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 그는 거의 엄숙하다 할 정도의 어조로 말을 시작했다. 가난은 죄가 아니지요, 그건 진리예요. 취하는 게 미덕이 아니란 것도 알아요. 그건 더더욱 그렇지요. 하지만 극빈은, 선생, 극빈은 죄입니다. 가난속에서는 타고난 고귀한 감정을 여전히 유지할 수 있지만, 극빈 속에서는 누구도 절대 그럴 수 없지요. 사람들은 극빈 상태에 이른 사람을 지광이로 내쫓는 게 아니라, 인간이라는 무리에서 빗자루로 아예 쓸어내버려요. 모욕을 더 심하게 느끼라고요. 옳은 일이에요. 왜냐면 극빈 속에서는 자기가 먼저 자기를 모욕할 준비가 되어 있으니까요. 그래서 술집이 있는 거지요! - P24