 저녁 일곱시, 집에 혼자 남을 거라는 사실을 갑자기, 불현듯, 전혀 예기치 않게 알게 된 것이다. 집까지는 몇 걸음밖에 남지 않았다. 그는 사형선고라도 받은 사람처럼 자기 방으로 들어갔다. 아무것도 판단하지 않았고, 전혀 판단할 수도 없었다. 하지만 자신에게는 이제 더는 판단의 자유도 의지도 없음을, 모든 것이 갑자기 최종적으로 결정되었음을 불현듯 온 존재로 느끼게 되었다. 그가 가진 계획을 성사시키려 심지어 앞으로 수년 동안 적당한 때를기다린다 해도, 지금 갑자기 눈앞에 나타난 것보다 더 확실한 한 걸음을 기대하기란 아마 당연히 불가능할 것이다. - P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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